지난 칼럼에서 우리는 소변검사의 이상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콩팥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상황인 콩팥 기능 상실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콩팥 기능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사구체 여과율입니다. 이는 우리 몸의 깔대기 역할을 하는 신장 조직 사구체가 얼마나 잘 걸러주는지 그 기능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이는 크레아티닌이라는 물질을 측정하여 복잡한 계산식을 통해 사구체 여과율을 추정합니다. 건강검진 결과에 나오는 사구체 여과율은 이 결과입니다. 

신부전 또는 콩팥 기능 상실이라고 부르는 질환군은 사구체 여과율이 60% 이상 감소되어 있을 때 이렇게 부릅니다. 또는 사구체 여과율이 감소가 되어 있지 않더라도 단백뇨가 일정 이상 검출된다던지 신장에 해부학적인 질병이 있다던지 할 때도 이 질환군에 해당합니다. 

콩팥 기능상실은 만성으로 올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급성 중증 질환 들은 우리 몸의 해독기관인 콩팥에 영향을 끼칩니다. 이런 경우 급성으로 콩팥 기능 상실이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예로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급성 신부전 발생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심한 운동으로 유발되는 횡문근융해증에 의해서 급성 신부전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한약제나 다양한 약제들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콩팥 기능 상실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회복이 되지 않을때 우리는 만성 신부전이라고 합니다. 만성신부전의 원인으로는 다양한 질병이 있습니다. 서구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당뇨 만성 신부전은 매우 빠른 속도로 유병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고혈압도 흔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요로결석이나 전립선 질환 또는 사구체 질환에 의해서 만성신부전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사실 콩팥에 영향을 주는 모든 질환들이 장기간 교정이 되지 않고 영향을 줄 경우 만성 신부전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신장 기능이 10%이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분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만성 신부전 환자는 주기적으로 외래 진료 및 검사가 필요합니다. 신장 기능의 저하의 속도는 환자에 따라 다릅니다. 다른 질환의 악화로 만성 신부전의 급성 악화를 보기도 합니다. 또한 신기능 저하의 진행에 따라 약제들도 조정이 필요합니다. 

만성 신부전을 진단받으면 환자들은 매우 당황을 합니다. 그렇게 당황해서 외래에 처음 내원하는 신부전환자들에게 제가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무엇을 새로 하려고 하지 말아라.’ 입니다. 왜 그럴까요?

ⓒ (주)포천신문사


5년전에 외래에서 봤던 당뇨병성 신부전 환자가 있습니다. 당뇨 조절 및 생활에 엄청 신경을 쓴 환자였기에 유병기간에 비해 콩팥 기능이 많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설명을 하고 다음달 외래 방문을 권유하였지만 환자는 오지 않았습니다. 한참 후에 외관상으로도 매우 안좋은 상태로 왔고 검사를 해보니 콩팥기능이 아예 없어진 상황이었습니다. 투석을 진행하며 상담을 해보니 신장이 안 좋다는 이야기에 겁을 먹어 좋다고 주위에서 말하는 것들을 다 해 본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당뇨약도 끊었었다고 합니다. 다양한 보약에 민간요법도 많이 했다고 하더군요. 투석을 하며 몇개월을 관찰했지만 신기능은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투석을 계속 진행해야 했습니다. 만약 어떤 행동교정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투석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훨씬 길었을 것입니다. 

이제 막 시작되는 시기의 신부전 환자들은 불안해 합니다. 무엇을 특별하게 해야 할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신장이 조금더 나빠지게 되면 하나둘씩 해야할 일들이 생기고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생기지 시작되는 무렵의 환자들은 아닙니다. 신부전 환자들에게 공통되게 요구되는 생활습관 변화는 오직 하나뿐입니다. ‘싱겁게 먹기’. 오직 이것뿐입니다. 

문제는 콩팥이 안 좋다고 하면 주위에서 보약, 한약, 끓여먹고 달여먹는 약을 먹으라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콩팥 기능은 이미 저하가 되었기에 끓여 먹고 달여 먹은 물질들이 체내에 차곡차곡 축적이 되어 콩팥을 매우 빠른 속도로 망가뜨립니다. 

환자의 남아 있는 콩팥기능, 현재 식습관, 체중, 직업, 신부전의 원인 등등 생활요법 처방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다양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의 환자들에게 "신부전이니까~해야된다"라는 공통된 처방을 내리는 것은 거의 틀렸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정보를 믿지 말고 당신의 의사에게 찾아가 상담을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