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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14 Frank
  2. 2014.10.10 라이너스의 담요, 조월 - 어느새
  3. 2014.10.07 2014-2015 아스날
  4. 2014.10.03 20140925~20140926 전주, 서천여행 4
  5. 2014.09.26 Theo. the cat 1
2014. 10. 14. 18:00



Frank를 보고 난 후 나는 카톡프로필을 프랭크로 바꿨다.

몇일 후 대학동기이자, 같이 밴드를 했던, 그리고 심지어 같은 여자를 좋아하기도 했었던 친구가 오랫만에 카톡을 보냈다.

그 전문을 공개하도록 한다.


"오~~~ 프랑크 영화 봤어요?"

"ㅇㅇ] 블랙 코미디 중의 블랙코미디"

"영화 소개 프로에서 봤는데, 잼있을거 같더라구요. 보고는 싶은데... 형은 극장에서?"

"극장에서 봤지. 나는 재미있게 봤음"

"ㅇㅇ 왠지 형이 카톡 프로필 올린거 보니까 엄청 잘어울려 ㅋㅋㅋ 싱크로율이 덱스터 이상인듯.."

"아놔..."

"왠 오버액션? 본인도 상당부분 동의할 거 같은데 ㅋ"

"영화보면 네가 실수했다는걸 깨달을거다."

"왜? 형보다 훨 인간적이야?"

"걔가 천재니까."

"음악천재 말하는거지?"

"ㅇ"

이렇게 카톡대화는 끝.


일단 이 친구는 나를 덱스터의 주인공과 닮았다고 덱스터 시작할때부터 주장을 했던 친구다...

외모가 비슷하냐고 했더니. 그게 아니고 뭔가 살인하게 생긴게 비슷하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프랭크의 탈과 닮았다고...

음...


도대체 어떤 음악프로에서 소개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프랭크라는 영화의 트레일러 및 개봉전에 들려오던 이야기를 대충 듣고선 나도 이런 영화인지 몰랐기때문이다.

슬랩스틱 코미디인줄 알았는데...


세상에 어떤 종류가 되었건 재능의 높은 수준은 일정한 사람들에게 편중되어 있다.

상위 1%의 음악재능, 상위 1%의 체육재능, 상위 1%의 고추길이, 상위 1%의 가슴, 상위 1%의 기억력 등등의 것이 

60억으로 나눠서 그걸 60억에게 나눠주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위 1%의 지능을 가진 사람이 상위 1%의 체력을 가진 경우도 흔치 않게 본다.

상위 1%의 음악재능을 가진 이가 사실은 상위 1%의 부모의 재력을 타고난 예도 있을테고...

이른바 이야기하는 예술적 재능은 그상호간에 교환이라도 되는지 훌륭한 음악가가 훌륭한 미술가이고 뭐 그런..


이런 세상이니, 수많은 예술작품들이 

재능을 뽐내는 천재와 재능을 가지지 않은 찌질이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그런 찌질한 평범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비수를 꽂는다.



영화가 시작할때는. 누군가가 노래를 읊으며 시작한다.

사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때 꽤나 실망을 했는데, 그 누군가가 부르는 노래가 너무 별로였기때문이다.

음악천재가 만드는 노래가 이따위인가... 싶을때 사실 그것은 평범한 이가 만드는 음악이었음을 알았을때의 다행감?


이 영화의 음악들이 1곡이 전체 길이로 나온것은 그닥 없이.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잠시 잠시 또는 연주에서 잠시. 뭐 이런 식이었는데.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길고 길었던 음반 준비과정을 거쳐서 실제 녹음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나오는 그 음악.

누구는 이 영화에 나오는 음악이 nick cave같다, 누구는 yo la tengo 같다 하였고, 나는 swans같았다.



뭐 이런 노래...

Mogwai가 떠오를 수도 있고, 로로스가 떠오를 수도 있고 뭐 그런거지.


아마도 그런 지점이 이 영화가 성공한 지점이 아닐까.

누군가에들 어떤 밴드가 생각나게 하지만, 그게 다 다른 밴드...


물론 영화는 중간중간에 보는 사람을 당황하게할정도로 웃기게 만드는데.

어처구니 없는 이런 장면...



물론 당연히 영화는 즐겁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재능이 없는 찌질이는 의외로 프랭크에게 인정을 받는데. 

그런 인정이 주위인들에겐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아마도 전직 찌질이었고 결국 자기 주제를 알아 밴드를 서포트만 하던 친구는.

앨범의 녹음이 끝나고, 결국은 사라지기를 선택한다.

그것은. 뭔가를 이루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또는 본인이 이룰수 없을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서.

또는... 당연히 현실이라면, 금전적인 문제.


영화에서 사람들을 빵 터지게 만드는 장면 하나는 바로 프랭크가 most likable song을 공개하는 때이다.

정말 괴상하기 그지 없는 CM송이었는데. 재미있기는 하지만 좋은 노래는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꽤 씁쓸한 건데.

굉장한 노래들을 쓸 수 있는 프랭크도 결국은 대중을 의식하게, 좋아하게 만드려면 그정도의 노래를 쓸 수 밖에 없다는거.

존이 그런 구린 노래를 쓸 수 밖에 없는게 애초에 늘 대중을 의식하며, 남을 의식하며 무언가를 만들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애초에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이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존에게 있는 능력은 의외의 홍보능력으로. 

유투브 스타...(보고있나 PXY)로 결국은 SXSW 무대에까지 오르지만.

이는 멤버들의 잠재되어 있던 신경증을 건드리는데 성공하고.

프랭크는 폭주. 결국 밴드는 망가지게 된다.


결국 영화는, 프랭크의 맨얼굴을 보여주고, 상처를 보여주고.

그를 원래의 밴드 멤버들 앞에서 맨얼굴로 노래를 하게 하고, 존은 떠난다...

이 부분이 매우 맘에 안 들었는데...

1. 프랭크의 맨 얼굴을 보여줬어야 했는가

2. 프랭크가 맨 얼굴로 노래를 했어야 했는가

3. 존은 떠났어야 했는가 이다.

 

가면 뒤에 숨은 이가, 잘 생겼지만, 상처가 있는 자이다. 라는 건 너무도 안이한 전개가 아닐까.

그렇게 가면을 벗은 이가, 밴드 멤버들 앞에서 맨얼굴로 노래를 하게 하는건 최악의 충격요법이 아닐까.

그리고... 존이 떠나는 건, 돈의 자살과 마찬가지로 너무도 잔인한 결말이었다.


최근에 신보를 낸 에이펙스 트윈은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I think you have to be mentally ill to be really famous … If you’re like Madonna, then you’re properly mentally ill, basically. Because you have to be … I’m only partially mentally ill, because I’m semi-famous!”

참조 : http://www.theguardian.com/music/2014/oct/03/aphex-twin-you-have-to-be-mentally-ill-to-be-famous


오래된 떡밥 중에 하나인.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또는 정신과적으로 불완전하기에 유명해진 것인가 

아님 유명해졌기때문에 상처를 받고, 정신과 질병을 얻은 것인가.

어찌되었건. 그것이 무엇이건간에...


결국 영화 내내 재능이 없는 이들에게 조소를 보내던 영화는.

그렇게 존이 남은 멤버에게서 떠남으로.

결국 재능이 없는 너네같은 일반 관객은 예술은 할 생각 마라라는 교훈으로 끝난다.

예술은 저런 불안전한 애들이 하는거니까 하고 자위를 하게 만든다.

단지 예술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아주, 매우 frankly 하게 보여준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요즘 거의 매일 듣고 있는 곡이다.

주로 술 마실 때 들었던지라 술 안마실때도 좋나 싶었는데 좋음. ㅇㅇ

라이너스의 담요에게 조월씨가 한 곡 주었다고 하기에 궁금해 했었는데 이 곡이었음.


이번 라이너스의 담요의 앨범이 흥미로운게 이질적인 노래들이 잔뜩.

피쳐링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어쨋든 나 이런 음악 가능함이라고 선언하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이 곡은 툭 튀어나오는데 곡 길이도 길고... 

최근 들었던 한국 앨범들 중에는 제일 맘에 듬.



그런데 조월 버전이 더 좋은듯...

좀더 날 것이라 그런가. 

보컬이 안나오는 5분 이후가 정말 내 취향 직격임. 



[출처] 조월 - 어느새|작성자 como_la_miel


Posted by 빨간까마구


 이미 나는 1년 6개월 전에 다음과 같은 글을 작성하였다.


http://crow9.tistory.com/242


벵거가 총명함을 잃은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앙리가 떠나가고 세스크가 잠시 반짝이며 리그 중반까지 1위를 하던 그 때... 07-08

이후 아스날은 두 눈을 뜨고 보기 힘든 경기력을 보여준 경기가 참 많았지만.

클럽이 4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감독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3-2014는 벵거가 총명함을 잃은 것을 넘어서 우승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램지와 외질이 캐리하며, 지루가 버텨준 팀은 박싱데이 후에도 리그 우승을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팀은 램지의 부상, 지루의 부진에 대해서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고.

쓸만한 선수의 영입도 전혀 없이 지나갔고, 이후 폭풍과 같은 하향세를 보여줬다.


벵거의 이적정책은 바뀌었다.

하지만 이는 시대가 변했기에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변한 것이다.

4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지난 시간동안의 이적정책으로는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찌되었건 빅네임을 영입을 한다. 

이 빅네임으로 그럭저럭 셔츠도 팔리고, 4위는 할 전력은 만든다.


문제는 아스날 : 첼시 전에서 한국 방송에서 해설 중간에 나온 멘트가 끝인데

그리고 그건 굳이 방송을 보지 않아도 축구를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선수들의 롤이 매우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볼을 참 예쁘게 차는 선수들로 스쿼드의 절반 이상을 채우고 있다.

미드필더로 중간에서 궂은 일 하며, 쓸어주는 선수..

공을 운반하고 여기 저기 넣어줄 선수가 없다. 아예 없다.. 

볼을 예쁘게 차는 애도 있고, 몸싸움을 해주는 애도 있고, 골을 넣을 수 있는 애도 있고, 크랙도 있고.

무링요가 만든 첼시에는 이바노비치도 있고, 마티치도 있고, 윌리안도 있고, ㅅㅅㅋ도 있고 코스타도 있다.

오스카 같은 애가 경기 내내 개처럼 뛰어다니게 만드는 팀을 쉽게 이기기란 어려운 일이다.

팀스포츠란 결국 잘하는게 다른 선수들로 팀을 꾸리는게 진정 강팀 아닌가. 그래야 팀이 강해진다는거.

그냥 잘놈잘이라고 그냥 축구를 잘하는 애들로만 팀 꾸려봤자 안돌아간다.

야구에서 삼성 봐라. 그냥 팀스포츠는 그냥 지 잘하는거 시켜줄 수 있는 팀이 강팀인거다. 김상수가 홈런 칠 필요 있나?


다만 근본은 하나 있다. 축구에서 많이 뛰지 않는 팀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

야구에서 수비가 안 되는 팀이 이길 수 없는거랑 비슷하다.

축구 명쾌하지 않는가? 원래 좀 많이 뛰는 애들이 지가 잘하는거 잘할 수 있도록 해주는거...

그런데 그게 어렵다. 매우... 


첼시 : 아스날 경기에서의 벵거는 꽤나 준비를 해서 나왔다.

경기 중반까지 압박은 괜찮았고, 혹시라도 비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갖게 했다.

어차피 이기기는 힘든 경기다. 스쿼드의 질차이가 확실하니까....

문제는 아스날이 입은 4-3-3 이건 4-1-4-1 이건.

선수들의 조합이 이게 가능한 조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의 4-3-3 중 가운데 3이 플라미니 - 윌셔 - 카솔라인데..

이 조합으로 경기내내 압박을 한다는건 그냥 웃기는 이야기이지.

하지만 벵거는 그걸 들고 나왔고. 20분 버티다가 결국 첼시의 크랙 한방에 그냥 PK주고 경기는 끝.

결국 경기가 끝날때까지 유효슈팅은 하나도 없었다. 

PK를 얻을 수 있는 상황도 하나 있었지만, 안 불어도 전혀 문제 없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나는 더이상 아스날, 그리고 벵거의 팀이 

우승을 하기 위한 팀을 만들 수 있고,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치 않는다.

EPL에서도 이미 스쿼드를 꾸릴 수 있는 규모가 첼시, 맨시와 달라졌기때문이다. 

그냥 우승은 바라지 않는게 나의 정신 건강에 매우 좋기때문이다.


다만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예전에야 어떻게 모자란 애들로라도 숫자는 맞춰서 스쿼드의 규모는 맞췄는데.

이번 시즌은 특히 그런 모습이 전혀 없이 거의 전 포지션에서 선수가 없다. 

부상 당해서 없는게 아니라 그냥 선수가 부족하다...


어찌되었건 못하는 전문 센터백이라도 4명은 있어야 하는데. 전문 센터백 2명에 풀백 2명을 센터백 백업으로.

주전 수비형 미들로 쓰는 선수는 예전에 그냥 중미이던 선수를 수미로 돌려 쓰고, 백업은 그냥 중미..

세계에서 첫번째로 꼽히던 10번형 선수는 유스 꼬맹이덕분에 자기 포지션에서 못 뜀.

주전 스트라이커는 시즌 오픈에 핏을 못 맞추더니 결국 부상으로 전반기 아웃.

결국 데리고 온 스트라이커는 오랜 라이벌팀에서 전력 외로 치부된 5번째 스트라이커 ㅋㅋㅋㅋㅋㅋ


물론 전술이 중요하지만. 지금의 이 스쿼드로는 어떤 전술도 효과적으로 쓸 수 없는게.

그냥 구성이 망했기 때문이다. 미들에서 쓸어주고 청소해주고 할 선수가 없다. 

잘하는 선수들을 잘할 수 있게 서포트를 해줄 수 있는 구성을 만들지 못했다는거.


그나마 다행인건

2013-2014 FA컵 우승했으니 이제 벵거를 그나마도 곱게 보내줄 수 있게 되었는데.

나가지를 않는다. 쫓아내지도 않는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서울을 떠나야 할 때가 있다.


매일 경기도로 출퇴근 하는 인간이 뭔 소리인가 싶은데.

오전 6시 기상, 준비, 출근, 근무, 오후 6시 퇴근, 집 도착, 식사, 취침.

여기가 경기도인지 서울인지 제주도인지 알 수 없는 그냥 진료실. 

주말도 크게 차이가 없는 것이

집에서 뒹굴뒹굴, 홍대 가서 밥 좀 먹고 만화 좀 보다가 술 마시기.

여기는 홍대일수도, 도봉일수도, 종로일수도 있는 것.


잠시동안 이런 일상을 좀 깰 수 있었다. 일상 + 알파가 생겼었다. 

단순히 일상을 벗어남이 아니라, 여러 의미로 행복했다. 즐거웠다.

어떤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나 자신만을 생각치 않고 다른 사람 생각을 해야한다는 것은 익숙치 않은 일이지만, 즐거웠다.


다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끝을 보았을때. 나는 다시 나의 일상으로 바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일을 하러 출근을 하는 것도, 일이 끝나 퇴근을 하는 것도 괴로웠다. 

원망을 할, 욕을 할 타인도 없었다. 모든 것은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시간동안 관계의 진전은 이루지 못했다. 겉돌고 끝났다.   


서울에, 내 집에, 또는 친구들과 매주 보는 익숙한 장소에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나는 익숙한 장소에 있으면, 폭주를 하고, 잠시 즐겁게 떠들고, 술이 깨면, 매우 우울해 할 것이었다.


전주, 속초, 부산, 제주도를 놓고 고민을 했다. 

제주도를 가서 개새끼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으로 살기 위해 참았다.

속초를 가면, 그 사고가 났던 군의관 생활이 떠오를 것 같았다.

그냥 순수 먹부림을 하기 위해, 전주를 택했다. 

다행히 전주, 서천에는 대학동기들이 살았다. 


순수하게 먹으러 갔다. 

그리고 많이 먹었다. 세끼 + + + + 



날은 꽤 맑았다. 바로 그 전 날에는 비가 왔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바로 출발하려 했으나, 집 꼴이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었다.

더구나 고양이하고 함께 사는 집이고, 이틀동안 혼자 있어야 할 고양이 생각에 좀 치웠다.

치우다 보니 1시간이 걸리.. ㅠㅠ 그래도 오전 8시에 출발했다.

전주까지 가는 길은 꽤 멀었는데.

도봉 출발 -> 동부간선 -> 경부고속 -> 천안 논산 -> 전주 

중간 중간 막히기도 하고, 뻥 뚫리기도 하고.

뻥 뚫린 곳에는 주위 차들만큼 밟아봤는데 대략 180~190 ?

160 밟으면 부들부들대던 전 차와는 달리 이 차는 큰 문제는 없었다.



전주에 도착하면 순대국밥부터 먹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출발했다.

지난번에 전주에 갔을 때 결국은 먹지 못했던 ㅠㅠ

남부시장의 조점례 순대국밥을 먹었다. 

사람은 진짜 많더라... 허허

순대국밥 + 피순대 시켜서 먹었는데. 양이 꽤 많아서 남기고.

피순대임에도 의외로 맛이 꽤 깔끔했다. 깔끔한 맛을 위해 뭘 얼마나 넣었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남부시장에 주차를 했으면 이제 그냥 돌아다니면 된다.

남부시장에서 걸어 나오면 바로 보이는 풍남문.

풍남문을 지나면 풍남광장이 보인다.


이 곳에서 좀 웃긴 행사를 했는데 조선무과 전주대회라는 것을 했다.

아마 내가 도착한 시간은 리허설 시간.

연습을 하고 무대에 잠시 오르고 했었다. 

그러면서 체험음식이라고 막 주먹밥 줄 서서 먹고 그러던데. 좀 웃겼음.



사실 내 시선을 더 끈 것은 위의 광경들이었다.

조선 무과 대회 옆의 세월호 플랭카드와 초고속 인터넷 접수 플랭카드.

조선 무과 대회 행사하는 바로 옆에서는 세월호 관련 시위 천막이 있었다.




그리고 길 건너에 전동성당 건물을 보고.

남부시장에 주차해 놓은 차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전주 내려와서도 사실 뭘 해야겠다는건 저녁에 동기 만나기로 한 것밖에 없었는데.

전동성당 - 한옥마을 하면 되겠구나 하고 결정!


전동성당은 꽤 오래 전에 지어진 듯한 성당이었다. 

로마네스크 양식(검색해서 암)의 1914년에 지어진 성당이라고 하니 100년이 넘은 성당이었다.

안에 들어가보려 했는데 마침 토요일이니 결혼식을 하고 있었다.

멋진 성당을 배경으로 하객들도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뒷뜰로 가보니 무슨 조각이 있기에 오. 저건 뭐야 하고 가보니.

바티칸에서 보았던 거대한 피에타상이 ㄷㄷㄷㄷ

냉담자 생활을 하는 주제에 간만에 미사나 드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일정덕분에...



전동성당 바로 건너편에는 경기전이 있다.

사실 가기전에는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고, 한옥마을 들어가는 길에 발견함...

태조 이성계의 어전(초상화)를 모시는 곳이 바로 이 곳 경기전이었다.

뭐... 기억해보면 전주 이씨 아닌가...


마침 내가 간 주에는 조경묘라고 전주이씨의 시조의 위패를 모시는 곳을 여는 날이었다.

잠깐 보고, 궁중음악 연주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이후는 한옥마을 투어.

한옥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왠지 '태국'의 도시인 '빠이'가 생각이 났는데.

뭐 별다른 이유는 없고 곧게 난 길에 차 없이 사람들이 몰려다니면서 뭘 계속 먹고 있는 걸 보니까..


나도 이 뭔가를 먹고 돌아다니는 무리들에 동참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구경을 하며 다녔다.

아니 저걸 왜 여기와서 먹지 싶은 것들(꽈배기, 감자튀김)도 있었지만.

역시 이런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건 괴식 아닌가.


내가 첫번째로 맛본건 전주비빔밥 고로케.

고로케를 워낙에 좋아하는지라 고로케 가게를 보고 들어갔는데... 이런 괴식이...

뭔가 신선한 나물을 먹는 맛에 먹는 비빔밥을 고로케 안에 넣으니.

역시 맛이 없었다... 그냥 김치 고로케나 먹을걸...


다음은 지팡이 아이스크림. 

이거 여기저기 많다는데 난 처음봤다 ㅠㅠ 

전주임실 치즈 + 초코렛 아이스크림이었는데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왜 저런 지팡이 과자에 넣어야 하나 싶었지만...

다 먹었음. 덕분에 혓바닥 벗겨지고.... ㅠㅠ




먹부림을 하다보니 친구들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주에 살고 있는 친구는 내 대학 동기인 성호.

그리고 성호와 같이 제일 친했던 친구인 기방이가 대전에서 내려와서.

셋이서 같이 1년을 살았고, 각각은 1~2년씩 살았으며, 같이 살지 않을때도 늘 함께 놀았던 친구들이 간만에 모임.

사실 대학때는 우리를 도원결의를 맺은 유비관우장비라고도 불렀다...

유비관우장비인 이유는 그 당시까지 우리만 솔로였기에... 


간만에 셋이서만 모여서. 온갖 B급 단어를 내뱉으며 저속한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앞에 놓인 한정식을 폭풍 흡입하면서. 

정말 대학교때의 그 humble하게 살았던, 살 수 밖에 없었던 가정환경의 우리였는데.

상이 꽉 차게 나오는 음식들을 먹을 정도로는 좋아졌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역시 기방이가 결혼을 했고, 와이프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1/2병 마시는 성호는 운전을 해야하고, 1병정도 마시는 기방이는 대전으로 컴백 예정.

물론 나 혼자 마시지는 않았지만, 술을 마시면서 조금씩 안타까워서.

2차를 가서는 기방이를 취하게 만들어 대전을 못가게 만들어볼까 했지만.

그정도로 제 정신이 아닌 나는 아니기에 기방이는 별 문제 없이 갔다.

물론... 집에 가서 좋은 소리는 못 들었겠지.


좀 웃겼던 것은 성호가 고양이를 한마리 키운다는거...

역시 혼자 사는 남자도 어쩔 수 없이 고양이의 노예가 되는건가... ㅠㅠ



다음날 아침 성호는 출근이었다.

식사를 같이 할 시간은 없었고, 이에 나는 바로 성호네 집에서 나왔다.

그래도 어제 술 좀 마셨으니 아침은 해장. 역시 전주의 해장국은 콩나물 해장국

이곳저곳 검색해보다가. 그냥 왱이집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역시 전주인지라. 김과 계란이 나왔다.

옆자리에 앉으신 분들은 '이거 어떻게 먹는거지?' 하더니 계란을 바로 해장국에 투척하려하기에.

그게 아니고 김을 여기 뿌리고 국물을 넣고 그냥 드세요라고 말해주려 했으나.

뭐 그렇게 먹는것보다 저렇게 먹는게 더 맛있을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였다.

배에 들어가면 다 똑같은데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고 보니 어렸을적에 고기를 싸먹는거나, 김밥을 먹거나 하는게 뭐하는 짓인가라 생각하고 행동했었다.

고기를 상추에 싸먹지 않고. 그냥 고기 따로, 상추 따로...

김밥 엄마가 만들때. 김밥 안 먹고 그냥 햄따로 밥 따로 김따로...

지금 생각하면 꼬맹이 주제에 참 재수없었던 것 같기도.


그리고 이동하여 유명한 백일홍에서 만두와 찐빵을  먹으러 이동했으나 fail.

일요일은 문 안 여는 것 같더라 ㅠㅠ

어쩔 수 없이 이동한 곳은 '동포만두'

집에서 냉동만두나 먹던 요즘인데 꽤 괜찮은 만두를 오랜만에 먹었다.

김치 반 + 고기 반 해달라고 했더니 손님이 아직 없어서 그런지 해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이동한 곳은 이 곳. 예수병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나를 본 사람들은 절반은 나를 전라도 사람으로 본다.

태어나서 100일까지만 전주 살았고, 나는 전라도에서 살아본 적은 한번도 없는데...


다만 부모님이 사신 곳은 전라도. 나의 본적도 전라도 정읍.

물론 아버지는 고등학교때부터 서울생활, 어머니도 서른전에 올라오셨다.

그래도 내가 태어난 곳은 전주의 예수병원. 

태어나서 100일까지 살았던 곳도 전주.


어머니도 돌아가신지도 이제 20년이 넘었고, 외가댁 식구도 전부 수도권에 살지만.

어찌되었건 나는 전라도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것은 변화 없다.


내가 태어난 예수 병원을 가본 것은 처음이었다.

언덕 위에 증축에 증축을 거듭한 듯한 병원에 79년의 그런 흔적은 전혀 없는 듯 싶었지만. 



전주에서 나오면서 다음 경유지를 결정해야 했다.

물론 서울 오기전의 최종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지만.


군산으로 갈 것인가. 익산으로 갈 것인가로 고민을 하다가.

아무래도 군산은 언제 또 갈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익산으로...


물론 익산에서 한 일은 별로 없었다.

'황등비빔밥' 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는 육회 비빔밥을 먹으러 익산시 황등면에 찾아갔다.

육회 비빔밥이 꽤 저렴한 과격에 꽉꽉 나와서 만족도가 매우 높았고, 

국물은 맑은 선지국... 캬...

순대를 만들어 놓은걸 상 위에 놓은 걸 보고 좀 사려다가... 포기. ㅠㅠ


그렇게 서천으로 가려다가 '익산 온천랜드'라는 표지판을 발견하고.

정말 즉흥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차를 몰아 갔다.

온천물이 나오는 곳이었지만... 시설은 그냥 동네 목욕탕같은..

수영복을 입고 할 수 있는 야외탕이 있다지만 거기 나갈 온도는 안되었다. ㅎㅎ



그렇게 마지막 목적지인 서천으로...

서천에는 몇 년에 한 번씩은 가는데. 그 곳에는 대학동기인 종영이형이 있기때문.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좀 실수를 한 것이.

간다고 말만 하고 몇시쯤 도착하는지 말을 안 했.... ㅠㅠ


서천에는 이 맘때쯤에는 꽃게 전어 축제라는 것을 한다.

이번에 한 번 처음으로 가볼까 하는 마음에 일정에 집어 넣었다.

그런데 나는 이 전어, 꽃게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고. 사실 먹으러 가는건 대하.

전어는 뭐...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


축제를 하는 홍원항에 갔더니.

이미 일요일도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썰렁했다.

축제의 메인 스테이지에는 타지에서 오신듯한 등산복 입은 아주머니들이 밴드에 맞춰 노래를 하고 있었다.

술이 많이 취해서인지 박자, 음정 모두 별로였다.

그 앞에서는 삐에로 분장을 한 아주머니가 도와주시고 있었다.

옆에서는 전어를 파는 작은 가게들..

바람도 좀 차게 불고 있으니, 적당히 쓸쓸한 광경으로는 딱이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이것들을 먹었다.

전어구이, 전어무침, 대하구이.

전어회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나는 전어회는 맛이 없더라...


이렇게 먹으며, 시간을 보니 저녁 8시.

이때쯤 출발하면 서해안 고속도로 막히지 않겠지 생각하고 출발을 했다.

안 막히더라. 

주위 차들만큼 속도를 내니 1시간동안 130km 주파... 물론 규정속도 위반. ㅠㅠ

하지만 이후 길이 막혀서 결국 120km를 2시간동안 운전...


집에 돌아와 보니. 고양이는 나를 반기며.

혹시나 하고 보니 3일치를 놓은 식량을 이미 다 먹은 후였다.


고양이도 과식, 나도 과식. 


2일동안 600km정도 운전을 하며,

아이폰의 음악 2000곡을 랜덤 재생을 하고 돌아다녔다.

서울을 떠나, 잠시 친구들과 있었지만 주로 혼자, 맛있는 것들을 먹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돌아와서도. 그닥 맘이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다만, 2주후, 토요일에 출근 안해도 되는 주말에 또 다시 어디로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고양이를 길러야겠다, 또는 길러봐야겠다고 생각한건 꽤 오래된 일이다.

대학교때는 인근에 살던 동기에게 2개월짜리 아기 고양이를 입양받은 적도 있었다.

당시에 나는 전혀 고양이에 대한 또는 동거하는 생물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에 함께 지내는데 실패하였고, 

어느날 고양이는 탈출을 하였었다. 

고양이를 잘 기르는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난다는데 너는 아닌 것 같다고 친구들이 말을 해줬었다.


화장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강아지보다는 그래도 고양이가 낫다고 생각을 했었다.

예전에 길렀던 강아지는 정말 1년 6개월동안 한번도 우리가 바라는대로 변을 보지를 않았다.

물론 오랜 교육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강아지도 있지만

아무래도 강아지는 산책을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

와중에 고양이를 키우게된다면 러시안블루를 키워보겠다고 생각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는 달리 사람과 다른 동물에게 친화적으로 알려진.


2012년 3월에 나는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게 되었고.

근 4년만에 식구들에게서 독립을 하였다.

외로웠고, 심심하였다. 

당시의 집에서 고양이를 길러볼까 생각도 많이 했지만.

4평 남짓한 원룸은 나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었기에.

고양이와 함께 해서 서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2014년 2월 나는 임상강사 과정을 마치고, 경기도 모 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의대생 6년 - 인턴 1년 - 군의관 3년 - 레지던트 4년 - 임상강사 2년

도합 16년의 과정을 마친 상황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16년동안 13번의 이사를 마치고

마침내 방 1개 생활을 탈피하기로 결정하여 도봉구의 아파트형 오피스텔로 옮기게 되었다.

방 1개 -> 집 1개가 되니 필요한 물건들, 정리할 것들을 하고

이제는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을 하여 고양이와 함께할 생각을 시작하였다.


약 1달간의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살펴보는 기간을 거쳐

주위의 추천에 따라 1년 이상의 성묘에, 중성화가 된, 러시안 블루를 분양하겠다는 분을 찾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바로 그 친구를 데리고 왔다.

이름은 '꼴통' ... 

너무 하잖아... 이름이 이게 뭐야 ㅠㅠ

 

입양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알수 없는 강남역 근처의 건물에 있는 사무실이었다.

러시안 블루 2마리를 기르고 있었고, 안에는 나름의 캣타워도 있었다.

내가 입양하기로 한 고양이는 침입자(?)인 나에게도 그다지 경계를 하지 않고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나는 바로 이동장에 넣어 우리 집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내 차 안에서 처음에는 뭔가 불안한 소리를 냈었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 이런저런 글을 많이 읽었다.

새로운 환경에 가게되면 고양이에게 적응할 시간을 두고. 가만히 두라고.

나는 그대로 시행했지만. 이 고양이는 그런 고양이가 아니었다.

첫 1시간 책장에서 숨어있더니 1시간 지나서는 마구 돌아다니기 시작.

내게도 다가와 다시 냄새도 맡고 하더니. 3시간째에는 첫 식사를... ㄷㄷㄷ


문제는 고양이는 이미 어느정도 적응을 했지만 나는 적응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화장실을 어디에 둘지, 밥은 언제 줄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해주고 놀아야 할지.



불안해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집사와 달리.

고양이는 편안해만 보였다...
내가 자고 있거나, 아니거나, 
유유히 집안을 돌아다니며, 앉고, 자고...
꽤나 스트레스 받아야할 상황인 것 같았지만.
밥도 잘 먹었고, 화장실도 잘 사용하였고.
심지어 첫날부터 내게 다가와 비비면서 만져달라고 하였다...
마치 원래 자기의 집이었던 것처럼. 

들었던 고양이의 습성과는 전혀 달랐다. 강아지인가? 아니 앉아있는거 보면 사람인데...



그렇게 되니, 이름을 뭘로 해줘야 할지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었다.

사실, 원래 이름이었던 '꼴통'이라고 불러도 거의 반응이 없었다... ㅠㅠ

이에. 15년 구너로써... 아스날에서 현재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그러니까 털색깔도 이러니까. '테오', '테오' 월콧 

그냥 '월콧'으로 할까도 생각해보았지만 그건 별로 재미가 없었다.

더군다나 테오라고 하면. 테오 반 고흐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거라고 생각도 했다. (실제로 그랬음)

빈센트 반 고흐의 유일한 지지자이자, 세상에의 유일한 창구였던 테오 반 고흐.

물론 내가 빈센트 반 고흐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고...



문제는 위의 동영상과 사진들에서도 보여지듯이.

테오는 꽤 큰 고양이였고, 비만이었다.

아마도 중성화 이후에 마구 먹었을듯한 모습이었다.

움직이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먹이는 주는대로 먹었다.

나는 여기저기를 찾아보았고, 천천히 체중감량을 시켜주기로 했다. (집사는 살을 못 빼는 주제에)



역시 운동에는 먹을 것으로 유인하는게 최고라고 들었다.

밥도 그냥 주지말고, 밥그릇을 들고 여기 저기 다니면서 움직이게 하라고.

그래서 1주일정도 그렇게 해 보았는데.

아... 그래도 나는 사람인데... 이게 뭐야 ㅍㅍ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더 간편한 방법으로 바꾸었다.

위의 사진처럼 레이저 포인터를 이용하니 아주 자유롭게 운동을 시킬 수 있었다.

물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나를 의구심 가득찬 눈으로 쳐다보며.

결국은 레이저 포인터를 찾아내서 박살을 내버리긴 했지만 ㅠㅠ



그렇게 지내다 보니 결국 걱정이 되는건 내가 없을때의 생활이다.

저녁 시간에 내가 집에 들어올때는.

문을 열때 바로 앞에서 뭐라고 뭐라고 쫑알거린다. 

나는 네가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네가 심심했다는 것은 알겠다.

심지어 어느 날은 내가 들어오자마자 위에 사진처럼 두 발로 서서 내 몸에 달려들었다. 

문을 열때 어떻게 앞에 나오는지 보기 위해 혹시나 해서 

번호키를 사용하는 집의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갔다가 들어와봤다.

집 문 바로 앞에 있는 식탁에서 앉아 있었다. 

하루 온 종일 그러고 있는것일까? 

어떻게 해야 너를 거기에서만 앉아있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너는 나를 기다리지 않으면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테오가 밖을 쳐다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해먹을 사다 주었다.

저 멀리 도봉산을 보라고. 저 멀리까지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처음부터 혼자서 올라가지는 않았다.

식사를 올려주고, 내가 일부러 들어서 얹어주고 해야 올라가더니.

어느날은 낮잠을 자면서 보니 저 해먹에서 나를 보고 있더라. 




흥미로운 것은 음식에 대한 반응들이었다.

가끔 집에서 밥을 해먹고는 했는데.

어떤 음식을 하건 열렬한 반응을 보이며 자기 좀 달라고 장난이 아니었다.

몇번 혼내고는 했는데 별로 교육의 효과는 없었다.

그러던 중 한번은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병을 핥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더니 그 다음날에는 또 과실주 병 입구를 핥고 있는... ㅠㅠ (오른쪽 참조)

향때문인가? 

웃긴건 콜라는 정말 기겁을 하며 싫어하더라.

다른 고양이도 콜라 주면 도망가는 영상을 본 적 있는데 이게 다 이러는건지...


이렇게 몇 달을 지내고.

나는 영국으로 잠시 여행을 가야했다.

여행을 가면서 아는 동생에게 잠시 테오를 맡길 수 밖에 없었다.

과연 테오가 잘 지낼까 사고는 치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그 집에서도 한시간만에 부비부비하며 친화력을 과시했다고.



웃긴건 그 집에 다시 내가 테오를 데리러 갔을때인데.

태연하게 누워있던 테오가 침입자 나를 보더니

'헐!!' 이라고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던 거... ㅋㅋㅋㅋ

내가 다시 올 줄 모르고 이미 그 친구에게 적응하고 살았던 것이다. 


아아... 나는 그냥 그런 존재구나 ㅠㅠ



이제 19개월이니 사람의 나이로 치면 20대 중반인 셈인다.

하루의 상당 부분을 저러고 지낸다.

뒹굴. 뒹굴. 뒹굴. 뒹굴.

낚시대네 뭐네 하며 놀아주려 해도 아주 잠깐 관심을 가지다가 무시당하기 일쑤 ㅠㅠ



 그나마 최고로 열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역시 뭔가를 내가 먹을때.

정말 고기들을 먹을때는 옆에서 아련하게 쳐다보는게

남자 고양이 주제에 청순 돋는다.. 허허 ㅠㅠ

저러고 있을때 혼내야지 뭘 달라고 안 달겨든다는데.

저런 표정 보면 어쩔 수가 없다 ㅠㅠ 



 물론 그는 고양이, 나는 사람.

이해할 수 없는 저런 박스, 상자 사랑이라든지.

사람과는 다른 수면 패턴.

그리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기에 생길 수 밖에 없는 그의 짜증, 나의 짜증.

발생을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는 나와의 삶을 선택을 하지 않았고 동거인 아니 아니 동거묘로 내가 선택을 하였으니

그가 내게 보여주는 무한한 애정에 나는 답을 해줘야하는 것.

앞으로도 맛있는거 많이 사주고, 많이 놀아줄게.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