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쌍다반사/It's my life'에 해당되는 글 60건

  1. 2015.03.02 생일즈음의 생각
  2. 2014.12.22 2014 결산 2
  3. 2014.11.23 필라델피아 치즈 케익 1
  4. 2014.09.26 Theo. the cat 1
  5. 2014.01.01 2013 Year End Party 2


2015년 생일이 지나고 쓴 글. 


============================================================================엊그제, 그러니까 2월 28일은 나의 36번째 생일이었다.

태어난 날을 첫번째 생일이라고 하는건가? 아니고 그 다음해부터 첫번째라고 하는건가?

만약 태어난 날이 첫번째 생일이 아니라면 35번째. 뭐 그렇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그 어떤 과정에 올라가있기 때문에

그때부터 셈을 하는게 익숙해졌다.

초중고대 이렇게가 아니라

대학 - 인턴 - 군의관 - 레지던트 - 펠로우 - 월급의사.

그냥 흘러가는대로 보면 이제 내게 남은 과정이란것은.

월급의사로 평생살면서 1년차, 2년차, 3년차가 되거나.

개업의가 되어 개업 1년차, 2년차, 3년차가 되거나 할 것이다. 

나이는 이제 빼도박도 못하는 30대 중후반이 되었다.


어떤 삶이었나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았다.

몇년전에 어쩔수 없이 정리할 수밖에 없던 때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학교 돈이긴 하지만, 교지를 만들었다. 글을 쓰고, 글을 봐주고, 교정을 보고, 편집을 했다.

카피 밴드이긴 하지만, 밴드를 했다. 노래를 듣고, 외우고, 연습하는 걸 봐주고, 혼내고 했다.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결국 펠로우 과정까지 마쳤다. 언제나 실수하지 않도록 긴장을 하고 살았다.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다녀왔다. 걷고 또 걷고, 계속 생각에 생각을 했다.

많은 나라는 아니지만, 여행을 했다. 배낭만 메고, 늘 혼자서 그냥 멋대로 다녔다.

생각 끝에, 제대로 된 연애를 하지 않았구나하는게 생각이 났다.


가끔 듣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너는 공감능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이다.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인간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니, 늘 남은 어떤 생각을 할까에 대해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한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은 피드백이 없다. 

내가 내 멋대로 한다고 해서,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아무도 내게 지적을 하지 않는다.

집에서도, 병원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리고 어디에서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내 하고싶은대로 하고 살기엔, 나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다.


연애를 하다보면, 아마도, 일정 나이 이상의 성인에게는

내가 나의 행동에 대해 항상 적나라한 피드백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회라는 넓은 곳에서 '보여지는' 나를 생각하며 행동하는게 아닌,

언제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는게 연애일것이다.


안하고도 잘 살았고, 잘 살고 있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나 자신도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비해서는 분명 좀 더 인간에 가까운 모습과 생각을 하는 것도 분명하고.

나는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요즘들어 점점 더 드는 생각은

과연 내가 누군가와 둘이서 가까운 거리에서 살 수 있을까이다.

결혼을 떠나서, 연애 자체도.

내가 보고싶고 필요할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와 엮여서 하나의 셋트가 되고 이 셋트가 사람을 만나는 그런..


이미 나는 혼자서 사람들과 집단과 사회를 대하는 것에 매우 익숙해졌기에.

그런 것이 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굳이 실험을 해보고 싶지도 않고. 


Posted by 빨간까마구


1. 올해의 가장 잘한 일

살아서 놀고 먹고 일하고 있는거



2. 올해의 가장 잘못한 일

연애 못 함



3. 올해의 해외 음반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 Days of abandon



올해 제일 많이 들은 곡도 이 앨범에 수록된 'simple and sure'




4. 올해의 한국 음반


로로스 - W.A.N.D.Y.





5. 올해의 해외 신인


Temples




이런 음악이 지겨워지는 것의 마지막 배를 탄 것이 아닐까 싶다.




6. 올해의 한국 신인


세이수미



이런 노래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들이 만들어줌.




7. 올해의 영화


Gone girl


짱짱짱!!!

OST도 죽여줌.


8. 올해의 드라마

본거 없음

미생을 볼까하고 있고, 밀회인가 그 드라마도 올해 한건가?


9. 올해의 실망

Kooks, Rancid, U2, 김동률, 이지형, 국카스텐, 토이, 장기하


10. 올해의 컴백

어어부 밴드


11. 올해의 영화 음악


Boyhood

Frank!



12. 올해의 배우

없음.



13. 올해의 맥주

듀벨 , 한번 마셔봤지만 트리플홉 좋았음




14. 올해의 AV 배우

사쿠라 마나


15. 올해의 파스타

내가 만든 파스타. 맛은 없음. 


16. 올해의 페스티벌

글라스톤베리


17. 올해의 여행

치앙마이, 글라스토, 제주도, 전주, 후쿠오카


18. 올해의 사건

글라스토에서의... 




19. 올해의 아스날 최고의 경기


FA 결승전!!!!!!!!!!!!!





20. 올해의 아스날 최악의 경기


이기지 못한 모든 경기



21. 올해의 술집


모두들 사랑한다 말합니다.





22. 올해의 독주


헨드릭스





23. 올해의 고양이


테오.






24. 올해의 만화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25. 올해의 책


아파트게임



26. 올해의 과자


허니버터칩 ㅠㅠ



27. 올해의 식사


유후인 카이세키 ㅠ





25. 올해의 술친구

여러분


Posted by 빨간까마구

한 달 전 쯤이었나? 한참 일하고 있는데 응급실에서 전화가 왔었다.

"과장님 응급실에 사체가 도착했는데, 검안 좀 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신지 좀 오래되셨는지 주의해달라고 하시네요"

"예"


의사가 하는 일 중에 사망선고도 있지만 검안도 있다.

말그대로 사망하신 분을 눈으로 확인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것.

그동안 검안 이나 사망 선고를 하면서 저런 이야기를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응급실로 갔는데, 처치실에도 사체는 없었다.

"과장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차에서 내리지를 않았다고 하네요"


앰뷸런스에 가서 뒷 문을 열어보니, 역한 냄새가 올라왔다.

사체를 덮고 있는 이불을 들췄더니 나타난건 말라붙어서 미이라현상이 진행이 된 사체.

뭘 더 확인할 것도 없어서 검안서를 바로 작성을 했다.

집에서 저 상태로 발견이 되셨다고 한다.

그동안 검안을 하면서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퇴근길에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요즘 나의 삶에서 일을 하는 외의 시간은 홀로 있는 시간이다.

평일에는 6시 30분 전일어나서 출근.

아침 식사는 병원에서 간단하게, 다이어트 중이니 밥은 조금만.

점심 식사는 플레인 요구르트와 과일로.

저녁 식사는 병원에서 먹거나, 집에 와서 가볍게 요리를 해서 식사.

책 좀 읽고, 음악 좀 듣고 대략 11시 ~12시 쯤 취침.

주말에는 오전에 출근했다 퇴근하면 낮잠.

저녁시간 무렵에 외출해서 술집에서 가서 술 한잔.

일요일은 오전에 일어나서 땡기면 청소 및 빨래 후 땡기면 가볍게 외출.


대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생각해왔던, 저녁이 있고, 여유가 있는 그런 삶을 누리고 있는데.

정말 이렇게 단조로울 수는 없다.

물론 직업 자체가 꽤나 다이나믹한 일이니까. 근무 시간에는 그닥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데.

직업의 생활은 출퇴근 시간까지 해도 대략 12시간.

그 외의 12시간은 나홀로 참 안정적으로 재미없이 살고 있다.


역시 이런 삶에는 연애이지만, 그건 좀 해보려다가 망했고.

운동을 시작하기엔 체중이 늘고 나서 생긴 허리 통증과 발목통증이.

베이스나 다른 것을 배우러 다니기엔 오래 할 것 같지가 않으니.

집에서 손만 까딱하면 할 수 있는 독서와 음악듣기만 하고 있다.


퇴근길에 그렇게 저녁에 뭘 해먹어야 하나 생각을 하며 그 사체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인터넷이 아니면, 퇴근부터 다음날 출근까지 아무와도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은체 살며

만약 나에게 작은 사고가 생기거나, 또는 맘을 먹고 생을 스스로 마감을 하거나 한다면.

결국 나도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발견이 될 것이 아닌가.

가족과 연락을 자주 주고 받지는 않으니, 아마도 직장동료들이 이상함을 깨닫겠지.

물론 벌써 8년전의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언제 죽어도 별로 후회할 것은 없이 살고 있다.

다만 그건 내 생각이고, 다른 이들의 생각은 다르겠지.


어쨌건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우리 집에 와서 이것저것을 뒤지겠지.

빈약한 책장에는 우울한 내용들의 만화책, 그리고 컴퓨터에는 다수의 동영상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저게 뭔가 싶은 잡다한 음반들. 그리고 쓰잘데기 없는 것들.

책상에는 샘플로 받고 아직 한번도 써보지 못한 발기부전 치료제.

그리고, 아마도 굶고 있을 고양이.


뭐 그럭저럭 평범한 거 아닌가하고 생각이 들다가, 사고의 흐름은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실에는 썩어가고 있는 양파와 아직 괜찮은 당근, 그리고 먹고 남은 반찬들.

그리고 냉동실에는 소고기하고 인스턴트 돈가스와 만두? 

그리고...


어처구니 없게도 나의 의식의 눈은 냉동고의 필라델피아 치즈 케익을 발견하고.

이건 안되는데. 그리고 보통일이 아닌데 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코스트코에서 사온 필라델피아 치즈케익. 

한 박스에 16조각이 들어 있는 그 치즈케익.

아직 그 16조각 중에 2조각 밖에 안 먹었고.

다이어트 중이니 대략 1주일에 기분 안 좋은 날 하나씩만 그 치즈케익 조각.

그 2조각만 먹은 한 박스를 사람들이 발견하게 된다면

'이렇게 삶의 의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왜 그런 일을...'

하고 생각하며 슬퍼할 것을 생각하니

절반 이상 먹어치워 버릴때까지는 죽기 좀 힘들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는데.

그 사이 한 조각도 안(못) 먹었음. ㅋ



Posted by 빨간까마구


 고양이를 길러야겠다, 또는 길러봐야겠다고 생각한건 꽤 오래된 일이다.

대학교때는 인근에 살던 동기에게 2개월짜리 아기 고양이를 입양받은 적도 있었다.

당시에 나는 전혀 고양이에 대한 또는 동거하는 생물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에 함께 지내는데 실패하였고, 

어느날 고양이는 탈출을 하였었다. 

고양이를 잘 기르는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난다는데 너는 아닌 것 같다고 친구들이 말을 해줬었다.


화장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강아지보다는 그래도 고양이가 낫다고 생각을 했었다.

예전에 길렀던 강아지는 정말 1년 6개월동안 한번도 우리가 바라는대로 변을 보지를 않았다.

물론 오랜 교육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강아지도 있지만

아무래도 강아지는 산책을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

와중에 고양이를 키우게된다면 러시안블루를 키워보겠다고 생각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는 달리 사람과 다른 동물에게 친화적으로 알려진.


2012년 3월에 나는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게 되었고.

근 4년만에 식구들에게서 독립을 하였다.

외로웠고, 심심하였다. 

당시의 집에서 고양이를 길러볼까 생각도 많이 했지만.

4평 남짓한 원룸은 나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었기에.

고양이와 함께 해서 서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2014년 2월 나는 임상강사 과정을 마치고, 경기도 모 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의대생 6년 - 인턴 1년 - 군의관 3년 - 레지던트 4년 - 임상강사 2년

도합 16년의 과정을 마친 상황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16년동안 13번의 이사를 마치고

마침내 방 1개 생활을 탈피하기로 결정하여 도봉구의 아파트형 오피스텔로 옮기게 되었다.

방 1개 -> 집 1개가 되니 필요한 물건들, 정리할 것들을 하고

이제는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을 하여 고양이와 함께할 생각을 시작하였다.


약 1달간의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살펴보는 기간을 거쳐

주위의 추천에 따라 1년 이상의 성묘에, 중성화가 된, 러시안 블루를 분양하겠다는 분을 찾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바로 그 친구를 데리고 왔다.

이름은 '꼴통' ... 

너무 하잖아... 이름이 이게 뭐야 ㅠㅠ

 

입양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알수 없는 강남역 근처의 건물에 있는 사무실이었다.

러시안 블루 2마리를 기르고 있었고, 안에는 나름의 캣타워도 있었다.

내가 입양하기로 한 고양이는 침입자(?)인 나에게도 그다지 경계를 하지 않고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나는 바로 이동장에 넣어 우리 집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내 차 안에서 처음에는 뭔가 불안한 소리를 냈었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 이런저런 글을 많이 읽었다.

새로운 환경에 가게되면 고양이에게 적응할 시간을 두고. 가만히 두라고.

나는 그대로 시행했지만. 이 고양이는 그런 고양이가 아니었다.

첫 1시간 책장에서 숨어있더니 1시간 지나서는 마구 돌아다니기 시작.

내게도 다가와 다시 냄새도 맡고 하더니. 3시간째에는 첫 식사를... ㄷㄷㄷ


문제는 고양이는 이미 어느정도 적응을 했지만 나는 적응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화장실을 어디에 둘지, 밥은 언제 줄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해주고 놀아야 할지.



불안해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집사와 달리.

고양이는 편안해만 보였다...
내가 자고 있거나, 아니거나, 
유유히 집안을 돌아다니며, 앉고, 자고...
꽤나 스트레스 받아야할 상황인 것 같았지만.
밥도 잘 먹었고, 화장실도 잘 사용하였고.
심지어 첫날부터 내게 다가와 비비면서 만져달라고 하였다...
마치 원래 자기의 집이었던 것처럼. 

들었던 고양이의 습성과는 전혀 달랐다. 강아지인가? 아니 앉아있는거 보면 사람인데...



그렇게 되니, 이름을 뭘로 해줘야 할지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었다.

사실, 원래 이름이었던 '꼴통'이라고 불러도 거의 반응이 없었다... ㅠㅠ

이에. 15년 구너로써... 아스날에서 현재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그러니까 털색깔도 이러니까. '테오', '테오' 월콧 

그냥 '월콧'으로 할까도 생각해보았지만 그건 별로 재미가 없었다.

더군다나 테오라고 하면. 테오 반 고흐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거라고 생각도 했다. (실제로 그랬음)

빈센트 반 고흐의 유일한 지지자이자, 세상에의 유일한 창구였던 테오 반 고흐.

물론 내가 빈센트 반 고흐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고...



문제는 위의 동영상과 사진들에서도 보여지듯이.

테오는 꽤 큰 고양이였고, 비만이었다.

아마도 중성화 이후에 마구 먹었을듯한 모습이었다.

움직이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먹이는 주는대로 먹었다.

나는 여기저기를 찾아보았고, 천천히 체중감량을 시켜주기로 했다. (집사는 살을 못 빼는 주제에)



역시 운동에는 먹을 것으로 유인하는게 최고라고 들었다.

밥도 그냥 주지말고, 밥그릇을 들고 여기 저기 다니면서 움직이게 하라고.

그래서 1주일정도 그렇게 해 보았는데.

아... 그래도 나는 사람인데... 이게 뭐야 ㅍㅍ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더 간편한 방법으로 바꾸었다.

위의 사진처럼 레이저 포인터를 이용하니 아주 자유롭게 운동을 시킬 수 있었다.

물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나를 의구심 가득찬 눈으로 쳐다보며.

결국은 레이저 포인터를 찾아내서 박살을 내버리긴 했지만 ㅠㅠ



그렇게 지내다 보니 결국 걱정이 되는건 내가 없을때의 생활이다.

저녁 시간에 내가 집에 들어올때는.

문을 열때 바로 앞에서 뭐라고 뭐라고 쫑알거린다. 

나는 네가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네가 심심했다는 것은 알겠다.

심지어 어느 날은 내가 들어오자마자 위에 사진처럼 두 발로 서서 내 몸에 달려들었다. 

문을 열때 어떻게 앞에 나오는지 보기 위해 혹시나 해서 

번호키를 사용하는 집의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갔다가 들어와봤다.

집 문 바로 앞에 있는 식탁에서 앉아 있었다. 

하루 온 종일 그러고 있는것일까? 

어떻게 해야 너를 거기에서만 앉아있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너는 나를 기다리지 않으면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테오가 밖을 쳐다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해먹을 사다 주었다.

저 멀리 도봉산을 보라고. 저 멀리까지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처음부터 혼자서 올라가지는 않았다.

식사를 올려주고, 내가 일부러 들어서 얹어주고 해야 올라가더니.

어느날은 낮잠을 자면서 보니 저 해먹에서 나를 보고 있더라. 




흥미로운 것은 음식에 대한 반응들이었다.

가끔 집에서 밥을 해먹고는 했는데.

어떤 음식을 하건 열렬한 반응을 보이며 자기 좀 달라고 장난이 아니었다.

몇번 혼내고는 했는데 별로 교육의 효과는 없었다.

그러던 중 한번은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병을 핥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더니 그 다음날에는 또 과실주 병 입구를 핥고 있는... ㅠㅠ (오른쪽 참조)

향때문인가? 

웃긴건 콜라는 정말 기겁을 하며 싫어하더라.

다른 고양이도 콜라 주면 도망가는 영상을 본 적 있는데 이게 다 이러는건지...


이렇게 몇 달을 지내고.

나는 영국으로 잠시 여행을 가야했다.

여행을 가면서 아는 동생에게 잠시 테오를 맡길 수 밖에 없었다.

과연 테오가 잘 지낼까 사고는 치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그 집에서도 한시간만에 부비부비하며 친화력을 과시했다고.



웃긴건 그 집에 다시 내가 테오를 데리러 갔을때인데.

태연하게 누워있던 테오가 침입자 나를 보더니

'헐!!' 이라고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던 거... ㅋㅋㅋㅋ

내가 다시 올 줄 모르고 이미 그 친구에게 적응하고 살았던 것이다. 


아아... 나는 그냥 그런 존재구나 ㅠㅠ



이제 19개월이니 사람의 나이로 치면 20대 중반인 셈인다.

하루의 상당 부분을 저러고 지낸다.

뒹굴. 뒹굴. 뒹굴. 뒹굴.

낚시대네 뭐네 하며 놀아주려 해도 아주 잠깐 관심을 가지다가 무시당하기 일쑤 ㅠㅠ



 그나마 최고로 열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역시 뭔가를 내가 먹을때.

정말 고기들을 먹을때는 옆에서 아련하게 쳐다보는게

남자 고양이 주제에 청순 돋는다.. 허허 ㅠㅠ

저러고 있을때 혼내야지 뭘 달라고 안 달겨든다는데.

저런 표정 보면 어쩔 수가 없다 ㅠㅠ 



 물론 그는 고양이, 나는 사람.

이해할 수 없는 저런 박스, 상자 사랑이라든지.

사람과는 다른 수면 패턴.

그리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기에 생길 수 밖에 없는 그의 짜증, 나의 짜증.

발생을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는 나와의 삶을 선택을 하지 않았고 동거인 아니 아니 동거묘로 내가 선택을 하였으니

그가 내게 보여주는 무한한 애정에 나는 답을 해줘야하는 것.

앞으로도 맛있는거 많이 사주고, 많이 놀아줄게.





Posted by 빨간까마구


 2012년 마지막 날에 뭐 했나 생각해보니 도저히 모르겠어서 아 그냥 집에 있었나보다 생각했는데.

오늘 포스퀘어 뒤져보니 국카스텐 콘서트를 보고 있었다. (혼자)

무조건 가야겠다 그런건 아니었고 갈만한 곳이 별로 없어서.

올해는 생고기 라이브에 가서 백현진 풀밴드 공연을 보고 싶었으나.

예매하는걸 까먹은 사이에 끝.

역시 지를때 질러야혀... ㅠㅠ


아무튼 본의(?)아니게 친구들과 한해를 마무리하는 파티를.

준비를 많이 한 빈짱과 사모님덕분에 재미있는 게임을.

글씨 본인에게 안 보이게 다른 사람이 써붙여서 맞추는 것도 재미있었고.

담배에다가 써서 뽑기를 해서 스스로 만든 벌칙들을 행하는 게임은 흥미로웠다.



오글오글하지만 마니또도 나중에는 기억에 남겠지. 

하지만 내용은 안보이게 블러처리를 했다.


2013년은 정말 한해동안 온갖 일을 다했던 것 같다.

특히 어제 밤은 한 해의 마무리로써는 완벽한 마지막 밤이었다.

물론 중간에 몸이 급 안 좋아져서. 알러지인지 아님 그냥 술때문인지.

반점이 돋고, 메스껍고, 어지럽고, 구토할뻔 했지만... 

금방 좋아져서 살만해졌으니 다행이지.

만약 조금만 더 진행했으면 예전처럼 숨차고 혈압 떨어지고 할뻔했.

딱 타이밍이 페X카나 치킨 먹은 후이긴 했는데... 엉엉 ㅠㅠ

거짓말해서 그런가... 


2012년을 마무리하며 윤수는 페이스북에서 쓴 글에서

본인과 가족들만을 위한 한 해를 꿈꾸던 2013년이었는데.

그런데

나는 이미 가족도 아니고 나만을 위한 삶을 산지가 꽤 오래되었으니..

어떻게 보면 노는데에는 최적화된 삶이 아닌가 싶다.

얼마전에 만났을때 나의 결혼에 대해서 욱진이가 '너는 장남이 그러면 안된다'고 하던데.

글쎄. 내가 뭘 잘 못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부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친구들 결혼해서 잘 사는거 보면 부러운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지 않고 그들에게 있을 거라 생각치 못했던 능력을 가졌다니 

의외로 쟤네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있으니 ㅎㅎ


물론 이런 이야기 직접 하면 아버지한테 싸데기를 맞을지도 모르지만 

평생을 본 가족들하고도 잘 못 지내는데 

잘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르는 사람하고 대충 결혼해서 스트레스 받으며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인데.

차마 이 이야기를 하지를 못하고 그냥 여지껏은 나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둘러데고 있었으니...

아버지가 본격적으로 선보라고 공격이 들어올성 싶은데.

아들이 인간관계에 있어서 꽤나 부적격인간인지에 대해서 알게되는 사태를 괜히 초래하시는거 아닌가 싶다. 


2014년엔.

2월까지는 직장도 옮기고. 이사도 가야하고. 새 차도 사야하고. 등등

연초부터 골치아프고 귀찮지만 해결해야할 일들이 좀 있는데.

별일없이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어쨋든 2012년 끝날때도 2013년에는 2012년처럼 못 놀겠지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2013년 끝날때도 마찬가지네. 2014년에는 2013년처럼은 못 놀겠지. ㅎㅎ

일단 새 직장에 가면 2013년처럼 휴가를 자주 쓸 수는 없으니까 말이지... 

그래도 최선을 다할테다.

2014년 12월에도. 아 진짜 미친듯이 논 한 해였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지...



 

Posted by 빨간까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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