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9일부터 현재까지 살고 있는 곳은 송파구 풍납동
예전에 학원 건물을 개조를 해서 원룸으로 만든 건물의 가장 작은 방에 살고 있다.
올림픽대교를 건너서 우측에 아산병원을 끼고 좌측으로 보이는 동네인데.
아무래도 병원에 고용되어있는 전국 각지의 젊은 남녀가 있다보니
일부의 아파트들과 그리고 아파트에 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취촌이 형성이 되어있다.
20살 이후에 이번이 아마 12번째 거처인가 13번째 거처인가 되기때문에.
여러 형태의 주거형태를 경험했지만. 지금 사는 이곳이 특별한 것은.
병원에서 퇴근하는 여러 갈래의 길 중 하나에 있는
100m정도 되는 거리에 5개의 통닭집이 있는 광경이다. 다른 가게들은 별로 없다.
치킨집 5개, 미장원 3개, 국수집 2개, 그리고 노래방 2개 등이 있다. 그리고 옷 수선 집 하나.
프렌차이즈부터 시골통닭 스타일 그리고 닭강정.
심지어 이 골목 다음 골목에는 브런치집을 표방하는 오븐통닭구이집도 있다.
그골목까지 하면 약 200m 반경에 치킨집이 10개가 됨...
1인 자취남녀들에게 최후의 순간의 단백질 공급원인 치킨집.
도대체가 이득은 나는지 모르겠는. 배달도 안 하는 치킨집을 보면.
어서 이 자취촌을 탈출해버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치킨집을 제외한 술집은. 고깃집 1개, 횟집 1개
그런데 작년 가을 무렵?
이 골목 입구의 아파트 상가의 1층에 '바'가 하나 오픈한다고 공사를 하고 있더라.
아파트 상가, 그것도 1층에, 간판에 '바'라고 적어놓은 술집을 본 건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
출퇴근을 하면서 유심히 지켜봤다.
공사를 몇 일 하더니. 밖에서 보이는 창에는 앱솔루트를 몇 병 깔아놓고.
그 뒤에는 커튼을 쳐 놓아서 안 보이게 해놓았지만.
출입문은 유리문이고 안에가 보이는 스타일.
문제는 이 바에서
각각 90도 방향으로
1. 3분을 걸어가면. 20층 건물의 옥상의 바
2. 1분을 걸어가면 지하에 아가씨 나오는 듯한 바
3. 노래방에는 매일 승합차가 서있으며 아가씨들이 타고 내리고 있었다.
도대체가 무슨 생각으로 아파트 상가 1층에 바를 오픈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장사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는 내가 보기에도 이 곳은 바를 오픈할 곳은 아니니까...
그렇게 궁금해하던 어느 날.
좀 일찍 퇴근하는 중에 가게 밖에 나와있는 정장을 입은 여성을 봤다.
딱 봐도 그 가게의 사장님을 보이는 그 여성은 대략 40대로 보였으며.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뭔가 고혹적인 매력이 있었다.
그렇다고 그 곳에 내가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던.
하지만 그 날 이후로.
이 부적절한 위치에
이 동네에부적절한 종목의 사업을 하는
저 사람은 뭘까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망상은 망상을 불러 일으켜,
대략 막 캐릭터 만들고 하던게 결국은 이야기까지 만들어냄... ㅠㅠ
아래는 그 대략의 이야기이다.
서울의 여기저기에 크지 않지만 몇 채의 건물을 소유한 아버지의 딸.
고등학교때 조울증 발병.
약을 먹고 가끔 입원을 하며 그럭저럭 지내던 대학 시절에.
도대체 그녀를 왜 맘에 들어했는지 알 수 없는 남자와 결혼.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이혼을 하고 아버지의 집으로 다시 돌아옴.
이 후 우울증에 알콜 중독으로 몇 차례 입원을 하던중.
아버지가 더 이상 입원비를 내지 않을 것이며,
만약 술을 끊지 않으면 유산도 줄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가게 자리를 하나 줄테니, 거기에서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함.
가게 차려서 돈 까먹어도 되니, 집 밖에서 나가서 뭐라도 하라고 함.
이에 그동안 아는 것은 술밖에 없으니 당연히 '바'를 차리고.
그녀의 결정에 반대했지만 어쩔 수 없어 술을 마시는지에 대한 감시로 바텐더는 아버지가 고용.
그녀가 하는건 가게 오픈하고 닫을때까지 술 한잔 안 마시고.
손님들이 시키는 안주를 하나씩을 더 만들게 시켜서 계속 먹기만 하는...
이런 막 이야기를 머리에다가 그리다보니.
손님으로 조울증 환자가 하나 더 오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사장이 우울증상태니, 손님은 조증이면 되겠네.
이왕이면 정신병적인 측면이 있는 태어나서 처음인 조증삽화로.
자기가 현재 왜 이러는지도 모르는 젊은 남자아이
조증환자와 우울증 환자가 만나서 조증환자는 술을 마시고 우울증환자는 계속 음식을 먹고.
정말 쓰잘데기 없는 의미도 통하지 않는 이야기를 매일 나누던 두 사람이.
결국 사장은 내일 그가 다시 오면 다음날까지 붙잡아 놓고 같이 병원으로 가리라 맘을 먹었지만.
손님은 다시 오질 않음.
결국 그녀는 그날부터 다시 술을 마시게 되고.
아버지에게 마지막이라는 통보를 듣고 병원에 입원.
그리고 병원에는 손님과 같은 이름을 쓰는 환자가 격리실에 입원중이었다.
뭐 이렇게 매일 퇴근하면서 이 앞을 지나면.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붙이고.
그런데 또 보면 어디선가 본듯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도대체 나는 그 바에 가본 적도 없기에. 뭘 파는지도 모름... 당연히 대화를 해 본 적도 없고.
지나가면서 유리문을 통해서 보면 아저씨들이 의자에 앉아있는 엉덩이는 보이기는 하는데...
그 가게에서 나오거나 들어가는 손님들을 보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뚝 끊기는게 사실이다.
물론 그런 종류의 '구림'이 내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겠지만...
잘 모르면서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만들정도라니. 일종의 죄책감이라던지 미안한 마음이라던지.
오늘도 아마 그 쪽으로 지나갈 듯 싶은데. 오늘부터는 이야기를 다르게 만들어볼까 생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