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때 친구들이 내게 했던 말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는

"나를 제외하고는 경우 네가 우리 과에서 우울증 환자이다"라는 말이었다.

뭐 그 친구야 워낙에 오르락 내리락했던 친구였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학교에서 온갖 잡다한 일을 했고, 밴드를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뭐 그랬지만.

결국 보면 2~3년에 한번은 기분이 끝까지 내려가서 4~5일 아무것도 안하고 방에만 있던 적이 있었으니.

주요 우울증은 아니어도 기분부전장애 정도는 있다고 결론을 내렸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나 우울증인가봐'하는건 실제는 우울한 기분만을 이야기하는것이고

이것이 실제 주요우울증이라고 하려면 진단 기준을 통과하야하는데

정신과 의사가 아닌 내가 기억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분이 생활에 저해를 가지고 오는가?'이다.


주요 우울 삽화를 진단하는 DSM-IV의 기준은 다음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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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동일한 2주일 동안에 나타났고, 예전과 기능 차이를 나타낸다: 적어도 하나의 증상이 '우울한 기분' 또는 '흥미 또는 즐거움의 상실'이다.

① 거의 하루 종일 우울증을 보임: 주관적 설명(예: 슬프거나 공허함)이나 타인에 의한 관찰(예: 눈물을 글썽임)에 의해 거의 매일마다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이 보임
② 주관적 설명 또는 타인에 의한 관찰로 거의 매일마다 하루 대부분의 활동에서 흥미가 현저하게 감소됨이 나타남
③ 식이 조절을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체중 감소 또는 증가가 나타남 (예: 1개월에 체중의 5% 이상 변화) 또는 거의 매일 식욕의 감소 또는 증가가 보임
④ 거의 매일 불면 또는 과수면
⑤ 거의 매일 정신운동 흥분 또는 지체 (단순히 안절부절 못하거나 느려진다는 주관적 느낌뿐 아니라 타인에 의해서도 관찰이 가능함)
⑥ 거의 매일 피로 또는 에너지 상실
⑦ 거의 매일 단순한 자기 비난이나 아픈데 대한 죄책이 아닌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고 부적절한 죄책이 보임 (망상적일 수도 있음)
⑧ 거의 매일 사고와 집중력의 감소, 결정 곤란을 보임 (주관적 설명 또는 타인에 의해 관찰됨)
⑨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님), 구체적 계획이 없는 반복적인 자살 사고 또는 시도나 자살을 자행하려는 구체적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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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이런 지점이다.

1. 체중의 증가가 나타날 수도, 체중의 감소가 나타날 수도...
2. 과수면 또는 수면부족
3. 정신 운동의 흥분 또는 지체.

어느쪽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2주일 이상의 기간이라는 것이다...


주저리 주저리 적은 것은 최근에.. 아니 이 글을 쓰고 있을때도 내가 경도의 우울증 삽화 안에 있기때문인데.

진단기준에 맞춰보면 주요우울증삽화까지는 아닌것이 

기간이 아직 2주일까지는 안되었다는것.


위의 아홉가지를 보면.

하루 종일 우울하고, 흥미가 감소되어 보이며, 체중감소는 한달에 2kg정도 빠지고, 매일 과수면, 정신운동 지체, 매일 에너지 상실, 그리고 무가치함, 집중력의 감소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9가지 중에 8개가 해당함...


다만, 죽음에 대한 생각은 거의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준에는 맞다는 것..



지난 일요일(4월 26일)에 팍 터졌던 것은

잠을 자면 계속 악몽 + 가위가 눌리고.

일어나면 본인에 대한 무가치함에 대한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침대에서 아예 일어나지를 못하고 자다깨다만 반복하였다.

잠이라도 자려고 수면제를 먹었는데 잘 안 와서 6시간정도 후에 하나 더 먹고.

맥주도 두잔 했더니 아예 통제가 되질 않으며 

하루 종일 이런 기분 + 수면기운에 취해 있었다.


다행히 24시간정도 헤매고 괴로워하다 일어나니 나아져서. 좀 정신을 차렸다.

그 사이에 뭔가 SNS...의 여기저기에 난리를 쳐 놓았고..


그게 5일전이고, 그 날 이후로는 어쨌건 좋아져서 지금은 우울한 기분이라던지 그런건 없다.


일단 매일 괴롭혔던 허리디스크의 통증이 많이 조절이 되면서 나아진 것이 크다.

진작 좀 제대로 물리치료도 받고 약도 먹을걸.


아무튼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아무리 짧은 기간이라도 바닥까지 떨어지는 기분은 더이상 느끼고 싶지 않다. 

물론 내가 그러고 싶다고 이런 상황이 다시 안 생기라는 법은 없지만. ㅎㅎ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