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축구팬질은.
단순합니다.
스포츠 뉴스에서 보여주는 해외축구 좀 보고.
위성TV에서 해주는 프리메라리가 보다가.
베르감프 대박 골 본 후. 아스날로.


하지만.
야구 팬질은 참 굴곡진데요.

1. 해태

제가 초딩 및 유딩이던 80년대 말에는... (나이가 나오는구나 ㅠㅠ)
해태는 모조건 이기는 팀.
끝판왕.
시즌때는 설렁설렁 해도 이기고. 포스트 시즌에는 힘 조금 더 내면 이기는 팀.

무시무시한 장타력과 화려한 선발진 그리고 카리스마 코끼리 감독.

부모님이 전라도출신이라 주욱 해태로 갔죠.

하지만....


2. 빙그레

아버지가 다니시던 회사에서 야구구단이 하나 생깁니다.
빙그레...
나름 빙그레 라면도 많이 먹고. 그러던 시절...
아부지가
"너희 이제는 빙그레 응원해라"

뭐 이런 얘기도 하셨던 것 같고.
집에 선수들 브로마이드 이런 게 생기니 자연스럽게 응원.

생애 최초이자 마지막 어린이 회원도 빙그레 시절.

빙그레 잘 했죠. 다이나마이트 타선.
제일 좋아했던 선수는 강석천 선수.

하지만...

아버지가 다니시던 공장은
수지타산에 잘 안 맞으며
한화그룹에서 그 쪽 사업을 접으며 다른 기업에 팝니다.

허허허허허...

자연스럽게 빙그레와도 멀어지게 되었죠.



3. 쌍방울 레이더스.


빙그레와 멀어지게 되면서 야구도 거의 안 보던 시절이죠.
아마 이 때쯤 테레비에 서태지 나오고 김건모 나오고 그런 시절일거에요.

앞서 언급했듯이
부모님은 전라도 출신이시지만.
전라도에서도 남도인지 북도인지가 중요한 일이 90년대 초반에 발생합니다.

쌍방울 레이더스 !

전라북도 출신이신 아버지는 또 흥분하시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우리 고향에도 야구단이 생겼다!"

그 전에. 해태는 뭐였냐고? 지금은 묻겠지만.

저도 나름 좋더군요.
태어나기만 전주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너 전라도 출신 아니냐고 들을 정도의 사람이기에.

...

하지만.
쌍방울 바로 응원하기에는...

너무 못 했습니다.

정말 참혹하게 못 했죠.
삼미 슈퍼스타스 이후로 제일 못 하는 팀이라는데.
저는 그 팀을 본 적이 없어서...
제 기억에 창단 당시의 쌍방울은 아직도 최고로 못 하는 팀입니다.

덕분에 저는 빙그레를 계속 응원하고.
아버지는 쌍방울 응원하고 그런 비극이.

하지만.
김인식 감독이 팀의 초반을 다져놓고.
김성근 감독이 맡으면서.
지금 생각해도 참 무시무시한 구단이 되었죠.

각 팀에서 이런저런 일로.
트레이드 내지 은퇴기로에 선 선수들을.
1~2년 쓸 목적으로 데리고 옵니다.
덕분에 당시 많은 선수들이 말년은 쌍방울에서 보내게.

신경식, 김실, 박노준, 백인호 등등.

그런데 이 구단이 일을 내죠.
벌떼 마운드와 독한 공격...

흡사 이현세씨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실사로 보는 분위기.

이 후에는.
그렇게 처절하게 야구하는 팀은 없는 듯 싶네요.

결국.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하고.
한국시리즈 우승도 바라볼 수 있게되지만.
결국은 실패.

거기에 모기업이 어려워지고.
안그래도 어려운 팀 사정은. 더더욱 엉망.

급기야 선수들을 하나 둘 넘기더니.

결국은 구단 자체가 팔리게 되죠.
팔린 구단은 제게 관심을 끌지 못 했습니다.


4. 두산.

그러면서 결국 야구와는 멀어지고.
거의 안 보던 시절이었고.
더군다나 테레비에서 야구 보기는 정말 어려워졌죠.
이 무렵부터 케이블 아니면 정규시즌 경기는 못 보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주말에는 공중파에서 해줬는데...

그러던 와중에 제 눈길을 잡은건.
2001년 미라클 두산이었죠.

2003년 이후에는 김경문 감독이 취임하면서.
좀 세련된 쌍방울 야구를 보는 기분이 들더군요.

꽉 짜여진 짜임세. 쥐어짜는 플레이. 압박에 압박.
공격적인 선수 기용 및 공격적인 팀 전술.

다행히도? 이번에는 성적도 괜찮아서.
나름 만족하며 10년째네요.



아무튼. 이러다 보니...

야구 8개 구단을 두고 보면.
왠만한 구단은 어느 정도는 연이 있는 구단.

해태 한화 두산이야 응원했던 팀들이고.
SK는 김성근 감독님과 박경완형이 있는 팀.
넥센은. 사실 따지고 보면 제 사는 동네 야구팀.

다만.
LG 롯데 삼성이 좀 먼 쪽이었는데.

근래 보니 롯데 삼성은 요즘 참 매력적인 야구를 하더군요.
좋은 감독들이 있는 태가 납니다.

거기에 LG는 두산 2군 감독이 가서 왠만한 성적을 거두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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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이야 당연히 두산팬이고.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이은 간만의 우승을 간절히 바라지만.
기본적으로 굉장히 좋은 야구 재미난 야구를 보여준데 있어서
올 해 가을 야구는 흥했네요.

물론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면에서 놓고 보면. 재미없을 수도 있고
양 팀 투수들이 너무 정상과는 거리가 먼 컨디션이지만.

뭐 그런거죠 가을야구.

한쪽 맞으면 다른 쪽 내줘 두드려 맞고 맞으면 한대 치고.
그 와중에도 배영수는 140Km 언저리 직구로 역투를 하고.
반면에 홀드왕 정재훈은 삽질하고. 고창성은 힘떨어지고 그런거죠.


나름 짧지 않은 야구팬질에서.
참 이렇게 복기하고 훗날에 봐도 재미날 포스트시즌은 처음인 것 같네요.

이제 플레이오프 한 팀 남았는데.
삼성이 올라가든. 두산이 올라가든.
양 팀이 다 승자인 동시에 패자인 시리즈였다고 기억이 될 듯 싶네요.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SK만 좋아지게 된 꼴인데.

아마 지금의 삼성, 두산이면.
SK 김성근도 골치 꽤나 썩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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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과 아스날은 또 공통점이 많아서.
참 양팀 응원하면서도 슬퍼요...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