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쌍다반사/People are strange'에 해당되는 글 28건

  1. 2017.01.13 라라랜드
  2. 2016.01.15 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 <5> 2
  3. 2015.08.12 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 <4>
  4. 2015.01.26 낙지짬뽕 1
  5. 2014.10.28 신해철

 

이글은 수정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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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의 일이었다.

대학교에서 밴드할때 베이스를 했으나 창피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제대로 배워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고

마침 그해에는 동아리의 10주년 기념공연도 예정이어서 더더욱 실력 향상이 필요했었다.

군의관 3년차라 시간도 비교적 괜찮았고. 


네이X의 카페에 가입을 해서 찾다보니 

마침 당시 거주지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을 발견.

바로 연락해서 그 날 방문하였다.

본인의 집 겸 레슨공간에서 간단하게 실력을 확인하고 연습을 하기로. 

운지법과 핑거링부터 다시 시작했다. 뭐. 당연한거...


중간에 잠깐 쉬는 시간에 그분이 물었다.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질문 중에 하나다...

오아시스, 메탈리카, 스매슁펌킨스, 뭐 이런거 좋아하는데... 뭐라고 해야하나.

"그냥 모던락 좋아해요"

"아..."

"홍대에서 공연도 보고 그래요."


" 홍대에서 하는 밴드들 실력 전부 별로인데. 저는 재즈 전공이라 그런 음악은 그렇더군요."


그 날 수업이 끝나고 나는 다시 레슨을 들으러 가지 않았다.


얼마전 라라랜드를 봤다. 훌륭한 영화이다.

캐스팅은 완벽하고, 이야기는 보편적이다. 

연애의 시작의 설레임과 그 중간의 행복감의 표현.

피치 못한 이별의 과정도 안타까움도.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의 묘사도.

이야기는 그렇게 보편적으로 흘러가며

중간에 개입되는 주인공들의 생각은 주로 노래로 표현함으로 

영화에서 관객이 벗어나는 것을 막게 한다.


하지만 음악을 대하는 그 태도는 너무 너무 불편했다.

도대체 이 감독은 왜 그런 태도를 가지고 음악을 대하는 것인가 싶다.

피아노가 아닌 신디사이저로 연주하는 파티밴드는 거의 쓰레기 취급하던데


자신의 음악에 고집을 부리는, 관념이 확실한 사람을 그리는데 너무 나간거 아닌가.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남자를 본 여자가

이것이 네가 하고 싶어했던 그런 음악이냐!

장면에서는 답답함마저 느껴졌다.

존레전드가 뭔 잘못을 했기에!!!

막상 영화의 음악들은 어떤가 하면 ?? 스럽기도 하고. 


불현듯 스친건 나에게 하루짜리 레슨을 하였던 그 재즈베이스 전공자분이었다

지금도 그런 이야기를 하시며 레슨을 하시는지.

재즈 순수주의자들. 재즈 우월주의자들. 

자기가 하는 예술의 장르의 위대함을 설파하지만

내놓는 결과물들은 똥같은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홍대 인디에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다른 예술은 잘 모르니까 그런 것 같긴 하다. 


사실 감독의 전작을 보지 않았으면 이런 생각까지는 안했을 것이다.

그넘의 위플래쉬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이 시리즈는 소설입니다.

몇 번을 이야기했지만 제 이야기 아니고요. 

4, 5 편에는 어디서 들은 이야기가 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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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보기는 아래 링크 클릭.


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 <1>

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 <2>

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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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에 이어>


햇볕에 눈을 뜨니 나는, 그리고 그녀는 개울가 옆 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노숙이었다. 

온 몸이 모기에 물려 있었다. 간지러웠다.

여름 햇볕은 매우 뜨거웠기에 나의 살갗은 이미 좀 익은 상황이었다.


"일어나세요!"

"예~ 잘 잤어요? 아유... 또 밖에서 잤네"


그녀가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해서 좋았다.

사실 깨우면서 "누구세요?"가 돌아올 대답일까 두려웠다.

밤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그녀의 트위터 팔로워이며, 지난밤에 담뱃불을 가져다 주었고, 사귀자고 한 사람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녀는 일부는 기억하고 있었고, 일부는 기억하지 못 하는 것 같았다.

본인이 라디오헤드에 대해서 2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할 때 그걸 들어준 사람이 나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거면 충분하다.

우리는 어제 처음으로 본 사이 아닌가.


문제는 나의 페스티벌 티켓은 1일짜리였다는 것.

일단 페스티벌 공연장에서 어떻게 더 있어야 하나 생각을 해보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노숙을 했는데 하루정도는 더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 나가서 숙소로 가서 라면이나 먹어요."

"일행도 많고 방도 크니 어떻게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에요."


그녀가 제안을 했고, 나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녀의 숙소는 지산리조트 밖에 있었다.

아마도 이 지산리조트는 스키장인가 보다.

지금은 여름이니 난 그걸 알 도리가 없었지만, 어제 공연을 보니 리프트?라는 것이 많이 있었다.

밖에는 스키샵이 많이 있었고, 스키를 타고 숙박을 하는 이들도 있는지 여관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잡은 손에 이끌려 도착한 그녀의 숙소.

숙소 밖에서도 꽤 많은 사람들이 떠들면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야~ 어젯밤에 어디 있던거야~ 연락도 안되고!"

"어! 오~ 안녕하세요! 남자친구시구나! 역시 그동안 뭔가 이상하더라니!"


그녀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방으로 나를 끌었다.

약 15평정도 되어보이는 큰 방에는 10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자고 있었다.

여기저기에는 먹다 남은 듯한 과자, 술 등등이 있었다.

아. 

더러워.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와의 관계를 어떻게든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참아야겠지.


"저는 쟤네가 정말 싫어요"

"예?"

"아까 올라올 때 봤던 애들이요. 양아치들. 지네들이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아... 그렇군요. 그런데 왜 숙소를 함께 쓰시게 된거죠?"

"그렇지 않으면 페스티벌에 와서 잘 곳이 없는걸요"


그녀는 라면을 끓여준다고 했으나 라면은 보이지 않았다.

구석을 뒤지다 뒤지다 하면서 사람들도 깨우고 했으나 그녀는 정말 이잡듯이 뒤졌고

결국 그녀는 오징어짬뽕 한개반을 찾아서 끓여서 반을 내게 넘겼다.

자비롭군. 

확실히 그녀는 SNS에서 보이는 모습과는 달랐다.


라면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예상대로 이런 저런 이야기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은 전날의 라디오헤드 공연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영상이 얼마나 좋았는지, 톰욕이 얼마나 멋진지, 여지껏 지산에서의 음향 중에 오늘이 최고였는지 등등.

그녀가 트위터에 올리던 라디오헤드 관련 자료들을 통독했기 때문에 그녀가 하는 말에 맞장구를 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가 잠깐씩 하는 추임새에 그녀는 더더욱 신나 보였고, 

라면을 다 먹을 무렵에는

"와! 내가 한국에서 라디오헤드에 대해 이렇게 많이 아는 분을 만날 줄은 몰랐어요!"

라는 감탄사를 들을 수 있었다.

뭐. 그정도야. 

나는 라디오헤드의 위키페디아의 모든 항목을 링크까지 눌러보며 해석해서 읽은 사람이라고. 


라면을 먹고, 세수를 한 후에 그녀에게 다시 이끌려 나왔다.

그래도 매일 옷은 갈아입어야 하지 않겠냐고 끌고 나왔다.

마침 숙소 인근엔 이상한 티셔츠를 파는 가판이 있었고 그녀는 'Metallica'라고 씌여진 셔츠를 골라줬다.

아니 왜... 싶었는데 얼굴이 메탈리카같이 생겼다라고 하더니 그냥 입혔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메탈리카가 싫어서 선배를 때린 적이 있지만.

TV에서 보니 남자는 여자가 입혀주는대로 입어야한다고 하더라.  


숙소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를 들으니 공연장 안에 티켓없이 들어가는건 어렵지 않았다.

그녀의 친구들은 팔목에 팔찌를 좀 헐겁게 메고 그것을 전달해가면서 들어간다고.

그게 괜찮냐? 안걸리냐? 걸리면 5배 벌금 이런거 내야하는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깔깔깔 비웃었다.

일종의 룰을 깨는 행위를 한다니 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냥 집에 갈까? 

다행히 그녀의 친구 한 명이 어제 공연 끝나고 집에 가서 팔찌를 두고 갔다해서 남는 것을 내가 하기로 했다.


그렇게 옷도 사 입고, 팔찌도 생기고 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3시 무렵. 

"앗. 빨리 나가야겠어요. 지금 준비해서 가지 않으면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를 못 보겠네요"

"예??? 뭐라고요?"

"하하하하하 그런게 있어요~"


그녀가 샤워를 하러 들어간 동안 핸드폰 보고 있는데 누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아. 예 전 K라고 합니다."

"예. 전 H라고 하고요. 저기 들어간 애 친구에요. 무슨 일 하세요?"

"백수인데요."

"아~~~ 그러시구나~~~  쟤 남자친구세요?"

"아. 뭐. 네."

"흐흐 그렇군여. 자세한 이야기는 이따가 해요. 저녁에 다시 오실거죠?"


잠시 대화를 나웠고, 나는 H가 개새끼라는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일부러 백수라고 했는데, 바로 눈빛이 달라지면서 아~~~ 하던.

딱 보니 그녀의 전남친일 것 같았다.

아니 전남친은 아니어도 그냥 잤을 수도 있고.

전남친이고 지금도 자는 사이일 수도 있고.

아니 남친이고 뭐고 그녀와 잔 것은 확실하다.


개새끼.

아니 뭐 그녀랑 잤다고 개새끼라 생각하는 건 아니고 

말투, 행동, 저 유치한 옷들, 그리고 그 껄렁껄렁함

일단 H는 멀리 해야겠다.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을 보려면 올라가야 한다고 법석을 하며 준비를 하던 그녀는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의 공연이 끝날 때까지 샤워를 마치지 못했다.

그녀가 준비가 끝나고 올라갔더니 지산은 이미 오후였고 공연은 보지 못 했고

나는 또다시 손에 이끌려 여기 저기를 다녀야 했다.


인터넷에서 보던 '죽을까 죽지말까'를 쓰던 모습과 달리 그녀는 매우 활발, 쾌활, 명랑하였다.

어제 밤에 시종일관 라디오헤드 이야기만 하던 모습은 그녀의 술버릇이라 했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의 그녀는 A->B->C->A->C 뭐 이런 식으로 3가지 주제의 이야기를 동시에 했다.

정말 쫓아가기 힘드네라고 생각을 할 무렵 

"K씨는 정말 남의 말을 잘 들어주시는 것 같아요. 상냥하신 분 같네요."

"아 제가요? 그런 이야기 처음 듣는데."

"아뇨~ 메탈리카처럼 생기긴 했는데 상냥하신데요?"

하면서 깔깔대면서 또 웃었다.

아. 나 메탈리카 진짜 싫은데.

그리고 뭐가 웃긴지는 모르겠는데. 

그녀가 웃으니 나도 웃을수밖에. 


그녀는 손을 잡았다가 팔짱을 꼈다가 무슨 이야기를 잔뜩하며 앞으로 걸어갔다가 다시 손을 잡았다가

본인이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닌데 어제 라디오헤드 보고나서 좀 너무 행복하다고.

뭔가 최근에 죽고 싶었는데 괜찮은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우리 숙소에서 이따가 저녁에 바베큐한다고 들으셨죠?"

"예? 저는 그런 이야기 들은 적 없는데..."

"아 아까 제가 얘기하지 않았나요? 아닌가? 뭐 어쨋든"

"바베큐가 뭐에요? 고기 부위 중에 그런게 있나요?"

"이분 뭐야~ 바베큐 몰라요?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해? 아 그냥 고기 구워먹는거요~"


바베큐 이야기를 하더니 

분명 거기 사람들이 맘에 들지 않는 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자기네 멤버 중 누가 고기를 잘 굽고, 누구는 캠핑마니아라 뭘 가져왔고.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다.

사실 고기를 잘 굽는 것도 캠핑마니아도 공연 많이 보는 것도 모두 H였다.

그래. 


사실 문제는 H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사람들하고 뭔가 먹는걸 싫어한다는 것.

난생 처음보는 사람들과 조리가 다 되어있는 것을 먹는 것도 불편한데. 고기를 굽는다니.

나는 고기를 잘 못 굽기때문에 어딜 가도 시키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만약 내가 그런 평소의 모습대로 고기를 멀뚱멀뚱 바라만 본다면.

안그래도 오늘 처음 보고 나를 보는 눈빛들도 별로였는데.

마음 속으로 다들 나를 깔보는 마음을 가지겠지?

괜히 백수라고 했나... 나 무슨 일 하는지 말해야 하나?]

아니 지금 내가 무슨 일을 하는게 중요한가? 

그 개새끼는 나한테 그걸 왜 물어봤지? 


생각이 복잡해서인지 제임스 블레이크라는 애가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귀에 들어오진 않았다.

뭔가 '띙띙 뚱뚱'하는 소리가 나니 엠씨스퀘어같은게 영 취향이 아닌데.

한참 공연 전까지 재잘거리던 그녀가 조용하다.

울고 있다.


뭐야... 이 여자...

내가 빤히 쳐다보니

"제가 제임스 블레이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세요? 아 정말 이번에 제임스 블레이크만 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라디오헤드는?? 톰욕??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하다가 핸드폰을 꺼내서 트위터를 보았더니 그녀가 트위터에 잔뜩 적어놓았다.


"너무 좋다. 제임스 블레이크를 한국에서 보게되다니 라디오헤드 꺼져!"


라디오헤드와 제임스 블레이크를 생각하니 복잡한 감정이 들었지만.

굳이 그녀에게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제임스 블레이크를 바라보던 그녀는

공연이 끝나자마자 나를 데리고 다른 스테이지로 갔고

이디오테잎이라는 밴드의 공연에 맞추어 미친듯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술이 살짝 오르기 시작한 나는 나보다 술이 더 오른 그녀를 잡으러 열심히 뛰어다녔다.

 

공연이 끝날 무렵 겨우 그녀를 잡았고 그녀는 엄청나게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하더니

바베큐를 먹으러 가자고.


그녀의 숙소로 내려 갔더니 낮과는 전혀 다른 판이 열리고 있었다.

큰 철망에 남자 몇이 붙어서 매우 두꺼워 보이는 고기를 굽고 있었다.

고기는 관심 없다는 듯이 몇은 술만 마시고 있었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남녀가 한구석에서 껴안고 있었다.

고기 굽는 연기가 자욱했고, 담배 연기도 엄청났다.


아 싫다.

집에 갈까? 

집에 갈 차가 있을까?

택시는 비싸겠지? 그래도 여기 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은데? 


"마셔야죠! 오늘 진짜 너무 좋았잖아요! 보고 싶었던 밴드 다 보고!"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는 못 보지 않았냐고 지적하기엔 나도 좀 취해서.

그녀와 함께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적당히, 아니 좀 많이. 술을 마셨는데

취하지는 않았다. 이디오테입때 그녀를 잡으러 뛰어다녔더니 좀 깬 듯. 


한참 그녀와 이야기를 하더보니 어느새

고기를 굽던 사람들, 술만 마시던 사람들, 그리고 연애를 하던 사람들이 모두 방으로 모였다.

20명? 25명? 모르겠다. 


"이제 사람들 다 먹은 거 같으니까 게임을 시작하죠!"


게임? 오락? 뭐지? 나도 해야 하나? 

집에 갈까?


"와!!!! 재미있겠다. K씨도 같이 해요!"


뭔지 모르겠지만, 룰을 한 명이 설명을 하고 '게임'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중학교때까지 엄마가 나가라고 해서 나가던 교회 주일학교 

끔찍해서 그 이후로는 5명 이상의 사람들 모임에는 나가본 적이 없기에

나는 그들이 말하는 '게임'이라는 것에 도저히 적응을 할 수 없었다.


왜 하는거지? 이 시간에? 자야하는 시간 아닌가?

시끄럽지 않나? 왜 아까보다 더 크게 떠들고 있지?

옆 방 사람들은? 아니 그 전에 이 안에도 하기 싫은 사람도 많지 않아?

무슨 목적으로 하는 거지?벌칙은 왜 주는거지?

그런데 나는 왜 처음 해보는 이 '게임'이라는 것을 잘하는 거지?


난 이미 깼고, 그들은 취해 있었다. 

온갖 이상한 벌칙들을 구경했고, 그나마 볼만 했던 것은 역시 노래 부르기 아니었을까.

낮부터 마시던 H는 연신 걸렸다.

걸릴 때마다 그는 

"아... 또 걸렸네 진짜 부르기 싫은데'하면서 뭔가 폼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하. 개새끼.

지가 부르고 싶으면 그냥 부르지.


"둥둥 두두둥 두둥 두두두둥" 

뭐 이런 베이스 소리를 입으로 냈는데 갑자기 인간들이 

"우어어억!"

뭐야 얘들은...


한참 뭘 부르더니

"렛유 버리잇 아원츄 스머더잇 아원츄 머러 . 아 탐이즈 러닝아웃 유 캔 푸쉿 언더그란 유 캔 스타빗 스크리마웃'

그러더니 뭔가 기타소리를 입으로 내고 에어기타를 마구 치고...

난 진짜 이 무슨 해괴한 장면인가 하는데 급기야 2절에서는 모두들 떼창을!!!!


"이 노래가 뭐에요?"

"모르세요? 뭐더라? 뮤즈! 뮤즈에요 뮤즈"


그를 보고 재수없다고 10번은 넘게 이야기 했던 그녀도 열심히 부르고 있었다.


아. 미치겠는데


H는 또 걸리더니 


"ㅂ포 아 렛츄 게더웨이, 예! 어! 비마걸! 비마걸! 아유고나 비마걸!!!! 예~~~"


하면서 바닥을 몸으로 쓸고 다니는데

역시 이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떼창을 부르는데. 도대체 나는 처음 듣는 노래였다. 


그녀는 이미 취해 있었다. 많이.

그년 게임을 열심히 하고. H가 부르는 노래를. 그리고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를 열심히 같이 불렀다.


나는 씻고 자기로 했다.

바닥이 영 맘에 들지 않지만 집에 가는 것은 무리이고. 

시끄러워서 잠이 들 것 같지는 않았지만

자는 척이라도 하는게 건강에 좋을 것 같았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버스 타고 서울로 가야겠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몇 번을 이야기했지만 이 연작은 100% 픽션입니다.>

 


지난 글 보기 : 

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 <1>

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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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주저리주저리 내가 왜 그녀와 헤어지려하는지에 대해서만 썼는데

냉면사건 이후 그녀와 헤어지려 한거지 

그 이전까지 나는 그녀가 나만을 위한 하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느끼는 감정의 공유였다.


그녀를 만나게 된건 굉장히 큰 우연이었다.

2011년 7월 나는 로라이즈에 있었다.

정확한 날짜가 생각이 나지 않는 그 날 나는 그녀를 처음 봤다.


그녀의 첫인상은 '미국 하이틴 영화 여주인공의 두번째로 친한 친구'같은 느낌.

여주인공의 첫번째로 친한 친구가 보통 친했다가 틀어지고 하는 사람이라면

두번째 친구는 둘 사이를 오가며 관계를 조정하는 느낌?

사려깊게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쎄. 사려깊게 생겼다는게 어떤거냐? 이쁜거냐? 안이쁜거냐?라고 물으면 딱히 답할 수는 없다.

나중에 그녀와 만나게 되고 친구들에게 소개하기전에 어떻게 생겼냐고 묻는말에

'미국 하이틴 영화 여주인공의 두번째로 친한 친구'처럼 생겼다고 말해주니

'개같은 소리하고 있네'라고 친구들이 그랬는데

실제 보고 나더니 

'야 네 말 그대로네'라고 하더라.


아무튼 나는

하이틴 영화 빠돌이에, 그 중에도 여주인공의 두번째 친구들의 팬이었기에

내가 그녀를 처음 본 순간 . 아 . 드디어 만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을 보는 내내 그녀의 옆에서 얼쩡거리며, 어떻게든 말을 걸어볼 기회를 잡으려했지만 만만치가 않았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 왔었으며, 공연 중간 중간 주위를 둘러보며 아는 사람들을 찾아갔다.

나는 공연장에 혼자였지만, 그래도 기회는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그녀를 쫓아가볼까 생각했지만 그쪽 일행은 꽤 많아 어디서든 뒷풀이를 하지 않을까 짐작했다.


옆에서 흘끔흘끔 보니

그녀는 공연 중간 중간 핸드폰으로 밴드들의 사진을 계속 찍고 있었고 그것을 뭔가 조작을 하는 듯 보였다.

뭐지? 하고 봤더니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었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존재는 알고 있었다.

나는 트위터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매일 거기에서 찌질거리고 있었다.

사진을 올리는 그녀를 보고, 나는 모든건 집에 가는 길에 해결하기로 했다.

아비정전 장국영의 '우리가 함께한 1분' 대사와 함께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나는 쭈글쭈글한 반바지에 슬리퍼, 그리고 떡진 머리를 감추기 위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집에 오는 길에 나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서 '얄개들'으로 검색을 했다.

당연히... 몇 명 안되는 사람들이 나왔고, 어렵지 않게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말하자면 SNS에서 스타였다.

팔로잉은 50명도 안되는데 팔로워는 그 10배가 넘었다.


뭐하는 사람일까? 뭐하는 사람이지? 하고 보려고 해도

인스타그램에는 음식과 밴드들 사진과 셀카 몇개밖에 없었다.

학생인지 직장인인지 나이는 얼마정도 되는지에 대한 단서는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트위터는 더 가관이었던 것이 그 날 밴드 사진 하나 올린거 말고는 전부 텍스트였는데

'죽을까?' '말까?' '죽을까?' ' 말까?'가 주된 내용이었다.


사실 이제 생각하면 그 때 좀 뭐가 이상하다 느끼고 발을 뺐어야 했는데

그 때의 나는 그나마 타인에 흥미를 느끼는 남자아이였으니...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팔로우를 누르고 나는 그녀를 관찰하기로 했다. 


팔로우하고 나서 알고보니 그녀는 트위터에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쓰는 글의 일부를 트위터에 발췌를 하는 상황이었다.

어쩌다 그녀가 링크를 건 블로그에 가보니 그 전문일지도 모르는 글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 '죽고싶다' '죽지말까'만 이 트위터 계정에 올리는 것이었다.

그녀의 글 중에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다'는 매우 일부분이어서

아마도 다른 계정을 가지고 그곳에는 다른 내용만 올리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트위터 계정에 글을 쓰고 이를 취합해 블로그 글로 옮기는지.

아니면 블로그 글 중에 일부를 옮기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알게된 이후 나는 그녀의 블로그에 매일 들어가게 되었다.

그녀의 글은 감정이 배재 되어 있지만 재미있었다.  

그녀의 블로그에 매일 들어가고 그녀의 다른 트위터 계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알게된 것은 '죽고싶다' '죽지말까' 계정 뿐이었다.


트위터와 달리 인스타그램은 한국 여성의 인스타그램 자체였다.

파스타를 먹으면 파스타를 찍어 올렸고.

햄버거를 먹으면 햄버거를.

단풍을 보러가면 단풍을 찍고 있었다.

텍스트로 가득찬 트위터와 달리 인스타그램에서는 좀 더 그녀의 일상을 볼 수 있었다.

공연을 보고, 술을 마시고, 밥을 먹고, 친구를 만나고.

사실 그녀가 보는 공연들이라는게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를 처음 본 로라이즈를 간 것도 그냥 밴드를 보러 갔다기보다는 그 공간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나는 한국의 밴드들은 거의 몰랐다.

아니.. 정확히는 2000년 이후의 나온 음악은 한국이 아니라 전세계 어디 음악도 잘 몰랐다.


나는 레드 제플린과 핑크 플로이드만 들었다.

대학교때 밴드할때는 선배들의 권유(=강압)에 메탈리카도 연주했는데

도저히 어느날은 못 견디겠어서 나보고 기타 못 친다고 욕하는 선배를 때리고 밴드는 그만뒀다.

들려주는 음악의 밴드 이름이 메탈리카에 모터헤드에 메가데스라는 솔직히 좀 구리지 않나?

웃긴건 내가 때린 선배긴 하지만 그를 통해 알게된 레드 제플린은 괜찮았다.

그들의 영상은... 와 저 인간들은 무대에서 섹스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했다.

물론 당시의 나는 동정이었다. 


어찌되었건, 한국의 밴드 음악을 굳이 들을 생각은 없었기에

그 날 이후로 그녀와 공연장에서 마주칠 일은 없었다. 

트위터도 인스타그램도 나는 그녀를 팔로우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나를 팔로우하지 않았다. 


그녀의 인스타에서 여름바다를 보고, 가을단풍을 보고, 겨울눈을 보고

그리고 겨울이 끝나갈까 하던 때에 그녀의 트위터에

"지산에 라디오헤드가 온다고??"라는 글이 올라왔다.

'라디오헤드가 온다니 죽지 말아야겠다'라는 전개를 예상했으나

그 후로 그녀의 트위터는 전혀 다른 글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전부 라디오헤드에 관한.


나는 그녀의 트위터를 보면서

톰요크는 안검하수가 있으며, 나오는 앨범마다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오피셜 뮤직비디오가 아닌 라이브영상들을 보게되었고.

톰요크가 오징어처럼 춤을 추는 영상도 봤다.

오징어 댄스는 라디오헤드 팬들에게 유명하다고 써놓았었다.


웃긴건

그렇게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하나 둘 듣고 나는 지산에 가기로 맘을 먹었다.

내가 그녀에게 더 빠진 것인지, 아니면 라디오헤드에 빠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기로 했다. 


사실 나도 라디오헤드는 알고 있었던게 

선배 때리고 밴드에서 나오기 전에 creep이라는 노래를 연주한 적이 있었기때문이다.

당시에 나는 좇같은 노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은 없다.

병신같이 지 스스로를 creep이라고 하다니 한심한 새끼.

마침 라디오헤드도 그 노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봤다.

호감도 1 상승.


딱히 국내에 돌아다녀본 적이 없어서인지 지산이라는 곳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녀의 트위터에는 전에 지산에서 즐거웠었지 하는 사진들이 올라왔는데 뭔가 신기했다.

내가 더위에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만 있을때 저사람들은 야외에서 저러고 다닌다고?

사실 표를 사기전까지 그 곳에 간다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굉장히 빨리 매진이 되었다는 그 지산 얼리버드 사는 걸 성공했다. 

그녀는 트위터에 자기는 놓쳤다고 올렸지만 가겠다고 했다.

그녀에게 첫 멘션을 보냈다. 

'저도 가는데 가게되면 같이 뵈요'

그녀가 답을 줬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놀면 좋죠~ 으하하!'


나는 그 이후로 라디오헤드를 듣고 또 들었다.

레드 제플린이나 핑크 플로이드만큼은 아니었지만 좋은 밴드인 것 같았다.

뭐가 좋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지만 메가데스보다는 좋았다.

그러고 보니 모터헤드 비웃어 놓고 얘네는 라디오헤드네 싶었지만 좋은 음악에 이름이 뭔 상관이야!

무당벌레새끼들도 있는데..


어느덧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봄벚꽃이 올라왔다. 

저기는 일본인가?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딱히 어디인지 적지 않았기에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여름. 어느덧 7월.

나는 지산에 갔다.

친구들한테 락페스티벌에 갈것이라 얘기를 했더니 그게 뭐하는 곳이냐고 물었다.

나도 잘 몰라 자세히 설명은 할 수 없었다. 

혼자 차를 몰고 갔다. 

어차피 술은 마시지 않을것이니까 돌아오는데 문제는 없겠지.

지산 밸리락 페스티벌은 3일이나 한다는데 대단한 사람들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집으로. 서울로. 


그녀는 지산에 언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산에서의 사진을 계속 올리고 있었다.

친구가 많은 것 같았다. 남자도 많고, 여자도 많고.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뭔가 활발해졌다.

물론 여전히 설명은 없지만.


차를 몰고 도착하니 라디오헤드 공연에는 시간이 꽤나 남아있었다.

딱히 할 일은 없어 돌아다녔는데. 좀 보다가 포기했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은 없었고, 들리는 음악은 시끄러웠다.

정신없어 보이는 아이들이 정신없이 떠들며 난리를 치며 걸어다니고 있었다.

7시도 안 된 시간에 취해서 뻗어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쟤네는 집에 어떻게 가려고 그러지??


도저히 안되겠어서 그냥 라디오헤드때까지 앉아 있기로 했다.

딱히 이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겠다는 생각은 없었기에 뒷자리에서.

멀리서 소리나 듣기로 했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다음에 좋아하게 된 밴드 아닌가.

어차피 두 밴드는 볼 수 없으니, 내가 좋아하는 밴드는 처음 보는 공연.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조금씩 나도 동요가 되기 시작했다.

어쩌지하다가. 그냥 일단 맥주는 한잔 하기로 했다.



라디오 헤드 공연의 시작.

공연때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비록 알게된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그 음악이 화려한 조명과 함께 들리는 그 공간.

넋을 놓고 나는 앞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매우 덥고, 사람들은 짜증을 냈지만, 나는 앞으로 앞으로.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제일 앞까지 가 있었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더는 서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털썩 주저 앉았다.


문득 그녀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덕분에 알게된 밴드 아닌가.


고맙다는 멘션을 보내려 트위터를 봤는데


'ㄹ ㅏ 디휴데 볻 ㅏㄱ 울다 ㅊ ㅣ ㅂㄱ 다 못 찻ㄱ ㅔㅆ다' 라고 올라와있었다.


라디오 헤드 보다가 울다가 친구들 잃어 버린건가?


'다 ㅁ 부ㅔ 푸기 시ㅠ읒데 불이 압다'


담배 피고 싶은데 불이 없구나


그녀에게 멘션을 보냈다


'어디시냐? 불 빌려드리겠다'


'ㅇ ㅕㄱ ㅔ 늦 갸욱가'


?? 예 ? 라고 물었더니


"개울갸'


개울가? 물이 있는가? 하는 생각에 지나가는 스탭에게 물었더니 있다고...


그녀를 찾아 갔다. 멀지 않았다. 


그녀는 낮에 올린 인스타그램의 옷들을 그대로 입고 얼굴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울고 있었다. 

왜지? 싶었지만. 일단 라이터를 주려고 하는데.

정말 꺼이꺼이 울면서 고맙다고 내 손을 잡았다. 악수를 했다.


개울가에 앉아 우리는 라디오헤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술은 모자랐지만, 그녀를 놓고 갈 수는 없었다.

그녀는 라디오헤드를 언제부터 보고 싶었는지 얼마나 좋았는지에 대해

울면서 웃으면서 이야기를 계속 했다.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녀도 내게 고맙다고 했다.


사실 나도 취해있었다.

공연 중간에 옆에 사람들이 내가 오징어춤을 추는걸 보고 좋아하면서 술을 줬었다.

맥주 3잔에 위스키 4잔?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말했다.

그녀는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라이터 갖다줘서 고맙다고 했다. 

사실 그녀는 담배를 한 대도 피지 못 했다.

담배를 손가락에 끼는 족족 떨어뜨렸다. 


그녀는 자기 숙소에 가서 라면이나 먹자고 했지만, 찾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개울가에서 있기로 했다.


나는 1일권만 가지고 있지만, 3일동안 지산에 있기로 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어제 포스팅했지만. 오늘도 한다.


우리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게 된다.


나는 음식이름으로 가리는 편은 아니다.


일본 원자력 발전소 사태 이후로 일식과 해산물은 안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지도 않고.


딱히 어느 나라의 음식을 싫어한다 뭐 그런것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영국은.. 영국 요리 중에 유명한게 뭐가 있죠? 생선가스?




물론 재료는 좀 가린다. 콩, 팥 등은 싫어하는 편이고, 장어를 제외한 보양식들도 영...


왠만한 재료 안에서 우리가 예상할 수 있게 나온다면 늘 OK이다.


문제는 90년대 호황기를 맞아서 한국에서 시작된 퓨전이라는 것들은 근래에 들어 끝을 달리고 있고.


이런 음식들 중 일부는 굉장히 싫어한다.


내가 생각하는 맛있는 음식은 재료의 장점을 잘 살려주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대척점에 있는 대표적인 것이 아마 치즈매운등갈비 뭐 이런게 아닐까...


십수년전에 잠시 인기를 끌었던 등갈비는 그 재료의 부실함으로 인하여 퇴출이 되었지만.


그 등갈비에 매운 소스를 발라 한 번 살아남았고. 그에 또 지겨워지니.


이번에는 치즈를 얹고 다시 부활했다.


등갈비가 매우니까, 치즈를 얹어먹는다 뭐 이런 개념인것 같은데.


그럴거면 안 맵게 만들라고...


극단적인 음식들도 별로다. 완전 매운 닭발 뭐 이런거...


새디스트라면 이해할까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지난 주 외로운... 토요일 퇴근길에 짬뽕을 먹었다.


포천 - 의정부 - 서울로 가는 국도변에는 여기 국도변의 음식점들이 많다.


국밥, 해장국, 짬뽕, 돈가스 등등의 음식들이 운전하시는 분들을 타겟으로 영업을 한다. 


포천에서 의정부의 경계선에는 괜찮은 짬뽕집이 하나가 있는데, 노부부가 하시는 곳이고.


주문을 받으면 바로 만드는 스타일이라, 짬뽕에 불맛이 장난이 아님...


하지만 나는 이날 여기를 저버리고 좀 더 커 보이는 곳으로 갔다. 


통큰왕짬뽕이라는 이름의 가게였다... 이때 눈치를 챘어야했는데. ㅠㅠ




아무튼 들어가 보니 낙지짬뽕이라는 이름을 보게되었고


낙지 매니아인 나는 바로 시켰다.


하지만 이 음식은 엉망...




음식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제일 아래는 일반적인 짬뽕, 국물에 죽순 약간, 뭐 이런... (콩나물은 왜 들어있었을까?)


두번째 칸에는 홍합을 잔뜩 얹었다. 


제일 위에는 데친 오징어와 낙지가 있다. 


낙지짬뽕이 아니라 데친 낙지, 오징어와 짬뽕이었다.







낙지와 오징어를 자르라고 가위가 나왔고, 찍어먹으라고 초장이 나왔다. 


홍합과 오징어, 낙지에는 짬뽕국물이 전혀 안 먹어 있었다. 


아마도 끓고 있는 국물에, 면을 넣고, 이후 이미 준비된 홍합을 일부 넣고 끓이다 데친 오징어를 올려 놓았을듯.


뭐하는 짓인가???


짬뽕 자체는 뭐 동네짬뽕..  




정말로 낙지인지... 잘 모르겠지만, 재료의 낭비다.


어설프게 묻은 짬뽕국물에 낙지를 초장에 찍어먹는건 유쾌하지 않았다.


음 그럼 국물에 넣어볼까 했지만, 이건 국물에 찍어먹는거 아닌가 ?


결국 절반이상 남기고 나왔다.



9000원이라는 돈을 지불하고 나오면서 화도 났지만.


싼가격도 아닌 돈을 내고, 저런 음식을 푸짐하다는 이유로 먹는건 슬픈 일이다.


차라리, 김밥천국에서 깔끔하게 만든 2000원짜리 김밥을 먹는게 나을 수 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1. 

88년 크리스마스 이브, 국민학교 4학년 초등학생의 눈에는 대학가요제에 나온.

마지막에 그룹으로 나온 형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그 전의 다른 팀들에 비해 충격적일만큼 월등했다.

소방차 등등의 댄스그룹을 좋아했던 내게도 어필할만큼 음악은 댄서블했고.

다음날 만난 친구들, 방학이 지나 만난 친구들도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2년후 국민학교 6학년이 되어서

처음으로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을때.

그 친구가 좋아하는 가수는 신해철이었다.

1집을 내고, 아이돌의 인기를 구가하던 신해철.

나는 그가 뭔가 느끼하다고 생각했다. 뭐 저런 사람의 노래를 좋아하냐고 생각했지만.

선물가게의 포장지처럼. 이라던지.

그런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나는 포기하지 않아요 라던지.

이런 펀치라인에 결국은 끌릴 수 밖에 없었다.

중학생이 되어 콜라피자발렌타인데이를 되뇌였지만.

중학생은 그냥 음악은 TV에서 듣는 수준이었다.


2.

중학생은 어느새 중3 입시생이 되었고.

자습시간에는 이어폰을 끼고, 수업시간에는 좋아하는 밴드들의 이름을 낙서로 적었으며.

음악에 대한 텍스트를 읽었고, 대화를 할때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특목고 입시에 실패하고.

세상과 가족, 사회에 대한 모든 분노를 표할 곳이 없던 고1.

별 관심이 없었던 넥스트의 2집이 나왔다. 

하도 언론에서 난리이기에 사서 들었다. 내가 왜 넥스트 1집을 안 들었을까... 

한참 메탈에 빠지던 소년에게 어필하는 그 화려하고 웅장하고 메세지가 가득한 앨범.

정말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질때까지 듣고 또 듣고 또 듣고.

친구에게서 넥스트 1집 CD를 빌려서, 돌려주지 않았다.


3집이 나오고, 4집이 나오고.

재수생활을 하였지만, 여전히 넥스트는 최고의 자습음악이었다. 


3.

그가 언론에 제대로 쏟아내기 시작한 인터뷰들을 보고.

그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농담을 하며, 편집증적으로 자기가 하는 일에 매달리는.

날카롭고, 싸가지 없고, 지멋대로지만, 예의가 바르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발언을 하고, 움직이고.


그가 하는 말, 그가 들었던 음악을 모두 체킷했다.

그가 말하는, 쓰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했다.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듣기 시작하였다.

음악을 좋아하는, 남들은 안 듣는 음악을 듣는 척 하기 위해 전영혁을 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그저 신해철의 방송이 취향에 맞았다.


4. 

대학생이 되었다.

음악취향은 이미 저 멀리로. 

영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후로 소년은 메탈을 촌스러운 것으로 생각하였다.

원래는 펑크락커였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신해철은 테크노를, 윤상과의 작업을, 영화 OST등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음악이 더이상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내가 들었던 넥스트의 1,2,3,4집의 노래가 과연 땅에 닿아있는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IMF가 터진 이후의 세상은 신해철이 노래를 불러왔던 것들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전혀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았다. 


5.

그래도 신해철은 옆에 있었다.

단순히 좋은 음악만 소개하는 DJ가 아닌. 잘나가는 라디오 DJ로.

라디오 DJ인 그는. 당시에는 많이 쓰던 단어가 아니었던, 꽤 많은 덜 자란 사람들의 멘토였다.


그가 미숙한 사람들에게, 청소년들에게, 청년들에게 가장 많이 들려줬던 것은.

"그렇게 해도 괜찮다."였다.


엄연한 공중파 라디오에서 그는. 음악만 틀기도, 방송을 하다가 나가기도, 심지어 자기도 하였고.

끊임없는 자기희화화와 끊임없는 자뻑으로. 

듣고 있는 너희들이 지금은 문제라고 생각하겠지만, 너희는 문제가 전혀 없다고 이야기했다.  

아버지, 어머니들에게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마치 같이 사는 백수삼촌처럼 낄낄거리면서 이야기해줬다. 

낄낄낄


6.

고등학교 친구가 대학교 다닐때 합주실에서 신해철을 만났었다고 한다.

싸인을 받으러 갔더니.

"딴따라끼리는 이런거 주지도 받지도 않는거 아니냐?라고 하며 사인을 해줬다고 한다.


소년아 기타를 잡아라 라는 노래가 나오기 전에.

그가 열어준, 보여준 음악의 세계에서. 기타를 잡지 않을 수 없었다.

빨간 기타 들고 밤새 잠을 못 자지는 않았고, 녹색 베이스 기타를 잡고 잠을 못 잤다.

기타를 잡고, 밴드를 만들고. 나도 여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싶었다. 그렇게 될 것 같았는데. 


7. 

신해철이 지지를 하던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만약 신해철이 지지를 그렇게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되었건 노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신해철과 노대통령의 인생은 어땠을까?


마침. 서태지도 컴백을 했던데. 


7.

대학가요제 스타, 독특한 아이돌, 대마 전과자.

멀티 인스투르먼탈리스트, 한국 최초의 랩, 영화음악감독.

돈 맘대로 쓰라고 하는 프로듀서, 메탈그룹 보컬, 메탈그룹 키보드.

디스코 마스터, 테크노 전도사, 라디오 DJ, 어설픈 연기자.

노빠, 파병반대시위, 토론프로그램 패널.

암환자의 남편, 활자중독자, 인디전도사.

내일은 늦으리, 듀스, 정석원, 서태지, 전람회, EOS, 윤상, 변진섭, 이승환, 신대철


그는 자신의 50년후의 모습은 보지 못하였다.

그가 20대에 불렀던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 보여줬던 꼰대의 삶을 사는걸 보고 싶었는데.

추모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유년시절이 이제 끝났다고. 마지막 좋은 기억이 끝났다고 한다.

그의 레코드를 내밀며, 해철이형 고마웠다고 말하고 비웃음 받을 준비되어있는데..


이미 자신의 장례식에 들려질 노래까지 만들어 놓은 사람인지라. 

너무 슬퍼하면 저 아래에서 낄낄대면서 

'야 그건 아니지~ ' 하지 않을까 싶다.  


안녕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