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대식가



동생은 설무렵에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떠났고.

다른 친구들도 그 무렵에 해외 여기저기로 여행을 떠났다.

결혼을 한 친구들은 국내에 있었지만, 나의 비교 대상에 그들은 없는 존재이다.


인공신장실, 또는 투석실은 월~토요일까지 환자들이 오기에 

설연휴이건 추석연휴이건 어떤 연휴이건 휴가를 내지 않으면 쉬지 않는다.

그거 참 안 되었네요. 힘들겠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듣곤 하지만

신장내과를 택한 이유 중에 하나는 명절에 출근하는 것이 존재한다.

어차피 의사가 된 이상 명절에 휴가는 못 가기때문에 차라리 출근을 하는게 이런 저런 귀찮은 일 안해도 되기때문이다.


아무튼. 

또 막상 설에 친구들 놀러 가는 걸 보니 또 나가고 싶어졌다.

마침 생일도 다가 오고. 생일이라고 내가 자리를 만들고 싶지 않고, 누가 부르는 자리도 내키지 않았고.

사실 멘탈도 조금 아래로 내려오고 있는 중이라. 도피가 필요했다.


최근에 아시아 여행은 모두 일본인데, 도쿄는 안 다녀왔기 때문에 도쿄로 결정을 했다.


28일 다음날인 3월 1일이 쉬는 날이라 보통은 연휴가 되었을 것을 올해는 29일이 있어서 

월요일을 휴가를 내면 4일휴가가 가능했다.

금토일을 다녀오거나 토일월화이거나.

그런데 이렇게 4일 휴가를 내버리면 투석실을 3일을 다른 선생님께 부탁해야 하는데.

남들에게 덜 부탁하고 남들의 말을 덜 들어주는게 앞으로 삶의 모토인지라...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여행 날짜를 결정하기 위해 시간을 보냈더니 이번에도 가격이 저렴한 표는 팔리고

결국 저가 항공도 평소의 2배 가격을 줘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러느니... 마일리지를 한 번 써보자해서 도쿄에서 서울 돌아오는 비행기는 비지니스를 신청했다.


휴가는 금요일 하루를 내고.

목요일 밤 비행기를 타고 금요일 새벽 도쿄에 도착.

일요일 오후에 비행기를 서울에 돌아오는 여정.


여행의 목적은.

오로지 먹는것.


오다이바를 갈 것도 아니고, 남의 나라 신에게 뭔가를 빌고 싶지도 않고.

벚꽃은 아직 피려면 멀었고, LP는 뒤지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니.


그냥 먹고 오는것.



츠루동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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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한 시에 하네다 공항에 도착을 했다.

도쿄 시내에 가면 두시~ 세시.

그 시간에 자기도 마땅치 않고, 나는 밤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신주쿠로 가는 리무진을 탔다. 세시 도착.

아침까지 하는 우동집인 츠루동탄에 갔다.


크림 우동과 카레 우동이 유명하다는데 

크림 우동은 왜 먹는지... 그냥 파스타를 먹는게 낫지 않나하는 생각에 카레 우동으로.

늘 그렇듯이 전부 들어가있는.

새우튀김, 돈가스, 그리고 갈비살 등등이 들어가있는 우동을 흡입하며 맥주를 한잔했다.

여기는 약간 바 스타일이었고 앞에는 바텐더가 술을 마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우동을 제외하고는 술안주도 많은.


맛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카레우동맛.

하지만 들어가있는 튀김들은 전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기에.

거기에 새벽 3시라는 시간까지.



스시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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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새벽에는 이렇게 돌아다니기로 했다.

새벽에 갈 곳은. PC방, 새벽거리, 24시간 음식점들.

내가 택한 것은 도쿄의 수산시장 츠키지의 스시집.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 되었다고 하고 ( 별은 아닌 듯 )

나름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에 하나이고 새벽부터 줄을 선다고.


새벽에 할 일도 없는데 네시 무렵이었던지라 이 곳에 갔다.

도착하니 네시 반이었는데... 좀 어이가 없게도 사람이 엄청 많았다.

수를 세보지는 않았지만 어림잡아 30명?

좌석은 12개에 한턴 도는데 한시간 정도라니 얼추 3시간... 하하....


줄을 서고 나서 깨달은 것은 2008년에 박성호와 도쿄 여행 왔었을 때 여기 줄 선 적이 있다는거....

몇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성호가 가자고 해서 다른 곳에서 장어덮밥을 먹었던 기억.


그때 기억이 났기에, 두번이나 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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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 반이 흘러 나는 가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오마카세를 시켰는데 가격은 4천엔. 

10피스가 나왔는데 괜찮았다. 가격 대비 매우...


하지만 중요한 것은 두시간 반을 기다렸다는거.

세상에 어떤 음식도 두시간 반의 가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금요일에 체크인 하는 숙소는 12시부터 가능했다.

일찍 체크인 하면 한시간에 천엔씩이라고.


어렸을 적 생각해서 첫날에 숙소를 잡지 않은 건 실수였다.

아니 저 스시를 먹겠다고 두시간 반을 기다린게 실수였다.


스시를 먹고 나는 쓰러질 것 같은 몸을 끌고 24시간 하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펜케이크를 하나 시키고 여기저기 아저씨들처럼 졸기 시작했다.

한 두시간 졸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가서 키치조지로.


스튜디오 지브리는 예약제라 못 가고 

그 앞에 공원에서 사람들 구경 잠깐.

이왕 여기 온 김에 디스크 유니온 가보자고 해서 잠깐 구경.


그리고 점심 시간이 되어 이동.




L’ATELIER de Joël Robuchon



도쿄에는 여러 형태의 조엘 로부숑의 레스토랑이 있는데 

에비스에 3층 건물에 레스토랑, 살롱, 라타블레가 있다.

하지만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예약을 하지 못 하고 롯폰기에 있는 라뜰리에로 예약.


http://www.robuchon.jp/latelier_menus-en


런치는 6800엔.

조엘 로부숑 레스토랑은 42000엔.

라타블레 런치는 9000엔 


그런데 홈피 가보면 알겠지만

만약 라뜰리에에서 아뮤즈, 디쉬, 디저트, 커피만 먹으면 3200엔이다.

가성비 가성비 신나는 노래...를 부를 수가 있음.



어쨌건 나는 메뉴를 다 고르고 보니... 푸와그라 앤 푸와그라가 되어버림..... 




A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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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빵.


그러니까... 보기만 해도 훌륭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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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TARTE FRIANDE  - aux champignons et foie gras de canard 

Mushrooms and duck liver on a thin tarte 


아주 얇은 여러 겹의 타르트 위에 얹혀진 푸아그라와 버섯들.

여기서부터 정신을 못 차리기 시작했는데...

달콤한 얇은 타르트와 살짝 먹는 부드럽고 두터운 푸아그라와 버섯.




LES RAVIOLES - de fois gras dans un bouillon de poule avec une fleuretter pimentee

(Duck Liver ravioli in a warm chicken broth, with herbs and spicy cream)


닭육수 스프.

라비올리(이태리 만두) 안에 들어 있는 것이 푸아그라...

저기 보이는 허브는 아마도(?) 고수였던 것 같다.


그러니까 닭국물에 푸아그라 만두인 셈... 

어떻게 생각하면 익숙하지만 고수와 크림으로 전혀 다른 느낌.




LE FOIE GRAS DE CANARD - a la plancha en risotto au paremesan

(Pan-fried Duck Liver and parmesan cheese risotto)


파르마산 치즈 리조또와 함께 하는 구운 푸아그라.

이렇게 메인도 푸아그라로.

치즈 리조또와 함께하는 푸아그라는 적당하게 입에서 녹는다.

언제 처음 먹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매우 좋아한다.

 



EL ANDALUZ - fraises au sirop de citron vert, sorbet tequila, acompagne d'un coulis de tomate-fraise


디져트를 먹고.

뒤에 커피나 차가 있지만 자야 하기 때문에... ㅠㅠ




마침 공연장 근처에 APA 호텔이 있어 예약을 했었다.

공연까지는 좀 쉬면서...



Jesus And Mary Chain


#thejesusandmarychain #psychoc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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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가장 멍청한 일은 이때 발생했는데....

이번 지저스앤메리체인(이하 JAMC) 공연은 11월에 취소가 되어 딜레이한 공연이었다.

11월엔 사정이 있어서 못왔지만 이번에 간거였는데.

11월과 이번 2월의 공연장이 달랐던 것이다........


일본어를 읽지 못하는 주제에 대충 본 나는...

11월에 예정되어 있던 공연장으로 향했던....

나를 보더니 거기 안내 직원들은 매우 황당해 하면서 일본말로 뭐라고 막 하는 걸 겨우 알아듣고 난감해하며

얼마나 걸리냐 어떻게 가냐 등등을 물었더니... 막 뭐라고 하다가.

스마트폰 지하철앱으로 가야하는 역을 찍어줬다는....


공연 20분 전이었고, 그 역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 23분, 역에서 공연장까지 10분.


#psychocandy #thejesusandmarych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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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해서, 공연장에 딱 들어서니까 정말 뭐 짠 거 처럼 첫곡이 딱 시작하더라는...


'이런 저런 일을 겪기는 하지만 결국은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운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는 편인데(특히 여행에서)

그런 전형적인 경우가 아니었을까.


싸이코캔디 30주년 공연은 역시 곡순대로 연주를 하며 피날레.




炭火焼肉 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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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먹은 이후에 꼭 먹게 되는 야끼니꾸다.

한국으로 치면 양념화로구이..

우리나라의 1인분보다는 조금 작은 양인지라, 여러 부위를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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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알게 된 것은 야끼니꾸는 재일 한국인의 고기 먹는 방법이 적당히 변화된 것이라는거...

그래서 그런지 가게마다 김치가 꼭 있었고, 술 종류도 한국술이 여러 종류 있었다.

도쿄의 이 곳은 숙소랑 가까워 갔는데 캐쥬얼하고, 술 종류도 맘에 들었다.


한국에서 고기집들은 혼자 온 손님은 안 받는 곳이 많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적은 없었다.


이 곳에서 사케, 맥주, 하이볼 등등을 꽤 마시고 얼큰하게...


AFURI


예......

야끼니꾸까지 배 불리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라멘도 먹었다.

아후리의 유자라멘을 먹어 보았습니다.

라멘에 유자향이 슬쩍 나는 것인데. 

술 마시고 먹기 적당히 괜찮았다.

뭐 딱 그정도. 



숙소로 돌아오면서 맥주 두 캔을 사서 먹고, 잠들었다.





吉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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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의 과도했던 여정때문인지, 과음때문인지, 과식때문인지, 아니면 늦게 잤기 때문인지.

아침에 잠시 일어나서 조식 잠깐 먹고 다시 잠들었다.

적당히 점심을 차려 보니 이미 점심 시간.

이번 도쿄 여행에 주된 목표 중에 하나는 '긴자의 스시집을 방문해보자!'였는데.

전날 밤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연락하는 스시집마다 예약이 꽉 차 있거나 호텔에서 하는 건 안 받거나.

왠만한 규모의 호텔의 컨시어지 서비스로 가능하다 들었으나 이 곳은...


그럼 직접 가자는 생각에 움직였고, 긴자는 아니지만 시부야쪽에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시부야에 가면서 점심은 츠케멘으로 선택.

시부야 디스크 유니온 바로 앞에 츠케멘 집이 있었다. 


얼마 전에 봤던 만화 ( 달걀프라이의 노른자는 언제 깨? ) 에서 

츠케멘이 유행인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걸 먹는건가 전통이 아니다 등등의 이야기를 봤던 기억에

새삼 도쿄에 와서 츠케멘을.


이런 저런 특징이 많은 집은 아니었고,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맛의 츠케멘을 가득... 먹고


이케부쿠로로 향하려다, 그냥 시부야의 디스크 유니온을 구경 후에 이번 여행의 큰 목적지로!!!





鮨 ます田 (Sushi Masuda)

 



당일 예약이었기에 오직 5~7시 예약만 남아 있었다.


영화(스시 장인:지로의 꿈)의 그 지로 할아버지의 제자 중의 한 명인 마스다씨의 가게.

카운터가 7 자리인가 그랬고 4명짜리 방이 하나였던가? 그랬음.


스시+ 사시미 오마카세로 하였고 20종류의 음식을 맛 볼 수 있었다.


시작은 우니와 게살볶음으로 시작. 처음부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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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스시와 사시미를 내주면서 어떤 때는 영어로, 어떤 때는 일본어로 말을 해줘서... 때로는 몇번을 물어봐야 했다. ㅠㅠ


우니게살볶음 - 광어&조개 - 생선찜 - ? /  은갈치 - 학꽁치 - 광어 - ? - 주도로 - 코하다 - 구루마 에비 - 아까미 - 긴메다이 - 조개 - 우니 - ? - 마끼 - 아나고 - 다마고야끼


사진을 좀 열심히 찍으려 했으나 옆에 있는 일본인분들은 단 한장도 찍지 않아서... 되도록 안 찍기로.


셀프생일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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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메다이


이 한 점이 베스트였다.

결국 마지막에 한 점 더!!!




아나고도 흑흑... ㅠㅠ



스시+사시미 오마카세 23000엔.




식사 이후엔 

이세탄 멘즈 - 디스크 유니온 

맘에 드는 라이더는 30만엔 이상이었기에 ㅎㅎ

청바지 하나 사려다 그닥 없었다.

폴스미스 블레이저가 5만엔 뭐 이래서 다음에는 하나 사볼까 고민중.




호텔에 와서 잠시 쉬며 이후 일정을 고민했다.

클럽을 가보느냐, 라이브를 볼까, 아님 그냥 혼자 술 마실까 하다가 

아무래도 이번 아니면 안 갈 듯 하여 클럽으로.



도쿄에서 가장 크다는 클럽 방문. 말로는 오천명 들어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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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아게하로 향했다.

스테이지?가 3개가 있다.

비키니 입은 댄서들이 교대로 나오는 스테이지도 있었고 뭐.


워낙 유명한 곳이니 아시아 여러 나라의 친구들이 와서 노는 것을...

아래 사진과 같은 광경도 흥미로웠다.

 



보통의 숙소와는 꽤 거리가 있는 곳이기에 첫차가 다닐 시간까지 클럽에서 대충 삐대다가 다섯시에 나옴.

전세계 젊은이들의 에너지에 취해 밤을 꼴딱 새고 

편의점에서 과자 한 봉지 사서 들어가는 길에 이런 스티커를 발견했다. 


I Love My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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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