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쌍다반사'에 해당되는 글 168건

  1. 2015.04.17 어떤 사고들에 대한 기억
  2. 2015.03.02 생일즈음의 생각
  3. 2015.01.26 낙지짬뽕 1
  4. 2014.12.22 2014 결산 2
  5. 2014.11.23 필라델피아 치즈 케익 1


1. 10년전 나는 GOP의 병사의 진료를 하는 군의관이었다.

24시간 철책근무가 이루어지기에 군의관인 내가 직접 순회진료를 하는 시스템이었다.

산길로 약 20km정도를 경계근무를 하던 부대이고, 소초가 15개인가 되었기에 

일주일 중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이 15개의 소초를 몇개씩 묶어서 진료를 나갔다.

아침 9~11시에 운전병이 모는 앰뷸런스 옆에 타고 나가서, 오후 5~7시면 돌아오는 일정.

GOP부대는 GOP에서 내내 생활을 해야하기에.

다른 간부와 마찬가지로 1달에 2박 3일의 외출만이 허용되었다.

의무대에서 생활을 했다. 

병사들이 기거하는 곳에는 그나마 바닥에 열선이 깔려 있고, 난로가 있었다.

군의관에 방에는 아무런 난방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전기장판과 열풍기로 겨울을 보냈다.

10월 15일인가 눈이 왔다.

온도계로 영하 20도, 체감온도 35도, 심심하면 정전되는 곳에서 겨울을 났다.

강원도, 그중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부대, 설악산 자락이 아닌 금강산 자락이 있는 부대.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내 이야기가 아니다.


2. 순회진료를 마치고, 의무대에서 쉬던 어느 11월날이었다.

대대 간부가 갑자기 의무대에 뛰어 들어와서 

"낙상사고가 났으니 어서 출발하세요!"라고 외쳤다.

간단히 옷을 입고, 대대본부에 갔다.


6M 높이에서 병사가 떨어졌다. 현재 의식 상태는 모르겠다.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이런 상황이었다.


뇌출혈 내지 두부 손상 의심, 이로 인해서 경련을 하는 것이라면 응급상황이다.

척추 손상도 당연히 유발 가능하며, 어떤 종류의 외상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낙상을 하면서 경추를 다쳤다면, 환자를 비의료인이 조치하는게 경추손상의 악화 원인이 될 수 있었다.

응급!

평상시에 이용하던 앰뷸은 늦을 것 같아서, 그나마 빠른 지프차를 타고 출발했다.


그리고 이 사고에서 겪었던 가장 화가 나는 일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지프에 탄 그때부터 나는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그 전화는 사고 현장에서의 전화가 아니었다.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단 정보과장, 작전과장, XX과장, AA과장 등 기억도 못할 사람들에게서 계속 전화가 왔다.

연대의 온갖 장교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계속 받다가 도저히 안되어 전화를 안받았다.

나중에 질책을 받을 수 있지만, 환자를 위해 필요한 전화 외에는 안받기로 했다.

전방은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고, 언제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기에, 핸드폰 배터리는 소중했다.


그 와중에 연대의 모장교에게서 전화가 왔다.

"군의관님 헬기를 띄워야 합니까?"

"아니 제가 아직 환자도 못 봤는데 어떻게 결정합니까?"

"띄울거면 지금 연락해야 합니다. 그리고 띄워놓고 안 타게 되면 좀 곤란합니다. 잘 결정하셔야 합니다."


이런 전화를 받다가 사고가 난 현장에서의 보고는 이런 전화들로 인해서 바로 못 받았다.

내가 직접 전화해서 상황을 확인하니 다행히 환자가 더 악화된 것은 없었다.


차를 매우 빠르게 몰아서, 평상시에 1시간 30분이 걸리던 거리를 40분만에 도착했다.

사고 이후 40분.


그때까지 내가 받은 전화는 70통정도 되었다.

"어떻게 되어가나?" "환자 상태는 어떤가?" 하고 묻는 아무런 의미 없는 전화들로 70통


현장에 도착해보니.

병사는 다행히 의식이 있었다.

뇌출혈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경추 손상의 가능성도 낮아 하지 운동을 시켜보았다.

큰일이다. 하반신의 감각 이상과 운동 이상을 보였다.

애초에 보고 받았던 경련을 한다는건 그냥 떨고만 있던 상황.


헬기를 띄우기로 했다.

내 선에서 끝낼 문제는 아니었다.

만약 환자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을 경우 

해당 부대의 대대장 및 중대장, 소대장은 내게 아쉬움을 표시할 수도 있지만(실제 들어본 적 있음.)

환자가 우선 아닌가. 

이학적 검사만으로 환자를 판단하기는 위험하다. 최첨단 의료시설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문제는 그 소초에 헬기접근이 되지 않기에, 헬기장으로 환자를 태우고 이동을 했다.

헬기가 내릴 수 있는 위치까지 가는데 다시 40분이 걸렸다.


내가 대기하는 대대본부에서 사고위치까지 40분

환자 조치를 위해 10분

사고 위치에서 제일 가까운 헬기장까지 40분

1시간 30분만에 우리는 헬기에 탔다.

헬기에 타고 강릉병원까지 10분밖에 안 걸렸다. 


병원에서 CT를 촬영했고, 다행히 뇌출혈이나 척추골절은 보이지 않았다.

못 움직이던 하체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은 이렇게 종료가 되었다.


이때까지 내가 받은 전화가 115통이다.


대한민국의 군대가 휴전이후 최전방 철책근무를 한지가 60년이 가까워 오는 때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조직적으로 움직여야할 집단의 위기대처란 이런 것이었다.

끔찍했다.


사고가 생기면 위의 체계가 발동하며, 일원화된 연락을 받는 그런 상황은 없었다.

중구난방으로 모두다 보고를 받으려 했다.

그래.. 10년전이니까 라고 생각했다.

최근에 군생활을 한 친구네 부대에서 사고가 있었는데, 마찬가지였다. 



3. 한달이 지난 12월의 어느 날 오후.

대대본부로 간부를 모두 모이라고 했다.


부대에서 관리하던 소총이 2정 없어졌다.

???????

의무대 바로 옆에 있던 곳의 총기함에서 K2 2정이 없어졌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냐 했는데 사실이란다...


당장 화약고를 조사했다. 소총만 없어진 것과 실탄이 함께 없어진 것은 천지차이. 

다행히 (?) 탄약 및 수류탄의 수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당시 그 총기를 관리하는 곳에는

매일 욕을 달고 사는 간부 한명과 매번 일을 할 때 위의 지시방향대로 못하는 간부 한명이 있었다.

부대의 모두다 누군가 이 간부들이 맘에 안들어서 엿먹이려고 그런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소총이 없어진 날 대대 본부의 주위를 샅샅히 수색했다. 

약 6시간정도를 수색했으나 없었다.

그렇게 매일을 수색했다.


연대장이 올라와서 대대본부의 전부를 대상으로 훈시를 했다

"자 다들 눈 감으세요. 예. 그리고 누가 그랬는지 아는 사람, 아니면 본인이 그런 행동을 한 사람 손 드세요"

...

초등학교때도 단 한번도 저런거 해서 손든 사람 없는데, 총기를 훔친 애가 손을 들리가..ㄷㄷㄷ


어쨌든 그렇게 이틀이 지나갔다.


주요 병사들은 매일 끌려가서 하루에 16시간씩 심문을 받았다.

사건이 발생한 대대본부에 있던 사람들은 외부로의 출입전면통제.


이틀이 지난 점심 무렵에 간부들만 대대본부로 모이라고 했다.


"저희가 다시 조사한 결과 탄약 2박스와 수류탄 6개가 없어졌습니다"


오??????????? 뭐라고?????????????????


상황은 완전 변했다.


만약 누군가가 이 총기들과 탄약, 수류탄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갑자기 그가 이것들을 가지고 무차별 살육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전까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던 탄약들이, 갑자기 숫자가 바뀐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이란다.

그 수를 센게 아까의 덜떨어진 간부였다.


웃기게도 이 시점에 수사를 하던 이들이 기대하는 것이 있었으니

총기함에 머리카락이 두개 끼어 있었다.

'아니 그게 범인의 것이라는 증거가 무엇인가요?'라 묻고 싶었지만, 어쨌든 그렇단다..

YTN에 최전방 부대에서 총기와 탄약 등이 없어졌다 나왔다. 


국방부 조사본부인가에서 올라왔다. 

오.. 이제 좀 과학수사를 보려나 싶었다.

하지만 이때 된서리를 맞은 건 우리였다. 


'머리카락에 DNA가 있을테니, 전 부대원의 혈액을 체취하라!'


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그리고 그 부대원의 혈액체취는 의무대에서.


담당 지시를 내린 수사관에게 직접 가서

"아니 우리 의무대 병사들이나, 제가 총기 탈취를 했다면, 이런 검사는 전혀 의미가 없는거 아닙니까?"

"좀 더 정확한 검사가 되어야 하기 위해 채혈은 다른 사람이 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라고 물었다.하지만...


"군의관님이나 의무대 병사들이 총기 탈취를 하지는 않았겠죠~~~" 


이런 수사관들이 만화 김전일에서 주로 잘 못 하던데... 



결국 대대의 간부들까지 전부해서 약 600명의 채혈을 했다.

채혈을 한 결과는 확인하는데 1주일이 걸린다고 했다. 


대대 간부들 및 병사들은 거의 매일 총기가 없어지기 전일과 당일의 행적에 대해서 적어야 했다.

해당 부서의 간부 및 병사들은 이후도 매일 12시간 이상의 조사를 받았다.

부대에서 누가 욕했나 누가 괴롭혔나를 매일 병사들에게 적게 했다.


그리고 기다리던 1주일.

"머리카락에 DNA는 없었고, 혈액형은 A형이다"라는 결과를 듣게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대 주위를 병사들 전부 데리고 수색을 하고.

주요 인물들 조사를 하고.

부대내 관계들에 대해서 조사를 당하고.

1주일이 넘고 2주일이 넘어가니 처음에 탄약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만큼의 불안감은 없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내가 설마 죽겠나 싶었다. 


2주일을 넘길 무렵에 경찰인가와 합동으로 조사를 한다고 변경되었다.

그동안 있었던 수사관들은 내가 봐도 총기를 찾지 못 할 것 같았다.

경찰이 와서 첫번째 내린 결론이.

내부인의 소행만으로 단정하기엔 어렵다고 했다.


해발 800m의 고지에, 이곳 대대본부 까지 오려면 위병소가 3개가 있었지만.

나도 맘만 먹으면 이곳까지 위병소를 지나지 않고 올라올 수 있었다.

위병소는 그냥 찻길 중간에 쇠사슬만 채워놓은 수준.

사람은 그냥 우회할 수 있었다. 


경찰들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과거 병사 및 간부들 중에 금전적인 문제나 사건이 있던 간부들을 조사한다고 했다.


그렇게

외부로 눈을 돌린지 일주일만에 범인을 잡았다.


전역 간부들의 휴대폰 내역을 뽑았고, 그 중 한 명이 부대 인근에서 휴대폰을 사용한 것을 확인.

그리고 그 간부는 전역할때 가지고 있던 현급 2000만원을 전부 쓰고.

강간 하려다가 미수에 그치고, 이를 말리던 사람을 폭행.

합의금을 마련을 해야할 상황이었다.

...

그리고 그 인간이 친척집에 기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수, 덮쳐서 잡았다고...


결국 밝혀진 사건은.

돈이 급했던 간부가 같이 일했던 병사를 꼬드김.

평지에서부터 올라가기 시작해서 아주 가볍게 위병소 3개 우회를 하고, 해발 800m 전방부대까지 들어옴.

아무런 저지도 없이 탄약고와 무기창고에 들어가서 물건들을 훔침.

만약 저지 당했으면 바로 수류탄 터뜨렸을거라고.

의무대 바로 옆에서 일어난 일이라, 만약 내가 화장실 가면서 발견했으면 수류탄 바로 맞았을 뻔 했다. 


이들의 실수는 총기탈취 후에 발생하는데... 800m를 너무 급하게 내려오느라 발을 삐끗했다고.

원래는 바로 이 총기와 탄약 가지고 은행(!)을 털려고 했는데, 발 삐끗한거 나을때까지 기다리다가 체포가 되었다... 


사건이 모두 해결되고 나서. 군대란 정말 무능한 조직이구나라고 생각도 하기 전에.

사건 당시에 병사들에게 조사한 것을 토대로 군 내에서 다시 조사가 나왔다.


대대 본부의 2/3의 간부가 전출, 그러니까 다른 부대로 옮겨야 했다.

폭언, 폭행, 성추행, 가혹행위, 금품갈취 등등..

충격이었다. 많은 간부들이 그런 행위를 하고 있었다는거.


당연히도 나는 병사들에게 위의 행위를 한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전방에서의 생활에 나는 병사들을 진료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사건이 모두 마무리가 되고 나서 부대에 남은 것은 증오뿐이었다.

큰 잘못을 한 간부, 병사들은 여기저기로 전출을 갔다.

병사들 및 간부들의 불만사항을 매일 쓴 내용이 있었다.

문제 행동을 한 이들은 전부 조사를 했다.

누가 어떤 일로 조사를 받았는지 다 알고 있었다.

누가 나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간부가 폭언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병사가 이곳에서 생활을 잘 못하는지.

모든 것을 서로 다 알게 되었다. 


이후의 생활은 너무도 끔찍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2015년 생일이 지나고 쓴 글. 


============================================================================엊그제, 그러니까 2월 28일은 나의 36번째 생일이었다.

태어난 날을 첫번째 생일이라고 하는건가? 아니고 그 다음해부터 첫번째라고 하는건가?

만약 태어난 날이 첫번째 생일이 아니라면 35번째. 뭐 그렇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그 어떤 과정에 올라가있기 때문에

그때부터 셈을 하는게 익숙해졌다.

초중고대 이렇게가 아니라

대학 - 인턴 - 군의관 - 레지던트 - 펠로우 - 월급의사.

그냥 흘러가는대로 보면 이제 내게 남은 과정이란것은.

월급의사로 평생살면서 1년차, 2년차, 3년차가 되거나.

개업의가 되어 개업 1년차, 2년차, 3년차가 되거나 할 것이다. 

나이는 이제 빼도박도 못하는 30대 중후반이 되었다.


어떤 삶이었나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았다.

몇년전에 어쩔수 없이 정리할 수밖에 없던 때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학교 돈이긴 하지만, 교지를 만들었다. 글을 쓰고, 글을 봐주고, 교정을 보고, 편집을 했다.

카피 밴드이긴 하지만, 밴드를 했다. 노래를 듣고, 외우고, 연습하는 걸 봐주고, 혼내고 했다.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결국 펠로우 과정까지 마쳤다. 언제나 실수하지 않도록 긴장을 하고 살았다.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다녀왔다. 걷고 또 걷고, 계속 생각에 생각을 했다.

많은 나라는 아니지만, 여행을 했다. 배낭만 메고, 늘 혼자서 그냥 멋대로 다녔다.

생각 끝에, 제대로 된 연애를 하지 않았구나하는게 생각이 났다.


가끔 듣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너는 공감능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이다.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인간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니, 늘 남은 어떤 생각을 할까에 대해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한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은 피드백이 없다. 

내가 내 멋대로 한다고 해서,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아무도 내게 지적을 하지 않는다.

집에서도, 병원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리고 어디에서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내 하고싶은대로 하고 살기엔, 나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다.


연애를 하다보면, 아마도, 일정 나이 이상의 성인에게는

내가 나의 행동에 대해 항상 적나라한 피드백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회라는 넓은 곳에서 '보여지는' 나를 생각하며 행동하는게 아닌,

언제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는게 연애일것이다.


안하고도 잘 살았고, 잘 살고 있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나 자신도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비해서는 분명 좀 더 인간에 가까운 모습과 생각을 하는 것도 분명하고.

나는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요즘들어 점점 더 드는 생각은

과연 내가 누군가와 둘이서 가까운 거리에서 살 수 있을까이다.

결혼을 떠나서, 연애 자체도.

내가 보고싶고 필요할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와 엮여서 하나의 셋트가 되고 이 셋트가 사람을 만나는 그런..


이미 나는 혼자서 사람들과 집단과 사회를 대하는 것에 매우 익숙해졌기에.

그런 것이 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굳이 실험을 해보고 싶지도 않고. 


Posted by 빨간까마구


어제 포스팅했지만. 오늘도 한다.


우리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게 된다.


나는 음식이름으로 가리는 편은 아니다.


일본 원자력 발전소 사태 이후로 일식과 해산물은 안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지도 않고.


딱히 어느 나라의 음식을 싫어한다 뭐 그런것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영국은.. 영국 요리 중에 유명한게 뭐가 있죠? 생선가스?




물론 재료는 좀 가린다. 콩, 팥 등은 싫어하는 편이고, 장어를 제외한 보양식들도 영...


왠만한 재료 안에서 우리가 예상할 수 있게 나온다면 늘 OK이다.


문제는 90년대 호황기를 맞아서 한국에서 시작된 퓨전이라는 것들은 근래에 들어 끝을 달리고 있고.


이런 음식들 중 일부는 굉장히 싫어한다.


내가 생각하는 맛있는 음식은 재료의 장점을 잘 살려주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대척점에 있는 대표적인 것이 아마 치즈매운등갈비 뭐 이런게 아닐까...


십수년전에 잠시 인기를 끌었던 등갈비는 그 재료의 부실함으로 인하여 퇴출이 되었지만.


그 등갈비에 매운 소스를 발라 한 번 살아남았고. 그에 또 지겨워지니.


이번에는 치즈를 얹고 다시 부활했다.


등갈비가 매우니까, 치즈를 얹어먹는다 뭐 이런 개념인것 같은데.


그럴거면 안 맵게 만들라고...


극단적인 음식들도 별로다. 완전 매운 닭발 뭐 이런거...


새디스트라면 이해할까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지난 주 외로운... 토요일 퇴근길에 짬뽕을 먹었다.


포천 - 의정부 - 서울로 가는 국도변에는 여기 국도변의 음식점들이 많다.


국밥, 해장국, 짬뽕, 돈가스 등등의 음식들이 운전하시는 분들을 타겟으로 영업을 한다. 


포천에서 의정부의 경계선에는 괜찮은 짬뽕집이 하나가 있는데, 노부부가 하시는 곳이고.


주문을 받으면 바로 만드는 스타일이라, 짬뽕에 불맛이 장난이 아님...


하지만 나는 이날 여기를 저버리고 좀 더 커 보이는 곳으로 갔다. 


통큰왕짬뽕이라는 이름의 가게였다... 이때 눈치를 챘어야했는데. ㅠㅠ




아무튼 들어가 보니 낙지짬뽕이라는 이름을 보게되었고


낙지 매니아인 나는 바로 시켰다.


하지만 이 음식은 엉망...




음식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제일 아래는 일반적인 짬뽕, 국물에 죽순 약간, 뭐 이런... (콩나물은 왜 들어있었을까?)


두번째 칸에는 홍합을 잔뜩 얹었다. 


제일 위에는 데친 오징어와 낙지가 있다. 


낙지짬뽕이 아니라 데친 낙지, 오징어와 짬뽕이었다.







낙지와 오징어를 자르라고 가위가 나왔고, 찍어먹으라고 초장이 나왔다. 


홍합과 오징어, 낙지에는 짬뽕국물이 전혀 안 먹어 있었다. 


아마도 끓고 있는 국물에, 면을 넣고, 이후 이미 준비된 홍합을 일부 넣고 끓이다 데친 오징어를 올려 놓았을듯.


뭐하는 짓인가???


짬뽕 자체는 뭐 동네짬뽕..  




정말로 낙지인지... 잘 모르겠지만, 재료의 낭비다.


어설프게 묻은 짬뽕국물에 낙지를 초장에 찍어먹는건 유쾌하지 않았다.


음 그럼 국물에 넣어볼까 했지만, 이건 국물에 찍어먹는거 아닌가 ?


결국 절반이상 남기고 나왔다.



9000원이라는 돈을 지불하고 나오면서 화도 났지만.


싼가격도 아닌 돈을 내고, 저런 음식을 푸짐하다는 이유로 먹는건 슬픈 일이다.


차라리, 김밥천국에서 깔끔하게 만든 2000원짜리 김밥을 먹는게 나을 수 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1. 올해의 가장 잘한 일

살아서 놀고 먹고 일하고 있는거



2. 올해의 가장 잘못한 일

연애 못 함



3. 올해의 해외 음반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 Days of abandon



올해 제일 많이 들은 곡도 이 앨범에 수록된 'simple and sure'




4. 올해의 한국 음반


로로스 - W.A.N.D.Y.





5. 올해의 해외 신인


Temples




이런 음악이 지겨워지는 것의 마지막 배를 탄 것이 아닐까 싶다.




6. 올해의 한국 신인


세이수미



이런 노래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들이 만들어줌.




7. 올해의 영화


Gone girl


짱짱짱!!!

OST도 죽여줌.


8. 올해의 드라마

본거 없음

미생을 볼까하고 있고, 밀회인가 그 드라마도 올해 한건가?


9. 올해의 실망

Kooks, Rancid, U2, 김동률, 이지형, 국카스텐, 토이, 장기하


10. 올해의 컴백

어어부 밴드


11. 올해의 영화 음악


Boyhood

Frank!



12. 올해의 배우

없음.



13. 올해의 맥주

듀벨 , 한번 마셔봤지만 트리플홉 좋았음




14. 올해의 AV 배우

사쿠라 마나


15. 올해의 파스타

내가 만든 파스타. 맛은 없음. 


16. 올해의 페스티벌

글라스톤베리


17. 올해의 여행

치앙마이, 글라스토, 제주도, 전주, 후쿠오카


18. 올해의 사건

글라스토에서의... 




19. 올해의 아스날 최고의 경기


FA 결승전!!!!!!!!!!!!!





20. 올해의 아스날 최악의 경기


이기지 못한 모든 경기



21. 올해의 술집


모두들 사랑한다 말합니다.





22. 올해의 독주


헨드릭스





23. 올해의 고양이


테오.






24. 올해의 만화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25. 올해의 책


아파트게임



26. 올해의 과자


허니버터칩 ㅠㅠ



27. 올해의 식사


유후인 카이세키 ㅠ





25. 올해의 술친구

여러분


Posted by 빨간까마구

한 달 전 쯤이었나? 한참 일하고 있는데 응급실에서 전화가 왔었다.

"과장님 응급실에 사체가 도착했는데, 검안 좀 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신지 좀 오래되셨는지 주의해달라고 하시네요"

"예"


의사가 하는 일 중에 사망선고도 있지만 검안도 있다.

말그대로 사망하신 분을 눈으로 확인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것.

그동안 검안 이나 사망 선고를 하면서 저런 이야기를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응급실로 갔는데, 처치실에도 사체는 없었다.

"과장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차에서 내리지를 않았다고 하네요"


앰뷸런스에 가서 뒷 문을 열어보니, 역한 냄새가 올라왔다.

사체를 덮고 있는 이불을 들췄더니 나타난건 말라붙어서 미이라현상이 진행이 된 사체.

뭘 더 확인할 것도 없어서 검안서를 바로 작성을 했다.

집에서 저 상태로 발견이 되셨다고 한다.

그동안 검안을 하면서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퇴근길에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요즘 나의 삶에서 일을 하는 외의 시간은 홀로 있는 시간이다.

평일에는 6시 30분 전일어나서 출근.

아침 식사는 병원에서 간단하게, 다이어트 중이니 밥은 조금만.

점심 식사는 플레인 요구르트와 과일로.

저녁 식사는 병원에서 먹거나, 집에 와서 가볍게 요리를 해서 식사.

책 좀 읽고, 음악 좀 듣고 대략 11시 ~12시 쯤 취침.

주말에는 오전에 출근했다 퇴근하면 낮잠.

저녁시간 무렵에 외출해서 술집에서 가서 술 한잔.

일요일은 오전에 일어나서 땡기면 청소 및 빨래 후 땡기면 가볍게 외출.


대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생각해왔던, 저녁이 있고, 여유가 있는 그런 삶을 누리고 있는데.

정말 이렇게 단조로울 수는 없다.

물론 직업 자체가 꽤나 다이나믹한 일이니까. 근무 시간에는 그닥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데.

직업의 생활은 출퇴근 시간까지 해도 대략 12시간.

그 외의 12시간은 나홀로 참 안정적으로 재미없이 살고 있다.


역시 이런 삶에는 연애이지만, 그건 좀 해보려다가 망했고.

운동을 시작하기엔 체중이 늘고 나서 생긴 허리 통증과 발목통증이.

베이스나 다른 것을 배우러 다니기엔 오래 할 것 같지가 않으니.

집에서 손만 까딱하면 할 수 있는 독서와 음악듣기만 하고 있다.


퇴근길에 그렇게 저녁에 뭘 해먹어야 하나 생각을 하며 그 사체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인터넷이 아니면, 퇴근부터 다음날 출근까지 아무와도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은체 살며

만약 나에게 작은 사고가 생기거나, 또는 맘을 먹고 생을 스스로 마감을 하거나 한다면.

결국 나도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발견이 될 것이 아닌가.

가족과 연락을 자주 주고 받지는 않으니, 아마도 직장동료들이 이상함을 깨닫겠지.

물론 벌써 8년전의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언제 죽어도 별로 후회할 것은 없이 살고 있다.

다만 그건 내 생각이고, 다른 이들의 생각은 다르겠지.


어쨌건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우리 집에 와서 이것저것을 뒤지겠지.

빈약한 책장에는 우울한 내용들의 만화책, 그리고 컴퓨터에는 다수의 동영상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저게 뭔가 싶은 잡다한 음반들. 그리고 쓰잘데기 없는 것들.

책상에는 샘플로 받고 아직 한번도 써보지 못한 발기부전 치료제.

그리고, 아마도 굶고 있을 고양이.


뭐 그럭저럭 평범한 거 아닌가하고 생각이 들다가, 사고의 흐름은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실에는 썩어가고 있는 양파와 아직 괜찮은 당근, 그리고 먹고 남은 반찬들.

그리고 냉동실에는 소고기하고 인스턴트 돈가스와 만두? 

그리고...


어처구니 없게도 나의 의식의 눈은 냉동고의 필라델피아 치즈 케익을 발견하고.

이건 안되는데. 그리고 보통일이 아닌데 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코스트코에서 사온 필라델피아 치즈케익. 

한 박스에 16조각이 들어 있는 그 치즈케익.

아직 그 16조각 중에 2조각 밖에 안 먹었고.

다이어트 중이니 대략 1주일에 기분 안 좋은 날 하나씩만 그 치즈케익 조각.

그 2조각만 먹은 한 박스를 사람들이 발견하게 된다면

'이렇게 삶의 의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왜 그런 일을...'

하고 생각하며 슬퍼할 것을 생각하니

절반 이상 먹어치워 버릴때까지는 죽기 좀 힘들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는데.

그 사이 한 조각도 안(못) 먹었음. ㅋ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