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의 사고 이후에
 나는 삶이란 것을 큰 오락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빡시게 박터지게 살아서 뭐 할 것인가?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것을.

 물론 나라는 인간이 흥청망청 즐기며 살 타입은 아니기에.
 오락이라고 생각하고 산 들 뭐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그 전에 갖지 못했던 삶의 또다른 관점을 얻은 것 같아
 오히려 마음에는 더 큰 평안이 찾아왔다.

 그 중엔 큰 것중에 하나가
 바로 2006년에 있었던 아스날 :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이었다.
 그 전에 본 마지막 스포츠 경기는 바로 WBC 미국 : 한국이었다.
 그 이후로 스포츠 중계들은...
 아스날 : 비아레알까지는 문자중계따위로 봐야했다는.

 소식을 보고 기뻤던 반면 원망도 들었다.
 나는 왜 그딴 짓을 해서 이런 큰 즐거움을 남들보다 딜레이로 알아야하는건가? ...
 
 다행히 아스날 : 바르카는 TV 로 보게 되었고
 생애의 최고로 억울한 경기인 그 경기는
 아직도 이런 저런 면이 내 마음에 짜증으로 남아 있고
 가끔 벨레찌라던지 시우빙요라던지 ... 에투라던지 보면 짜증부터 난다.
 그 끝은 물론 라르손에까지 미치는데.
 본래
 피지컬 괴물 포워드들보다는
 간결하고 영리한 포워드(라르손, 베르캄프)들을 좋아하는 편인지라.
 라르손도 좋아하는 축이었는데
 이 경기를 끝으로 . 내 맘속에 지우개로 지워버렸다. 

 하지만 그 경기는 어떻게 보면.
 축구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근 몇일을 허덕이고 있었으니.
 그 이후로 난 

 스포츠는 스포츠일뿐 삶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도록 하지는 말자.

 라고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물론 그 당시랑 크게 변한 것 없이.
 경기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변화는 없지만.
  
 길게 보는 여유와 승부보다는 게임의 재미에 더 집중을 하게되었다
 (물론 아스날이 이 이후에 예전처럼 많이 이기지 못하는 것도 ... 있다)

 
 비야레알을 만난 당시 좀 무서운 느낌이 들면서
 올 해 그 당시로 돌아간 느낌이 드는 것은.
 WBC, 비야레알의 조합덕분이 아닌가 싶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와 동시에 기회를 가져온 그 2006년

 그 당시와 지금의 나의 차이는

 WBC경기를 보고 난 후.
 끝까지 가 본 싸나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멋진가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너무 잘 싸웠다 이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유가 혹시라도 있을 병역혜택일지 아니면 국가를 위한 또는 국민을 위한 마음일지.
 모르겠지만.
 
 단 하나의 실수도 없는... 그 팽팽한 기운이란 것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구대성의 원맨쇼를 보았던 2000년
 류현진과 김광현의 괴물같은 모습을 보았던 올림픽과 비교해도
 이번이 더더욱 엄청났던 것은.
 
 선수들이 내뿜는 氣만으로도 상대를 누를 수 있다는 그 자신감.
 단순히 메이저리거 많은 팀들을 꺾을 수 있다는 그런 차원이 아닌.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강하다는 그런 믿음의 강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2006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비야레알 : 아스날의 조합이다.

 그때의 아스날의 뭔가 압도적인 모습은 사라졌다.
 앙리도 없고 지바도 없고 피레스도 없고 륭베리도 없고 레만도 없다.
 
 더군다나 그 때의 아스날처럼 당당한 모습도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내가 챔피언스 8강전에서 원하는 것은.
 지더라도 독기에 가득차서 달려드는 영건들을 보고 싶은 것이다.
 
 못 할 건 또 뭔가?

 작년에 밀란을 발라버리던 그 멤버들도 없지만.
 그 당시의 기세를 올리던 모습을 보여준다면.
 멋진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잡다한 예상은 못 한다. 요즘 비야레알 경기를 못 봐서 ㅠㅠ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