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 : 20150327~20150401 오사카 여행 (강추 음식점들 포스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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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고베에서 공연을 보기로 한 이후 한 일은 음식점과 바이닐샵 찾기.

 음식점이야 여러 블로그, 카페, 여행사이트, 타베로그등으로 대충 추렸고.

 바이닐샵은 '레코드스토어 데이'에 등록되어 있는 곳으로 일단 잡았다.

 이베이에서 내가 몇번 산 일본 셀러가 위치가 오사카이기에 

 '너네 매장 있냐?'고 물어봤더니 없다고...


 오사카에 가니 한국에서 철수한 타워레코드가 보여서 반가워서 들어갔는데 역시 금방 나옴. ㅎㅎ


 아무튼 이 포스팅에선 바이닐샵들 하고 우연히 간 펍? 바?만 적어보겠다.



 레코드 스토어데이에 등록되어 있는 오사카샵은 Time Bomb, Flake, Root Down, Snow등이었다.

 


RockRock ( Music Bar )



오사카 첫날엔 자정즈음 도착해서 숙소에 짐 풀고 술마시고 돌아다녔다.

도톤보리에서 라멘 먹고, 스시 먹고 

숙소 가다가 적당한 곳 보이면 술이나 한잔 해야지했다.


그렇게 살짝 취기 오른 상태에서 걷는데

저기 멀리서 익숙한 음악 소리가 들렸다.

리암 목소리.

Live Forever 







와. 진짜 길거리 돌아다니다 오아시스 듣는건 카오산 로드에서나 하는건데 생각했음.

그것도 live forever라니


이거 뭐지? 하고 걷는데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소리가 들리는 곳은 별거 없어 보이는 건물에 3층.


아 뭔가 프라이빗 파티인가 싶었는데 무슨 'RockRock'라고 써 있었음. 뭐지?하며 올라갔다.




Crow9(@crow9)님이 게시한 사진님,



건물에 들어가고 딱 펼쳐진 광경은 

사람들이 열심히 춤을 추고 앞에는 디제이가.

디제이는 음악을 피지컬 매체로 틀면서 그 앨범 커버를 부스 앞에 거는 그런...

이 No request라고 걸어놓은게 진짜 간지...


안에 분위기는 대충 이 영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다음날에 할 펑크스프링의 애프터 파티를 한다고 써놓았다.

검색해보니 올해 20주년 된 바였드만.

이런 큰 공연, 페스티벌이 있으면 애프터 파티를 늘 하는 곳이라고.


이런 우연이라는 의외성이 여행의 즐거움인듯.



http://www.rockrock.co.jp/







 Flake Records

 

아메무라와 신사이바시 인근에 있기에 찾기에 어렵지 않다.

주로 신품 바이닐을 위주로 취급하는 곳이다.

장르는 주로 락과 팝 위주인듯.

락음악은 김밥레코즈와 굉장히 유사하게 들어와있다.

방향이 비슷하다고 보면 될 듯. 

김밥보다는 좀 넓다. 


중간중간 CDP가 있어 들어볼 수 있음.


내가 산 것은 일본음악 바이닐.

커버만 보고 한개 골랐는데 대만족이었다.

일본펑크음악 추천해달라 했더니 난감해하더만...




http://www.flakerecords.com/index.php


 





 King Kong Records



Flake Records에 갔을때 

중고 바이닐 샵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나온 이름.


신사이바시에 있다. 근ㅊ


알고보니 내가 묵었던 캡슐호텔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진짜 알고 보지 않으면 안 보인다는게 딱 맞는듯.


1979년에 시작된 샵이라고 한다.


계단을 통해 이어져 있는 샵인데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다.

매우 넓은 공간에 장르별로만 구분이 되어 있고 바이닐들이 널려 있음. ㅋㅋㅋ

나같은 초짜들은 한번 들어본 적도 없는 밴드들이 많다.

가격은 저렴. 100엔부터 시작.

장르는 모든 장르의 음악이 다 있다.


중고바이닐이라지만 상태가 훌륭한 것들이 많다.

역시 일본인들은 대단함.

뭔가 건질게 있을까 하고 봤는데 '뭐야.."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한 10장 들려있고 시간이 3시간이 흘렀음.


http://www.kingkong-music.com/







 Time Bomb Records



이 곳은 레코드 스토어 데이에 등록이 되어 있는 샵.

Flake Records에서 펑크 어찌고 하니 여기 가보라한 샵이다.

이곳도 역시 신사이바시에 위치.


여기 포함해서 세 레코드샵이 500m 안에 위치해 있다.

특히 King Kong Records와는 100m 안쪽...


King Kong records와 달리 이 곳은 정돈이 되어 있다.

이 곳은 좀 재미있던게 샵이 2섹션으로 되어 있는데

펑크, 메탈, 코어, 얼터너티브 등의 장르들의 음악이 한 섹션.

그리고 나머지 음악들이 한 섹션으로 되어 있다.

스탭도 딱 자기 위치만 지킴 ㄷㄷㄷㄷㄷㄷ


장르별로 A~Z 순으로 차곡차곡 정리가 되어 있다.

King Kong Records에 비해 유명한 아티스트도 많다.


다만 이곳은 King Kong Records에 비해 당연히 가격이 위.

이베이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도 위이다.


http://www.timebomb.co.jp/








 


Posted by 빨간까마구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에 가서 저스티스를 보려고 했다.

저스티스가 끝나면 새벽 한에 속초로 가는게 계획이었다.

속초, 고성.. 군대 시절 2년을 보냈던 곳. 

레지던트 시험에 실패하고 군의관으로 생활을 했던 그 곳.

나는 2007년에 남양주로 부대를 옮긴 이후로 그곳에 한번도 가지 않았다.

설악산은 펠로우때 몇 번 갔지만, 속초 시내는 가지 않았다. 


막상 춘천에 가서 월디페를 보고 끝나고 속초 갈 생각을 하니 귀찮아졌다.

멀잖아. 피곤할테고...

그래서 그냥 속초, 고성만 가기로 했다.


토요일은 오전 근무가 있는 날이다.

피곤하지만 환자는 많이 없었고, 그럭저럭 진료보고 퇴근해서, 잠깐 낮잠 자고, 청소를 했다.

빨래도 돌리고, 집정리도 하고, 옷정리도 하고 하다보니 어느덧 6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민했다. 월디페 갈까?

하지만. 그냥 속초만 가기로.


네비를 찍어보니 속초까지 약 200 km

내가 그 곳을 떠난 이후 생긴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추천해주었다.

내가 다녔던 길은 국도인데, 막히지만 않으면 160km까지 밟을 수 있다.

네비가 추천해준 길을 통해 가면 30분 절약을 할 수 있었고, 12000원을 내야했다. 

30분에 12000원.

12000원에 30분.

30분 빨리 간다고, 내가 그곳에서 뭘 더 할 수 있지 않다.


도봉구 -> 태릉 -> 구리 -> 양평 -> 홍천 -> 인제 -> 속초


정말 쉬운 길이다. 이 길이 얼마나 쉬운가 하면, 

9년전 처음으로 차 사고 서울 올 때 이 역순으로 네비도 없이 왔었다.

그냥 보이는 표지판대로 운전을 했는데 서울에 도착했고, 집에 별 문제 없이 왔었다.

넓고. 차 없고. 인간도 없고. 휴계소도 없고, 건널목도 별로 없는 길. 


운전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신발인 크록스로 갈아 신고. 출발.

좋아하는 CD만 챙겨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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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 도착하는데 2시간 40분 걸렸다. 

네비가 안내한 시간에서 20분 절약.

하지만 저녁 9시 30분이 넘은 시간.


첫 도착지는 중앙시장.

고성에서 살때  회를 가장 많이 먹은 곳은 항구나 해수욕장들이 아니라 속초 중앙 시장이었다.

지하에 가면 회센터가 있는데 인당 만이천원이면 대충 알아서 회를 주셨다. 

가성비 최고의 횟집.. 하지만 지하니까 바다에서 회먹는 기분은 안나는 단점이. ㅎㅎ


중앙시장에서 회를 먹고, 모듬순대를 사가져가 숙소에서 술 한잔 하는게 계획이었는데.

도착한 시간이 10시 가까이 되었더니 순대집들은 전부 문을 닫았다.

좀 신기했던 것은 닭강정집이 정말 많았다는것.

내가 살았던 2007년 3월까지는 그렇지 않았는데 뭔가 광풍이 불었나 보다.

시장에 오고가는 사람들은 전부 닭강정 박스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간이 그렇게 흐른건가? 


혼자서 모듬회 작은거를 시켰더니 서빙하시는 분이 다른 거 드시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좀 많을텐데... 하면서.

그래서 다른 거 가격 확인하니 광어 3만 뭐 이래서 그냥 모듬회로.

야외에 테이블이 있는 집이라 밖에 나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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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에는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있었다.

자기들끼리 '꼬추친구'라면서 옛날 이야기를 하더라. 

'고추친구' 아니고 ' 꼬추친구' 

'부랄친구'라고 하기엔 뭔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한 것 같은데. 암튼. 

예전에 거기에 뭐가 있었지, 그 친구가 뭐 했었지 그런 이야기를 신나게 하시던데. 

나도 씨발... 나중에 어렸을적 친구들 만나면 과거나 파먹고 살겠지 싶으니 기분이 영.. 


나는 아침에 샌드위치 하나 먹은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

스끼다시 나오는거 잠깐 먹고 딱히 할일 없어서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게임하다가

회가 나오자 마자 폭풍흡입하는데

옆자리 아저씨가 갑자기 나한테 "젊은이 미안하네" 그러더니

앞에 있는 '꼬추친구' 아주머니에게

요즘 젊은이들은 핸드폰만 주로 본다. 세상이 그런 세상이다. 안타깝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하더라.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오분마다 "젊은이 미안하네'하고 요즘 젊은이 욕을 하셨다.

나보고 같이 먹자는건지, 아님 핸드폰을 보지 말고 먹기나 하라는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적당히 술 오르셔서 그런지, 그냥 내가 하는 꼬라지가 맘에 안들어서 그런거였는지.

뭐 딱히 화가 나고 그런건 아닌데.

나도 꼰대질에 포텐이 좀 있는 편인지라

언젠가는 옆자리에 알지도 못하는 젊은이에게 

저 인간 이상의 질할을 하지 않을까? 그 젊은이에게 미리 미안~ 


각자 남편과 아내가 있는 두 분이 거나하게 취해서 꼬추친구 뭐 어쩌고 하는 것보다는

그냥 핸드폰 보면서 회 먹고 있는 내가 나은거 같은데 모르겠다.

그들 눈에야 말로 혼자 그 비싼 모듬회 쳐먹는 내가 한심하게 보였겠지.


아무튼 계속 내게 미안하다면서 요즘 젊은이 욕을 하던데

그냥 거짓말 좀 보태서 '사실 저도 마흔다섯이라 젊은이는 아닌 것 같아요' 뭐 이러려다가

마흔다섯이라고 뻥 치기엔 좀 어려보이지는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하며 회나 쳐 먹었다.

서른 여덟이라고 하면 젊네 뭐 이럴 것 같아서.. 그럼 기분이 더 좇같았겠지  



비틀거리며 두 꼬추친구가 사라지는 걸 보고 

혹시나 연 가게가 있으면 순대와 닭강정을 사려고 했으나 없었다.

그래서 술도 사고 안주도 사려고 속초 이마트로 향했다.

횟집에서는 맥주 한 잔만 한 상태이기에 이마트에서 술을 사고 어서 숙소를 잡고 술을 마셔야지.

꼬추친구들을 위한 건배.를 하며 한 잔 해야지. 


폐장시간이 10분 남은 시간에 들어가서.

칭타오 하나를 사고 스파클링 와인을 하나.

그리고 떨이 중에 떨이로 남은 어묵 셋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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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속초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가깝지 이마트에서 해수욕장.

속초 해수욕장 들어가는 입구의 숙소들에서 호객을 하고 있었는데, 5만원을 부르기에 바로 콜.

바다가 보이는 방은 7만원이라던데, 방에서 바다 봐서 뭐하냐.

바로 와인과 칭따오와 어묵을 들고 바다로 향했다.


아직 여름이 다가오지 않은 바다에는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 동성 친구들과 온 사람들, 그리고 그냥 연인들이 많았다.

휴가철의 페로몬으로 가득찬 거대한 부킹클럽같은 느낌은 없었다.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불꽃놀이를 하는걸 봤다.

퍼엉. 펑. 펑.

동영상으로 찍고, 사진으로 찍고, 들고 찍고, 꽂아놓고 찍고.

불꽃 터지는걸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걸 구경했다.

그들도 그닥 재미있어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재미없어보이는걸 찍는 나는 또 뭔가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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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개를 따로 챙겨오지는 않았기에 그대로 주저 앉아서 어묵을 처묵.

어묵을 하나 꺼내서 먹고, 칭타오를 싹 다 마셨다.

음.. 좋은 조합. 

닭강정이나 모듬순대를 이 해수욕장에서 펼쳐놓고 먹었을거 생각하면 

차라리 중앙시장의 가게들이 닫았던게 다행이었다.


속초 해수욕장은 그 인근 해수욕장들에 비해 그래도 가로로 긴 편이라 쭈욱 걷기 시작했다.

끝에서. 끝으로.

일본 영상 보면 끝 쪽에 사람들 안보이는데서 섹스하고 그러는데.

뭐 그런 생각도 하면서 걸었다.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있던 아저씨가 있었다.

별을 보는 걸까? 싶었지만 그냥 취해서 누워있는 것 같았다. 죽지는 않았었음. 

그 옆에는

어린 여자애들이 모여서 맥주 하고 있었고

그녀들에게 같이 한잔 하자고 말을 하는 남자가 있었다.

여자애들은 꺄르르 꺄르르 지네끼리 웃고 있는데. 남자애는 뭔가 계속 웅얼웅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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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끝까지 걸어가는 길에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린다.

'다시~ 돌아온~ 그대를~ 위해~~~~~ 내 모든 걸 드릴게요~~~~~'

음정이 계속 살짝 나가는 노래를 바이브레인션을 잔뜩 넣고 부르는 남자.

'만일 그대 내곁을 떠난다면~~~ 끝까지 따르리~~~ 저 끝까지 따르리 내 사랑~~~

'그대 내 품에 안겨 눈을 감아요~~ 그대 내 품에 안겨 사랑의 꿈 나~~~눠~~~~요~~~~'

과도한 바이브레이션.

유재하의 노래에 저런 과도한 바이브레이션이라니...

어디 오디션 또는 가수들 장기자랑하는 프로그램에 저 노래들이 나왔나???  

파도는 쏴악 쏴악 스네어 치다가 하이햇도 한번씩 치면서 곁들이고 있었다. 

좋은 연주에 질낮은 보컬.

하지만 뭐.. 그래도 다른 노래들 부르는 것보다는 나았다.


와중에 나는 와인을 계속 마시고 있었다.

위스키를 들고 마시는건 사회 정서상 저촉 되며.

소주는 중독자의 느낌이 강하게 들테고.

맥주는.. 뭔가 좀 없어보일 것 같아 와인으로 선택했는데 제법 괜찮았다.

이마트에서 파는 와인에 라벨에 칠레 최고의 와인이라 써있었다.

가격은 9900원이라 그닥 신뢰가지는 않았지만. 맛있었음.


마시다보니 취하고, 취해서 바로 숙소로.


숙소에서 뭐 바로 쓰러졌나 보다.

전화가 왔다. 대학교 동기였다.

여기가 어디지 잠깐 했다가 속초 온거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덟시쯤이었다.

의사가 되어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의사로서 도움을 받을 수도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거.


다시 잤다. 

어제 나는 새벽 세시에 들어왔다. 

술을 많이 마셨다. 

와인 한병을 다 마셨다.

병원에서 중간 중간 연락이 왔다. 

슬슬 농번기라 그런지 자살하려고 약드시고 오시는 분들이 입원했단다.


문득. 내가 여기서 타인에 의해 발견이 된다면 . 

'30대 후반 의사, 속초에서 사체로 발견.' 

최근 특별한 일은 없었으며 자살의 흔적은 없는 것으로 보아 사고사.'  

뭐 이런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정, 금전, 가족 등등의 문제가 없기 때문에 딱히 기사화되지는 않겠지 싶었다.

자살했다고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도, 어찌 보면 뭔가 사람들의 흥미를 끌만한 구석이 있어서겠지...


일요일. 5월 17일의 일정은 전혀 바쁘지 않았기에 12시쯤에 일어났다.

체크아웃하라고 이야기도 없기에 그냥 주욱 잘까 싶었는데 그래도. 

프론트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냥 키놓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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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고 다시 중앙시장으로 갔다. 

모듬순대를 시켰더니 아주머니가 모듬순대 국밥을 오더에 넣으시기에 수정해드렸다.

모.듬.순.대

속초에서 순대하면 역시 오징어순대 아닌가.

모듬순대를 시키니까, 편육이 반접시, 순대국과 함께 김치순대, 야채순대, 오징어순대의 구성.

편육 다 먹고. 순대국 절반 먹고, 순대들은 절반 먹고 테이크 아웃.

닭강정도 테이크 아웃.

나는 원래 새우튀김을 주로 사왔었는데. 오늘은 먹고 싶지 않았다. 


그냥 7번 국도를 따라서 주욱 올라가며 가보고 싶은 곳 가며 화진포까지. 

7번 국도는 바닷가 바로 옆의 국도로 유명하다. 

드라이브 하기 좋은 국도.

시속 80km으로 유지하면 신호등에도 많이 안 걸린다. 

그래서 과속하는 차도 별로 없다.

물론 100km로 달려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 달리면 신호등에 자주 걸린다. 

결국 80km 유지한 차랑 같이 건널목에 나란히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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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속초에 있는 영금정에 위치한 등대 전망대에 갔다.

이쪽에 살때도 한번인가밖에 안 갔었던.

날이 좋기는 했지만, 설악산쪽은 뭔가 좀 뿌옇게 보였다.

서쪽은 설악산, 동쪽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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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면서 목표는 일단 고성의 제일 유명한 짬뽕집이었던 수성반점으로 잡았다.

짬뽕으로 유명하고, 여기서 근무할때 정말 많이 먹었던 집이다. 


수성반점은 공현진 해수욕장에 있다.

속초의 대포항에서부터 최북단의 화진포까지 하면 해수욕장이 10개가 넘는데

그중에 내가 제일 자주 간 곳은 화진포와 삼포 해수욕장.

수영은 못 하기에 해수욕장에 가서 한 것은 그냥 바다보기.

특히 삼포해수욕장은 바다가 평행선으로 주욱 펼쳐져 있어서 좋아했다.

같이 군생활했던 사람들과 그냥 바다 보면서 놀았었다. 

짬뽕 먹으러 가다가, 그냥 차를 이 곳에 세웠다.


예전에 했던 그대로, 콘도의 가게에서 아이스크림 사서 바닷가에서 먹기.

요맘떼라는 아이스크림이었는데 괜찮았음.

구구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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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 해수욕장에서

저쪽에는 뭔 영상? 영화?를 찍는 아이들이 있었고.

그반대쪽에는 가족들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은 더 없었다. 이 두 무리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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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여름 휴가철에도 사람이 많지는 않은 곳이라. 좋았다.

여전하군. 좋다. 

콘도는 망해가는 느낌이 여전하고, 주차장엔 차 5대?

날이 너무 좋았기에 그냥 막 찍다보면 뭔가 그림이 나왔다.


한시간여를 멍하니 바다 보다가, 차로 와서 음악을 주욱 들었다.

언니네 이발관 5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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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차를 세웠던 해수욕장에서 다시 짬뽕집으로..

예전 그 위치에 그대로 있었다.

여기는 특이한게 밖의 평상에서 먹을 수가 있다는거. 

짬뽕을 시키고 평상에서 있는데 반대쪽에서 왠 강아지가 나를 보더니 막 다가왔다. 

귀여웠음...

그런데 내 앞에 와서는 뒷다리를 절더라. 헉. 너 아픈거였니? 

그런데 조금 멀어지니 다시 그대로 걸었음. 모르겠더라. 쥐났나?

유쥬얼 서스펙트? 인가에 뭐 이런 장면이 나오나보던데 나는 그 영화를 안 봐서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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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짬뽕이 나왔는데. 정말 맛이 없었음.

이곳을 떠날때 마지막에 먹었을때 정말 맛이 없었던 것이 기억났다. 하하

진작 좀 기억했으면 다른 곳을 갔을텐데.

원래 이 동네에 유명한 짬뽕집이 세개가 있었는데 그중 한 곳에 간것인데. 망했음...

반도 못 먹고 그냥 해물만 좀 건져먹다가 나왔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맛이 없던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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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온 김에 예전에 살았던 아파트도 가보기로 했다.

이곳 고성의 군청소재지인 간성으로 가서.

군인들도 보고, 터미널에도 갔다.


터미널에는 20대 여자애들이 10명정도 있었다.

군대에 간 남자친구가 외박 또는 외출이 나오는 날에 맞추어 온 사람들.

그녀들은 몇 시간에 한 번 오는 버스들을 기다리고 있는것.

토요일의 간성의 모텔은 늘 만실이었다.

일요일 오후까지의 간성은 연인들의 장소였다. 

그런 활발함도 일요일 오후까지.

오후가 되면 군인들은 복귀하고. 그들을 보러 온 사람들도 돌아가고.

일요일 저녁은 정말 언제 그랬냐는듯이 고요했다.


간성에서 자주 갔던 백반집도 찾아보고, 축구를 했던 잔디구장도 가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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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의 마지막은 역시 화진포.

화진포는 여기 살때 가장 자주 갔던 해수욕장.

밤에도 가고, 아침에도 가고, 낮에도 가고.

예전에 이미 ( http://crow9.tistory.com/3 ) 이런 글도 썼었고...


그리고 화진포로 가는 길에 있는 박포수 가든.

박포수 가든에 가서 밥을 먹고 화진포로 가서 바다 보고 노는게 하나의 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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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도 많이 가는 박포수 가든은 여전했다.

그 동치미 국물 넣어먹는 막국수는 여전히 시원했고.

명태를 얹어서 먹는 암퇘지 수육은 꿀맛.

원래는 여기서 먹고 화진포 갔다가 마지막으로 물회를 먹으려 했으나.

수육과 막국수에 배가 불러서 결국 물회는 안먹었다.

생각남... 물회... ㅠㅠ


그리고 화진포로.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 별장이 있는 이 곳.

호수와 바다를 모두 볼 수 있는 이 곳은 남한의 최북단 해수욕장이다.

최북단이기에.. 8월 중순만 되어도 추워서 바다에 들어갈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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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욱 걸었다. 

끝까지 걸었다가 돌아와도 20분이면 될 것을 한시간을 걸었다.

화진포 콘도에서 그 사이 바뀐 것은 캐러번이 생겼다는거.

군콘도 안의 캐러번이라. 뭔가 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훈련이면 밖에 나가서 야영을 하는 군인들이 여기까지 와서 또 캐러밴이라...


일요일 저녁, 놀러온 이들도 많이 돌아갔을 시간. 

화진포 해변에는 한 무리의 가족들만 있었다.

갈매기들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그냥 가만히 바다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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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 싶어서 주차장으로 가는데 옆에서 하모니카 소리가 났다.

'엄마가 섬그늘에~' 섬집아기.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간간히 기타를 쳤는데. 코드만 잡고 기본 스트로크로.

아마 기타는 이제 시작했나 보다.

섬집아기가 끝나고 다음 노래는 등대지기.

해는 이미 졌고, 콘도의 불빛은 바다를 비추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여덟시가 넘어 있었다.

서울까지 가는데 최소한 세시간. 

갈때도 네비는 고속도로를 추천해줬으나 나는 그냥 국도를 선택.

네비에서는 고속도로는 세시간, 국도는 세시간 반이라고 했다. 


군의관 시절에 

금요일 밤에 서울로 출발해서 일요일밤에 고성으로 돌아왔던 길을

토요일 밤에 서울에서 출발해서 일요일밤에 고성을 출발하는 반대길을 가고 싶었다.


그 46번 국도를 타면

진부령을 가기전 내가 예전에 근무했던 부대 2개가 찻길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다.

차를 세우고, 담배를 한대 피웠다.

온갖 욕을 남기고 가고 싶었지만, 나를 괴롭혔던 사람은 이미 그곳에 없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3일전 한 건장한 사내가 동남아시아 여인을 휠체어 앉혀서 외래로 들어왔다.

타 병원에서 두차례 혈액투석을 하였고, 앞으로 우리 병원에서 투석을 하겠다고.


그녀는 그 남자분의 처제였다. 

1년전까지 건강했던 그녀는 7개월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숨찬 증상과 빈혈이 발생했다.

원인을 찾기 위해 캄보디아의 병원에서 검사를 했으나 원인을 찾지 못했다.

태국의 방콕에 병원에 입원하여 검사를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베트남까지 가서 병원에 방문하였으나 발견을 못하고, 그 동안 빈혈에 대한 주사만 맞았다고 한다.

증상은 안 좋아지고 있었고, 다시 캄보디아에 있는 병원에 갔을때는 투석이 필요하다고 듣고

한국인 봉사단이 소개해준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들어왔다.


한국에 와서 소개해준 병원의 분원으로 갔다.

하지만 그 분원에서는 본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 병원의 응급실로 갔다

투석을 진행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만큼 안좋았기에, 응급실에서 투석을 받았다.

당연히 환자는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의료보험이 되지 않으니 그 3일간의 치료비용은 약 500만원이 나왔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기타 자세한 검사를 시행하려 했으나 금액적 문제도 있고

캄보디아로 돌아갈 예정이라 자세한 검사는 하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보호자에게서 듣고, 소견서로 확인을 하였다.

환자는 한국어 공부를 해서 말을 잘했었다고 하나 언젠가부터 한국어를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반적인 반응이 좋지 않았다.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 하였다.  

두번의 투석을 하였다고는 하나, 여전히 요독은 쌓여있는 상황으로 생각했다.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아 입원을 권유하였으나 

환자의 보호자는 거부하였고, 입원 없이 투석을 진행하기로 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투석을 시작.

투석을 시작하는 경우 보통 30분 내에 문제가 생기기에 관찰하였으나 특이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50분 되던 때에 환자는 흔히 얘기하는 경기, 발작을 하였다.

요독이 쌓인 환자에게서 발작을 하는 것은 가끔 볼 수 있는 상황이기에, 일단 발작을 멈추는 약물을 사용.

이후 환자는 더 이상의 발작은 없었다.

하지만 발작의 원인을 요독으로만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기에 CT를 촬영하였다.


그리고, 그 CT를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한장 한장을 돌려보면서 점점 더 마음은 무거워졌다. 


먼저 두부의 CT에는 이번에 출혈을 했을 부위가 관찰이 되었다. 

좌측 측두엽과 전두엽 후두엽 부위에 모두 출혈이 보였다.

그 곳 외에도 양측의 대뇌 여러부위에 과거의 출혈의 흔적들이 보였다.

과거 출혈의 흔적 부위는 종괴처럼 보이는 부위들과 함께 있었다.

병변들로 인해 대뇌의 부종은 매우 심한 상황.


뭐야... 이게... 이제 22살인데...


환자의 의식은 조금씩 나빠지고 있었다. 

중환자실로 급히 환자를 옮겨 관찰을 하며, 이미 사용하던 약물들을 다시 투여.

입원 당시에 시행하였던 검사 결과에서는 심각한 출혈성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첫 발작 4시간 후에 환자의 반응은 더더욱 나빠졌다.

한측의 동공반사가 소실.

혹시나 해서 다시 CT를 촬영하였다.  

아까 출혈부위는 좌측. 이번에는 반대부위인 우측에서 대량 출혈.

양측의 출혈과 부종으로 보았을때 뇌간의 압박이 곧 진행될 것.


환자의 형부에게 사망의 가능성 높음을 설명하였다.

언니는 캄보디아에 있는 친척들에게 계속 울면서 전화를 하였다.

원칙적으로 불가하지만, 혹시 환자의 모습을 영상통화로 가족들에게 보여줄 수 있겠냐고 부탁하기에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대로 코마에 빠지게 되고 약 6시간이 흐른 후에는 자가호흡도 소실되었다.


다음 날에는 환자분의 어머니가 캄보디아에서 오셨다.

딸의 모습을 보고 망연자실하였다.

알수 없는 말을 하며, 딸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팔을 만지고 하였다.


아버지는 안 오셨네요?라고 했더니 캄보디아 국왕의 생일기간으로 축제라 비자가 안된다고...


...


하루를 더 보낸후 보호자는 환자의 기도삽관을 제거해주길 요청했으나 이는 법적으로 불가함을 설명하고.

오래 가시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환자는 그날 저녁에 사망했다.


환자의 원인 질환은 알 수 없었다.

CT에서 예전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다발성 출혈부분은 여러 질환들에서 가능한 것.

MRI를 찍을 수 있었다면 종양의 전이 이후 발생한 출혈인지 아님 그냥 출혈만 있던 것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입원시에 검사에서는 전신성 홍반성 낭창 또는 기타 자가면역 질환일시에 보일 수 있는 결과가 관찰되었다.



만약 환자가 종양의 전신전이로 인한 사망이었다면, 이는 어쩔 수 없는 것..

하지만 이것이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뇌출혈로 인한 사망이었다면.

그렇다면 한국에 온 시기가 빨랐다면, 이렇게 사망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이 환자가 의식이 있는 모습을 본 것은 불과 2~3시간밖에 안되고 바로 문제가 생겼지만

그동안 봐왔던 어떤 환자보다도 맘이 안 좋았다.

약 10년여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의사생활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는 환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어린 타국의 환자여서 그랬는지. 여러 생각들이 스쳐갔다.


그녀는 자신의 나라에서 그냥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 사망을 하는게 나았던 것일까?

아님 한국에 와서 원인질환이라도 이야기를 듣고 사망을 한게 나은 것일까?

아니 이런 상황에 뭐가 낫다고 생각하는게 의미가 있는가?

이 환자가 한국인이면 진단을 하고, 치료가 되었을까?

내게 스쳐간 환자들 중에 이런 환자는 없었을까? 

스쳐가서 나는 잊었지만 그 환자는 나를 증오하고 있는거 아닐까?


2015년 05월 15일 17시 54분에 환자는 사망했다.

영어로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

보호자들에게 목례를 했다.


만약 다음 삶이 있다면

1년 가까이 아프다가 이렇게 어린 나이에 죽지말고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길 기도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적당량의 술을 마시고 새벽 네시에 들어왔는데 일곱시에 눈이 떠졌다. 음악을 틀고, 책을 보고, 빨래를 하고, 밥을 먹었다. 2월부터 친구들에게 '다음 달이면 주말엔 늘 일이 있을 것 같아'라고 했지만, 그런 다음 달은 오지 않고 5월이 되었다. 실제 직장에서의 달력을 봐도 5월에 서재페+학회만이 있을 뿐이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계시지만, 그건 요양차원이니까. 2주 연속으로 회식이 잡혀있지만, 그건 일상 아닌가.


일요일이면 늘 숙취에 시달리며 오후에나 일어났지만, 그렇지 않았다. 약속은 없지만, 집에서는 나가야 했다. 집에서 창밖을 보기에도 햇볕은 너무 따스했고, 고양이들도 창가에 앉아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즐겁니?'라고 물어보지 않았으니 알 수는 없지만. 광화문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에서 졸았다. 덥긴 했지만, 후끈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아직 5월인걸. 본래 계획은 광화문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홍대로 가려고 했으나, 교보문고로 가기로 했다. 교보 앞에 빌딩에서는 루이비통의 전시가 있었다. 평생 관심 없고, LV 마크가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그 몇 년전에 일본의 작가와 콜라보 한 정신없는 물방울 무늬들은 괜찮았다. 전시는 그럭저럭 정신이 없었다. 포스터를 연신 접어주는 직원분께 미안했지만, 나도 하나 받았다. 벽에 이런 포스터 하나정도 붙여도 되겠지? 포스터는 셀렙들의 사진이 모자이크식으로 되어 있었는데, 갱스부르가 있는것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교보에 가서 과학잡지를 한권을 샀다. 교보는 여전히 정신이 없었다. 주말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반드시 외출을 해야하는 부모들에게 교보만한 공간이 있을까. 어딘가에 책이나 이런 것으로 아이들을 묶어 놓으면,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으니까. 상대적으로 밀폐(?)된 공간이고. 나도 아버지랑 많이 갔었지. 그리고 이어폰도 필요했기에 샤오미에서 나온 걸 하나 샀다. 좋은건지 감별할 귀는 안되고, 나쁘지 않았다. 그 가격에 나쁘지 않으면 좋은거지.


만화방을 바로 갈까 하다, 아예 읽던 책을 더 읽기로 했다. 닉 혼비의 슬램. 어디로 갈까. 테라스 있는 북카페가 인근에 있을까. 홍대로 갈까 하다가, 북카페라는 곳에서 책을 읽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냥 경복궁에 입장료를 내고 가서 자리를 하나 잡고 앉아 책을 읽었다. 경복궁 안에 있는 음료점에 가서 커피를 시켰다. 원래 커피는 잘 마시지 않지만, 유자차보다는 나았다. 레몬에이드를 마시고 싶었는데. 소설은 매우 재미있었다. 어느 시점까지는. 그 이후는 주인공을 시니컬하게 만들기 위해 무리하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주인공은 열여섯살밖에 안되니까. 열여섯살에 나는 마치 세상의 불핸은 혼자 다 짊어진척 말하고 돌아다녔다고. 그런 나보다는 낫지. 


경회루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닉혼비의 <슬램>을 낄낄거리며 읽는데, 요즘 계속 듣고 있는 검정치마의 <hollywood>의 뮤직비디오와 이미지가 겹쳤다. 시작하는 젊은 연인을 위한 노래. 노래도 그렇고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반짝반짝하는 그때를 부르는 노래. 하지만 가사도 그렇고,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닉혼비의 슬램에서도 그렇고, 반짝반짝함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 오래 가지 않는걸 알고 있으니까 더더욱 시기를 하고, 아름답게 기억이 되는 것 아닌가. 늙어 죽을 때까지 빛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폴맥?


저녁 여섯시, 아침을 아홉시엔가 먹었더니, 슬슬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근래에는 배가 고파서 먹는다기 보다는 때가 되어서 챙겨먹고 있다. 배가 고프다고 안 먹다 보면, 어느새 본인의 짜증지수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기때문이다. 긴자 바이린에서 돈가스를 먹었다. 물론 오사카의 본좌집에는 못미치지만 맛있었다. 당연하지. 정식이 21000이었으니까. 생맥 9000해서, 삼만원.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과 맛은 정비례하진 않지만, 비싼건 대체적으로 맛있다. 맥주를 마시며, 책을 마저 읽었다. 책은 파멸로 가고 있었다. 아니, 이미 중반부터 파멸상태였으나, 그 이야기를 주욱 끌고 갔다. 이거 너무. 현실같잖아..


마지막 남은 선택은 만화방을 갈까, 아니면 체크해 놓은 영화 스틸 앨리스를 볼까하다, 결국 상수동 만화방을 갔다. 그렇게 수십번을 갔는데도 또 넋놓고 걷다가 헤맸다. 여전히 내게 학습이란 없는건가 생각하려다, 말았다. 웃기잖아. 길은 언제든 잃을 수 있고, 찾으면 되지. 뭐 당연히, 3분도 되지 않아 찾았다. 


상수동 만화방은 이전 예정이라 한동안 못 볼 책들을 몰아봤다. 여긴 괜찮은 만화책이 많다고. 다른 곳에서 구석에서 억지로 찾아야할 만화책이 작가별로 모아져 있었다. 예전에 만화를 좋아한다고 했던 소개팅녀를 이곳에 데리고 온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래픽노블을 좋아한다고 했었는데, 나는 그쪽은 잘 몰랐다. 그녀가 거기서 몇 권을 골라줬었다. 괜찮았다. 그녀는 마스다 미리의 광팬이었다. 그녀는 이름만 들어봤다던 최규석의 만화를 골랐다. 그리고 한시간만에 나가자고 했다. 그녀는 손에 물을 뭍혀본 적이 별로 없다는 것과 기독교도라는 것을 빼면 괜찮은 여자였다. 어쨌든.


안타깝게도 상수동 만화방에서 고른 만화들은 재미가 없었다. 잘 못 골랐다. 야한 그림을 잘 그리기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주욱 봤는데, 정말 지나치게 한심할정도로 이야기가 엉망이었다.


집에 오면서, 역시 밴드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이런 생각을 한다. 살면서 가장 무료하지 않게 보냈던 때는 그래도 밴드할때였다. 정말 엉망인 실력에 연습도 잘 안 했지만, 즐거웠다. 그래서 즐거웠나? 일주일마다 한 번은 이런 생각을 하다가 한달 전쯤엔 대학동아리의 페북에 같이 할 사람 연락 달라고 했다. 그 동아리의 나는 1기 졸업생인데, 뭐랄까 같은 기수, 아니 그 동아리를 통털어도 나랑 같이 밴드를 할만한 애는 없긴 했다. 일단 내가 실력이 별로라는건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 페북게 올린 글엔 좋아요만 30번 눌리고 연락 온 사람은 없었다. 집에 와서는 뮬을 검색해봤는데 마땅한 자리가 단 하나도 없었다. 콜플 카피같은거 하고 싶지 않다고. 펑크라고 해서 검색해서 나온 밴드 하나는 연주는 모르겠지만, 중학생? 아니 초등학생이 썼을법만 가사를 지껄이고 있었다. 아니 가사가 그 모냥이면 그냥 뭉개서 말하지..


집에 들어오니, 고양이들이 난리였다. 난 분명 하루치 밥을 주고 나왔는데, 또 달라고 난리다. 아 저 것들.. 이라 생각했지만, 하루 종일 먹는거 말고 별 일이 없는 아이들 아닌가. 밥을 더 줬다. 그리고 슬램을 마저 읽었다. 끝은 뭐 잘 마무리했다. 닉혼비의 책중에 제일 낮은 평가를 받는다고 했던데, 뭐 모르겠다. 내가 다 읽었어야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거 아닌가. 오아시스의 마지막 앨범들은 괜찮았다고 말 할 수 있는건 내가 오아시스의 전 앨범을 다 들었기때문이지.


뭐 그럭저럭 괜찮은 일요일이었다. 다만 올초에 얘기했던 '다음달에 주말부터는 계속 바쁠거야'는 오지 않는 것 같다. 안 바쁘면 좋지만 매주 같은 주말. 전날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일어나서 월요일을 준비를 하는 그런 일요일. 심지어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리버풀-첼시 경기는 이게 내가 작년에 본건지 그 전에 본건지도 모를듯한 몇 번은 본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매년 일본에서 봄에 펑크스프링이라는 이벤트가 있다.

시작한지 이제 10년이 안 된 이벤트인데

펑크를 하는 세계의 이런저런 밴드들이 일본의 밴드들과 공연을 하는 페스티벌로

도쿄에서만 하다가 오사카까지 확장되었고 요즘에는 나고야에서도 하는듯.


암튼 까가운 일본이니 언젠간 가봐야하지 하면서 체크잇 해놓은 페스티벌인데(Hostess Club Weekender도)

이번에 Rancid가 공연을 한다기에 가기로 결정.

도쿄 Vs 오사카로 끝까지 고민하다가 오사카는 가본적이 없기에 오사카로 결정!


오사카로 결정하고, 티켓을 구매대행으로 구하고, 평상시보다 비싼 티켓을 사고 뭐 그런 과정을 겪고.

이왕가는거 일요일에 오지 말고 하루 더 써서 월요일까지 놀다가 오는걸로 일정은 확정..


일정을 짜는건 http://www.earthtory.com/ 의 도움을 받았다.

도시별로 주요 지점들이 등록이 되어 있고, 본인이 직접 추가가 가능함. 

구글지도와 연동이 되어 있어서, 동선 짜는데 편하고, 다 작성 후에는 PDF로 변환까지 가능.

모바일앱과도 연동이 되어 위치 찾기도 쉬웠다고...(아쉽게도 내가 갈때는 앱이 안되던...)


암튼 오사카는 또 갈 예정이라 다음에 내가 찾기 쉽게

그리고 정보 찾아오는 분들도 보기 쉽게 이번엔 일자별이 아닌 장소별로 나눠 보겠음.

추천순서대로.



별 다섯개 주고 싶은 곳만 먼저 올려본다.

다른 곳들은 따로 작성하겠음. 



오사카 만제 - 돈까스 레스토랑



Crow9(@crow9)님이 게시한 사진님,



일본의 돈가스 레스토랑중에 최고의 평점을 자랑하는 곳(Tabelog).

내가 여지껏 먹어본 돈가스 중에서도 최고였다. 

도톤보리에서는 거리가 좀 됨 ( 난바역에서 20분정도 가야한다. )

야오역에서는 찾기가 어렵지 않다.


런치가 11시 30분부터 2시, 디너가 5시~9시임.

주구장창 줄을 죽 서서 기다리는게 아니라, 대기명부에 이름을 써넣는 시스템이다.

첫날에는 11시에 갔는데 대기인이 60명이 넘어 포기함.

둘째날에는 10시 30분에 갔는데 대기인이 40명정도였음.

안에 좌석이 13개라, 세번정도 회전을 해야할 거 생각해서 다른 곳에 갔다가

다시 12시 30분에 갔는데 한시간 기다려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40명이 먹는데 2시간정도가 걸렸다는거.



일본 넘버원 돈가스레스토랑

Crow9(@crow9)님이 게시한 사진님,



1. 돈가스를 오직 셰프 한 명이서 굽는다.

오더가 들어가면 셰프가 고기를 들고, 빵가루를 묻히고, 튀김.

정확한 시간에 꺼낸다.

셰프는 돈가스만 튀기시고, 나머지 샐러드, 장국 담당이 다 따로 있다.

자리가 열세개인 음식점인데 직원이 6명이었음.


2. 돈가스의 고기를 고를수 있다.

히레, 로스를 고르는게 아니라, 일반 돼지고기, 특상품, 흑돈 등등의 돼지 품종을 고름! ㄷㄷㄷㄷ


3. 일반적인 돈가스 소스도 있고

돈가스를 기름에 찍고, 소금에 다시 찍어서 먹는 것도 있다. 이 소금이 예술이다...


나 기다리는거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정도 음식 나오면 몇 시간씩 기다릴 수 있다.




 셰프가 좀 무뚝뚝해보이는 아저씨인데, 돈가스 튀기는 와중에 어디서 왔냐 뭐 이런거 물어봐 주심 ㅠㅠ




소바키리 츠타야 (そば切り蔦屋 )



카모소바. 오리소바. 최고네.

Crow9(@crow9)님이 게시한 사진님,




일본에 갔으면 소바를 먹어야지..

원래 가려던 곳이 또 있었지만 그 곳은 못 가고 여기만 가게 되었다.

나름 미슐랭 1스타의 소바집.. 


이곳도 역시 약 15석 정도의 작은 음식점이었다. 

대신 소바집이다 보니 회전율은 정말 빠르더라는...


이 곳의 추천메뉴는 카모소바라고 하는 오리고기 소바였다.

기름이 둥둥 떠 있는데, 아주 담백하게 먹을 수 있었다. 

처음에 나온 쯔유에 소바를 먹다가 이 쯔유가 많이 없어지면 적당한 온도의 소바유를 가져다 주심.

그럼 이 쯔유에 소바유를 적당량을 넣고 먹는다.

그 맛이 또 아주 괜찮음... 

주요 지하철역들과 멀지 않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타카라 야키니쿠 ( ビル ) 


 



도톤보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야키니쿠집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중에 한국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집이 이 집이다.

일단 허영만 화백이 추천하는 집으로 되어 있고...

일단 이 곳의 주인은 일본교포분이라서 한국말로 주문이 가능하다!

메뉴도 한국말 메뉴판이 따로 있다!


만원 안쪽으로 각 부위의 고기들을 몇점씩 먹을 수 있는 야키니쿠.

삼각살, 등심, 꽃등심, 안심, 안창살, 우설, 갈비, 볼살, 대창, 양, 막창, 곱창, 천엽, 심장 등등의 부위가 제공된다. 

따로 말을 하지 않으면 전부 양념을 해서 주시는데, 아무래도 우리 입에는 좀 단 느낌이 있지만. 나는 그거 좋아해서.

고기를 구우며, 술을 마시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난바역쪽에 있다. 다만 블로그들이 잘못된 지도를 첨부해 놓은게 많더라. 좀 빡치던데... 

찾기는 어렵지 않다. 









고베규 레스토랑 - 神戸牛八坐和阪急三宮店 



헐...

Crow9(@crow9)님이 게시한 사진님,




 펑크스프링 공연 장소는 오사카가 아닌 고베였기에, 어쩔 수 없이 고베에 가야 했다.

고베는 역시 고베규 아닌가. 

그래서 여기저기 고베규 레스토랑을 검색을 해본 결과 유명한 곳은 


1. Kobe Plaisir

2. 미소노

3. 이시다


등등.


하지만 나는 공연을 보기 전에 먹었어야 했으나, 감기도 걸리고 허리도 아프고 온 몸이 안 좋았고.

제일 가고 싶던 Kobe Plaisir는 5월까지 주말예약은 전부 차 있다고... 허허..


결국 공연을 보고 나서, 고베 산노미야역에서 돌아다니다가 아무 곳이나 들어갔는데, 나름 괜찮은 곳이었다.





먹기 전에 뒤에 소 그려진 금박 입은 상패를 가져다 주셨는데.

저게 고베규만을 취급을 한다는 일종의 인증 마크였음.. ㅋㅋㅋㅋㅋㅋ


챔피언 고베 스테이크가 120G에 만이천엔이라고 써 있기에 

'에이 뭐야~ 별로 안 비싸네'하며 300g으로 시켰다가

다시 계산해보고 깜짝 놀라서 계산을 물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연을 다 보고 나서 먹어서 그런지 정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흡입을 했다... ㅠㅠㅠㅠ



아직도 생각남. ㅠㅠ

다음에는 꼭 다른 곳을 가보려 한다.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