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

1. 가장 처음 혼자 보았던 공연과 그와 관련한 기억


중학교때부터 음악잡지를 매달 사서봤다. 당시에 잡지들에서는 이따금 애독자엽서로 추첨을 하여 공연관람초대를 하곤 하였다. 

보내면 꽤 높은 확률로 당첨이 되고는 하였는데 96년 즈음에 엠넷 또는 KMTV 개국한 후에 얼마 후에 했던 공연이었다.

노이지가든을 보러 갔었다. 대단했었다. 당시 1집 끝나고 활동중이던 김경호도 나왔었다.

혼자서 드럭도 갔는데 마침 잡지에서 취재나왔을때라 잡지 다음 호 구석에 사진이 실린적도 있었다.  


처음 본 해외아티스트는 스매싱 펌킨스의 해체선언 후에 했던 2000년 공연이었다.

대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시험기간이었는데, 당일치기로 올라와서 너무 좋아서 울면서 공연 보고 내려갔던 기억이...


2. 공연을 혼자 보는 이유


타인에게 '내가 오늘 볼 밴드는 누구고 어떤 음악을 하고 몇 명이고...' 등등을 설명하기 귀찮다.

소싯적에는 음악을 전도하겠다하며 친구들에게 소개도 하고 같이 가자고 해서 다니기도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서 타인(=아마도 어린 내 기준에 뉴비)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듣는게 좋지는 않았다....는건 거짓말이고.

여자친구가 없어서 혼자 다녔음.


3. 혼자 공연을 보다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GMF에 혼자 가본 적 있는가? 그 커플들 사이에서 홀로 공연을 보며 고고하게  다녀본 적이 있는가?

결국 그 날 친동생을 만나 GMF를 끝까지 홀로 보지는 않았지만.

주위의 커플들을 저주하면서 우리는 틴에이지 팬클럽에 맞춰서 슬램을 했었다. 


4. 공연 외에 혼자 하는 것들이 있다면? (예. 영화, 쇼핑 등)


질문이 잘 못 된것 같다. 공연을 혼자 본다면 다른 것들도 다 혼자 하는것 아닌가? ㅎㅎ

영화는 혼자보면 좋다. 예매 안 하고 늦게 가도 혼자 좋은 자리 앉을 수 있다.

쇼핑도 혼자하면 좋다. 옆에서 누가 쫑알쫑알하는 것 듣지 않아도 된다.

만화도 혼자보면 좋다. 야한것도 막 봐도 됨. ㅇㅇ

여행도 혼자가면 좋다. 안싸워도 되니까.

다만 국내 여행 혼자 갔을때 좀 안타까운 것은 맛집들에서 나오는 음식들은 1인분이 없다. 

벌교에 가서 꼬막정식을 1인분만 시킨다고 하니 한 5군데에서 퇴짜를 맞았었다. 


5. 이 공연은 혼자 봐서 좋았다 (+이유)


혼자봐서 좋은건 역시 보면서도 guilty pleasure를 느끼는 공연들인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 밴드를 내가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약간 숨기고 싶은 밴드들의 공연에서 슬쩍 눈물을 흘릴때는 혼자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boys don't cry ㅠㅠ 


6. 이 공연은 혼자 봐서 싫었다 (+이유)


사실 공연을 혼자서 보지 않은게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예전엔 혼자 봐서 싫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거의 누군가와는 같이 다니게 되니까 배가 불러서인지 혼자서 보니까 좀 별로더라.

올해 weezer의 지산에서의 공연은 혼자 봤는데, 마침 그날 비도 오고, weezer형들도 늙었고, 나도 늙었다는 생각도 드는데 혼자니까 문득 들어서 슬퍼지긴 했었다. 


7. 페스티벌은 어떤가요? (혼자 간 적이 있다면, 그 이야기. 없다면 혼자 안 가는 이유 등등)


페스티벌도 혼자서 많이 다녔다. 해외 페스티벌도 혼자 본 적이 있었고 국내의 GMF, 밸리락, 펜타포트, 글로벌개더링 등등도 혼자였다.

GMF의 이야기는 그만하겠다. 매해 커플들을 욕하면서도 나는 GMF 개근생이다... ㅠㅠ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하기에 밸리락도 서울에서 당일에 퇴근해서 공연 끝나면 바로 올라와서 출근하고는 했었다.

거의 대부분의 공연은 재미있게 봤지만, 별로였던 공연을 보고 서울까지 80km를 운전해서 오는 길에서는 '내가 왜 이러고 사나'하는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차라리 그게 나았던 것이 한번은 밸리락 공연이 끝난 후 바로 다음날 출근할 필요가 없어서 인근 모텔에 간 적이 있었다.

문제는 모텔에 침대 옆 그리고 천장에 전신거울이 달려있었다는것이었다. 

욕실가운을 입은 내가 혼자 누워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ㅠㅠ


8. 혼자 공연을 보는 사람으로서의 로망이 있다면?


위의 모텔의 거울에 나말고 다른 사람도 같이...는 아니고.

스테이지 다이빙 좀 창피해서 혼자 갈때 언제 한 번 해보고 싶은데. 그러면 또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으니 ㅠㅠ

그냥 늙어죽을때까지 공연을 혼자 보는것을 창피해하지 않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