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대학교 2년 후배였죠.
 동아리 후배였어요.
 처음 그녀를 봤을 때 든 생각은... '참 말랐네'
 지금도 그 생각엔 큰 변화는 없어요. 아직도 말랐거든요.

 그녀는 독설가였죠. 유명했어요.
 욕을 하는건 아니에요. 하지만 박거성 비난은 저리 가라였죠.
 한 번은 공연 끝난 후배에게
 '넌 베이스를 너무 못 쳐' 하고 얘기했던 적이 있었죠...
 저도 잦은 희생양이었어요. 2년 선배는 뭐 별거 아니였죠.

 그런데
 그녀와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좀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얘가 그리 다른 이들에게 그러는게 괜히 그러는게 아닌...
 약하고 순수하고 순진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그런거라는
 그녀가 맘에 들어오더군요.

 1년이 지난 2학년무렵부터 친해지기 시작했어요.
 1학년때는 별다른 공연도 없었지만
 2학년때는 공연이 있었죠. 300석에서 하는 공연.
 공연을 준비하면서 몇 명하고는 친해져서
 2주에 한 번 주말에 설탕수박에 가고는 했어요. (대전에 있는 요상한 술집)
 커플 하나에 남자 2~3, 여자 2~3 정도?
 
 급속도로 친해졌죠. 그녀는 그리 생각 안 하겠지만.
 그렇게 같이 놀고는 한 것도
 멤버들이 좋아 재미있기도 했지만 그녀때문도 있었죠.

 그녀는 술을 잘 못마셨어요.
 한 반병 정도면 취하고는 했죠.
 취하면 없던 애교가 생기고는 했죠.

 그렇게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서 술 한 잔 하면서
 시간은 흘러흘러 6학년이 되었죠.
 전 6년제고 그녀는 4년제니 졸업은 같은 해에 하죠.

 졸업하는 해에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같은 멤버였던 남자놈에게 도움을 구했죠.
 그 놈은 또 그 같은 멤버였고
 그녀와 제일 친했던 아이에게 알렸죠.
 
 그리고 ...
 그녀와 다른 사람없이 다섯번째 보던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에게 꽃을 선물했어요.
 맥주 한 잔 하다가
 놀래주려고 잠깐 물건 좀 받고 온다고 하고
 캐 열심히 뛰어서 장미를 다섯송이 샀죠
 오래 준비한 고백도 하고 OK 라는 이야기를 들었죠.

 하지만...
 유급을 당할지도 모르는다는 스트레스에 싸여있고
 연락을 어찌 하는지 잘 모르던 저는
 성의없게 문자로만 연락을 하고
 그런 제 모습에 분노한 그녀에게 3일만에
 '그냥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요'

 차였죠...
 
 뒤늦게 매일 문자보내고 메일 보내고...
 그럼 뭐해요?
 
 그리고 근 2년을 연락도 잘 못하고 지냈어요 .
 저도 인턴 -> 군의관이란 캐 짜증나는 상황에 처해있기도 하고...
 그동안 그녀는 바빴죠.
 자신의 직업에서 제일 3D라는 파트에서 고생하였다가
 그만두고 시험준비 -> 한번에 패스...
 솔직히 저 시험은 캐 어려워요. 경쟁률이 장난이 아니에요.
 그런데 원체 똑똑하고 결단력이 강하고 의지가 강한 아이라
 한번에 해내더군요...

 
 그리고 작년에 어느날 네이트온에서 말을 걸더군요.
 전 설레였어요. 사실 그 이후로 맘에 드는 여자가 없었죠.
 그렇게 네이트온에서 보이면 2시간 3시간이 저리 가라고 수다를 떨었죠.

 그렇게 한 달 두달 지났지만 깨달았어요.
 '이건 뭔가 아니다'
 그녀가 찾는 남자친구에 전 적합한 사람은 아니었고
 그녀는 단순히 수다상대를 찾는 것 같았어요. 전 당첨된거죠.
 그걸 어찌 아냐? 하는데 많이 그래봐서 감이 오더군요...

 그리고 전 그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게 맘에 안 들었어요.
 한 번 채인 여자에게 감정이 가는 것 자체가 찌질했어요.
 
 물론 그녀하고 그 옛날에도 사귄건 아니죠. 뭘 한게 있어야죠.
 하지만 주욱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쟤랑 결혼하면 재미있겠다" 하는 생각은 했어요.
 괜찮은 외모에(소개팅 해도 얘보다 예쁜 애 나온 적은 별로 없어요)
 좋은 성격, 적당한 유머러스함, 건강한 마인드.


 사실 연락이 끊기다가 다시 연락이 되었을때는
 조금만 노력하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제가 강원도에 있었고 그녀는 대전이어서
 거리는 꽤 되었지만...

 하지만 전 변화를 원했죠.
 익숙함에 끌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정이 가서...
 뭐 이런 거 아닌 거 같았어요.
 그녀보다 더 좋은 사람은 많이 있을 것 같았죠.


 이후로
 네이트온에서 그녀가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을때도 있었어요.
 그녀가 말을 걸면 퉁명스럽게 까칠하게 굴곤 했죠.
 그녀는 가끔 당황해 하지만.
 적당히 멀어지기 시작했어요.

 
 이번에 대전에서 오랜만에 그녀를 만났어요.
 이제 그녀를 본 것도 8년째인데 여전해요.
 유머러스하고 귀여운 덧니가 보이는 미소와 여전히 빼빼...

 남자친구가 생겼데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잘 사귀라고 했어요.


 오늘 서울로 오는 길에 운전하면서 오는데
 계속 비가 억수같이 오더군요...
 운전할때는 CD를 많이듣는데 간만에 라디오를 들었어요.
 라디오에서 사연과 함께 좀 된 노래들을 틀어줬어요.

 이 노래가 나왔어요.

[Flash]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93528B1767BD1F9C3A676FC03E0C056CFC55&outKey=624dcae45c17575149effbf5821ac4860225798989376e9be817f29b03f0e4740653469a0db0ce5008ed58c74fdc7063



 볼륨을 키우고 크게 노래를 불렀어요.
 평소보다 노래가 더 잘되었어요.
 살짝 눈물이 고이더군요.


 결혼한 것도 아닌데 캐오버 하네?
 해도 할 말은 없어요.
 
 그냥 음악을 올리고 얘기를 하고 싶었을 뿐.

ps) 동영상 마지막에 '당연히 안되죠'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