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나는 1년 6개월 전에 다음과 같은 글을 작성하였다.


http://crow9.tistory.com/242


벵거가 총명함을 잃은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앙리가 떠나가고 세스크가 잠시 반짝이며 리그 중반까지 1위를 하던 그 때... 07-08

이후 아스날은 두 눈을 뜨고 보기 힘든 경기력을 보여준 경기가 참 많았지만.

클럽이 4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감독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3-2014는 벵거가 총명함을 잃은 것을 넘어서 우승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램지와 외질이 캐리하며, 지루가 버텨준 팀은 박싱데이 후에도 리그 우승을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팀은 램지의 부상, 지루의 부진에 대해서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고.

쓸만한 선수의 영입도 전혀 없이 지나갔고, 이후 폭풍과 같은 하향세를 보여줬다.


벵거의 이적정책은 바뀌었다.

하지만 이는 시대가 변했기에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변한 것이다.

4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지난 시간동안의 이적정책으로는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찌되었건 빅네임을 영입을 한다. 

이 빅네임으로 그럭저럭 셔츠도 팔리고, 4위는 할 전력은 만든다.


문제는 아스날 : 첼시 전에서 한국 방송에서 해설 중간에 나온 멘트가 끝인데

그리고 그건 굳이 방송을 보지 않아도 축구를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선수들의 롤이 매우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볼을 참 예쁘게 차는 선수들로 스쿼드의 절반 이상을 채우고 있다.

미드필더로 중간에서 궂은 일 하며, 쓸어주는 선수..

공을 운반하고 여기 저기 넣어줄 선수가 없다. 아예 없다.. 

볼을 예쁘게 차는 애도 있고, 몸싸움을 해주는 애도 있고, 골을 넣을 수 있는 애도 있고, 크랙도 있고.

무링요가 만든 첼시에는 이바노비치도 있고, 마티치도 있고, 윌리안도 있고, ㅅㅅㅋ도 있고 코스타도 있다.

오스카 같은 애가 경기 내내 개처럼 뛰어다니게 만드는 팀을 쉽게 이기기란 어려운 일이다.

팀스포츠란 결국 잘하는게 다른 선수들로 팀을 꾸리는게 진정 강팀 아닌가. 그래야 팀이 강해진다는거.

그냥 잘놈잘이라고 그냥 축구를 잘하는 애들로만 팀 꾸려봤자 안돌아간다.

야구에서 삼성 봐라. 그냥 팀스포츠는 그냥 지 잘하는거 시켜줄 수 있는 팀이 강팀인거다. 김상수가 홈런 칠 필요 있나?


다만 근본은 하나 있다. 축구에서 많이 뛰지 않는 팀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

야구에서 수비가 안 되는 팀이 이길 수 없는거랑 비슷하다.

축구 명쾌하지 않는가? 원래 좀 많이 뛰는 애들이 지가 잘하는거 잘할 수 있도록 해주는거...

그런데 그게 어렵다. 매우... 


첼시 : 아스날 경기에서의 벵거는 꽤나 준비를 해서 나왔다.

경기 중반까지 압박은 괜찮았고, 혹시라도 비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갖게 했다.

어차피 이기기는 힘든 경기다. 스쿼드의 질차이가 확실하니까....

문제는 아스날이 입은 4-3-3 이건 4-1-4-1 이건.

선수들의 조합이 이게 가능한 조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의 4-3-3 중 가운데 3이 플라미니 - 윌셔 - 카솔라인데..

이 조합으로 경기내내 압박을 한다는건 그냥 웃기는 이야기이지.

하지만 벵거는 그걸 들고 나왔고. 20분 버티다가 결국 첼시의 크랙 한방에 그냥 PK주고 경기는 끝.

결국 경기가 끝날때까지 유효슈팅은 하나도 없었다. 

PK를 얻을 수 있는 상황도 하나 있었지만, 안 불어도 전혀 문제 없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나는 더이상 아스날, 그리고 벵거의 팀이 

우승을 하기 위한 팀을 만들 수 있고,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치 않는다.

EPL에서도 이미 스쿼드를 꾸릴 수 있는 규모가 첼시, 맨시와 달라졌기때문이다. 

그냥 우승은 바라지 않는게 나의 정신 건강에 매우 좋기때문이다.


다만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예전에야 어떻게 모자란 애들로라도 숫자는 맞춰서 스쿼드의 규모는 맞췄는데.

이번 시즌은 특히 그런 모습이 전혀 없이 거의 전 포지션에서 선수가 없다. 

부상 당해서 없는게 아니라 그냥 선수가 부족하다...


어찌되었건 못하는 전문 센터백이라도 4명은 있어야 하는데. 전문 센터백 2명에 풀백 2명을 센터백 백업으로.

주전 수비형 미들로 쓰는 선수는 예전에 그냥 중미이던 선수를 수미로 돌려 쓰고, 백업은 그냥 중미..

세계에서 첫번째로 꼽히던 10번형 선수는 유스 꼬맹이덕분에 자기 포지션에서 못 뜀.

주전 스트라이커는 시즌 오픈에 핏을 못 맞추더니 결국 부상으로 전반기 아웃.

결국 데리고 온 스트라이커는 오랜 라이벌팀에서 전력 외로 치부된 5번째 스트라이커 ㅋㅋㅋㅋㅋㅋ


물론 전술이 중요하지만. 지금의 이 스쿼드로는 어떤 전술도 효과적으로 쓸 수 없는게.

그냥 구성이 망했기 때문이다. 미들에서 쓸어주고 청소해주고 할 선수가 없다. 

잘하는 선수들을 잘할 수 있게 서포트를 해줄 수 있는 구성을 만들지 못했다는거.


그나마 다행인건

2013-2014 FA컵 우승했으니 이제 벵거를 그나마도 곱게 보내줄 수 있게 되었는데.

나가지를 않는다. 쫓아내지도 않는다.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