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같은 포맷인데 작년과 내용이 너무 유사하다

내년에도 비슷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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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의 가장 잘한 일


살아서 놀고 먹고 일하고 있는거





2. 올해의 가장 잘 못 한 일


연애 못 함





3. 올해의 해외 음반



Father John Misty - I Love You, Honeybear










4. 올해의 한국 음반



라이프 앤 타임










5. 올해의 해외 신인



Alvvays









6. 올해의 한국 신인



파라솔 - 언젠가 그 날이 오면








7. 올해의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8. 올해의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 보다 말았으나 그나마 오래 봤음.

응답하라 1988. -> 보고 있으나 보다 말 듯.




9. 올해의 실망



Deerhunter




10. 올해의 컴백



삐삐밴드


결과물이 어떻든 일단 돌아와 주셔서 감사




11. 올해의 영화 음악



없음.

매드맥스의 사운드 트랙을 아주 어렵게 구한 기억이...




12. 올해의 배우



없음.

베테랑에서 잠깐 나온 박소담이라는 배우가 외모 취향이라 좀 찾아보려 함




13. 올해의 맥주




U2 공연장에서 먹었던 맥주



#u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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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올해의 AV 배우



이토 치나미




15. 올해의 내가 한 음식



샐러드 파스타 






16. 올해의 페스티벌



펑크스프링, 안산밸리록, 펜타포트, 서울재즈




Guitar Man and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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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올해의 여행



해외는

오사카, 베를린, 오키나와

올 해 여행들은 다 좋았다.

내년에는 도쿄에 가려고 함.


국내는 속초 다녀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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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올해의 사건



두산 한국시리즈 우승









19. 올해의 아스날 최고의 경기



FA 컵 결승전.

그리고 직관한 에미레이츠 3:0 경기




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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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올해의 아스날 최악의 경기



첼시와의 경기





21. 올해의 술집



모두들 사랑한다 말합니다.

은 폐업.



사실 모사말은 제가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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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올해의 독주



지바인





23. 올해의 고양이



테오와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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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올해의 만화



Ho! 





25. 올해의 책



계간 스켑틱





26. 올해의 과자



없음




27. 올해의 식사



Galvin La Chap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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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올해의 가장 중요했던 날짜



2015년 10월 22일




29. 올해 배운 스포츠



수영(은 배우는 중..)




30. 올해의 컴필레이션


3 Little Wacks – YOUNG,GIFTED&WACK 3rd Anniversary Compilation





31. 올해의 공연




Paul McCartney


많이 멀지 않다 #PaulMcCart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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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






Rancid



Rancid #punkspring #펑크스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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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찍고 보니 촬영 불가....





32. 올해의 내년계획



없음. 



Posted by 빨간까마구




레딩페스티벌 가기로 최종 결정을 한 2011년 7월.
해외 페스티벌은 처음이기에 검색을 하였고 그렇게 나온 곳이 '페스티벌 제너레이션'
그리고 마침 그 날이 레딩페스티벌을 위한 번개가 있던 날이어서 번개장소로 연락을 해서, 그 날 저녁에 창문가 자리에 앉았었다.
다만 워낙 낯을 가리기에 레딩페스티벌에서도 그분들과 함께 하지는 않고 그냥 다른 친구들과 다녔다. 
페스티벌을 다녀와서는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 곳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졌다.


2012년 1월 시험 1차를 마치고 울적한 기분에 주말에 FF에 갔다.
Her space holiday라는 알 수 없는 사람이 공연을 했다.
그리고 처음 '모두들 사랑한다 말합니다'에서 봤던 지성이형을 보고 그분을 통해, 맹선호씨와 인사를 하고, 술자리에 초대받았다.


자주가는 술집을 정하는데에 보통 세가지를 보는데 음악이 좋을 것, 술이 괜찮을 것, 그리고 서비스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것.
이중 하나라도 100%면 단골이 되고 자주 가고는 했다.
모사말은 이 세가지 모두 100%에, 친구까지 사귀었다.


친구들과 함께 이 작은 공간을 또 쪼개서 누렁이계단, 독대바, 모말사, 메인테이블 등으로 우리는 나누어서 불렀다.
모사말데뷔, 모사말셀렙 등 우리만의 언어를 만들어 갔다.


'모사말사람들'
나이는 몇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고향이 어딘지, 어디 학교를 나왔는지 보통 사람들이 만나면 먼저 확인부터 하는 것들을 아무것도 모른체 그곳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알게된 사람들.
느슨한 관계지만 옆자리에 앉으면 반갑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사람들과
페스티벌을 가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캠핑을 갔고, 여행을 갔고, 한강에 갔고.
아침해가 뜨는 걸 보고. 저녁해가 지는 걸 보고.


두번의 생일파티를 그곳에서 했다.
거기서 만난 친구들의 결혼식을 세번 봤다.
지구종말을 바라는 파티를 했고.
롤링페이퍼도 돌리고.
압상트를 나눠 마시고.
누군가의 만남, 누군가의 헤어짐을 지켜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왔고, 그들도 단골이 되었다.
친동생도 이곳의 단골이 되고, 여기 친구들과 또 친해지고. 
다만 나는 여자친구 생기면 꼭 데리고 오겠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지키지 못 한...


메인테이블에서 했던 생일파티
정치이야기를 했던 에어컨 앞 테이블
레딩페스티벌 준비로 왔을 앉았던 창가자리
이곳에서 계속 놀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화장실 앞자리.
이유도 없이 취해서 자던 구석자리.
그리고 독대바.


아스날의 오랜만의 FA컵 우승을 사람들과 즐기며 We are the champion을 불렀던 날.
나 혼자 기분 좋아 펑크를 잔뜩 틀었던 날 
Disco 2000에 춤을 추던 그 날


주말에 퇴근해서 약속은 딱히 잡지 않았지만 
그곳에 가면 친구들이 있고, 친구들이 없어도 사장님은 있고.
아니면 누군가가 있는 그 곳은 이제 없다.


올 봄 술도 못 마시고 아무 것도 하지 못 하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을 때 토요일에 어렵게 나가서 그래도 사장님에게 얘기를 하고 그랬던 곳은 이제 없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모두들 사랑한다 말합니다.


안녕안녕


Posted by 빨간까마구

<몇 번을 이야기했지만 이 연작은 100% 픽션입니다.>

 


지난 글 보기 : 

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 <1>

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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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주저리주저리 내가 왜 그녀와 헤어지려하는지에 대해서만 썼는데

냉면사건 이후 그녀와 헤어지려 한거지 

그 이전까지 나는 그녀가 나만을 위한 하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느끼는 감정의 공유였다.


그녀를 만나게 된건 굉장히 큰 우연이었다.

2011년 7월 나는 로라이즈에 있었다.

정확한 날짜가 생각이 나지 않는 그 날 나는 그녀를 처음 봤다.


그녀의 첫인상은 '미국 하이틴 영화 여주인공의 두번째로 친한 친구'같은 느낌.

여주인공의 첫번째로 친한 친구가 보통 친했다가 틀어지고 하는 사람이라면

두번째 친구는 둘 사이를 오가며 관계를 조정하는 느낌?

사려깊게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쎄. 사려깊게 생겼다는게 어떤거냐? 이쁜거냐? 안이쁜거냐?라고 물으면 딱히 답할 수는 없다.

나중에 그녀와 만나게 되고 친구들에게 소개하기전에 어떻게 생겼냐고 묻는말에

'미국 하이틴 영화 여주인공의 두번째로 친한 친구'처럼 생겼다고 말해주니

'개같은 소리하고 있네'라고 친구들이 그랬는데

실제 보고 나더니 

'야 네 말 그대로네'라고 하더라.


아무튼 나는

하이틴 영화 빠돌이에, 그 중에도 여주인공의 두번째 친구들의 팬이었기에

내가 그녀를 처음 본 순간 . 아 . 드디어 만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을 보는 내내 그녀의 옆에서 얼쩡거리며, 어떻게든 말을 걸어볼 기회를 잡으려했지만 만만치가 않았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 왔었으며, 공연 중간 중간 주위를 둘러보며 아는 사람들을 찾아갔다.

나는 공연장에 혼자였지만, 그래도 기회는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그녀를 쫓아가볼까 생각했지만 그쪽 일행은 꽤 많아 어디서든 뒷풀이를 하지 않을까 짐작했다.


옆에서 흘끔흘끔 보니

그녀는 공연 중간 중간 핸드폰으로 밴드들의 사진을 계속 찍고 있었고 그것을 뭔가 조작을 하는 듯 보였다.

뭐지? 하고 봤더니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었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존재는 알고 있었다.

나는 트위터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매일 거기에서 찌질거리고 있었다.

사진을 올리는 그녀를 보고, 나는 모든건 집에 가는 길에 해결하기로 했다.

아비정전 장국영의 '우리가 함께한 1분' 대사와 함께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나는 쭈글쭈글한 반바지에 슬리퍼, 그리고 떡진 머리를 감추기 위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집에 오는 길에 나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서 '얄개들'으로 검색을 했다.

당연히... 몇 명 안되는 사람들이 나왔고, 어렵지 않게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말하자면 SNS에서 스타였다.

팔로잉은 50명도 안되는데 팔로워는 그 10배가 넘었다.


뭐하는 사람일까? 뭐하는 사람이지? 하고 보려고 해도

인스타그램에는 음식과 밴드들 사진과 셀카 몇개밖에 없었다.

학생인지 직장인인지 나이는 얼마정도 되는지에 대한 단서는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트위터는 더 가관이었던 것이 그 날 밴드 사진 하나 올린거 말고는 전부 텍스트였는데

'죽을까?' '말까?' '죽을까?' ' 말까?'가 주된 내용이었다.


사실 이제 생각하면 그 때 좀 뭐가 이상하다 느끼고 발을 뺐어야 했는데

그 때의 나는 그나마 타인에 흥미를 느끼는 남자아이였으니...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팔로우를 누르고 나는 그녀를 관찰하기로 했다. 


팔로우하고 나서 알고보니 그녀는 트위터에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쓰는 글의 일부를 트위터에 발췌를 하는 상황이었다.

어쩌다 그녀가 링크를 건 블로그에 가보니 그 전문일지도 모르는 글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 '죽고싶다' '죽지말까'만 이 트위터 계정에 올리는 것이었다.

그녀의 글 중에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다'는 매우 일부분이어서

아마도 다른 계정을 가지고 그곳에는 다른 내용만 올리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트위터 계정에 글을 쓰고 이를 취합해 블로그 글로 옮기는지.

아니면 블로그 글 중에 일부를 옮기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알게된 이후 나는 그녀의 블로그에 매일 들어가게 되었다.

그녀의 글은 감정이 배재 되어 있지만 재미있었다.  

그녀의 블로그에 매일 들어가고 그녀의 다른 트위터 계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알게된 것은 '죽고싶다' '죽지말까' 계정 뿐이었다.


트위터와 달리 인스타그램은 한국 여성의 인스타그램 자체였다.

파스타를 먹으면 파스타를 찍어 올렸고.

햄버거를 먹으면 햄버거를.

단풍을 보러가면 단풍을 찍고 있었다.

텍스트로 가득찬 트위터와 달리 인스타그램에서는 좀 더 그녀의 일상을 볼 수 있었다.

공연을 보고, 술을 마시고, 밥을 먹고, 친구를 만나고.

사실 그녀가 보는 공연들이라는게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를 처음 본 로라이즈를 간 것도 그냥 밴드를 보러 갔다기보다는 그 공간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나는 한국의 밴드들은 거의 몰랐다.

아니.. 정확히는 2000년 이후의 나온 음악은 한국이 아니라 전세계 어디 음악도 잘 몰랐다.


나는 레드 제플린과 핑크 플로이드만 들었다.

대학교때 밴드할때는 선배들의 권유(=강압)에 메탈리카도 연주했는데

도저히 어느날은 못 견디겠어서 나보고 기타 못 친다고 욕하는 선배를 때리고 밴드는 그만뒀다.

들려주는 음악의 밴드 이름이 메탈리카에 모터헤드에 메가데스라는 솔직히 좀 구리지 않나?

웃긴건 내가 때린 선배긴 하지만 그를 통해 알게된 레드 제플린은 괜찮았다.

그들의 영상은... 와 저 인간들은 무대에서 섹스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했다.

물론 당시의 나는 동정이었다. 


어찌되었건, 한국의 밴드 음악을 굳이 들을 생각은 없었기에

그 날 이후로 그녀와 공연장에서 마주칠 일은 없었다. 

트위터도 인스타그램도 나는 그녀를 팔로우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나를 팔로우하지 않았다. 


그녀의 인스타에서 여름바다를 보고, 가을단풍을 보고, 겨울눈을 보고

그리고 겨울이 끝나갈까 하던 때에 그녀의 트위터에

"지산에 라디오헤드가 온다고??"라는 글이 올라왔다.

'라디오헤드가 온다니 죽지 말아야겠다'라는 전개를 예상했으나

그 후로 그녀의 트위터는 전혀 다른 글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전부 라디오헤드에 관한.


나는 그녀의 트위터를 보면서

톰요크는 안검하수가 있으며, 나오는 앨범마다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오피셜 뮤직비디오가 아닌 라이브영상들을 보게되었고.

톰요크가 오징어처럼 춤을 추는 영상도 봤다.

오징어 댄스는 라디오헤드 팬들에게 유명하다고 써놓았었다.


웃긴건

그렇게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하나 둘 듣고 나는 지산에 가기로 맘을 먹었다.

내가 그녀에게 더 빠진 것인지, 아니면 라디오헤드에 빠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기로 했다. 


사실 나도 라디오헤드는 알고 있었던게 

선배 때리고 밴드에서 나오기 전에 creep이라는 노래를 연주한 적이 있었기때문이다.

당시에 나는 좇같은 노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은 없다.

병신같이 지 스스로를 creep이라고 하다니 한심한 새끼.

마침 라디오헤드도 그 노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봤다.

호감도 1 상승.


딱히 국내에 돌아다녀본 적이 없어서인지 지산이라는 곳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녀의 트위터에는 전에 지산에서 즐거웠었지 하는 사진들이 올라왔는데 뭔가 신기했다.

내가 더위에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만 있을때 저사람들은 야외에서 저러고 다닌다고?

사실 표를 사기전까지 그 곳에 간다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굉장히 빨리 매진이 되었다는 그 지산 얼리버드 사는 걸 성공했다. 

그녀는 트위터에 자기는 놓쳤다고 올렸지만 가겠다고 했다.

그녀에게 첫 멘션을 보냈다. 

'저도 가는데 가게되면 같이 뵈요'

그녀가 답을 줬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놀면 좋죠~ 으하하!'


나는 그 이후로 라디오헤드를 듣고 또 들었다.

레드 제플린이나 핑크 플로이드만큼은 아니었지만 좋은 밴드인 것 같았다.

뭐가 좋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지만 메가데스보다는 좋았다.

그러고 보니 모터헤드 비웃어 놓고 얘네는 라디오헤드네 싶었지만 좋은 음악에 이름이 뭔 상관이야!

무당벌레새끼들도 있는데..


어느덧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봄벚꽃이 올라왔다. 

저기는 일본인가?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딱히 어디인지 적지 않았기에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여름. 어느덧 7월.

나는 지산에 갔다.

친구들한테 락페스티벌에 갈것이라 얘기를 했더니 그게 뭐하는 곳이냐고 물었다.

나도 잘 몰라 자세히 설명은 할 수 없었다. 

혼자 차를 몰고 갔다. 

어차피 술은 마시지 않을것이니까 돌아오는데 문제는 없겠지.

지산 밸리락 페스티벌은 3일이나 한다는데 대단한 사람들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집으로. 서울로. 


그녀는 지산에 언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산에서의 사진을 계속 올리고 있었다.

친구가 많은 것 같았다. 남자도 많고, 여자도 많고.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뭔가 활발해졌다.

물론 여전히 설명은 없지만.


차를 몰고 도착하니 라디오헤드 공연에는 시간이 꽤나 남아있었다.

딱히 할 일은 없어 돌아다녔는데. 좀 보다가 포기했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은 없었고, 들리는 음악은 시끄러웠다.

정신없어 보이는 아이들이 정신없이 떠들며 난리를 치며 걸어다니고 있었다.

7시도 안 된 시간에 취해서 뻗어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쟤네는 집에 어떻게 가려고 그러지??


도저히 안되겠어서 그냥 라디오헤드때까지 앉아 있기로 했다.

딱히 이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겠다는 생각은 없었기에 뒷자리에서.

멀리서 소리나 듣기로 했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다음에 좋아하게 된 밴드 아닌가.

어차피 두 밴드는 볼 수 없으니, 내가 좋아하는 밴드는 처음 보는 공연.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조금씩 나도 동요가 되기 시작했다.

어쩌지하다가. 그냥 일단 맥주는 한잔 하기로 했다.



라디오 헤드 공연의 시작.

공연때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비록 알게된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그 음악이 화려한 조명과 함께 들리는 그 공간.

넋을 놓고 나는 앞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매우 덥고, 사람들은 짜증을 냈지만, 나는 앞으로 앞으로.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제일 앞까지 가 있었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더는 서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털썩 주저 앉았다.


문득 그녀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덕분에 알게된 밴드 아닌가.


고맙다는 멘션을 보내려 트위터를 봤는데


'ㄹ ㅏ 디휴데 볻 ㅏㄱ 울다 ㅊ ㅣ ㅂㄱ 다 못 찻ㄱ ㅔㅆ다' 라고 올라와있었다.


라디오 헤드 보다가 울다가 친구들 잃어 버린건가?


'다 ㅁ 부ㅔ 푸기 시ㅠ읒데 불이 압다'


담배 피고 싶은데 불이 없구나


그녀에게 멘션을 보냈다


'어디시냐? 불 빌려드리겠다'


'ㅇ ㅕㄱ ㅔ 늦 갸욱가'


?? 예 ? 라고 물었더니


"개울갸'


개울가? 물이 있는가? 하는 생각에 지나가는 스탭에게 물었더니 있다고...


그녀를 찾아 갔다. 멀지 않았다. 


그녀는 낮에 올린 인스타그램의 옷들을 그대로 입고 얼굴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울고 있었다. 

왜지? 싶었지만. 일단 라이터를 주려고 하는데.

정말 꺼이꺼이 울면서 고맙다고 내 손을 잡았다. 악수를 했다.


개울가에 앉아 우리는 라디오헤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술은 모자랐지만, 그녀를 놓고 갈 수는 없었다.

그녀는 라디오헤드를 언제부터 보고 싶었는지 얼마나 좋았는지에 대해

울면서 웃으면서 이야기를 계속 했다.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녀도 내게 고맙다고 했다.


사실 나도 취해있었다.

공연 중간에 옆에 사람들이 내가 오징어춤을 추는걸 보고 좋아하면서 술을 줬었다.

맥주 3잔에 위스키 4잔?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말했다.

그녀는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라이터 갖다줘서 고맙다고 했다. 

사실 그녀는 담배를 한 대도 피지 못 했다.

담배를 손가락에 끼는 족족 떨어뜨렸다. 


그녀는 자기 숙소에 가서 라면이나 먹자고 했지만, 찾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개울가에서 있기로 했다.


나는 1일권만 가지고 있지만, 3일동안 지산에 있기로 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지난 포스팅 : 20150327~20150401 오사카 여행 (강추 음식점들 포스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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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고베에서 공연을 보기로 한 이후 한 일은 음식점과 바이닐샵 찾기.

 음식점이야 여러 블로그, 카페, 여행사이트, 타베로그등으로 대충 추렸고.

 바이닐샵은 '레코드스토어 데이'에 등록되어 있는 곳으로 일단 잡았다.

 이베이에서 내가 몇번 산 일본 셀러가 위치가 오사카이기에 

 '너네 매장 있냐?'고 물어봤더니 없다고...


 오사카에 가니 한국에서 철수한 타워레코드가 보여서 반가워서 들어갔는데 역시 금방 나옴. ㅎㅎ


 아무튼 이 포스팅에선 바이닐샵들 하고 우연히 간 펍? 바?만 적어보겠다.



 레코드 스토어데이에 등록되어 있는 오사카샵은 Time Bomb, Flake, Root Down, Snow등이었다.

 


RockRock ( Music Bar )



오사카 첫날엔 자정즈음 도착해서 숙소에 짐 풀고 술마시고 돌아다녔다.

도톤보리에서 라멘 먹고, 스시 먹고 

숙소 가다가 적당한 곳 보이면 술이나 한잔 해야지했다.


그렇게 살짝 취기 오른 상태에서 걷는데

저기 멀리서 익숙한 음악 소리가 들렸다.

리암 목소리.

Live Forever 







와. 진짜 길거리 돌아다니다 오아시스 듣는건 카오산 로드에서나 하는건데 생각했음.

그것도 live forever라니


이거 뭐지? 하고 걷는데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소리가 들리는 곳은 별거 없어 보이는 건물에 3층.


아 뭔가 프라이빗 파티인가 싶었는데 무슨 'RockRock'라고 써 있었음. 뭐지?하며 올라갔다.




Crow9(@crow9)님이 게시한 사진님,



건물에 들어가고 딱 펼쳐진 광경은 

사람들이 열심히 춤을 추고 앞에는 디제이가.

디제이는 음악을 피지컬 매체로 틀면서 그 앨범 커버를 부스 앞에 거는 그런...

이 No request라고 걸어놓은게 진짜 간지...


안에 분위기는 대충 이 영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다음날에 할 펑크스프링의 애프터 파티를 한다고 써놓았다.

검색해보니 올해 20주년 된 바였드만.

이런 큰 공연, 페스티벌이 있으면 애프터 파티를 늘 하는 곳이라고.


이런 우연이라는 의외성이 여행의 즐거움인듯.



http://www.rockrock.co.jp/







 Flake Records

 

아메무라와 신사이바시 인근에 있기에 찾기에 어렵지 않다.

주로 신품 바이닐을 위주로 취급하는 곳이다.

장르는 주로 락과 팝 위주인듯.

락음악은 김밥레코즈와 굉장히 유사하게 들어와있다.

방향이 비슷하다고 보면 될 듯. 

김밥보다는 좀 넓다. 


중간중간 CDP가 있어 들어볼 수 있음.


내가 산 것은 일본음악 바이닐.

커버만 보고 한개 골랐는데 대만족이었다.

일본펑크음악 추천해달라 했더니 난감해하더만...




http://www.flakerecords.com/index.php


 





 King Kong Records



Flake Records에 갔을때 

중고 바이닐 샵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나온 이름.


신사이바시에 있다. 근ㅊ


알고보니 내가 묵었던 캡슐호텔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진짜 알고 보지 않으면 안 보인다는게 딱 맞는듯.


1979년에 시작된 샵이라고 한다.


계단을 통해 이어져 있는 샵인데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다.

매우 넓은 공간에 장르별로만 구분이 되어 있고 바이닐들이 널려 있음. ㅋㅋㅋ

나같은 초짜들은 한번 들어본 적도 없는 밴드들이 많다.

가격은 저렴. 100엔부터 시작.

장르는 모든 장르의 음악이 다 있다.


중고바이닐이라지만 상태가 훌륭한 것들이 많다.

역시 일본인들은 대단함.

뭔가 건질게 있을까 하고 봤는데 '뭐야.."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한 10장 들려있고 시간이 3시간이 흘렀음.


http://www.kingkong-music.com/







 Time Bomb Records



이 곳은 레코드 스토어 데이에 등록이 되어 있는 샵.

Flake Records에서 펑크 어찌고 하니 여기 가보라한 샵이다.

이곳도 역시 신사이바시에 위치.


여기 포함해서 세 레코드샵이 500m 안에 위치해 있다.

특히 King Kong Records와는 100m 안쪽...


King Kong records와 달리 이 곳은 정돈이 되어 있다.

이 곳은 좀 재미있던게 샵이 2섹션으로 되어 있는데

펑크, 메탈, 코어, 얼터너티브 등의 장르들의 음악이 한 섹션.

그리고 나머지 음악들이 한 섹션으로 되어 있다.

스탭도 딱 자기 위치만 지킴 ㄷㄷㄷㄷㄷㄷ


장르별로 A~Z 순으로 차곡차곡 정리가 되어 있다.

King Kong Records에 비해 유명한 아티스트도 많다.


다만 이곳은 King Kong Records에 비해 당연히 가격이 위.

이베이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도 위이다.


http://www.timebomb.co.jp/








 


Posted by 빨간까마구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에 가서 저스티스를 보려고 했다.

저스티스가 끝나면 새벽 한에 속초로 가는게 계획이었다.

속초, 고성.. 군대 시절 2년을 보냈던 곳. 

레지던트 시험에 실패하고 군의관으로 생활을 했던 그 곳.

나는 2007년에 남양주로 부대를 옮긴 이후로 그곳에 한번도 가지 않았다.

설악산은 펠로우때 몇 번 갔지만, 속초 시내는 가지 않았다. 


막상 춘천에 가서 월디페를 보고 끝나고 속초 갈 생각을 하니 귀찮아졌다.

멀잖아. 피곤할테고...

그래서 그냥 속초, 고성만 가기로 했다.


토요일은 오전 근무가 있는 날이다.

피곤하지만 환자는 많이 없었고, 그럭저럭 진료보고 퇴근해서, 잠깐 낮잠 자고, 청소를 했다.

빨래도 돌리고, 집정리도 하고, 옷정리도 하고 하다보니 어느덧 6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민했다. 월디페 갈까?

하지만. 그냥 속초만 가기로.


네비를 찍어보니 속초까지 약 200 km

내가 그 곳을 떠난 이후 생긴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추천해주었다.

내가 다녔던 길은 국도인데, 막히지만 않으면 160km까지 밟을 수 있다.

네비가 추천해준 길을 통해 가면 30분 절약을 할 수 있었고, 12000원을 내야했다. 

30분에 12000원.

12000원에 30분.

30분 빨리 간다고, 내가 그곳에서 뭘 더 할 수 있지 않다.


도봉구 -> 태릉 -> 구리 -> 양평 -> 홍천 -> 인제 -> 속초


정말 쉬운 길이다. 이 길이 얼마나 쉬운가 하면, 

9년전 처음으로 차 사고 서울 올 때 이 역순으로 네비도 없이 왔었다.

그냥 보이는 표지판대로 운전을 했는데 서울에 도착했고, 집에 별 문제 없이 왔었다.

넓고. 차 없고. 인간도 없고. 휴계소도 없고, 건널목도 별로 없는 길. 


운전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신발인 크록스로 갈아 신고. 출발.

좋아하는 CD만 챙겨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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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 도착하는데 2시간 40분 걸렸다. 

네비가 안내한 시간에서 20분 절약.

하지만 저녁 9시 30분이 넘은 시간.


첫 도착지는 중앙시장.

고성에서 살때  회를 가장 많이 먹은 곳은 항구나 해수욕장들이 아니라 속초 중앙 시장이었다.

지하에 가면 회센터가 있는데 인당 만이천원이면 대충 알아서 회를 주셨다. 

가성비 최고의 횟집.. 하지만 지하니까 바다에서 회먹는 기분은 안나는 단점이. ㅎㅎ


중앙시장에서 회를 먹고, 모듬순대를 사가져가 숙소에서 술 한잔 하는게 계획이었는데.

도착한 시간이 10시 가까이 되었더니 순대집들은 전부 문을 닫았다.

좀 신기했던 것은 닭강정집이 정말 많았다는것.

내가 살았던 2007년 3월까지는 그렇지 않았는데 뭔가 광풍이 불었나 보다.

시장에 오고가는 사람들은 전부 닭강정 박스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간이 그렇게 흐른건가? 


혼자서 모듬회 작은거를 시켰더니 서빙하시는 분이 다른 거 드시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좀 많을텐데... 하면서.

그래서 다른 거 가격 확인하니 광어 3만 뭐 이래서 그냥 모듬회로.

야외에 테이블이 있는 집이라 밖에 나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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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에는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있었다.

자기들끼리 '꼬추친구'라면서 옛날 이야기를 하더라. 

'고추친구' 아니고 ' 꼬추친구' 

'부랄친구'라고 하기엔 뭔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한 것 같은데. 암튼. 

예전에 거기에 뭐가 있었지, 그 친구가 뭐 했었지 그런 이야기를 신나게 하시던데. 

나도 씨발... 나중에 어렸을적 친구들 만나면 과거나 파먹고 살겠지 싶으니 기분이 영.. 


나는 아침에 샌드위치 하나 먹은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

스끼다시 나오는거 잠깐 먹고 딱히 할일 없어서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게임하다가

회가 나오자 마자 폭풍흡입하는데

옆자리 아저씨가 갑자기 나한테 "젊은이 미안하네" 그러더니

앞에 있는 '꼬추친구' 아주머니에게

요즘 젊은이들은 핸드폰만 주로 본다. 세상이 그런 세상이다. 안타깝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하더라.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오분마다 "젊은이 미안하네'하고 요즘 젊은이 욕을 하셨다.

나보고 같이 먹자는건지, 아님 핸드폰을 보지 말고 먹기나 하라는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적당히 술 오르셔서 그런지, 그냥 내가 하는 꼬라지가 맘에 안들어서 그런거였는지.

뭐 딱히 화가 나고 그런건 아닌데.

나도 꼰대질에 포텐이 좀 있는 편인지라

언젠가는 옆자리에 알지도 못하는 젊은이에게 

저 인간 이상의 질할을 하지 않을까? 그 젊은이에게 미리 미안~ 


각자 남편과 아내가 있는 두 분이 거나하게 취해서 꼬추친구 뭐 어쩌고 하는 것보다는

그냥 핸드폰 보면서 회 먹고 있는 내가 나은거 같은데 모르겠다.

그들 눈에야 말로 혼자 그 비싼 모듬회 쳐먹는 내가 한심하게 보였겠지.


아무튼 계속 내게 미안하다면서 요즘 젊은이 욕을 하던데

그냥 거짓말 좀 보태서 '사실 저도 마흔다섯이라 젊은이는 아닌 것 같아요' 뭐 이러려다가

마흔다섯이라고 뻥 치기엔 좀 어려보이지는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하며 회나 쳐 먹었다.

서른 여덟이라고 하면 젊네 뭐 이럴 것 같아서.. 그럼 기분이 더 좇같았겠지  



비틀거리며 두 꼬추친구가 사라지는 걸 보고 

혹시나 연 가게가 있으면 순대와 닭강정을 사려고 했으나 없었다.

그래서 술도 사고 안주도 사려고 속초 이마트로 향했다.

횟집에서는 맥주 한 잔만 한 상태이기에 이마트에서 술을 사고 어서 숙소를 잡고 술을 마셔야지.

꼬추친구들을 위한 건배.를 하며 한 잔 해야지. 


폐장시간이 10분 남은 시간에 들어가서.

칭타오 하나를 사고 스파클링 와인을 하나.

그리고 떨이 중에 떨이로 남은 어묵 셋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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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속초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가깝지 이마트에서 해수욕장.

속초 해수욕장 들어가는 입구의 숙소들에서 호객을 하고 있었는데, 5만원을 부르기에 바로 콜.

바다가 보이는 방은 7만원이라던데, 방에서 바다 봐서 뭐하냐.

바로 와인과 칭따오와 어묵을 들고 바다로 향했다.


아직 여름이 다가오지 않은 바다에는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 동성 친구들과 온 사람들, 그리고 그냥 연인들이 많았다.

휴가철의 페로몬으로 가득찬 거대한 부킹클럽같은 느낌은 없었다.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불꽃놀이를 하는걸 봤다.

퍼엉. 펑. 펑.

동영상으로 찍고, 사진으로 찍고, 들고 찍고, 꽂아놓고 찍고.

불꽃 터지는걸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걸 구경했다.

그들도 그닥 재미있어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재미없어보이는걸 찍는 나는 또 뭔가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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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개를 따로 챙겨오지는 않았기에 그대로 주저 앉아서 어묵을 처묵.

어묵을 하나 꺼내서 먹고, 칭타오를 싹 다 마셨다.

음.. 좋은 조합. 

닭강정이나 모듬순대를 이 해수욕장에서 펼쳐놓고 먹었을거 생각하면 

차라리 중앙시장의 가게들이 닫았던게 다행이었다.


속초 해수욕장은 그 인근 해수욕장들에 비해 그래도 가로로 긴 편이라 쭈욱 걷기 시작했다.

끝에서. 끝으로.

일본 영상 보면 끝 쪽에 사람들 안보이는데서 섹스하고 그러는데.

뭐 그런 생각도 하면서 걸었다.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있던 아저씨가 있었다.

별을 보는 걸까? 싶었지만 그냥 취해서 누워있는 것 같았다. 죽지는 않았었음. 

그 옆에는

어린 여자애들이 모여서 맥주 하고 있었고

그녀들에게 같이 한잔 하자고 말을 하는 남자가 있었다.

여자애들은 꺄르르 꺄르르 지네끼리 웃고 있는데. 남자애는 뭔가 계속 웅얼웅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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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끝까지 걸어가는 길에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린다.

'다시~ 돌아온~ 그대를~ 위해~~~~~ 내 모든 걸 드릴게요~~~~~'

음정이 계속 살짝 나가는 노래를 바이브레인션을 잔뜩 넣고 부르는 남자.

'만일 그대 내곁을 떠난다면~~~ 끝까지 따르리~~~ 저 끝까지 따르리 내 사랑~~~

'그대 내 품에 안겨 눈을 감아요~~ 그대 내 품에 안겨 사랑의 꿈 나~~~눠~~~~요~~~~'

과도한 바이브레이션.

유재하의 노래에 저런 과도한 바이브레이션이라니...

어디 오디션 또는 가수들 장기자랑하는 프로그램에 저 노래들이 나왔나???  

파도는 쏴악 쏴악 스네어 치다가 하이햇도 한번씩 치면서 곁들이고 있었다. 

좋은 연주에 질낮은 보컬.

하지만 뭐.. 그래도 다른 노래들 부르는 것보다는 나았다.


와중에 나는 와인을 계속 마시고 있었다.

위스키를 들고 마시는건 사회 정서상 저촉 되며.

소주는 중독자의 느낌이 강하게 들테고.

맥주는.. 뭔가 좀 없어보일 것 같아 와인으로 선택했는데 제법 괜찮았다.

이마트에서 파는 와인에 라벨에 칠레 최고의 와인이라 써있었다.

가격은 9900원이라 그닥 신뢰가지는 않았지만. 맛있었음.


마시다보니 취하고, 취해서 바로 숙소로.


숙소에서 뭐 바로 쓰러졌나 보다.

전화가 왔다. 대학교 동기였다.

여기가 어디지 잠깐 했다가 속초 온거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덟시쯤이었다.

의사가 되어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의사로서 도움을 받을 수도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거.


다시 잤다. 

어제 나는 새벽 세시에 들어왔다. 

술을 많이 마셨다. 

와인 한병을 다 마셨다.

병원에서 중간 중간 연락이 왔다. 

슬슬 농번기라 그런지 자살하려고 약드시고 오시는 분들이 입원했단다.


문득. 내가 여기서 타인에 의해 발견이 된다면 . 

'30대 후반 의사, 속초에서 사체로 발견.' 

최근 특별한 일은 없었으며 자살의 흔적은 없는 것으로 보아 사고사.'  

뭐 이런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정, 금전, 가족 등등의 문제가 없기 때문에 딱히 기사화되지는 않겠지 싶었다.

자살했다고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도, 어찌 보면 뭔가 사람들의 흥미를 끌만한 구석이 있어서겠지...


일요일. 5월 17일의 일정은 전혀 바쁘지 않았기에 12시쯤에 일어났다.

체크아웃하라고 이야기도 없기에 그냥 주욱 잘까 싶었는데 그래도. 

프론트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냥 키놓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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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고 다시 중앙시장으로 갔다. 

모듬순대를 시켰더니 아주머니가 모듬순대 국밥을 오더에 넣으시기에 수정해드렸다.

모.듬.순.대

속초에서 순대하면 역시 오징어순대 아닌가.

모듬순대를 시키니까, 편육이 반접시, 순대국과 함께 김치순대, 야채순대, 오징어순대의 구성.

편육 다 먹고. 순대국 절반 먹고, 순대들은 절반 먹고 테이크 아웃.

닭강정도 테이크 아웃.

나는 원래 새우튀김을 주로 사왔었는데. 오늘은 먹고 싶지 않았다. 


그냥 7번 국도를 따라서 주욱 올라가며 가보고 싶은 곳 가며 화진포까지. 

7번 국도는 바닷가 바로 옆의 국도로 유명하다. 

드라이브 하기 좋은 국도.

시속 80km으로 유지하면 신호등에도 많이 안 걸린다. 

그래서 과속하는 차도 별로 없다.

물론 100km로 달려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 달리면 신호등에 자주 걸린다. 

결국 80km 유지한 차랑 같이 건널목에 나란히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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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속초에 있는 영금정에 위치한 등대 전망대에 갔다.

이쪽에 살때도 한번인가밖에 안 갔었던.

날이 좋기는 했지만, 설악산쪽은 뭔가 좀 뿌옇게 보였다.

서쪽은 설악산, 동쪽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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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면서 목표는 일단 고성의 제일 유명한 짬뽕집이었던 수성반점으로 잡았다.

짬뽕으로 유명하고, 여기서 근무할때 정말 많이 먹었던 집이다. 


수성반점은 공현진 해수욕장에 있다.

속초의 대포항에서부터 최북단의 화진포까지 하면 해수욕장이 10개가 넘는데

그중에 내가 제일 자주 간 곳은 화진포와 삼포 해수욕장.

수영은 못 하기에 해수욕장에 가서 한 것은 그냥 바다보기.

특히 삼포해수욕장은 바다가 평행선으로 주욱 펼쳐져 있어서 좋아했다.

같이 군생활했던 사람들과 그냥 바다 보면서 놀았었다. 

짬뽕 먹으러 가다가, 그냥 차를 이 곳에 세웠다.


예전에 했던 그대로, 콘도의 가게에서 아이스크림 사서 바닷가에서 먹기.

요맘떼라는 아이스크림이었는데 괜찮았음.

구구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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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 해수욕장에서

저쪽에는 뭔 영상? 영화?를 찍는 아이들이 있었고.

그반대쪽에는 가족들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은 더 없었다. 이 두 무리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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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여름 휴가철에도 사람이 많지는 않은 곳이라. 좋았다.

여전하군. 좋다. 

콘도는 망해가는 느낌이 여전하고, 주차장엔 차 5대?

날이 너무 좋았기에 그냥 막 찍다보면 뭔가 그림이 나왔다.


한시간여를 멍하니 바다 보다가, 차로 와서 음악을 주욱 들었다.

언니네 이발관 5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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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차를 세웠던 해수욕장에서 다시 짬뽕집으로..

예전 그 위치에 그대로 있었다.

여기는 특이한게 밖의 평상에서 먹을 수가 있다는거. 

짬뽕을 시키고 평상에서 있는데 반대쪽에서 왠 강아지가 나를 보더니 막 다가왔다. 

귀여웠음...

그런데 내 앞에 와서는 뒷다리를 절더라. 헉. 너 아픈거였니? 

그런데 조금 멀어지니 다시 그대로 걸었음. 모르겠더라. 쥐났나?

유쥬얼 서스펙트? 인가에 뭐 이런 장면이 나오나보던데 나는 그 영화를 안 봐서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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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짬뽕이 나왔는데. 정말 맛이 없었음.

이곳을 떠날때 마지막에 먹었을때 정말 맛이 없었던 것이 기억났다. 하하

진작 좀 기억했으면 다른 곳을 갔을텐데.

원래 이 동네에 유명한 짬뽕집이 세개가 있었는데 그중 한 곳에 간것인데. 망했음...

반도 못 먹고 그냥 해물만 좀 건져먹다가 나왔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맛이 없던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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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온 김에 예전에 살았던 아파트도 가보기로 했다.

이곳 고성의 군청소재지인 간성으로 가서.

군인들도 보고, 터미널에도 갔다.


터미널에는 20대 여자애들이 10명정도 있었다.

군대에 간 남자친구가 외박 또는 외출이 나오는 날에 맞추어 온 사람들.

그녀들은 몇 시간에 한 번 오는 버스들을 기다리고 있는것.

토요일의 간성의 모텔은 늘 만실이었다.

일요일 오후까지의 간성은 연인들의 장소였다. 

그런 활발함도 일요일 오후까지.

오후가 되면 군인들은 복귀하고. 그들을 보러 온 사람들도 돌아가고.

일요일 저녁은 정말 언제 그랬냐는듯이 고요했다.


간성에서 자주 갔던 백반집도 찾아보고, 축구를 했던 잔디구장도 가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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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의 마지막은 역시 화진포.

화진포는 여기 살때 가장 자주 갔던 해수욕장.

밤에도 가고, 아침에도 가고, 낮에도 가고.

예전에 이미 ( http://crow9.tistory.com/3 ) 이런 글도 썼었고...


그리고 화진포로 가는 길에 있는 박포수 가든.

박포수 가든에 가서 밥을 먹고 화진포로 가서 바다 보고 노는게 하나의 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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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도 많이 가는 박포수 가든은 여전했다.

그 동치미 국물 넣어먹는 막국수는 여전히 시원했고.

명태를 얹어서 먹는 암퇘지 수육은 꿀맛.

원래는 여기서 먹고 화진포 갔다가 마지막으로 물회를 먹으려 했으나.

수육과 막국수에 배가 불러서 결국 물회는 안먹었다.

생각남... 물회... ㅠㅠ


그리고 화진포로.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 별장이 있는 이 곳.

호수와 바다를 모두 볼 수 있는 이 곳은 남한의 최북단 해수욕장이다.

최북단이기에.. 8월 중순만 되어도 추워서 바다에 들어갈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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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욱 걸었다. 

끝까지 걸었다가 돌아와도 20분이면 될 것을 한시간을 걸었다.

화진포 콘도에서 그 사이 바뀐 것은 캐러번이 생겼다는거.

군콘도 안의 캐러번이라. 뭔가 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훈련이면 밖에 나가서 야영을 하는 군인들이 여기까지 와서 또 캐러밴이라...


일요일 저녁, 놀러온 이들도 많이 돌아갔을 시간. 

화진포 해변에는 한 무리의 가족들만 있었다.

갈매기들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그냥 가만히 바다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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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 싶어서 주차장으로 가는데 옆에서 하모니카 소리가 났다.

'엄마가 섬그늘에~' 섬집아기.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간간히 기타를 쳤는데. 코드만 잡고 기본 스트로크로.

아마 기타는 이제 시작했나 보다.

섬집아기가 끝나고 다음 노래는 등대지기.

해는 이미 졌고, 콘도의 불빛은 바다를 비추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여덟시가 넘어 있었다.

서울까지 가는데 최소한 세시간. 

갈때도 네비는 고속도로를 추천해줬으나 나는 그냥 국도를 선택.

네비에서는 고속도로는 세시간, 국도는 세시간 반이라고 했다. 


군의관 시절에 

금요일 밤에 서울로 출발해서 일요일밤에 고성으로 돌아왔던 길을

토요일 밤에 서울에서 출발해서 일요일밤에 고성을 출발하는 반대길을 가고 싶었다.


그 46번 국도를 타면

진부령을 가기전 내가 예전에 근무했던 부대 2개가 찻길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다.

차를 세우고, 담배를 한대 피웠다.

온갖 욕을 남기고 가고 싶었지만, 나를 괴롭혔던 사람은 이미 그곳에 없다.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