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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26 낙지짬뽕 1
  2. 2014.12.22 2014 결산 2
  3. 2014.11.23 필라델피아 치즈 케익 1
  4. 2014.11.07 나는 심심하면 가사를 써 2
  5. 2014.10.28 신해철


어제 포스팅했지만. 오늘도 한다.


우리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게 된다.


나는 음식이름으로 가리는 편은 아니다.


일본 원자력 발전소 사태 이후로 일식과 해산물은 안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지도 않고.


딱히 어느 나라의 음식을 싫어한다 뭐 그런것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영국은.. 영국 요리 중에 유명한게 뭐가 있죠? 생선가스?




물론 재료는 좀 가린다. 콩, 팥 등은 싫어하는 편이고, 장어를 제외한 보양식들도 영...


왠만한 재료 안에서 우리가 예상할 수 있게 나온다면 늘 OK이다.


문제는 90년대 호황기를 맞아서 한국에서 시작된 퓨전이라는 것들은 근래에 들어 끝을 달리고 있고.


이런 음식들 중 일부는 굉장히 싫어한다.


내가 생각하는 맛있는 음식은 재료의 장점을 잘 살려주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대척점에 있는 대표적인 것이 아마 치즈매운등갈비 뭐 이런게 아닐까...


십수년전에 잠시 인기를 끌었던 등갈비는 그 재료의 부실함으로 인하여 퇴출이 되었지만.


그 등갈비에 매운 소스를 발라 한 번 살아남았고. 그에 또 지겨워지니.


이번에는 치즈를 얹고 다시 부활했다.


등갈비가 매우니까, 치즈를 얹어먹는다 뭐 이런 개념인것 같은데.


그럴거면 안 맵게 만들라고...


극단적인 음식들도 별로다. 완전 매운 닭발 뭐 이런거...


새디스트라면 이해할까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지난 주 외로운... 토요일 퇴근길에 짬뽕을 먹었다.


포천 - 의정부 - 서울로 가는 국도변에는 여기 국도변의 음식점들이 많다.


국밥, 해장국, 짬뽕, 돈가스 등등의 음식들이 운전하시는 분들을 타겟으로 영업을 한다. 


포천에서 의정부의 경계선에는 괜찮은 짬뽕집이 하나가 있는데, 노부부가 하시는 곳이고.


주문을 받으면 바로 만드는 스타일이라, 짬뽕에 불맛이 장난이 아님...


하지만 나는 이날 여기를 저버리고 좀 더 커 보이는 곳으로 갔다. 


통큰왕짬뽕이라는 이름의 가게였다... 이때 눈치를 챘어야했는데. ㅠㅠ




아무튼 들어가 보니 낙지짬뽕이라는 이름을 보게되었고


낙지 매니아인 나는 바로 시켰다.


하지만 이 음식은 엉망...




음식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제일 아래는 일반적인 짬뽕, 국물에 죽순 약간, 뭐 이런... (콩나물은 왜 들어있었을까?)


두번째 칸에는 홍합을 잔뜩 얹었다. 


제일 위에는 데친 오징어와 낙지가 있다. 


낙지짬뽕이 아니라 데친 낙지, 오징어와 짬뽕이었다.







낙지와 오징어를 자르라고 가위가 나왔고, 찍어먹으라고 초장이 나왔다. 


홍합과 오징어, 낙지에는 짬뽕국물이 전혀 안 먹어 있었다. 


아마도 끓고 있는 국물에, 면을 넣고, 이후 이미 준비된 홍합을 일부 넣고 끓이다 데친 오징어를 올려 놓았을듯.


뭐하는 짓인가???


짬뽕 자체는 뭐 동네짬뽕..  




정말로 낙지인지... 잘 모르겠지만, 재료의 낭비다.


어설프게 묻은 짬뽕국물에 낙지를 초장에 찍어먹는건 유쾌하지 않았다.


음 그럼 국물에 넣어볼까 했지만, 이건 국물에 찍어먹는거 아닌가 ?


결국 절반이상 남기고 나왔다.



9000원이라는 돈을 지불하고 나오면서 화도 났지만.


싼가격도 아닌 돈을 내고, 저런 음식을 푸짐하다는 이유로 먹는건 슬픈 일이다.


차라리, 김밥천국에서 깔끔하게 만든 2000원짜리 김밥을 먹는게 나을 수 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1. 올해의 가장 잘한 일

살아서 놀고 먹고 일하고 있는거



2. 올해의 가장 잘못한 일

연애 못 함



3. 올해의 해외 음반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 Days of abandon



올해 제일 많이 들은 곡도 이 앨범에 수록된 'simple and sure'




4. 올해의 한국 음반


로로스 - W.A.N.D.Y.





5. 올해의 해외 신인


Temples




이런 음악이 지겨워지는 것의 마지막 배를 탄 것이 아닐까 싶다.




6. 올해의 한국 신인


세이수미



이런 노래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들이 만들어줌.




7. 올해의 영화


Gone girl


짱짱짱!!!

OST도 죽여줌.


8. 올해의 드라마

본거 없음

미생을 볼까하고 있고, 밀회인가 그 드라마도 올해 한건가?


9. 올해의 실망

Kooks, Rancid, U2, 김동률, 이지형, 국카스텐, 토이, 장기하


10. 올해의 컴백

어어부 밴드


11. 올해의 영화 음악


Boyhood

Frank!



12. 올해의 배우

없음.



13. 올해의 맥주

듀벨 , 한번 마셔봤지만 트리플홉 좋았음




14. 올해의 AV 배우

사쿠라 마나


15. 올해의 파스타

내가 만든 파스타. 맛은 없음. 


16. 올해의 페스티벌

글라스톤베리


17. 올해의 여행

치앙마이, 글라스토, 제주도, 전주, 후쿠오카


18. 올해의 사건

글라스토에서의... 




19. 올해의 아스날 최고의 경기


FA 결승전!!!!!!!!!!!!!





20. 올해의 아스날 최악의 경기


이기지 못한 모든 경기



21. 올해의 술집


모두들 사랑한다 말합니다.





22. 올해의 독주


헨드릭스





23. 올해의 고양이


테오.






24. 올해의 만화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25. 올해의 책


아파트게임



26. 올해의 과자


허니버터칩 ㅠㅠ



27. 올해의 식사


유후인 카이세키 ㅠ





25. 올해의 술친구

여러분


Posted by 빨간까마구

한 달 전 쯤이었나? 한참 일하고 있는데 응급실에서 전화가 왔었다.

"과장님 응급실에 사체가 도착했는데, 검안 좀 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신지 좀 오래되셨는지 주의해달라고 하시네요"

"예"


의사가 하는 일 중에 사망선고도 있지만 검안도 있다.

말그대로 사망하신 분을 눈으로 확인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것.

그동안 검안 이나 사망 선고를 하면서 저런 이야기를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응급실로 갔는데, 처치실에도 사체는 없었다.

"과장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차에서 내리지를 않았다고 하네요"


앰뷸런스에 가서 뒷 문을 열어보니, 역한 냄새가 올라왔다.

사체를 덮고 있는 이불을 들췄더니 나타난건 말라붙어서 미이라현상이 진행이 된 사체.

뭘 더 확인할 것도 없어서 검안서를 바로 작성을 했다.

집에서 저 상태로 발견이 되셨다고 한다.

그동안 검안을 하면서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퇴근길에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요즘 나의 삶에서 일을 하는 외의 시간은 홀로 있는 시간이다.

평일에는 6시 30분 전일어나서 출근.

아침 식사는 병원에서 간단하게, 다이어트 중이니 밥은 조금만.

점심 식사는 플레인 요구르트와 과일로.

저녁 식사는 병원에서 먹거나, 집에 와서 가볍게 요리를 해서 식사.

책 좀 읽고, 음악 좀 듣고 대략 11시 ~12시 쯤 취침.

주말에는 오전에 출근했다 퇴근하면 낮잠.

저녁시간 무렵에 외출해서 술집에서 가서 술 한잔.

일요일은 오전에 일어나서 땡기면 청소 및 빨래 후 땡기면 가볍게 외출.


대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생각해왔던, 저녁이 있고, 여유가 있는 그런 삶을 누리고 있는데.

정말 이렇게 단조로울 수는 없다.

물론 직업 자체가 꽤나 다이나믹한 일이니까. 근무 시간에는 그닥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데.

직업의 생활은 출퇴근 시간까지 해도 대략 12시간.

그 외의 12시간은 나홀로 참 안정적으로 재미없이 살고 있다.


역시 이런 삶에는 연애이지만, 그건 좀 해보려다가 망했고.

운동을 시작하기엔 체중이 늘고 나서 생긴 허리 통증과 발목통증이.

베이스나 다른 것을 배우러 다니기엔 오래 할 것 같지가 않으니.

집에서 손만 까딱하면 할 수 있는 독서와 음악듣기만 하고 있다.


퇴근길에 그렇게 저녁에 뭘 해먹어야 하나 생각을 하며 그 사체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인터넷이 아니면, 퇴근부터 다음날 출근까지 아무와도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은체 살며

만약 나에게 작은 사고가 생기거나, 또는 맘을 먹고 생을 스스로 마감을 하거나 한다면.

결국 나도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발견이 될 것이 아닌가.

가족과 연락을 자주 주고 받지는 않으니, 아마도 직장동료들이 이상함을 깨닫겠지.

물론 벌써 8년전의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언제 죽어도 별로 후회할 것은 없이 살고 있다.

다만 그건 내 생각이고, 다른 이들의 생각은 다르겠지.


어쨌건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우리 집에 와서 이것저것을 뒤지겠지.

빈약한 책장에는 우울한 내용들의 만화책, 그리고 컴퓨터에는 다수의 동영상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저게 뭔가 싶은 잡다한 음반들. 그리고 쓰잘데기 없는 것들.

책상에는 샘플로 받고 아직 한번도 써보지 못한 발기부전 치료제.

그리고, 아마도 굶고 있을 고양이.


뭐 그럭저럭 평범한 거 아닌가하고 생각이 들다가, 사고의 흐름은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실에는 썩어가고 있는 양파와 아직 괜찮은 당근, 그리고 먹고 남은 반찬들.

그리고 냉동실에는 소고기하고 인스턴트 돈가스와 만두? 

그리고...


어처구니 없게도 나의 의식의 눈은 냉동고의 필라델피아 치즈 케익을 발견하고.

이건 안되는데. 그리고 보통일이 아닌데 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코스트코에서 사온 필라델피아 치즈케익. 

한 박스에 16조각이 들어 있는 그 치즈케익.

아직 그 16조각 중에 2조각 밖에 안 먹었고.

다이어트 중이니 대략 1주일에 기분 안 좋은 날 하나씩만 그 치즈케익 조각.

그 2조각만 먹은 한 박스를 사람들이 발견하게 된다면

'이렇게 삶의 의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왜 그런 일을...'

하고 생각하며 슬퍼할 것을 생각하니

절반 이상 먹어치워 버릴때까지는 죽기 좀 힘들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는데.

그 사이 한 조각도 안(못) 먹었음. ㅋ



Posted by 빨간까마구


언제가는 밴드를 다시 하리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만 하고 있고 움직이지 않은지는 7년쯤 된다.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 놓은 밴드의 이름은 A.S.K.69.

무라카미 류의 69에서 따온거...는 아니고.

그냥 맘대로 해석하라고 만들어 보았음


(히피들의 세상이었던) 69년에게 묻는다. 

(섹스할때) 69를 요청한다.

아새끼 육갑하네 


등등.


심심할때 가사를 만들어보는데 작곡은 할 줄 모르기땜시 그냥 엉망임.

아침에 버스 타고 출근하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그동안 만들던거 조금 더 붙여보았음.



1. 

매일 술을 마신다면 당신이 걸릴 병은

알콜성 지방간, 알콜성 간염, 간경화.

간경화로 너는 간성혼수에 빠지고

간경화로 너는 피를 토하고


오 사장님 제게 술을 팔지 마세요.

오 사장님 제게 세잔까지만 파세요.


고지혈증으로 너는 뇌혈관이 막히고

고지혈증으로 너는 심혈관이 막히고

알콜성 췌장염으로 엄청난 복통에 시달리다가.

알콜성 치매로 너는 엄마도 몰라보고.


오 사장님 제게 술을 팔지 마세요.

오 사장님 제겐 맥주만 파세요.


당뇨에 걸려 너는 인슐린을 맞으며

당뇨발이 생겨 사지절단.

케토산증으로 의식을 잃고

초자체출혈로 실명이 되고


오 사장님 제게 술을 팔지 마세요

오 사장님 저는 이미 틀렸어요.



2. 

거울 속에 내가 너무 못생겨서 네게 전화를 걸 수 없었네.

활짝 웃어보려 했지만 어떻게 하는건지 몰라 더 못 생겼네.

머리를 감아보았지만 머리숯이 없어 더 못 생겼네.

세수를 해보았지만 여드름이 보여 더 못 생겼네.


못생겼네 못생겼네 못생겼네 못생겼네


맘에 드는 옷을 입어 보았지만 나는 외출을 할 수 없었네.

하루를 굶었지만 그렇다고 이미 나온 배는 들어가지 않네.

예쁜 신발을 신어보았지만 딱 맞는 바지를 입을 수 없네.

모자를 써보았지만 모자 아래 머리가 너무 크네.


못생겼네 못생겼네 못생겼네 못생겼네.



3. 

어제 입원한 네팔청년은 에이즈 검사를 하고 싶다 하네.

미아리에 가서 관계를 가지고 성병에 걸렸다네.

비뇨기과에서 검사를 했는데 믿지 못 하겠다네.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네. 자책을 하고 있네.


그는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아는데

어느 순간 그는 내게 영어로 질문을 하네.

나는 영어를 잘 못 하지만, 얘기를 해주었네.

너는 syphilis도 HIV도 전부 음성이야.


두달 전에 입원한 무슬림 청년은 결핵환자였네.

라마단 기간 동안 그는 살이 점점 빠져갔네.

라마단이라 그런가보다라고 사장님은 생각했네.

라마단이라 그런가 보다.




대충 이런 느낌인데.

스트레이트한 펑크밴드와는 전혀 컨셉이 맞지 않음...

sun kil moon처럼 포크를 해야하나. 




Posted by 빨간까마구


1. 

88년 크리스마스 이브, 국민학교 4학년 초등학생의 눈에는 대학가요제에 나온.

마지막에 그룹으로 나온 형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그 전의 다른 팀들에 비해 충격적일만큼 월등했다.

소방차 등등의 댄스그룹을 좋아했던 내게도 어필할만큼 음악은 댄서블했고.

다음날 만난 친구들, 방학이 지나 만난 친구들도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2년후 국민학교 6학년이 되어서

처음으로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을때.

그 친구가 좋아하는 가수는 신해철이었다.

1집을 내고, 아이돌의 인기를 구가하던 신해철.

나는 그가 뭔가 느끼하다고 생각했다. 뭐 저런 사람의 노래를 좋아하냐고 생각했지만.

선물가게의 포장지처럼. 이라던지.

그런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나는 포기하지 않아요 라던지.

이런 펀치라인에 결국은 끌릴 수 밖에 없었다.

중학생이 되어 콜라피자발렌타인데이를 되뇌였지만.

중학생은 그냥 음악은 TV에서 듣는 수준이었다.


2.

중학생은 어느새 중3 입시생이 되었고.

자습시간에는 이어폰을 끼고, 수업시간에는 좋아하는 밴드들의 이름을 낙서로 적었으며.

음악에 대한 텍스트를 읽었고, 대화를 할때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특목고 입시에 실패하고.

세상과 가족, 사회에 대한 모든 분노를 표할 곳이 없던 고1.

별 관심이 없었던 넥스트의 2집이 나왔다. 

하도 언론에서 난리이기에 사서 들었다. 내가 왜 넥스트 1집을 안 들었을까... 

한참 메탈에 빠지던 소년에게 어필하는 그 화려하고 웅장하고 메세지가 가득한 앨범.

정말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질때까지 듣고 또 듣고 또 듣고.

친구에게서 넥스트 1집 CD를 빌려서, 돌려주지 않았다.


3집이 나오고, 4집이 나오고.

재수생활을 하였지만, 여전히 넥스트는 최고의 자습음악이었다. 


3.

그가 언론에 제대로 쏟아내기 시작한 인터뷰들을 보고.

그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농담을 하며, 편집증적으로 자기가 하는 일에 매달리는.

날카롭고, 싸가지 없고, 지멋대로지만, 예의가 바르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발언을 하고, 움직이고.


그가 하는 말, 그가 들었던 음악을 모두 체킷했다.

그가 말하는, 쓰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했다.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듣기 시작하였다.

음악을 좋아하는, 남들은 안 듣는 음악을 듣는 척 하기 위해 전영혁을 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그저 신해철의 방송이 취향에 맞았다.


4. 

대학생이 되었다.

음악취향은 이미 저 멀리로. 

영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후로 소년은 메탈을 촌스러운 것으로 생각하였다.

원래는 펑크락커였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신해철은 테크노를, 윤상과의 작업을, 영화 OST등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음악이 더이상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내가 들었던 넥스트의 1,2,3,4집의 노래가 과연 땅에 닿아있는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IMF가 터진 이후의 세상은 신해철이 노래를 불러왔던 것들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전혀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았다. 


5.

그래도 신해철은 옆에 있었다.

단순히 좋은 음악만 소개하는 DJ가 아닌. 잘나가는 라디오 DJ로.

라디오 DJ인 그는. 당시에는 많이 쓰던 단어가 아니었던, 꽤 많은 덜 자란 사람들의 멘토였다.


그가 미숙한 사람들에게, 청소년들에게, 청년들에게 가장 많이 들려줬던 것은.

"그렇게 해도 괜찮다."였다.


엄연한 공중파 라디오에서 그는. 음악만 틀기도, 방송을 하다가 나가기도, 심지어 자기도 하였고.

끊임없는 자기희화화와 끊임없는 자뻑으로. 

듣고 있는 너희들이 지금은 문제라고 생각하겠지만, 너희는 문제가 전혀 없다고 이야기했다.  

아버지, 어머니들에게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마치 같이 사는 백수삼촌처럼 낄낄거리면서 이야기해줬다. 

낄낄낄


6.

고등학교 친구가 대학교 다닐때 합주실에서 신해철을 만났었다고 한다.

싸인을 받으러 갔더니.

"딴따라끼리는 이런거 주지도 받지도 않는거 아니냐?라고 하며 사인을 해줬다고 한다.


소년아 기타를 잡아라 라는 노래가 나오기 전에.

그가 열어준, 보여준 음악의 세계에서. 기타를 잡지 않을 수 없었다.

빨간 기타 들고 밤새 잠을 못 자지는 않았고, 녹색 베이스 기타를 잡고 잠을 못 잤다.

기타를 잡고, 밴드를 만들고. 나도 여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싶었다. 그렇게 될 것 같았는데. 


7. 

신해철이 지지를 하던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만약 신해철이 지지를 그렇게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되었건 노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신해철과 노대통령의 인생은 어땠을까?


마침. 서태지도 컴백을 했던데. 


7.

대학가요제 스타, 독특한 아이돌, 대마 전과자.

멀티 인스투르먼탈리스트, 한국 최초의 랩, 영화음악감독.

돈 맘대로 쓰라고 하는 프로듀서, 메탈그룹 보컬, 메탈그룹 키보드.

디스코 마스터, 테크노 전도사, 라디오 DJ, 어설픈 연기자.

노빠, 파병반대시위, 토론프로그램 패널.

암환자의 남편, 활자중독자, 인디전도사.

내일은 늦으리, 듀스, 정석원, 서태지, 전람회, EOS, 윤상, 변진섭, 이승환, 신대철


그는 자신의 50년후의 모습은 보지 못하였다.

그가 20대에 불렀던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 보여줬던 꼰대의 삶을 사는걸 보고 싶었는데.

추모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유년시절이 이제 끝났다고. 마지막 좋은 기억이 끝났다고 한다.

그의 레코드를 내밀며, 해철이형 고마웠다고 말하고 비웃음 받을 준비되어있는데..


이미 자신의 장례식에 들려질 노래까지 만들어 놓은 사람인지라. 

너무 슬퍼하면 저 아래에서 낄낄대면서 

'야 그건 아니지~ ' 하지 않을까 싶다.  


안녕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