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레지던트 시절에 주치의로 담당을 했던 간암 환자가 100명은 되었을 것이다.
진단 받은 지 5년이 넘은 환자를 본 적도, 이제 막 진단받는 환자를 본 적도 많다.
처음으로 진단 받은 환자는 본인에겐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고 심리의 변화도 나타나고 그에 따라 삶과 사람과 치료에 대한 변화가 나타난다.
통증.
간암이 크기가 클 경우 횡경막과 갈비뼈 등등의 흉곽을 직접 침범할 수 있다.
횡경막은 당연히 숨을 쉴때 마다 움직이기 때문에 그냥 살아서 숨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진통의 조절을 위해서는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하고, 그럼에도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간성 혼수도 경험할 수 있다.
통증 조절을 위한 마약성 진통제가 대표적인 혼수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진통 조절을 위해 약을 투여했는데 그로 인해 간성 혼수에 빠져서 의식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암 환자의 심리변화 5단계라지만 순차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수용을 했던 환자도 다시 부정을 하고 분노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데이빗 보위는 간암에 뇌전이가 있었다고 한다.
전이가 없이도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위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보위의 앨범을 처음으로 들은건 outside였다.
막 음악을 듣기 시작했을 때의 보위의 신작! 이었다.
메탈을 한참 듣던 고딩에게는 만만치 않았지만, 앨범은 괜찮았다.
그리고 보위가 10년 넘게 만에 앨범을 낸게 2013년.
60세가 훌쩍 넘은 나이에 짱짱한 앨범이 나왔다.
심지어 과거작의 앨범커버를 재사용했다.
투어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공연을 보기는 힘들었고 오히려 새 앨범을 녹음한다고 전해졌다.
그리고 2016년 1월 8일, 본인의 생일에 앨범이 발매가 되었다.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혼란스러웠고, 보위는 조금은 늙어 있었다.
그래 이제 일흔이니까 싶었는데. 앨범 발매 3일 후에 뜬금없이 편안히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부고가 들리기 전까지 어디에서도 그가 병을 앓고 있음이 기사화 된 적이 없었다.
이미 18개월전에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암환자의 심리단계에서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쳤을지는 알 수 없다.
어떤 과정을 거쳤건 죽음까지 가는 마지막 길을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도 여지껏 본인이 해왔던 음악들과 가장 거리가 멀지만, 훌륭한 앨범을.
아쉬워서? 아니면 즐겁기 위해? 아니면 책임감으로? 마지막 작품을 녹음했을까.
앨범 발매일에 홈피에 올라온 사진. 2일 후에 사망.
글이 두서가 없다.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