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쌍다반사'에 해당되는 글 168건

  1. 2014.07.06 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 <1> 4
  2. 2014.01.27 송파구소재의 어느 바에 대한 이야기 2
  3. 2014.01.20 20140117~20140119 제주도 2
  4. 2014.01.09 안나푸르나 6-1
  5. 2014.01.09 안나푸르나 5-3

2013년 4월 18일 11시 20분이었다.

1년도 더 된 일을 몇시인지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그날 나는 그녀와 헤어지기로 맘을 먹었기때문이다.

헤어지기로 마음을 먹은 후 1년이 지나서야 오늘 헤어지기로 한건.

2013년 4월 18일에 벌어졌던 일이 헤어지는 이유라 한다면

정규분포 안에 드는 보통 사람들에겐 이해하기 힘들 일일 수 있기때문이다.

'성격차이야'라는 말로 대충 메꿀 수 있겠지만.

나는 굉장히 정확한 사람이기에 그런건 용납하기 힘들지.

그래서 나는 

2013년 4월 18일 이후로 그녀와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들을 적립하기로 하였고.

그렇게 10개가 모이면 그녀와 헤어지기로 맘을 먹었다.

짜장면집 쿠폰도 20개, 커피샵 도장도 20개가 대세인 시대에

아니 10개 무슨 말이요라 할 수 있겠지만.

글쎄. 5개가 아닌 것만으로도 나는 그녀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럼 다시 2013년 4월 18일로 돌아가보자.

그녀와 만나서 사귀기로한건 2012년 7월 27일 오후 11시이었으니.

사귄지 약 9개월이 되었을 시점이었다.

전날 우리는 이태원의 모처에서(장소를 밝히지는 않겠다. 나는 그 곳을 싫어한다)

기네스 한잔과 라프로익 두잔, 진토닉을 두잔 마시고.

그녀를 데려다 주는 길에 다음날 약속을 잡았었다.

술을 조금 마셔서인지 그녀는 다음날 해장을 하겠다고 하였고.

역시 해장에는 국물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던 우리는.

늘 먹던 고깃국물이 아닌 냉면을 먹기로 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을까..


"K씨, 우리 내일 냉면 먹어요."

"오 좋죠. 냉면. 어디서 먹을까요?"


만난지 9개월이 되었지만, 우리는 아직 냉면을 먹은 적이 없었다.

무엇을 먹을지 나는 늘 그녀의 의견에 따랐기때문에.

냉면은 겨울에 먹는것이라는 상식에 반해 겨울에는 냉면을 한번도 먹을 수 없었다.

그녀는 차가운 음식은 여름, 뜨거운 음식은 겨울이라는 이야기를 매 식사를 할때마다 했었다.

아니 그건 당신의 상식이고, 사실은 아니다라고 고쳐줬어야 했을까?

하지만 나는 이상한 의견을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그녀가 귀여웠을뿐이다.


"냉면하면 칡냉면이죠. 매운 양념 비빔냉면도 괜찮고요"

"비빔냉면이요? 그 단걸 먹자는 말인가요?"

"아! K씨는 냉면은 단 걸 싫어하시는군요. 그럼 어디서 먹을까요?"

"우리 내일 점심쯤 만날거니까, 조금 일찍 만나서 을밀대 문 열기 전에 만나죠. 10시 35분에 대흥역에서 만나요."

"을밀대요? 거기가 어디에요? 무슨 냉면 파는 곳이죠?"

"평양냉면이요. 을밀대 모르시는구나"

"예. 아직 가본 적이 없네요. 내일 한 번 가보죠. 평양냉면이라..."

"맛있어요. 그럼 내일 만나요"


그녀가 먹자고 하는 것에 내가 첫번째로 브레이크를 건 날이었다.

나는 그녀가 먹자고 했던 매운 양념의 칡냉면을 매우 매우 싫어한다.

매운양념의 칡냉면을 돈을 주고 사먹느니 집에서 비빔면을 먹는것이 나을 것이다.

비빔면에 오이를 얹는 것에 나만의 비법이 있는데 그렇게 먹으면 밖에서 사먹는 비빔냉면따위야...

더군다나 그녀는 평양냉면이라... 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걸 보니.

평양냉면을 먹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냉면을 먹자고 한건가?


사실 이때 나는 생각을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생각을 하다보면 뫼비우스의 띠의 시작점에 올라서 무한반복을 하는 버릇이 다시 나왔다.

뫼비우스의 띠에는 시작점이 없나? 모르겠다. 없을리가 없지 않나?


그리고 2013년 4월 18일.

10시 35분에 만나기로 했으니 나는 10시 28분쯤 도착하기로 했다.

'11시가 오픈시간인 것 같은데 왜 그 전에 만나죠?'라고 그녀의 카톡이 왔지만.

나는 무시하기로 했다.

오픈시간 전에 가서 줄을 서지 않고 유유히 좋아하는 테이블에 앉아서.

남들이 밖에서 줄서는 것을 구경하며 마시는 면수의 맛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이런걸 설명해줘봤자 사람들이 '??'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것을 많이 보았기에.


그녀는 10시 38분에 나타났다.

9개월간의 관찰기간을 놓고 보면 그녀는 평균 5분정도를 늦는 것 같다.

10분정도 늦었다면 지금까지 그녀를 만나고 있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정확한 것이 좋다.

조금 늦었다. 이 시간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 못 앉는데...


"K씨 일찍 왔나 보네요. 날 더운데 미안해요"

"아니에요. 이제 막 왔네요"

"그럼 냉면집이 어디죠?"

"예 저를 따라 오세요"


조금 늦기는 했지만. 또 어쨌든 흥분이 됐다.

9개월 동안 그녀가 먹고 싶은 것을 쫓아 다녔고.

그녀가 이끄는 곳에 가서 먹었던 내가.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곳에 그녀를 데리고 간다니...


글쎄 지금도 생각나는 것이지만.

2013년의 4월은 매우 무더웠다. 

103년만의 어찌고 저찌고를 매일 듣고 있었다.

하긴 매년 XX년 만의 OO는 매년 듣고 있는 것이긴 하네.

그런걸 보면 우리가 매년 새로운 해를 사는건 맞는걸까? 

아니 그냥 똑같은 해를 사는데 숫자만 바뀌는거 아니야?


"K씨 무슨 생각하세요?"

"아.. 아니에요. 길이 조금 멀죠?"

"예. 그렇긴 하네요"


대흥역에서 을밀대까지는 내걸음으로는 약 8분정도 걸린다.

하지만 그녀는 발이 느린편이다. 어제 잠깐 계산을 해보니 10분이면 갈 거리인데...

그렇게 계산을 해도 이미 도착을 했어야 할 시간인데...

그녀는 오늘따라 발걸음이 느리네...

이래서는 내 자리에 못 앉는데...........


"아 다왔다. 저기에요!"

"아 그래요? 맛있게 생긴 집이네요"

"왜요?"

"간판에 저 이름 한문으로 써있는거봐요. 오래된 집인 것 같은데?"


그녀는 맛집을 갈때 밖의 외양을 보면서 늘 맛있게 생긴 집이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맛있게 생긴 집이네요. 왜요? 허름하니까요.

맛있게 생긴 집이네요. 왜요? 간판이 새거잖아요. 이쁘고. 간판에까지 정성을 쓸 정도면...

맛있게 생긴 집이네요. 왜요? 큰길가잖아요?

맛있게 생긴 집이에요. 왜요? 이렇게 구석진 곳에 이런 식당이 있으니 얼마나 잘되면 그러겠어요?


기어코 지난 주에는 이런 말까지 했다.

맛있게 생긴 집이에요. 왜요? 밖에 개 봐요. 아이구 이뻐. 남긴 음식 먹고 저렇게 이쁠정도면.


글쎄. 엄청난 비논리이고. 사실 나로써는 절대 이해하고 싶지도, 입밖으로 내뱉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왜요라고 묻고 나면

맛집을 보며 그녀가 반짝이는 눈으로 입맛을 다시며 하는 이 비논리적인 문장은.

그 눈빛과 표정으로 비논리가 절대적 진리로 변하는 힘이 있었다.

귀엽다. 그래서 나는 꼭 물어본다. "왜요?"


느릿느릿 결국 오픈 시간 12분전에 도착을 했다.

가게 아주머니와 눈인사를 나누고 들어간 순간.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다시 나가야 하나하고 생각을 했다.

늘 내가 앉던 자리에 누군가가 앉아있다.

어제 외박을 했는지 머리는 떡이 져서, 신발은 벗고 있고, 핸드폰으로 뭔가 게임을 하고 있다.

이런 제길. 애니팡이잖아...

저 놈이 나가면 내가 저기 앉을까? 

하지만 저 놈이 앉은 자리에는 앉고 싶지 않다. 더럽고 몰상식한 놈. 

내가 늘 앉는 자리는 제일 끝에 있어서 사람들이 냉면을 다 먹고 육수를 마시는 그 표정을 볼 수가 있어서 좋은데..

하아... 어쩌지????


자리에 앉지 못하고 쭈뼛거리던 나를 그녀가 손을 잡고 이끈다.


"저기 자리 있네요. 가서 앉아요."


그녀가 이끄는 손에 어쩔 수 없이 앉은 자리는.

마침 내 자리가 딱 보이는. 저 놈이 닥터마틴을 벗은 맨발이 보이는 딱 그자리였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그녀와 이렇게 헤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는 그 때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2013년 4월 18일 을밀대 오픈 10분전인 10시 50분...


"K씨 무슨 생각 하세요?"

"아니에요~ 별 생각 안했어요"


그녀는 내 생각이 뫼비우스의 띠에 올라가있으면 그걸 또 어떻게 그렇게 알아서 잘라준다.

그게 또 좋진 않지만. 그게 또 나쁘지 않다.


오픈시간이 되자. 아주머니들이 주문을 받는다.


"뭐 드릴까요?"

"예~ K씨는 물냉면 드신다고 했죠? 저는 비빔냉면이요."


?????

을밀대에서 비빔냉면 ????

????????


아주머니는 주문을 받고 이미 가신 후였고.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그녀에게 맛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을밀대의 물냉면이었지 비빔냉면은 아니었기에.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을 어쩌겠나.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이런 일을 가져왔다니...


"물냉면이 맛있지. 비빔냉면은 잘 모르겠네요. 난 을밀대에서 비빔냉면 시킨 사람 처음 봤네요."

"아 그래요? ㅎㅎ 전 평양냉면 물냉면은 먹어본 적이 없어서요."


어찌되었건 주문은 갔고.

아주머니들이 면수와 반찬들 그리고 가위를 가져다 주셨다.

'가위 필요없는데...'라고 생각하며

면수를 쓰읍하면서 마시고 있을때 딱 보이는 애니팡하는 백수놈.

그녀에게 자리를 바꿔달라고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좀 난감했다.


맘을 다그쳐야 할 타이밍이다.

그녀가 선택한 식당이 아닌 내가 선택한 식당.

비록 시간이 늦어 내 자리에는 못 앉고.

그녀에게 맛보게 하고 싶었던 물냉면은 못 먹겠지만.

망칠 수는 없다.


"음식 나왔습니다"


찰칵~~~~


아주머니가 내 물냉면을 내려놓고

어...하기도 전에.

그녀가 내 냉면을 가위로 촥촥 자르고.

자기 면을 촥촥 잘랐다....



이런....

이런.........


"면을 가위로 자르시면 어떻게 해요!"

"예?"

"면에 쇠붙이로 된 가위가 닿으면 면의 맛이 변하는거 모르세요?"

"예? 냉면 먹는데 몇 분이나 걸린다고 맛이 변해요?"

"변한다고요. 변해요. 쇠맛이 난다고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하지만.. 

가위소리가 나자 옆자리의 가족 중에 아버지가 조그맣게 들리는 목소리로 

'냉면은 가위로 잘라먹는거 아냐'라고 딸에게 설명을 해주던 모습

가위소리가 촥촥 날때 애니팡하던 백수놈이 '쯧쯧'하면서 '냉면 먹을 줄 모르네'하며 쳐다보는 그 눈빛을.

아니 저런 떡진 머리한 루저한테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한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


어찌 되었건 먹어야 하지 않을까?

가위로 자른 냉면의 맛도 언젠가 한 번 맛봐야 한다면 오늘같은 날에...


"아주머니! 여기 주문 좀 받아주세요!"

"예? 뭐 녹두전이나 이런거 필요하세요?"

"아니요. 이 냉면 그냥 가져가 주시고요. 한 그릇 새로 가져다 주세요?"

"예? 음식에 문제가 있나요?"

"아니요. 문제 없고요. 저희 그냥 한그릇 더 시킬게요!"


어느새 나는 새 냉면을 시켰고.

그녀가 가위로 잘라준 냉면을 돌려보냈다.

그녀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귀엽지 않다. 그렇다고 지금 "왜요?"라고 물어볼 수는 없다. 

나는 쇠맛이 느껴지는 냉면을 먹고 이미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K씨 왜 그러세요..."

"아뇨. 괜찮습니다. 이제 되었어요. 새 냉면 먹을게요."

"아니 그 쇠맛이 정말로 나나요? 전 잘 모르겠는데"

"글쎄요. 비빔냉면이야 쇠맛이 안나겠죠. 그렇게 단데..."


그녀는 내 말에 더 이상 답을 하지 않았고.

나는 새로 나온 냉면을 내가 먹는 방법으로 맛있게 먹었다.

매우 덥다지만 아직 여름은 아니니까, 여름의 막하는 냉면보다는 나았다.

그래도 겨울의 맛은 아니지만 말이지.



각자의 냉면을 먹고 우리는 나왔다.


"우리 이제 상수쪽으로 옮겨서 커피나 마시죠?"

"K씨, 저는 피곤해서 이만 들어갈게요."

"예? 아직 12시도 안되었는데"

"오늘은 좀 들어가야할 것 같아요"

"엇.. 그럼 들어가세요."


그렇게 우리는 냉면집에서 나와 대흥역까지 갔고.

나는 상수역쪽으로, 그녀는 삼각지쪽으로 반대방향으로 지하철을 타고 갔다.

상수역에서 커피를 마시며 생각 했다.


평균 5분씩 그녀는 늘 늦었고, 그로 인해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 못 앉았다.

그로 인해 내 자리에는 그 애니팡하는 놈이 앉았다.

내가 맛보게 해주려했던 평양냉면 대신 비빔냉면을 시켰다.


다 좋다고 했다. 여기까진 괜찮았지만. 


내 냉면을 허락도 받지 않고 가위로 자른건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두에게 자신만의 음식 먹는 방법이 있듯이.

탕수육 부어먹는 사람도 있고 찍어 먹는 사람도 있으니, 전부 부어버리면 안되는 것을.

그런 것을 남이 먹을 음식에 함부로 하는 사람.


그런 여자와 더이상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헤어져야겠다.

오늘을 D-day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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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냉면 먹다가 앞자리의 남여가 하는 이야기 듣고 삘받아 소설 한 편 작성해봤습니다.

제 이야기 아닙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2012년 2월 19일부터 현재까지 살고 있는 곳은 송파구 풍납동

예전에 학원 건물을 개조를 해서 원룸으로 만든 건물의 가장 작은 방에 살고 있다.

올림픽대교를 건너서 우측에 아산병원을 끼고 좌측으로 보이는 동네인데.

아무래도 병원에 고용되어있는 전국 각지의 젊은 남녀가 있다보니 

일부의 아파트들과 그리고 아파트에 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취촌이 형성이 되어있다.


20살 이후에 이번이 아마 12번째 거처인가 13번째 거처인가 되기때문에.

여러 형태의 주거형태를 경험했지만. 지금 사는 이곳이 특별한 것은.

병원에서 퇴근하는 여러 갈래의 길 중 하나에 있는

100m정도 되는 거리에 5개의 통닭집이 있는 광경이다. 다른 가게들은 별로 없다.

치킨집 5개, 미장원 3개, 국수집 2개, 그리고 노래방 2개 등이 있다. 그리고 옷 수선 집 하나.

프렌차이즈부터 시골통닭 스타일 그리고 닭강정.

심지어 이 골목 다음 골목에는 브런치집을 표방하는 오븐통닭구이집도 있다. 

그골목까지 하면 약 200m 반경에 치킨집이 10개가 됨... 

1인 자취남녀들에게 최후의 순간의 단백질 공급원인 치킨집.

도대체가 이득은 나는지 모르겠는. 배달도 안 하는 치킨집을 보면.

어서 이 자취촌을 탈출해버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치킨집을 제외한 술집은. 고깃집 1개, 횟집 1개


그런데 작년 가을 무렵? 

이 골목 입구의 아파트 상가의 1층에 '바'가 하나 오픈한다고 공사를 하고 있더라.  

아파트 상가, 그것도 1층에, 간판에 '바'라고 적어놓은 술집을 본 건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

출퇴근을 하면서 유심히 지켜봤다.

공사를 몇 일 하더니. 밖에서 보이는 창에는 앱솔루트를 몇 병 깔아놓고.

그 뒤에는 커튼을 쳐 놓아서 안 보이게 해놓았지만.

출입문은 유리문이고 안에가 보이는 스타일.


문제는 이 바에서 

각각 90도 방향으로


1. 3분을 걸어가면. 20층 건물의 옥상의 바

2. 1분을 걸어가면 지하에 아가씨 나오는 듯한 바

3. 노래방에는 매일 승합차가 서있으며 아가씨들이 타고 내리고 있었다. 


도대체가 무슨 생각으로 아파트 상가 1층에 바를 오픈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장사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는 내가 보기에도 이 곳은 바를 오픈할 곳은 아니니까... 

그렇게 궁금해하던 어느 날. 

좀 일찍 퇴근하는 중에 가게 밖에 나와있는 정장을 입은 여성을 봤다.

딱 봐도 그 가게의 사장님을 보이는 그 여성은 대략 40대로 보였으며.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뭔가 고혹적인 매력이 있었다. 

그렇다고 그 곳에 내가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던. 


하지만 그 날 이후로.

이 부적절한 위치에 

이 동네에부적절한 종목의 사업을 하는 

저 사람은 뭘까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망상은 망상을 불러 일으켜, 

대략 막 캐릭터 만들고 하던게 결국은 이야기까지 만들어냄... ㅠㅠ


아래는 그 대략의 이야기이다. 


서울의 여기저기에 크지 않지만 몇 채의 건물을 소유한 아버지의 딸.

고등학교때 조울증 발병.

약을 먹고 가끔 입원을 하며 그럭저럭 지내던 대학 시절에.

도대체 그녀를 왜 맘에 들어했는지 알 수 없는 남자와 결혼.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이혼을 하고 아버지의 집으로 다시 돌아옴.


이 후 우울증에 알콜 중독으로 몇 차례 입원을 하던중.

아버지가 더 이상 입원비를 내지 않을 것이며,

만약 술을 끊지 않으면 유산도 줄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가게 자리를 하나 줄테니, 거기에서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함.

가게 차려서 돈 까먹어도 되니, 집 밖에서 나가서 뭐라도 하라고 함. 

이에 그동안 아는 것은 술밖에 없으니 당연히 '바'를 차리고.

그녀의 결정에 반대했지만 어쩔 수 없어 술을 마시는지에 대한 감시로 바텐더는 아버지가 고용.

그녀가 하는건 가게 오픈하고 닫을때까지 술 한잔 안 마시고.

손님들이 시키는 안주를 하나씩을 더 만들게 시켜서 계속 먹기만 하는... 


이런 막 이야기를 머리에다가 그리다보니.

손님으로 조울증 환자가 하나 더 오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사장이 우울증상태니, 손님은 조증이면 되겠네.

이왕이면 정신병적인 측면이 있는 태어나서 처음인 조증삽화로.

자기가 현재 왜 이러는지도 모르는 젊은 남자아이 

조증환자와 우울증 환자가 만나서 조증환자는 술을 마시고 우울증환자는 계속 음식을 먹고.

정말 쓰잘데기 없는 의미도 통하지 않는 이야기를 매일 나누던 두 사람이. 

결국 사장은 내일 그가 다시 오면 다음날까지 붙잡아 놓고 같이 병원으로 가리라 맘을 먹었지만.

손님은 다시 오질 않음.

결국 그녀는 그날부터 다시 술을 마시게 되고.

아버지에게 마지막이라는 통보를 듣고 병원에 입원.

그리고 병원에는 손님과 같은 이름을 쓰는 환자가 격리실에 입원중이었다.



뭐 이렇게 매일 퇴근하면서 이 앞을 지나면.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붙이고.

그런데 또 보면 어디선가 본듯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도대체 나는 그 바에 가본 적도 없기에. 뭘 파는지도 모름... 당연히 대화를 해 본 적도 없고.

지나가면서 유리문을 통해서 보면 아저씨들이 의자에 앉아있는 엉덩이는 보이기는 하는데... 

그 가게에서 나오거나 들어가는 손님들을 보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뚝 끊기는게 사실이다. 

물론 그런 종류의 '구림'이 내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겠지만...  

잘 모르면서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만들정도라니. 일종의 죄책감이라던지 미안한 마음이라던지. 


오늘도 아마 그 쪽으로 지나갈 듯 싶은데. 오늘부터는 이야기를 다르게 만들어볼까 생각중이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두산정에서



지난 주말에는 제주로 여행을 다녀왔다.

11월부터 12월에 동남아로 여행을 가겠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결국 본인의 의지박약과.

휴가를 빼기 쉽지 않았던 환경.

그리고 동반자 항공권에 관심을 넘은 행동을 보여준 이가 없었기에.

결국 12월은 술을 먹으며 지냈고. 결국 해가 지났다.


본래는 따뜻한 곳 아무 곳이나 괜찮았기에 부산으로 가려했으나.

그래도 부산보다는 제주라고 추천해주는 이가 많았으며.

게스트 하우스의 천국이라는 제주.

얼마전에 내일로 여행자가 제일 많다는 여수와 순천에서

괜찮은 여자분을 만났다는(그냥 만나기만 함) 동생의 말은.

결국 나를 제주로 이끌었다.


제주는 그래도 우리 나라 여행으로는 제일 많이 갔었다.

친어머니와의 마지막 가족여행이 제주도였고.

대학교친구들과의 졸업여행이 제주도.

그리고 작년과 재작년은 학회차 갔다가 하루정도 돌아본 것.

백록담도 오르고 했었기에. 어디를 가야하나 했지만.

막상 검색하고 읽어보니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서 문제..


하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없었지. 왜냐면 나는 게으르니까...

휴가 2일전에 비행기표를 구매해서 비쌌지만.

그 차이가 서울에서 주말동안 쓰는 돈 정도였기에 진행.

게스트 하우스는 첫 날은 애쉬버튼의 사랑꾼님과.

그리고 렌터카는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여 최저가로. 미니쿠퍼 컨버터블을..


휴가 가기 전 날

3일이지만 그래도 내일 논다고 펍에 가서 술을 마시다 보니 4시 귀가.

비행기 시간은 11시 30분이기에 맘 편히 자고 일어나 보니 10시.

앗! 빨리 준비하자 하고 하면서 핸드폰의 일정을 보니 비행기는 아홉시 반 비행기...

엥?? 뭔소리야, 열한시 반이잖아! 했는데.

알고보니 짧은 시간동안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헷갈려서

제주에서 렌터카 예약이 열한시 반인데 이걸로 시간을 잘 못...


순간. 

'아 무슨 제주야. 그냥 집에서 더 잠이나 잘까?' 

잠시 생각했으나 그래도 공항이 가까워서 일단 가보기로 했다.


"저기요 제가 아홉시 반 비행기였는데 시간을 깜빡해서 늦었는데 혹시 다음 비행기로 바꿀 수 있나요?"


(직원이 황당해 하며) "손님이 타실 예정이던 비행기는 김포공항의 안개 및 미세먼지 관계로 오후 한시 반에 출발 예정입니다"



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포에서 연착되어 북경에서 트랜스퍼를 못 해 거기서 자고 이탈리아에 하루 늦었던 등등의

예전의 여행의 흑역사들이 떠오르며 이렇게 한 번 보상 받나.

나의 인생에서 중간 중간의 불운의 화살표는 있지만 역시 전체의 벡터의 방향은 행운이지라고 생각하며.

정오 해장을 하러 

개화산 원조 나주 곰탕.


하지만 한시반에 출발하기로 한 비행기는 더욱 연착이 되어 두시가 되어 출발을 했다.

좀 흥미로웠던 것은 뒤의 내 나이 또래 또는 약간 더 드신 여자분들이었는데.

정말 독설이 대단했다.

'김포공항은 네시간 연착인데 이 저가항공들은 여섯 시간이라니까'

'에휴 돈 없는 우리가 참아야지 뭐 어쩌겠냐'

'너는 언제 왔니? 나는 여섯시간째야. 이럴 줄 알면 반가만 낼걸 흥흥'


등등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내가 잘 못 한 건 없지만 죄책감이.



아무튼 비행기는 그래도 3시에 제주에 도착을 하고. 렌터카를 찾아서 일단 주행하다 보니.

저녁 시간을 훌쩍 넘어 일단 첫날 묵을 서귀포시에 위치한 '슬리퍼 게스트 하우스'로 향했다.

저녁이면 돈을 모아 가볍게 파티를 한다기에 식사는 안 하고 갔더니 

족발, 치킨, 회 등등으로 포식을 헐...

뚜껑을 열어보았다

파티에 참가 인원은 총 6명으로 성비는 남자 다섯, 여자 하나.

여자분은 내일 남자친구가 오기로 했다고 하여 사심을 완전히 버리고 열심히 남자애들과 대화를 했다.

이번에 수능 보고 고 3인 친구들은 대학을 이렇게 가는게 맞는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말만 듣는 것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것이.

내가 그냥 까먹고 있었던 나의 과거 흑역사들을 다시 소환한...

그때는 왜 그렇게 술로 누구를 이기고 싶어했는지. 하하.

친구들보다 야한 비디오 몇 개 더 보고 그런게 뭐가 중요했는지. 하하

그 친구들에게 그런거 다 부질없다고 이야기하려 했으나 스탑.

그들에겐 그런 세상이 소중한거고 나는 그 곳을 떠나왔다고 그렇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했다.



이중섭 거리의 서귀포 극장

이렇게 첫째날은 정말 여행지는 단 한군데도 가지 않았다.

아무리 연착이어도 좀 그렇다고 생각하며 여행지 코스를 짜보았는데. 

내가 봐도 불가능해서 그냥 이번 여행은 맘편히 돌아당기기로 했다.

포기가 너무 빠른 감이 있긴했지만...


게스트 하우스가 있는 곳은 아예 서귀포시의 올레 시장 한 가운데였다.

여기는 나름 이중섭 거리가 걸어서 3분정도 밖에 안되는 곳이었다.

이중섭 거리로 향해서 이중섭 미술관 및 생가로 향했다.

생가라 하지만 사실 이중섭이 제주에 산 것은 1년여밖에 되지 않...

미술관에도 작품이 많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중섭 화가의 부인인 일본인인 이남덕씨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는.

절절함, 그리움, 약간의 아쉬움, 그리고 걱정으로 편지를 보는 내게도 그 감정이 묻어나왔다.  

남편이 편지를 안 받아 걱정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낸 편지


잠시 그림을 보았으니 다음은 역시 먹부림.

서귀포시의 서쪽에 있는 산방산과 산방온천 그리고 인근의 산방식당을 타겟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산방식당이 문을 닫았다... 1월 15일부터 1주일정도를 닫는다고.

밀면과 수육을 타겟으로 움직였는데. 망... ㅠㅠ

그래서 일단 다시 산방산을 향하며 식사를 중간에 하기로 수정.

다행히 중간에 밀면집이 있어 똑같이 먹었는데. 역시 제주라 그런지 수육의 퀄리티가 굳!


수육을 찍어야지 왜 밀면을 찍냐

예전 기억에 용머리 해안을 보고 

'저기가 산방산이고 저기에 절이 하나 있어요' 하고 지나간 기억이 있어.

이번엔 산방산을 약간 오르기로.

산방산을 오르면 서귀포시의 서남쪽이 꽤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

역시 잘 안 보였다. 흥미로웠던 것은 산방덕이 이야기

산방산은 용암

(인용)


옛날 산방산에 산방덕이라는 여신이 살았다. 

산방덕이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소원이었다. 

인간세상으로 나온 산방덕이는 고성목이라는 청년을 만나 부부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대정 고을 사또가 산방덕이를 보고 그만 그 미모에 반하고 말았다. 

사또는 없는 죄를 씌워 고성목을 잡아다 옥에 가두고는 아내를 자신에게 바치라고 다그쳤다. 

그러나 고성목은 끝내 그럴 수 없다고 버텼다. 일이 어렵게 되자 사또는 산방덕이마저 잡아오게 하였다.

  

그때 마침 산방덕이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돌아오지 않자 

자신이 인간 세상에 나온 탓에 죄 없는 남편이 고초를 겪게 된 것이라 생각하고는 산방산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말을 탄 포졸들이 산방덕이를 뒤쫓았다. 

포졸들이 들이닥치자 산방덕이는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돌이 되고 말았다. 

돌이 된 산방덕이는 사람이 되었던 것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다. 

산방산 동굴에서 떨어지는 물이 바로 산방덕이의 눈물이라고 한다.

산방덕이는 돌이 되어 바다를 보았을까 싶다


여기 산 중턱에 가면 산방굴사가 있는데 거기에 물이 떨어지는것을 받아 마시게 해 놓음.

사랑을 이루지 못한 산방덕이의 눈물이라는데.

뭐에 좋다는지는 모르겟지만 일단 원샷했다.


탄산온천. 물을 먹어볼 용기는 없었음

이번에 제주 가서 처음 안 것은 제주에도 온천이 있다는 것인데.

탄산온천인 산방산탄산온천이 바로 그 곳이다.

이 여행으로 유명한 제주에 탄산온천이라니 아주 유명할만도 한데 그동안 몰랐... ㅠㅠ


다른 온천들과 달리 특이한 것은 

지하에서 올라온 탄산수를 너무 가열을 할 경우 탄산이 날라가니.

탄산수는 그냥 31도정도로 그대로 두더라는... 

처음 들어갈때는 약간 차네~ 정도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은 정도.


원체 온천이나 이런 곳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오랜만에 갔더니.

물에 들어갈때 아주 작게나마 '어허~'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뭔가 좀 슬펐음.

그런데 또 그 물 담근 상태로 한 10분을 잠들어 버렸음....



온천도 봤으니 이제 다시 자연으로!

언덕이 넓게 있는 성 이시돌 목장으로 갔다. 

이제 와서 보면 완전 루트를 잘 못 짠거지만 ...

성 이시돌 목장에는 당연히 소들은 나와 있지 않았다. 

춥잖아.

성 이시돌 목장

성 이시돌 목장이니 역시 천주교에서 하는 곳이어서

나름 세례받은 사람으로서 좀 돌아보려다가.

무슨 사제 서품 받고 막 이런 분위기라 다시 냉담하는 마음으로 움직임.



이 다음에 간 곳은 김영갑 갤러리.

게스트하우스 매니저가 추천한 곳이었다.

더군다가 갤러리라니 숨겨왔던 나의 허영심도 살짝 자극이 되고.

문제는 애초에 성 이시돌을 갔으면 안됬는데 간것인지라.

갤러리에 갔더니 문 닫았음. 하하....


이후에 나는 패닉에 빠지게 된다.

해는 저물어 오고.

원래 묵으려 했던 A 게스트하우스는 연락해보니 리모델링.

B 게스트 하우스는 만실

C 게스트 하우스는 현재 위치에서 2시간 거리

D 게스트 하우스는 전화 안 받음.

그래서 가장 가까운 곳에 검색이 된 곳은 짝 게하...

그 프로그램을 본 적은 없지만 늘 이야기는 많이 들었기에.

한 번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 위한 취재 목적으로 가볼까 했으나

바베큐 파티때 '1호' , '2호' 이런 이름표 붙이고 논다고 하기에 안 갔음.

물론 부정적인 후기도 한 몫했고. ㅎㅎ


옥돔정식을 먹으니 정신이 들었다

결국 일단 저녁을 먹으며 생각하기로 했고.

다시 움직여서 찾아간 곳은 4시까지만 영업을 하는 집... 하하...

그나마 인근에 돌아다니다가 

'전복해물뚝배기'를 보고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옥돔구이'를 시켰지...



한마리를 우걱우걱 먹으면서 보니.

주위의 다른 모든 일행들은 흑돼지를 먹고 있었다...


...


밥 먹으며 결정을 내렸지.

전날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로 다시 가기로.

전날 뭔가 실망스런 나를 매니저가 위로하며

내일은 여자분들은 3분정도 오실거에요. 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저녁을 먹은 표선에서 35km을 이동해서 와보니. 조용하더라 ㅎㅎ

예약들을 취소하셨다고..

내가 뭘 잘 못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ㅎㅎ


뭐 술 마시고 노는게 목적이지 생각하며 

앞의 시장에서 갈치회, 고등어회에다가 소라를 샀다.

거기에 한 분이 멍게를 쏴서.

본격 소주 안주를 사놓고 우리는 막걸리를 마셨다.

물론 한라산도 마셨지.


이날은 나 말고는 게스트가 한 명이었는데.

일본에서 워킹 홀리데이 하다가 정리하고 온 친구였는데.

정리하고 온 이유에는 거기서 만났던 여자도 한 이유가 있다고.

그렇게 붙어다녔지만 자신에게 맘을 열지 않던 그녀가

과연 떨어지게 되면 어떻게 될지 관계에 대한 모험을 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그 모험을 왜 제주 도보 일주로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ㅎㅎ


우리는 2차를 가고. 3차를 가고.

맥주를 마시고 소주를 마시고...

갈치회 & 고등어회 ㄷㄷㄷ



결국. 나의 마지막날 계획도 무너졌...

아니 사실 애초에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오름으로 갔다가

다시 김영갑 갤러리에 가고. 밥을 먹은 후에

돌문화 공원을 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

김영갑 갤러리 정원. 추워 보인다. 봄엔 꽃이 핀다고.

일어나서. 김영갑 갤러리에 갔다.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 정원은 겨울이라 꽃이 피어있지 않았지만.

갤러리에서 느껴지는 김영갑씨에 대한 애정.

그리고 사진에서 느껴지는 제주에 대한 김영갑씨의 애정.

더불어 원체 그 건물이 학교였기에 느껴지는 익숙함까지.

무인찻집은 멋이 장난이 아님

무인찻집의 낡은 전축에서 나오는 KBS FM도 멋졌다.

다만 사진 하나가 좀 그랬지만 ㅎㅎㅎㅎㅎ



다음은 역시 식사.

제주 왔으니 오분자기 함 먹어야지 싶지만.

오분자기가 아닌 전복을 파는거 들었다.

전복뚝배기냐 전복돌솥밥이냐로 고민하다가.

역시 전복뚝배기는 서울에서도 흔치않고 보기에 돌솥밥으로. ㅎㅎ

전복돌솥밥에는 생선이 반마리 뙇


오름을 가는 길에는 뭔가 안타까움이 들기 시작했다.

걸어가야 할 길을 차로 오르고.

애초에 올라가기로 했던 곳이 아닌 곳을 가고.

도망치듯이 공항으로 향해야 했다.

겨울 바다로 가자~


공항으로 향하면서. 발동된 허세는. 운전하다가 갑자기 바다로 가고.

결국 7도의 온도에 바람이 쌩쌩부는 해안도로에서 차의 뚜껑을 열기로..

마침 랜덤재생한 노래는 전람회의 '취중진담'에 이은 '기억의 습작' 

진짜 선글라스만 있었으면 담배도 한 대 물고 노래 불렀을텐데... 


앞의 2일간. 술 마신 애들이 10대 남자애들 그리고 도망온 30대이긴 하지만.

취하고 다시 못 볼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나에게 편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새삼 나는 술 뒤에서도 얼마나 숨는 사람인가가 다시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렌터카 반납시간은 지나있었고. 비행기 출발시간은 40분 남은.

뭔가 끝맺음을 제대로 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바로 서울로 왔다. 


새 직장은 그래도 2주에 한 번은 토,일 2일 쉬니까.

언제든지 안 좋다 싶으면 다시 와야겠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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