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7년에서 2008년으로 넘어가는 그때

나는 언니네 이발관 콘서트를 보고 있었다.
다른 수 많은 공연장도 생각이 있었으나. 내가 굳이 그 곳을 선택한 것은
그 곳이 나의 20대를 반영하는데 제격이라 생각을 했기 때문.

남들에게는 꿈만 같았다는 20대, 놀기에 바쁘다 취업걱정을 하는 20대.
때로는 공부만 하다 끝난다는 20대.
나는 무엇을 했고 무엇을 이루었는가?


가질 수 없는 걸 알기에 알기에
더욱 갖고 싶은 내 자신에 화가 나
지금 내 앞에 있는 나를 닮은 저 사람
당신은 도대체 누구야                      - 언니네 이발관 1집 <푸훗>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너에게
어제 일은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너에게 부담이 되긴 싫었어
너처럼 되고픈 마음에                      - 언니네 이발관 1집 <동경>

사실. 20대에 내가 갈 길이 정해진 것은
대학에 들어오면서부터다. 직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나는 다른 걸 갖고 싶어했지만 나와 닮은 저 사람은 그걸 원했던 것...
오로지 집에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내 하고 싶었던 걸 못 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와서 후회 하지는 않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허전함을 느끼네
내 안에 숨겨둔 마음을 너는 알고 있을까          - 언니네 이발관 1집 <보여줄 수 없겠지>

 그 때를 생각하면 언제나 아쉬운 것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는것.
괜시리 짜증만 내던 그 시절에 이미 나는 많은 것을 잃고 있었는지...




처음 느꼈던 그 모습 그대로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음 좋겠어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게 되면
항상 그렇지만은 실망하게 되네
시간을 먹고 사는 사람들의 만남이란 다 그래      -언니네 이발관 1집 <쥐는 너야>

흐린 이런 날에는 세상도 좋아
너흴 난 너흴 보며 걷네
'미안하지만 이번엔 주인공이 아닌 것 같아..'     - 언니네 이발관 1집 <산책 끝 추격전>

아무도 없던 텅빈 작은 집에 사람들 모여 들어
모두 같은 걸 찾고 찾으려 하지만
어디에도 없어 어디에도 없어                          - 언니네 이발관 1집 <팬클럽>

하지만 그 시절 나에게 위안이 되었던 것은
내 곁에 있었던 친구들... 언제나 같은 것을 나누고 누릴 수 있다 생각했던
나도 그 들을 보고 위안을. 그들도 나를 보고 위안을....

우리는 전국 각지에서 대전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모여
IMF의 아픔을 어떻게든 이겨나가려 그 작은 학교에 모였고.
비록 성장배경, 삶의 터전, 쓰는 사투리는 다 달랐지만
서로를 이해하며 다른 이와 싸우며 하루하루 보내는 하루...

하지만. 매일의 술자리, 매일의 잡담, 매일의 흡연에도
뭔가가 허무하고 심심하고 답답하던 그때...


나에겐 소원 하나 있어 좀 물어봐 줘
죽이고 싶은 누가 있어 넌 모를거야
어쩌면 그래 나를 보는 저 눈을 보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넌 바로 나였어                                      -언니네 이발관 1집 <미움의 제국>

20살의 나를 지배한 감정: 자괴감.
누구에게나 보이는 서늘한 미소, 시니컬한 비판...
어둠 속의 독버섯, 맘 잡고 성공한 동네 양아치, 사람 둘은 죽였을 듯한 눈빛.
언제나 듣던 무섭다는 이야기.

그렇게 나는 내 자신에게 자신이 없었고.
내 안에 누군가를 들여오는게 무서워.
가시를 바짝 세우고 살았던 것...

내가 죽이고 싶었던 것은 바로 틀안의 나.



어제는 기적의 소년 내일은 바보가 되어
커다란 저울위에 매일 오르는 거야

모든 유혹 혹은 영예 이젠 떠나는거야

이제는 너만의 여행을 떠나야 해
어떤말도 그 누구도 신경쓸 것 없잖아          -언니네 이발관 1집 <소년>

 그리고 나는
그 해 초여름.머리를 올브리치로 금색으로 염색하고
대전에서 차마 집으로 바로 가지는 못 하여
혼자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떠난 그 곳...

춘천...

초여름 밤 10시의 춘천.
갈 곳이 없는, 아는 곳도 없는 춘천.
내가 가기로 한 곳은 교과서에서 본 소양강댐. 주머니엔 만원

표지판 보고 걷고 또 걷고.
도착한 시간은 새벽 6시
인근 부대에서 들리는 빵빠레 소리.
나를 보고 짖는 잡종 진돗개 한마리.

가방에 있던 소주를 꺼내 마시고. 댐 옆에서 깊디 깊은 물을 보고.

무언가 무언가 무언가 그 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



오늘은 나의 스무번째 생일이라
친구들과 함께 그럭저럭 저녁 시간
언제나처럼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별이유도 없이 왜 이리 허전할까
난 이런 기분 정말 싫어
너희들의 축하에도 이런 기분 정말 싫어
어제와 다른 것은 없어
그렇지만 기분이 그래
내일이 와버리면 아무 것도 아냐               - 언니네 이발관 1집 <생일기분>

그 어떤 여름의 시험무렵.
나는 뒤늦은 공부로 새벽 5시까지 하다가 집에 갔었고
아침에 깨보니 이미 시험시간은 지나있던 그 때.
내 삐삐에 아무의 연락도 없던 그 때.

결국 우리가 서로를 위해주고 위로를 해 주지만.
혼자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안 그 때.

그리고 그대로 시간이 흘러 흘러 진정한 20세의 생일을 맞은 날.


 그리고?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