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에 가서 저스티스를 보려고 했다.

저스티스가 끝나면 새벽 한에 속초로 가는게 계획이었다.

속초, 고성.. 군대 시절 2년을 보냈던 곳. 

레지던트 시험에 실패하고 군의관으로 생활을 했던 그 곳.

나는 2007년에 남양주로 부대를 옮긴 이후로 그곳에 한번도 가지 않았다.

설악산은 펠로우때 몇 번 갔지만, 속초 시내는 가지 않았다. 


막상 춘천에 가서 월디페를 보고 끝나고 속초 갈 생각을 하니 귀찮아졌다.

멀잖아. 피곤할테고...

그래서 그냥 속초, 고성만 가기로 했다.


토요일은 오전 근무가 있는 날이다.

피곤하지만 환자는 많이 없었고, 그럭저럭 진료보고 퇴근해서, 잠깐 낮잠 자고, 청소를 했다.

빨래도 돌리고, 집정리도 하고, 옷정리도 하고 하다보니 어느덧 6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민했다. 월디페 갈까?

하지만. 그냥 속초만 가기로.


네비를 찍어보니 속초까지 약 200 km

내가 그 곳을 떠난 이후 생긴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추천해주었다.

내가 다녔던 길은 국도인데, 막히지만 않으면 160km까지 밟을 수 있다.

네비가 추천해준 길을 통해 가면 30분 절약을 할 수 있었고, 12000원을 내야했다. 

30분에 12000원.

12000원에 30분.

30분 빨리 간다고, 내가 그곳에서 뭘 더 할 수 있지 않다.


도봉구 -> 태릉 -> 구리 -> 양평 -> 홍천 -> 인제 -> 속초


정말 쉬운 길이다. 이 길이 얼마나 쉬운가 하면, 

9년전 처음으로 차 사고 서울 올 때 이 역순으로 네비도 없이 왔었다.

그냥 보이는 표지판대로 운전을 했는데 서울에 도착했고, 집에 별 문제 없이 왔었다.

넓고. 차 없고. 인간도 없고. 휴계소도 없고, 건널목도 별로 없는 길. 


운전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신발인 크록스로 갈아 신고. 출발.

좋아하는 CD만 챙겨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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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 도착하는데 2시간 40분 걸렸다. 

네비가 안내한 시간에서 20분 절약.

하지만 저녁 9시 30분이 넘은 시간.


첫 도착지는 중앙시장.

고성에서 살때  회를 가장 많이 먹은 곳은 항구나 해수욕장들이 아니라 속초 중앙 시장이었다.

지하에 가면 회센터가 있는데 인당 만이천원이면 대충 알아서 회를 주셨다. 

가성비 최고의 횟집.. 하지만 지하니까 바다에서 회먹는 기분은 안나는 단점이. ㅎㅎ


중앙시장에서 회를 먹고, 모듬순대를 사가져가 숙소에서 술 한잔 하는게 계획이었는데.

도착한 시간이 10시 가까이 되었더니 순대집들은 전부 문을 닫았다.

좀 신기했던 것은 닭강정집이 정말 많았다는것.

내가 살았던 2007년 3월까지는 그렇지 않았는데 뭔가 광풍이 불었나 보다.

시장에 오고가는 사람들은 전부 닭강정 박스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간이 그렇게 흐른건가? 


혼자서 모듬회 작은거를 시켰더니 서빙하시는 분이 다른 거 드시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좀 많을텐데... 하면서.

그래서 다른 거 가격 확인하니 광어 3만 뭐 이래서 그냥 모듬회로.

야외에 테이블이 있는 집이라 밖에 나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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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에는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있었다.

자기들끼리 '꼬추친구'라면서 옛날 이야기를 하더라. 

'고추친구' 아니고 ' 꼬추친구' 

'부랄친구'라고 하기엔 뭔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한 것 같은데. 암튼. 

예전에 거기에 뭐가 있었지, 그 친구가 뭐 했었지 그런 이야기를 신나게 하시던데. 

나도 씨발... 나중에 어렸을적 친구들 만나면 과거나 파먹고 살겠지 싶으니 기분이 영.. 


나는 아침에 샌드위치 하나 먹은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

스끼다시 나오는거 잠깐 먹고 딱히 할일 없어서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게임하다가

회가 나오자 마자 폭풍흡입하는데

옆자리 아저씨가 갑자기 나한테 "젊은이 미안하네" 그러더니

앞에 있는 '꼬추친구' 아주머니에게

요즘 젊은이들은 핸드폰만 주로 본다. 세상이 그런 세상이다. 안타깝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하더라.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오분마다 "젊은이 미안하네'하고 요즘 젊은이 욕을 하셨다.

나보고 같이 먹자는건지, 아님 핸드폰을 보지 말고 먹기나 하라는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적당히 술 오르셔서 그런지, 그냥 내가 하는 꼬라지가 맘에 안들어서 그런거였는지.

뭐 딱히 화가 나고 그런건 아닌데.

나도 꼰대질에 포텐이 좀 있는 편인지라

언젠가는 옆자리에 알지도 못하는 젊은이에게 

저 인간 이상의 질할을 하지 않을까? 그 젊은이에게 미리 미안~ 


각자 남편과 아내가 있는 두 분이 거나하게 취해서 꼬추친구 뭐 어쩌고 하는 것보다는

그냥 핸드폰 보면서 회 먹고 있는 내가 나은거 같은데 모르겠다.

그들 눈에야 말로 혼자 그 비싼 모듬회 쳐먹는 내가 한심하게 보였겠지.


아무튼 계속 내게 미안하다면서 요즘 젊은이 욕을 하던데

그냥 거짓말 좀 보태서 '사실 저도 마흔다섯이라 젊은이는 아닌 것 같아요' 뭐 이러려다가

마흔다섯이라고 뻥 치기엔 좀 어려보이지는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하며 회나 쳐 먹었다.

서른 여덟이라고 하면 젊네 뭐 이럴 것 같아서.. 그럼 기분이 더 좇같았겠지  



비틀거리며 두 꼬추친구가 사라지는 걸 보고 

혹시나 연 가게가 있으면 순대와 닭강정을 사려고 했으나 없었다.

그래서 술도 사고 안주도 사려고 속초 이마트로 향했다.

횟집에서는 맥주 한 잔만 한 상태이기에 이마트에서 술을 사고 어서 숙소를 잡고 술을 마셔야지.

꼬추친구들을 위한 건배.를 하며 한 잔 해야지. 


폐장시간이 10분 남은 시간에 들어가서.

칭타오 하나를 사고 스파클링 와인을 하나.

그리고 떨이 중에 떨이로 남은 어묵 셋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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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속초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가깝지 이마트에서 해수욕장.

속초 해수욕장 들어가는 입구의 숙소들에서 호객을 하고 있었는데, 5만원을 부르기에 바로 콜.

바다가 보이는 방은 7만원이라던데, 방에서 바다 봐서 뭐하냐.

바로 와인과 칭따오와 어묵을 들고 바다로 향했다.


아직 여름이 다가오지 않은 바다에는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 동성 친구들과 온 사람들, 그리고 그냥 연인들이 많았다.

휴가철의 페로몬으로 가득찬 거대한 부킹클럽같은 느낌은 없었다.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불꽃놀이를 하는걸 봤다.

퍼엉. 펑. 펑.

동영상으로 찍고, 사진으로 찍고, 들고 찍고, 꽂아놓고 찍고.

불꽃 터지는걸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걸 구경했다.

그들도 그닥 재미있어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재미없어보이는걸 찍는 나는 또 뭔가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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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개를 따로 챙겨오지는 않았기에 그대로 주저 앉아서 어묵을 처묵.

어묵을 하나 꺼내서 먹고, 칭타오를 싹 다 마셨다.

음.. 좋은 조합. 

닭강정이나 모듬순대를 이 해수욕장에서 펼쳐놓고 먹었을거 생각하면 

차라리 중앙시장의 가게들이 닫았던게 다행이었다.


속초 해수욕장은 그 인근 해수욕장들에 비해 그래도 가로로 긴 편이라 쭈욱 걷기 시작했다.

끝에서. 끝으로.

일본 영상 보면 끝 쪽에 사람들 안보이는데서 섹스하고 그러는데.

뭐 그런 생각도 하면서 걸었다.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있던 아저씨가 있었다.

별을 보는 걸까? 싶었지만 그냥 취해서 누워있는 것 같았다. 죽지는 않았었음. 

그 옆에는

어린 여자애들이 모여서 맥주 하고 있었고

그녀들에게 같이 한잔 하자고 말을 하는 남자가 있었다.

여자애들은 꺄르르 꺄르르 지네끼리 웃고 있는데. 남자애는 뭔가 계속 웅얼웅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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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끝까지 걸어가는 길에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린다.

'다시~ 돌아온~ 그대를~ 위해~~~~~ 내 모든 걸 드릴게요~~~~~'

음정이 계속 살짝 나가는 노래를 바이브레인션을 잔뜩 넣고 부르는 남자.

'만일 그대 내곁을 떠난다면~~~ 끝까지 따르리~~~ 저 끝까지 따르리 내 사랑~~~

'그대 내 품에 안겨 눈을 감아요~~ 그대 내 품에 안겨 사랑의 꿈 나~~~눠~~~~요~~~~'

과도한 바이브레이션.

유재하의 노래에 저런 과도한 바이브레이션이라니...

어디 오디션 또는 가수들 장기자랑하는 프로그램에 저 노래들이 나왔나???  

파도는 쏴악 쏴악 스네어 치다가 하이햇도 한번씩 치면서 곁들이고 있었다. 

좋은 연주에 질낮은 보컬.

하지만 뭐.. 그래도 다른 노래들 부르는 것보다는 나았다.


와중에 나는 와인을 계속 마시고 있었다.

위스키를 들고 마시는건 사회 정서상 저촉 되며.

소주는 중독자의 느낌이 강하게 들테고.

맥주는.. 뭔가 좀 없어보일 것 같아 와인으로 선택했는데 제법 괜찮았다.

이마트에서 파는 와인에 라벨에 칠레 최고의 와인이라 써있었다.

가격은 9900원이라 그닥 신뢰가지는 않았지만. 맛있었음.


마시다보니 취하고, 취해서 바로 숙소로.


숙소에서 뭐 바로 쓰러졌나 보다.

전화가 왔다. 대학교 동기였다.

여기가 어디지 잠깐 했다가 속초 온거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덟시쯤이었다.

의사가 되어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의사로서 도움을 받을 수도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거.


다시 잤다. 

어제 나는 새벽 세시에 들어왔다. 

술을 많이 마셨다. 

와인 한병을 다 마셨다.

병원에서 중간 중간 연락이 왔다. 

슬슬 농번기라 그런지 자살하려고 약드시고 오시는 분들이 입원했단다.


문득. 내가 여기서 타인에 의해 발견이 된다면 . 

'30대 후반 의사, 속초에서 사체로 발견.' 

최근 특별한 일은 없었으며 자살의 흔적은 없는 것으로 보아 사고사.'  

뭐 이런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정, 금전, 가족 등등의 문제가 없기 때문에 딱히 기사화되지는 않겠지 싶었다.

자살했다고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도, 어찌 보면 뭔가 사람들의 흥미를 끌만한 구석이 있어서겠지...


일요일. 5월 17일의 일정은 전혀 바쁘지 않았기에 12시쯤에 일어났다.

체크아웃하라고 이야기도 없기에 그냥 주욱 잘까 싶었는데 그래도. 

프론트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냥 키놓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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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고 다시 중앙시장으로 갔다. 

모듬순대를 시켰더니 아주머니가 모듬순대 국밥을 오더에 넣으시기에 수정해드렸다.

모.듬.순.대

속초에서 순대하면 역시 오징어순대 아닌가.

모듬순대를 시키니까, 편육이 반접시, 순대국과 함께 김치순대, 야채순대, 오징어순대의 구성.

편육 다 먹고. 순대국 절반 먹고, 순대들은 절반 먹고 테이크 아웃.

닭강정도 테이크 아웃.

나는 원래 새우튀김을 주로 사왔었는데. 오늘은 먹고 싶지 않았다. 


그냥 7번 국도를 따라서 주욱 올라가며 가보고 싶은 곳 가며 화진포까지. 

7번 국도는 바닷가 바로 옆의 국도로 유명하다. 

드라이브 하기 좋은 국도.

시속 80km으로 유지하면 신호등에도 많이 안 걸린다. 

그래서 과속하는 차도 별로 없다.

물론 100km로 달려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 달리면 신호등에 자주 걸린다. 

결국 80km 유지한 차랑 같이 건널목에 나란히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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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속초에 있는 영금정에 위치한 등대 전망대에 갔다.

이쪽에 살때도 한번인가밖에 안 갔었던.

날이 좋기는 했지만, 설악산쪽은 뭔가 좀 뿌옇게 보였다.

서쪽은 설악산, 동쪽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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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면서 목표는 일단 고성의 제일 유명한 짬뽕집이었던 수성반점으로 잡았다.

짬뽕으로 유명하고, 여기서 근무할때 정말 많이 먹었던 집이다. 


수성반점은 공현진 해수욕장에 있다.

속초의 대포항에서부터 최북단의 화진포까지 하면 해수욕장이 10개가 넘는데

그중에 내가 제일 자주 간 곳은 화진포와 삼포 해수욕장.

수영은 못 하기에 해수욕장에 가서 한 것은 그냥 바다보기.

특히 삼포해수욕장은 바다가 평행선으로 주욱 펼쳐져 있어서 좋아했다.

같이 군생활했던 사람들과 그냥 바다 보면서 놀았었다. 

짬뽕 먹으러 가다가, 그냥 차를 이 곳에 세웠다.


예전에 했던 그대로, 콘도의 가게에서 아이스크림 사서 바닷가에서 먹기.

요맘떼라는 아이스크림이었는데 괜찮았음.

구구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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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 해수욕장에서

저쪽에는 뭔 영상? 영화?를 찍는 아이들이 있었고.

그반대쪽에는 가족들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은 더 없었다. 이 두 무리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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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여름 휴가철에도 사람이 많지는 않은 곳이라. 좋았다.

여전하군. 좋다. 

콘도는 망해가는 느낌이 여전하고, 주차장엔 차 5대?

날이 너무 좋았기에 그냥 막 찍다보면 뭔가 그림이 나왔다.


한시간여를 멍하니 바다 보다가, 차로 와서 음악을 주욱 들었다.

언니네 이발관 5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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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차를 세웠던 해수욕장에서 다시 짬뽕집으로..

예전 그 위치에 그대로 있었다.

여기는 특이한게 밖의 평상에서 먹을 수가 있다는거. 

짬뽕을 시키고 평상에서 있는데 반대쪽에서 왠 강아지가 나를 보더니 막 다가왔다. 

귀여웠음...

그런데 내 앞에 와서는 뒷다리를 절더라. 헉. 너 아픈거였니? 

그런데 조금 멀어지니 다시 그대로 걸었음. 모르겠더라. 쥐났나?

유쥬얼 서스펙트? 인가에 뭐 이런 장면이 나오나보던데 나는 그 영화를 안 봐서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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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짬뽕이 나왔는데. 정말 맛이 없었음.

이곳을 떠날때 마지막에 먹었을때 정말 맛이 없었던 것이 기억났다. 하하

진작 좀 기억했으면 다른 곳을 갔을텐데.

원래 이 동네에 유명한 짬뽕집이 세개가 있었는데 그중 한 곳에 간것인데. 망했음...

반도 못 먹고 그냥 해물만 좀 건져먹다가 나왔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맛이 없던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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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온 김에 예전에 살았던 아파트도 가보기로 했다.

이곳 고성의 군청소재지인 간성으로 가서.

군인들도 보고, 터미널에도 갔다.


터미널에는 20대 여자애들이 10명정도 있었다.

군대에 간 남자친구가 외박 또는 외출이 나오는 날에 맞추어 온 사람들.

그녀들은 몇 시간에 한 번 오는 버스들을 기다리고 있는것.

토요일의 간성의 모텔은 늘 만실이었다.

일요일 오후까지의 간성은 연인들의 장소였다. 

그런 활발함도 일요일 오후까지.

오후가 되면 군인들은 복귀하고. 그들을 보러 온 사람들도 돌아가고.

일요일 저녁은 정말 언제 그랬냐는듯이 고요했다.


간성에서 자주 갔던 백반집도 찾아보고, 축구를 했던 잔디구장도 가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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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의 마지막은 역시 화진포.

화진포는 여기 살때 가장 자주 갔던 해수욕장.

밤에도 가고, 아침에도 가고, 낮에도 가고.

예전에 이미 ( http://crow9.tistory.com/3 ) 이런 글도 썼었고...


그리고 화진포로 가는 길에 있는 박포수 가든.

박포수 가든에 가서 밥을 먹고 화진포로 가서 바다 보고 노는게 하나의 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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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도 많이 가는 박포수 가든은 여전했다.

그 동치미 국물 넣어먹는 막국수는 여전히 시원했고.

명태를 얹어서 먹는 암퇘지 수육은 꿀맛.

원래는 여기서 먹고 화진포 갔다가 마지막으로 물회를 먹으려 했으나.

수육과 막국수에 배가 불러서 결국 물회는 안먹었다.

생각남... 물회... ㅠㅠ


그리고 화진포로.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 별장이 있는 이 곳.

호수와 바다를 모두 볼 수 있는 이 곳은 남한의 최북단 해수욕장이다.

최북단이기에.. 8월 중순만 되어도 추워서 바다에 들어갈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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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욱 걸었다. 

끝까지 걸었다가 돌아와도 20분이면 될 것을 한시간을 걸었다.

화진포 콘도에서 그 사이 바뀐 것은 캐러번이 생겼다는거.

군콘도 안의 캐러번이라. 뭔가 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훈련이면 밖에 나가서 야영을 하는 군인들이 여기까지 와서 또 캐러밴이라...


일요일 저녁, 놀러온 이들도 많이 돌아갔을 시간. 

화진포 해변에는 한 무리의 가족들만 있었다.

갈매기들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그냥 가만히 바다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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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 싶어서 주차장으로 가는데 옆에서 하모니카 소리가 났다.

'엄마가 섬그늘에~' 섬집아기.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간간히 기타를 쳤는데. 코드만 잡고 기본 스트로크로.

아마 기타는 이제 시작했나 보다.

섬집아기가 끝나고 다음 노래는 등대지기.

해는 이미 졌고, 콘도의 불빛은 바다를 비추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여덟시가 넘어 있었다.

서울까지 가는데 최소한 세시간. 

갈때도 네비는 고속도로를 추천해줬으나 나는 그냥 국도를 선택.

네비에서는 고속도로는 세시간, 국도는 세시간 반이라고 했다. 


군의관 시절에 

금요일 밤에 서울로 출발해서 일요일밤에 고성으로 돌아왔던 길을

토요일 밤에 서울에서 출발해서 일요일밤에 고성을 출발하는 반대길을 가고 싶었다.


그 46번 국도를 타면

진부령을 가기전 내가 예전에 근무했던 부대 2개가 찻길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다.

차를 세우고, 담배를 한대 피웠다.

온갖 욕을 남기고 가고 싶었지만, 나를 괴롭혔던 사람은 이미 그곳에 없다.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