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에 나는 트위터에
한국에 절대 안 올 것 같은 해외뮤지션 3팀을 뽑았다.
모리세이, 라디오헤드, 펄프
왜죠? 라고 물으면 다소 비루한 이유이지만.
그냥 느낌이 그랬다. 라디오헤드는 학창시절에 있었던 루머들도 있었고...
모리세이는. 그래 한국에 그가 있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 생각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라디오헤드가. 지산의 헤드로 딱 발표!
그것도 같은 날에 스톤로지즈도 발표!
매년 가는 지산이지만 더 갈 이유가 생긴 것이다.
직장인의 삶에 휴가를 쓰지않는 페스티벌의 라이프는 만만치 않지만.
금요일 지산으로 퇴근 -> 놀고 토요일 출근 -> 토요일 지산으로 퇴근 -> 일요일까지 놀고 -> 월요일 새벽 서울로 출근.
힘들지 않냐고들 물어보지만.
나에게 대한민국의 여름은 페스티벌의 시즌이기때문에.
매년 올 해는 어디로 놀러가볼까? 해운대? 대천? 속초? 안면도? 더 이상 이걸로 고민하지 않게되었다.
대략 시작은 2006년 플라시보가 펜타포트로 온 이후이겠지.
봄방학 무렵이면 터지는 1차라인업을 기다리며 지내오는 겨울시즌과.
그 이후로 하나씩 터지는 라인업에 관한 소문을 기다리며 손톱깨무는 시즌.
그리고 빵 터지는 페스티벌. 그리고 이 후의 우울증 시즌들...
2009년부터는 여름의 중간 무렵.
해운대에 저것이 사람인지 개미인지도 모를 영상들이 나올 무렵이면.
나는 늘 지산에 있었다.
당황스럽게도 처음으로 위저가 왔었고, 직장일때문에 바빠 보지도 못 했던 오아시스가 왔었다.
그리고 위저가 공연을 하는 날 비가 왔다.
실망했던 기억도 난다. 아니 위저인데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네?
하지만. 그건 기우. 역시 네임밸류의 차이인가...
오아시스는... 힘들었다. 꽉 찬 것 같았다.
울면서 봐서 잘 기억이 안난다.
형제들이 꽤 좋아했던 것 같았다. 형들이 좋아하니까 나도 좋기는 했지만...
펜타와 갈라지고 처음이라 무리하는가 싶었던 라인업은.
2010년. 2회에는 뮤즈... 그리고 펫샵보이즈의 공연까지 이끌어냈다.
어... 라인업 좀 짤 줄 아네라는 생각은 대략 이때부터였다.
펫샵보이즈라니.
한국의 공연의 주된 관객층인 30대를 다분히 노린 것 아닌가!
물론 헤드라이트는 뮤즈가 받겠지. 뮤즈인데. 이번에 올림픽 노래도 부른 분들인데.
그리고 2011년에는 또! 무려! 스웨이드와 케미컬 브라더스가...
그리고 한참 새 앨범 투어중이던 악틱 몽키스가...
특히 스웨이드는 한창때의 멤버들을 이끌고 왔다.
물론. 세월은 브렛 앤더슨의 섹시함의 1%는 가져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브렛인데. 그 콧소리로도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사람인데...
이 해에는 비가 참 많이 왔지. 장기하, 국카스텐이 공연할때면 비가 오다가 끝나면 비가 좀 멈추는 기적이 벌어지다가.
결국 인큐버스의 drive에서는 비가 마구내리며 어렵게 공연을 보고 있던 이들에게 큰 기억을 안겨줬다.
그리고 2012년.
그렇게 라디오헤드, 스톤로지즈가 왔다.
매년과 마찬가지로 금요일의 나는
지인들의 전화를 받으며 지산으로 퇴근하고 있었다.
첫날의 타겟은 김창완밴드, 들국화, 검정치마 라디오헤드였다.
내려가며 마지막 라디오헤드 예습.
숙소를 잡았기에 망정이지. 여전히 지산리조트로의 진입로는 똥같았다.
왜 하필 라디오헤드가 금요일이람?이라고 해봤자. 토요일 헤드였으면 공연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겠지.
도대체 왜 막히는지도 모를 덕평IC부터 지산까지의 길은.
이게 다 라디오헤드때문이다라. 라는 것을 알고는 어이가 없어졌다.
...
그런가? 이번 앨범도 그렇게들 좋아하나?
확인하고 싶어졌다.
니들 얼마나 잘 노는지 보겠어...
지산에 있던 지인은.
텐트도 없이 캠핑촌 티켓을 사는 촌극을 연출하였고.
경기도 광주에서 텐트를 공수받는.
펜션 방 하나 빌리는 것보다 더 한 일을 행했다...
존경한다...
지산에 딱 도착하니
주요무대는 이미 끝났고.
들국화와 라디오헤드만 남아있었다.
들국화는.
그냥. 할 말 없다.
여러분 들국화 공연보세요. 두번 보세요...
라디오헤드는
2012 코첼라에서 있었던 공연의 셋리스트로 완벽 연습해 놓았다.
creep은 없었고. 이번 앨범에 곡들이 당연히도 많았으며, 오케 컴퓨터 앨범 수록곡도 제법 있었다.
다만. 그건 있었지.
불안한 마음.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태어나 라디오헤드가 이번에 첫 공연을 오는 나라의 일개 관중으로 불안감은 당연한게 아니었을까 싶지만.
공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분할화면으로 멤버들의 모습을 찍어주며 나오는 Bloom
음? 뭐야... 정말 그 사람들이 미쳐가는게 보였다.
메탈리카의 서울종합운동장에서 공연이 그 일정한 비트에 좌우상하로 흔드는 규칙적인 미친 움직임이었다면.
이건.... 랜덤이다! 랜덤이야! 사람들이 흐느적거리고 있어. 마구마구...
당연히 OK computer 이후의 앨범 곡들이 많기에. 사람들이 별로라 하지 않을까 했던 것은 기우
이런 엄청난 연주에 환각에 이르게 하는 마법과 같은 지산의 공기와 그 습함.
모든 것이 어우려지며. myxomatosis가 흐르는 그 때.
그리고. 앨범에선 이건 뭐여...라고 처음에 들었던 lotus flower.
그리고 Kid A의 idiotheque
애초에 외우고 있었던 셋리스트가 무슨 상관이랴.
나오는대로 놀면되지.
하던 때 느닷없이 나오던 exit music과 lucky
exit music에서의 사람들의 박수가 참 이질적이면서도 재미있게 들리던...
예상보다. 공연은 길어지고 있었고.
우리가 인터넷 동영상으로만 보던 톰욕의 모든 춤사위를 보게되고.
결국은 웃짱을 까고...
paranoid android를 듣고...
그리고. 나는 출근했다...
...
토요일 근무를 그냥 대충 마치고 서울에서 출발한 시간은 네시.
본래 토요일의 타겟은 딱 셋이었다.
속옷밴드, 제임스 블레이크, 이디오테입
하지만 아무리 잠실에서 지산이 가깝다고 하더라도.
속옷밴드의 공연은 볼 수가 없었다.
벨로주에서 있던 속옷밴드의 공연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기에 꼭 보고 싶었는데.
대신.
이이언을 보고. 루시드폴의 춤을 봤으니 괜찮아.
라고 하기엔...
나는 취해가기 시작했다.
루시드폴의 공연에서부터 우리는 뒤에 자리깔고 술판을 벌여.
결국 이적의 공연은 보지 못했다.
owl city는 ... 그냥 귀여웠다.
그리고. 제임스 블레이크.
한국 페스티벌의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라인업으로 기억이 될 것이라 평해지는 제임스 블레이크 헤드...
이미 취한 나에게. 제임스 블레이크의 음악은.
엠씨스퀘어와 다름이 없었고.
결국 딥슬립을...
하고 났더니.
이디오테입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나는 한마리의 좀비가 되어. 우워워 일어나고.
이디오테입 공연에서는 정말 미친듯이 놀았다.
단독공연에서도 봤지만. 역시 이들은 사람들 놀게할 줄 알아! 훌륭해! 라고.
이디오테입이 끝나고는 다시 술판을 열고.
눈을 떠보니 우리 숙소! ㄲㄲㄲㄲ
그래.
원래 토요일의 할 일은 술마시는게 첫번째였지.
어느덧 3일째이다
이날의 타겟은.
스승님의 밴드 옐로우몬스터즈, 비디아이, 장필순, 스톤로지즈.
스톤로지즈의 같은 세대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들은 밴드들이 스톤로지즈 영향을 받았기에.
스톤로지즈의 1집은 씨디 튈때까지 들은 나름 빠돌이.
비디아이는. 솔직히 욕하고 싶지만. 그래도 노엘형 봐서 참는다. 잘해라 잉? 하는 마음이었고.
일요일에 일어나서 한 건.
차 몰고 백암으로 가서 순대국밥 먹은 것.
지산에서 백암은 약 7~8km밖에 안 떨어져있고.
먹을 것이 별로인 지산인근에 비해 백암은 조금 많고.
특히 순대국밥은 최고다. 레알 순대여. 강추여 강추. 차 몰고 갈만 하다니까?
순대국밥 드링킹 후 공연은 옐몬.
역시 신인투수 박찬호답게 메인스테이지를 확 뜨겁게 했다.
넬은... 내가 생각보다 넬 노래를 많이 알고 있어서 좀 놀랐다...
그리고 비디아이.
리암은.
한국의 맨유팬들에게 엿을 먹이려한건지. 아님 박지성 이적했으니 맨유에 대한 적개심을 본인의 팀에 대한 긍정적 생각으로 바꾸려고 한 것인지. 아님 별 생각 없었는지.
맨체스터 시티의 레플리카를 입고. 뒤에 마킹은 champions였다.
나는 아스날 팬이기에.
예의상 fuck you를 한 번 날려줬다.
비디아이 공연에서 안타까운 것은. 가장 호응이 좋았던 것이 rock n' roll star 였다는 것.
밴드의 정체성에 사람들이 원하는게 그러니.
이제 그만 형제는 화해하고 재결합하라!!!
기대했던 장필순누나의 공연은 역시 명불허전.
누나 반칙이에요.
여러분 장필순누나 단독공연이 상상마당에서 있습니다. 가서 보세요...
그리고 대망의 스톤로지즈의 공연이!!!
그러니까. 노래를 들은 기억도 나고. 신나게 놀았다 하고. 술도 많이 먹고.
심지어 내 옆에서는 리암 갤러거가 난입해서 놀았다고 하고.
음악 듣다가 '아 너무 좋다 한 기억은 나는데....'
이게 기억이 조작이 된 것인지.
아무튼 나는 술마시고 만취상태에서 쓰러져서 의무실에 실려갔다...
......
......
아니 그렇게 좋아하는 스톤로지즈라며 나는 뭔짓을 한거라며? 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나는 오픈스테이지에서 일어났고. 노숙을 했으며.
일을 위해 숙취상태로 출근했고.
분실한 가방을 찾기 위해 월요일 근무 끝나고 다시 지산에 내려갔다.
그렇게.
7월은 끝났다.
출근하는 길에.
2012년 1월에 뽑았던 한국에 절대 안 올것 같은 뮤지션 중에 2팀이나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쩐지 내가 넣으니까 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
수정했다.
한국에 절대 안 올 것 같은 뮤지션
롤링스톤즈, U2, 핑크플로이드.
한 팀은 데려와 주실거죠? 지산느님????
제가 계속 호객으로 표 사드릴테니 제발 좀 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