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4. 18:00



Frank를 보고 난 후 나는 카톡프로필을 프랭크로 바꿨다.

몇일 후 대학동기이자, 같이 밴드를 했던, 그리고 심지어 같은 여자를 좋아하기도 했었던 친구가 오랫만에 카톡을 보냈다.

그 전문을 공개하도록 한다.


"오~~~ 프랑크 영화 봤어요?"

"ㅇㅇ] 블랙 코미디 중의 블랙코미디"

"영화 소개 프로에서 봤는데, 잼있을거 같더라구요. 보고는 싶은데... 형은 극장에서?"

"극장에서 봤지. 나는 재미있게 봤음"

"ㅇㅇ 왠지 형이 카톡 프로필 올린거 보니까 엄청 잘어울려 ㅋㅋㅋ 싱크로율이 덱스터 이상인듯.."

"아놔..."

"왠 오버액션? 본인도 상당부분 동의할 거 같은데 ㅋ"

"영화보면 네가 실수했다는걸 깨달을거다."

"왜? 형보다 훨 인간적이야?"

"걔가 천재니까."

"음악천재 말하는거지?"

"ㅇ"

이렇게 카톡대화는 끝.


일단 이 친구는 나를 덱스터의 주인공과 닮았다고 덱스터 시작할때부터 주장을 했던 친구다...

외모가 비슷하냐고 했더니. 그게 아니고 뭔가 살인하게 생긴게 비슷하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프랭크의 탈과 닮았다고...

음...


도대체 어떤 음악프로에서 소개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프랭크라는 영화의 트레일러 및 개봉전에 들려오던 이야기를 대충 듣고선 나도 이런 영화인지 몰랐기때문이다.

슬랩스틱 코미디인줄 알았는데...


세상에 어떤 종류가 되었건 재능의 높은 수준은 일정한 사람들에게 편중되어 있다.

상위 1%의 음악재능, 상위 1%의 체육재능, 상위 1%의 고추길이, 상위 1%의 가슴, 상위 1%의 기억력 등등의 것이 

60억으로 나눠서 그걸 60억에게 나눠주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위 1%의 지능을 가진 사람이 상위 1%의 체력을 가진 경우도 흔치 않게 본다.

상위 1%의 음악재능을 가진 이가 사실은 상위 1%의 부모의 재력을 타고난 예도 있을테고...

이른바 이야기하는 예술적 재능은 그상호간에 교환이라도 되는지 훌륭한 음악가가 훌륭한 미술가이고 뭐 그런..


이런 세상이니, 수많은 예술작품들이 

재능을 뽐내는 천재와 재능을 가지지 않은 찌질이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그런 찌질한 평범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비수를 꽂는다.



영화가 시작할때는. 누군가가 노래를 읊으며 시작한다.

사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때 꽤나 실망을 했는데, 그 누군가가 부르는 노래가 너무 별로였기때문이다.

음악천재가 만드는 노래가 이따위인가... 싶을때 사실 그것은 평범한 이가 만드는 음악이었음을 알았을때의 다행감?


이 영화의 음악들이 1곡이 전체 길이로 나온것은 그닥 없이.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잠시 잠시 또는 연주에서 잠시. 뭐 이런 식이었는데.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길고 길었던 음반 준비과정을 거쳐서 실제 녹음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나오는 그 음악.

누구는 이 영화에 나오는 음악이 nick cave같다, 누구는 yo la tengo 같다 하였고, 나는 swans같았다.



뭐 이런 노래...

Mogwai가 떠오를 수도 있고, 로로스가 떠오를 수도 있고 뭐 그런거지.


아마도 그런 지점이 이 영화가 성공한 지점이 아닐까.

누군가에들 어떤 밴드가 생각나게 하지만, 그게 다 다른 밴드...


물론 영화는 중간중간에 보는 사람을 당황하게할정도로 웃기게 만드는데.

어처구니 없는 이런 장면...



물론 당연히 영화는 즐겁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재능이 없는 찌질이는 의외로 프랭크에게 인정을 받는데. 

그런 인정이 주위인들에겐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아마도 전직 찌질이었고 결국 자기 주제를 알아 밴드를 서포트만 하던 친구는.

앨범의 녹음이 끝나고, 결국은 사라지기를 선택한다.

그것은. 뭔가를 이루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또는 본인이 이룰수 없을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서.

또는... 당연히 현실이라면, 금전적인 문제.


영화에서 사람들을 빵 터지게 만드는 장면 하나는 바로 프랭크가 most likable song을 공개하는 때이다.

정말 괴상하기 그지 없는 CM송이었는데. 재미있기는 하지만 좋은 노래는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꽤 씁쓸한 건데.

굉장한 노래들을 쓸 수 있는 프랭크도 결국은 대중을 의식하게, 좋아하게 만드려면 그정도의 노래를 쓸 수 밖에 없다는거.

존이 그런 구린 노래를 쓸 수 밖에 없는게 애초에 늘 대중을 의식하며, 남을 의식하며 무언가를 만들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애초에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이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존에게 있는 능력은 의외의 홍보능력으로. 

유투브 스타...(보고있나 PXY)로 결국은 SXSW 무대에까지 오르지만.

이는 멤버들의 잠재되어 있던 신경증을 건드리는데 성공하고.

프랭크는 폭주. 결국 밴드는 망가지게 된다.


결국 영화는, 프랭크의 맨얼굴을 보여주고, 상처를 보여주고.

그를 원래의 밴드 멤버들 앞에서 맨얼굴로 노래를 하게 하고, 존은 떠난다...

이 부분이 매우 맘에 안 들었는데...

1. 프랭크의 맨 얼굴을 보여줬어야 했는가

2. 프랭크가 맨 얼굴로 노래를 했어야 했는가

3. 존은 떠났어야 했는가 이다.

 

가면 뒤에 숨은 이가, 잘 생겼지만, 상처가 있는 자이다. 라는 건 너무도 안이한 전개가 아닐까.

그렇게 가면을 벗은 이가, 밴드 멤버들 앞에서 맨얼굴로 노래를 하게 하는건 최악의 충격요법이 아닐까.

그리고... 존이 떠나는 건, 돈의 자살과 마찬가지로 너무도 잔인한 결말이었다.


최근에 신보를 낸 에이펙스 트윈은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I think you have to be mentally ill to be really famous … If you’re like Madonna, then you’re properly mentally ill, basically. Because you have to be … I’m only partially mentally ill, because I’m semi-famous!”

참조 : http://www.theguardian.com/music/2014/oct/03/aphex-twin-you-have-to-be-mentally-ill-to-be-famous


오래된 떡밥 중에 하나인.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또는 정신과적으로 불완전하기에 유명해진 것인가 

아님 유명해졌기때문에 상처를 받고, 정신과 질병을 얻은 것인가.

어찌되었건. 그것이 무엇이건간에...


결국 영화 내내 재능이 없는 이들에게 조소를 보내던 영화는.

그렇게 존이 남은 멤버에게서 떠남으로.

결국 재능이 없는 너네같은 일반 관객은 예술은 할 생각 마라라는 교훈으로 끝난다.

예술은 저런 불안전한 애들이 하는거니까 하고 자위를 하게 만든다.

단지 예술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아주, 매우 frankly 하게 보여준다.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