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영화제에서 일정이 맞지 않아 보지 못했던 엔니오 모리꼬네의 다큐.

제천에서 해주지 않을까 했으나, 생각보다 일찍 엔니오의 생일 무렵에 맞추어 개봉을 하였다.


다큐멘터리라는 것이 본인이 아닌 사람들의 후일담으로 이뤄진 것이 워낙 많았기에

혹시 이 영화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을 하였지만 기우였다.

본인 등판하여 아주 소상히 설명을 해주고 추억을 한다.

영화의 감독은 엔니오와 작업을 많이 한, 시네마 천국의 토르나토레.

충실히 엔니오의 생을 쫓으며, 시기별로 그의 음악이 어떻게 변하는지 들려주고 보여준다.

물론 주는 그의 영화음악이지만, 이외에도 그의 교향곡도 나온다.

911 희생자를 위한 음악은 찾아들어봐야겠다.

즉흥연주를 바로 사운드트랙에 담기도 했다는 일화가 참 대단하다 싶었다.

 

이 영화에서 엔니오의 음악적 성취에 붙여 직간접적으로 나오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영화음악가는 현대음악가라는 것이다.

영화음악, 대중음악, 클래식 이렇게 나누어 생각할 수 밖에 없지만,

영화음악가는 아방가르드부터 교향곡까지 모든 것을 ‘현대’에 작곡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런 길을 제시해준 사람이 바로 엔니오였음.

 

하지만 이런 생각을 계속 해 나가기엔 그 아름다운 선율 앞에서는 불가능하다.

80년대에 그가 참여했던 위대한 작품들의 영상과 음악이 계속 흐르는데,

바로 옆자리의 남자분이 울더라고. 덕분에 나도 울 수 있었음.

 


큐브릭에게서 연락이 왔지만 레오네가 훼방(?)을 놓은 이야기도 있었고.

인터뷰로 베르톨루치가 많이 나오던데.

이번 영화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마지막 황제'를 엔니오가 아닌 신예 사카모토에게 맡기고,

스튜디오에서 녹음 대기 중에 베르톨루치가 사카모토에게 고쳐달라는 요구에 난색을 표하니,

'엔니오는 해주던데...'라고 했다던.

이에 사카모토도 어떻게 어떻게 해서 맞춰줬다는 이야기.

 


다음에는 술을 마시며 느긋하게 보고 싶다.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