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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30 어젯밤에 나는 매우 들떠 있었다.
  2. 2007.06.28 오늘하루도 수고했어요 4

어젯밤에 나는 매우 들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10시 30분 이후로 점점 들떠졌다.

유럽 여행을 다녀온 친구를 간만에 만났으며, 친동생도 함께 했고, 12월에 갈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물론 중요한 것은 술이었다. 술 없었으면 그렇게 들뜨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사면 99달러였던 패트론 아네호가 미국면세점에서 사니 44달러밖에 안 해서 이거 하나랑 다른 데낄라를 산 것을 어제 마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대함을 본격적으로 알게된 것은 아마도 비싼 술이 더 맛있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였던 것 같다.

친구들을 만나도 왠만하면 소주를 안 마시게 되었다. 



아무튼 어제 호기롭게 맥주를 잠깐 마시고 데낄라를 바로 열었다.

아 저 아름다운 병이여...

패트론은 언제나 그렇듯이 훌륭했다. 

꼬리가 있었다면 눈을 본 강아지처럼 마구 흔들어댔을 것이다.

참 단순한 것 같다. 술만 마시면 해맑게 되니.. 

얼마나 해맑았는지 한 병을 더 깠다. 호세꾸엘뇨. 참 아름다운 이름이다. 

그리고 더 깠다. 미친...


택시를 타고 정신을 잃었다 깨보니 집 앞이었다.

다행이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택시아저씨가 카드가 안된단다.

택시를 탈때 얘기를 했다고 한다. 아저씨 그 때는 저한테 얘기하신게 아니에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농담에는 때가 있다고 들었고 적절한 때는 아닌 것 같았다.

현금이 없었다. 지갑에는 2천원인가밖에 없었다.

저기 앞에 ATM에서 뽑으라고 아저씨가 권유하셨지만 그 복잡한 프로세스를 술취한 내가 행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지갑에는 미국학회 갔을때 뽑아두었던 달러가 있었다.

택시비는 2만 4천원인가가 나왔고, 나는 20달러를 주며 이거로는 안되겠냐고 했다.

아저씨는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5달러를 더 했다. 25달러. 내가 미국 출발할때 환율이면 이것도 남는 장사다.

아저씨가 안된다고 했다. 허허... 이 아저씨 밀당 장난아니네. 라고 술취한 상태에서도 생각했다.

지갑에 남은 것은 100불짜리였다. 오마이... 외쳤지만 어쩔 수 없었다.

100불도 안된다고 한다. 아저씨 제 정신이에요? 라고 하고 싶었지만 제 정신이 아닌건 나인 것 같았다.

지갑의 현금을 모두 다 줬다. 달러와 원화 모두.

그 동안 술취한 나를 납치 안 하고 곱게 데려다 주었던 택시 아저씨들에 대한 리스펙트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자취하는 집 앞으로 왔다.

본가에 가서 새벽에 어머니 산소에 가기로 했지만 김유신의 말처럼 택시는 나를 이 곳으로 데리고 왔다

이런 ... 씨8


멀쩡한 정신일때도 나는 도어록을 잘 못 연다. 어려운 프로세스이다.

술에 취해서 도어록을 못 열어 30분씩 고생한 기억이 많다. 누구나 다 그렇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어제는 추웠다. 밖에서 떨면서 '삑삑삑삑'을 계속 누르기에는 술취해서 업된 나는 인내심이 부족했다.

문을 발로 찼다.

차고서 후회했다. 아 이 신발 내가 진짜 아끼는건데. 얼마나 아끼면 비가 올 것 같으면 무조건 안 신는데.

신발에 문에 있던 '지지'가 묻었다. 이런 씨* 망했네! 하면서 한 번 더 찼다.

주인집에서 이 소리를 듣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주인집은 5층이라 절대...

문을 더 차면 신발이 더 망가질 것 같아 그만뒀다.

택시아저씨에게 100달러도 넘게 줬는데 세상이 너무한 거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생각했다. 대안을 찾을정도로 나는 술이 좀 깼다.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병원에 술취해서 가서 가드에게 잡힌 전력이 있었지만 괜찮다. 오늘은 좀 깼다.

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아무리 술에 취해있었지만 새벽 4시 반에 도어록을 못 열어서 직장에 가서 잔다는게 좀 챙피해서 노래를 불렀다.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하니 그냥 노래를 부르는게 더 챙피하네 허허...


걸으면서 생각했다.

할머니가 나쁜 친구 사귀면 안된다고 했을때 늘 '제 친구들은 다 착해요 내가 제일 싸가지가 없어요'했는데.

나쁜친구가 누군지 알았다. 술이었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술도 착한 것 같았다. 싸가지는 술보다는 내가 없지..


아무튼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당직실에 누워서 잤다.

열시에 회진을 돌자고 했었기에 병원에서 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오후 1시에 일어났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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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 하루도 수고 했으니
 호가든 한잔과 함께
 메탈리카도 듣고
 오아시스도 듣고
 헬로윈도 듣고
 자미로 꽈이도 듣고
 스키드 로우도 듣고
 메가데스도 듣고
 크라잉넛도 듣고
 노브레인도 듣고
 엑스 재팬도 듣고
 델리스파이스도 듣고
 에릭 클랩튼도 듣고
 
 그런데 벌써 졸리네?

Posted by 빨간까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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