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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12 보위
  2. 2015.12.31 내 취향의 만화들 5
  3. 2015.12.08 2015년 결산 2
  4. 2015.11.16 인생 바는 이제 없다
  5. 2015.08.12 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 <4>
2016. 1. 12. 09:41

내과 레지던트 시절에 주치의로 담당을 했던 간암 환자가 100명은 되었을 것이다. 

진단 받은 지 5년이 넘은 환자를 본 적도, 이제 막 진단받는 환자를 본 적도 많다. 

처음으로 진단 받은 환자는 본인에겐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고 심리의 변화도 나타나고 그에 따라 삶과 사람과 치료에 대한 변화가 나타난다. 


통증. 

간암이 크기가 클 경우 횡경막과 갈비뼈 등등의 흉곽을 직접 침범할 수 있다.

횡경막은 당연히 숨을 쉴때 마다 움직이기 때문에 그냥 살아서 숨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진통의 조절을 위해서는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하고, 그럼에도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간성 혼수도 경험할 수 있다. 

통증 조절을 위한 마약성 진통제가 대표적인 혼수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진통 조절을 위해 약을 투여했는데 그로 인해 간성 혼수에 빠져서 의식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암 환자의 심리변화 5단계라지만 순차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수용을 했던 환자도 다시 부정을 하고 분노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데이빗 보위는 간암에 뇌전이가 있었다고 한다. 

전이가 없이도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위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보위의 앨범을 처음으로 들은건 outside였다. 

막 음악을 듣기 시작했을 때의 보위의 신작! 이었다. 

메탈을 한참 듣던 고딩에게는 만만치 않았지만, 앨범은 괜찮았다. 

그리고 보위가 10년 넘게 만에 앨범을 낸게 2013년.  

60세가 훌쩍 넘은 나이에 짱짱한 앨범이 나왔다. 

심지어 과거작의 앨범커버를 재사용했다. 

투어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공연을 보기는 힘들었고 오히려 새 앨범을 녹음한다고 전해졌다.


그리고 2016년 1월 8일, 본인의 생일에 앨범이 발매가 되었다.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혼란스러웠고, 보위는 조금은 늙어 있었다. 

그래 이제 일흔이니까 싶었는데. 앨범 발매 3일 후에 뜬금없이 편안히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부고가 들리기 전까지 어디에서도 그가 병을 앓고 있음이 기사화 된 적이 없었다. 

이미 18개월전에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암환자의 심리단계에서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쳤을지는 알 수 없다.  

어떤 과정을 거쳤건 죽음까지 가는 마지막 길을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도 여지껏 본인이 해왔던 음악들과 가장 거리가 멀지만, 훌륭한 앨범을. 

아쉬워서? 아니면 즐겁기 위해? 아니면 책임감으로? 마지막 작품을 녹음했을까.  



앨범 발매일에 홈피에 올라온 사진.  2일 후에 사망. 


 글이 두서가 없다. 어쩔 수 없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TV에서 만화가 나올때까지 밖에서 뛰어놀다가 

엉망이 된 체로 집에 들어와서 만화 보다가 엄마한테 더럽다고 혼났었고

보물섬을 열심히 보던 초딩 이후로 만화를 끊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지난 주말에 고등학교 친구가 우리 집에 와서 이틀간 머물면서 내가 사놓은 만화 몇 권을 보더니

'니가 왜 그렇게 살고, 그런 말을 하는지 만화를 보니까 알겠다'고 했는데

'당신이 무슨 책을 읽는지 말해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있소' 라는 말도 떠오르던데

심심해서 정리하다 보니까 꽤나 솔직한 자기고백이 되더라.


암튼. 좋아하는 만화들 중 지금은 좀 찾기 힘들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는 명작들 위주로.

너무 유명한 만화들은 적당히 제외하고 적어본다.

몇몇 만화들은 대형 만화방에 가도 없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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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이야기 - 하라 히데노리. 


재수를 하게된 남자가 학원에서 사람들, 특히 여자들을 만나면서 생기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 

하라 히데노리 특유의 세밀한 감정묘사가 돋보인다.

단발에 적극적인 나오코가 참 좋았다. 아마 단발 사랑은 이때부터...인가

이후의 작품들도 명작이지만, 아무래도 첨 접한 작품이 기억에 남는듯.





2. 해피! 


우라사와 나오키는 정의와 평화를 외치지 않는 만화를 그린게 도대체 언제인가...

우라사와 나오키는 힘을 뺀 만화도 잘 그린다는 걸 입증하는 만화.

다른 스포츠 만화인 야와라보다 난 이게 더 좋았다



3. 맘보걸 키쿠 - 나카야마 노리코. 


아버지가 다른 자매들과 가족들의 이야기인 고고걸스의 후속작이다.

고고걸스 히트해서 자매 중 제멋대로며 예측할 수 없지만 매력적인 키쿠와 남자친구의 이야기로 후속작이 나옴




4. 소라닌 - 아사노 이니오. 


밴드를 하는 남자와 이제 막 퇴사를 한 여자, 그리고 그 친구들의 이야기. 

청춘만화의 여러 덕목을 갖춘 만화이다.

밴드 관련해서 나오는 것은 애니메이션은 Beck이 제일 좋았지만, 만화는 소라닌이 더 좋다. 

2권이라 짧게 읽기는 좋은데, 생각보다 시간은 걸린다는.

미야자키 아오이 주연의 영화로도 나왔음.





5. 동경대학 이야기 - 에가와 타츠야. 


이 이후의 골든보이부터는 그냥 변태가 그리는 만화이므로 여기까지가 좋은것 같다.

물론 동경 대학 이야기도 충분히 변태다. 

초반은 아닌데 중반부터는 미쳐 나간다. 하하하...





6. 이나중 탁구부 - 후루야 미노루. 


재수할 때 별명이 이자와였다. 

이제 와선 다들 시가테라가 짱이다 뭐 그러고 있지만 'Do you remember the first time?'

이나중 탁구부 좋아한다고 하면 괴짜가족 보라고 그러던데, 괴짜가족은 정말 견디지를 못 하겠던데... 





7. 사각사각 - 김나경. 


귀여운(?) 캐릭터에 꽤나 컬트한 개그. 

개그로는 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가였다.

웹툰으로 정말 보고 싶은 작가인데, 지금은 학습지하고 과학잡지 등에만 연재하시는 듯.

홈페이지는 아직도 있더라.





8. 헬로우 블랙잭. 


의학만화의 상당수는 딱히 소재가 의학이 아니어도 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손오공이 에네르기파를 쏘듯이 의사들이 기예를 자랑하는 만화가 많기때문에.

그런 현실적인 관점으로 보면 그나마 의룡, 닥터 고토의 진료소 등등이 나은 편이다.

물론 닥터 고토 진료소도 꽤나 심한 뻥이지만...

어떤 리얼리즘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이 만화가 그나마 현실에 닿아있다.

연재 중단 상태인데, 재개할 것 같지 않다.





9. 동경괴동 - 모치즈키 미네타로. 


물장구치는 금붕어, 드레곤헤드 등의 작가. 

이 글 쓰면서 새삼 찾아봤는데 이 작가는 작품 간의 폭이 꽤나 넓은데 다 잘한다.

신작은 아직 번역되지 않았는데, 역시 재미있을 듯.

동경 괴동은 상처받은 불안한 인간들이 서로를 감싸안는 이야기인데, 정말 좋다.





10. 푸른알약.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에 대한 positive love story.






11. 악의 꽃 - 오시미 슈조. 


사춘기의 그 예측할 수 없음과 자기혐오, 그리고 타인혐오. 

무너지지만 그 상태로 또 살아가고 그런 캐릭터들을 그리는데 탁월한 듯. 

이 작품에서도 작가의 변태적 성향을 느낄 수 있지만 최근 정발된 작품은 정말 변태.

내 안의 마리? 인가 하는 작품인데 보면서 꽤 불편한데, 또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된다.




12.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 아오노 슌주. 


이 만화를 보고 생각 나는 친구가 있음.

대책 없는 아저씨를 날 것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어느 정도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인데, 꽤나 날 것이다. 또 그게 좋음.


 




13. 먹고 자는 두사람 함께 사는 두사람. 


최근에 완결편이 나왔음.

오래된 동거 커플의 이야기인데

하나의 이벤트들을 한 회는 남자, 한 회는 여자 시각으로 보여 준다.

사건과 사물을 보는 시각의 차이를 보여주는데

굳이 남자와 여자라서가 아니라 어차피 인간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차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것을 해결하는 것도 보여주고.


 



14. 인어의 숲


루미코 여사의 작품을 고르다 보면 아무래도 란마가 첫번째겠지만

란마는 솔직히 너무 길고...추천을 하라고 하면 인어의 숲과 메존일각이다. 

단편들이 모여서 적당한 이야기들이 되는 인어 시리즈는 루미코 여사라 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랑 다르다.

메존일각은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루미코 여사의 만화이고.





15. 4년생, 5년생. 


현시연을 그린 작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의 이야기인 4년생이 히트를 쳐서 그 후인 졸업 후의 이야기가 5년생으로 나옴. 

일본도 역시 그 나이쯤이 힘들긴 한가 봄...

대책 없는 남자와 좀 더 현실적인 여자의 캠퍼스 커플의 이야기이다.







16. 도쿄 80's , 독신자 기숙사. 


2000년대에 과거를 회상한 도쿄 80's와 애초에 80년대에 동시대를 그린 독신자 기숙사. 

대학생이 나오는 도쿄 80's와 고졸 생산직이 나오는 독신자 기숙사.

비교해서 읽으면 차이가 보이는 곳이 많다.




17. Not Simple - 오노 나츠메. 


'단자'를 읽고 그녀의 작품을 하나씩 사고 있다. 

배경 자체가 일본이 아니지만 그림과 이야기가 정말 미국(?)스타일.

 




18. 자꾸 생각나 - 송아람 


어떤 영화감독이 그리는 만화 같은 느낌이 든다. 

속 터질 것 같은 디테일한 묘사들이 돋보임.


Posted by 빨간까마구

작년과 같은 포맷인데 작년과 내용이 너무 유사하다

내년에도 비슷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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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의 가장 잘한 일


살아서 놀고 먹고 일하고 있는거





2. 올해의 가장 잘 못 한 일


연애 못 함





3. 올해의 해외 음반



Father John Misty - I Love You, Honeybear










4. 올해의 한국 음반



라이프 앤 타임










5. 올해의 해외 신인



Alvvays









6. 올해의 한국 신인



파라솔 - 언젠가 그 날이 오면








7. 올해의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8. 올해의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 보다 말았으나 그나마 오래 봤음.

응답하라 1988. -> 보고 있으나 보다 말 듯.




9. 올해의 실망



Deerhunter




10. 올해의 컴백



삐삐밴드


결과물이 어떻든 일단 돌아와 주셔서 감사




11. 올해의 영화 음악



없음.

매드맥스의 사운드 트랙을 아주 어렵게 구한 기억이...




12. 올해의 배우



없음.

베테랑에서 잠깐 나온 박소담이라는 배우가 외모 취향이라 좀 찾아보려 함




13. 올해의 맥주




U2 공연장에서 먹었던 맥주



#u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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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올해의 AV 배우



이토 치나미




15. 올해의 내가 한 음식



샐러드 파스타 






16. 올해의 페스티벌



펑크스프링, 안산밸리록, 펜타포트, 서울재즈




Guitar Man and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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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올해의 여행



해외는

오사카, 베를린, 오키나와

올 해 여행들은 다 좋았다.

내년에는 도쿄에 가려고 함.


국내는 속초 다녀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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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올해의 사건



두산 한국시리즈 우승









19. 올해의 아스날 최고의 경기



FA 컵 결승전.

그리고 직관한 에미레이츠 3:0 경기




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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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올해의 아스날 최악의 경기



첼시와의 경기





21. 올해의 술집



모두들 사랑한다 말합니다.

은 폐업.



사실 모사말은 제가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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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올해의 독주



지바인





23. 올해의 고양이



테오와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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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올해의 만화



Ho! 





25. 올해의 책



계간 스켑틱





26. 올해의 과자



없음




27. 올해의 식사



Galvin La Chap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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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올해의 가장 중요했던 날짜



2015년 10월 22일




29. 올해 배운 스포츠



수영(은 배우는 중..)




30. 올해의 컴필레이션


3 Little Wacks – YOUNG,GIFTED&WACK 3rd Anniversary Compilation





31. 올해의 공연




Paul McCartney


많이 멀지 않다 #PaulMcCart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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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






Rancid



Rancid #punkspring #펑크스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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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찍고 보니 촬영 불가....





32. 올해의 내년계획



없음. 



Posted by 빨간까마구




레딩페스티벌 가기로 최종 결정을 한 2011년 7월.
해외 페스티벌은 처음이기에 검색을 하였고 그렇게 나온 곳이 '페스티벌 제너레이션'
그리고 마침 그 날이 레딩페스티벌을 위한 번개가 있던 날이어서 번개장소로 연락을 해서, 그 날 저녁에 창문가 자리에 앉았었다.
다만 워낙 낯을 가리기에 레딩페스티벌에서도 그분들과 함께 하지는 않고 그냥 다른 친구들과 다녔다. 
페스티벌을 다녀와서는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 곳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졌다.


2012년 1월 시험 1차를 마치고 울적한 기분에 주말에 FF에 갔다.
Her space holiday라는 알 수 없는 사람이 공연을 했다.
그리고 처음 '모두들 사랑한다 말합니다'에서 봤던 지성이형을 보고 그분을 통해, 맹선호씨와 인사를 하고, 술자리에 초대받았다.


자주가는 술집을 정하는데에 보통 세가지를 보는데 음악이 좋을 것, 술이 괜찮을 것, 그리고 서비스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것.
이중 하나라도 100%면 단골이 되고 자주 가고는 했다.
모사말은 이 세가지 모두 100%에, 친구까지 사귀었다.


친구들과 함께 이 작은 공간을 또 쪼개서 누렁이계단, 독대바, 모말사, 메인테이블 등으로 우리는 나누어서 불렀다.
모사말데뷔, 모사말셀렙 등 우리만의 언어를 만들어 갔다.


'모사말사람들'
나이는 몇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고향이 어딘지, 어디 학교를 나왔는지 보통 사람들이 만나면 먼저 확인부터 하는 것들을 아무것도 모른체 그곳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알게된 사람들.
느슨한 관계지만 옆자리에 앉으면 반갑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사람들과
페스티벌을 가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캠핑을 갔고, 여행을 갔고, 한강에 갔고.
아침해가 뜨는 걸 보고. 저녁해가 지는 걸 보고.


두번의 생일파티를 그곳에서 했다.
거기서 만난 친구들의 결혼식을 세번 봤다.
지구종말을 바라는 파티를 했고.
롤링페이퍼도 돌리고.
압상트를 나눠 마시고.
누군가의 만남, 누군가의 헤어짐을 지켜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왔고, 그들도 단골이 되었다.
친동생도 이곳의 단골이 되고, 여기 친구들과 또 친해지고. 
다만 나는 여자친구 생기면 꼭 데리고 오겠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지키지 못 한...


메인테이블에서 했던 생일파티
정치이야기를 했던 에어컨 앞 테이블
레딩페스티벌 준비로 왔을 앉았던 창가자리
이곳에서 계속 놀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화장실 앞자리.
이유도 없이 취해서 자던 구석자리.
그리고 독대바.


아스날의 오랜만의 FA컵 우승을 사람들과 즐기며 We are the champion을 불렀던 날.
나 혼자 기분 좋아 펑크를 잔뜩 틀었던 날 
Disco 2000에 춤을 추던 그 날


주말에 퇴근해서 약속은 딱히 잡지 않았지만 
그곳에 가면 친구들이 있고, 친구들이 없어도 사장님은 있고.
아니면 누군가가 있는 그 곳은 이제 없다.


올 봄 술도 못 마시고 아무 것도 하지 못 하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을 때 토요일에 어렵게 나가서 그래도 사장님에게 얘기를 하고 그랬던 곳은 이제 없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모두들 사랑한다 말합니다.


안녕안녕


Posted by 빨간까마구

<몇 번을 이야기했지만 이 연작은 100% 픽션입니다.>

 


지난 글 보기 : 

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 <1>

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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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주저리주저리 내가 왜 그녀와 헤어지려하는지에 대해서만 썼는데

냉면사건 이후 그녀와 헤어지려 한거지 

그 이전까지 나는 그녀가 나만을 위한 하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느끼는 감정의 공유였다.


그녀를 만나게 된건 굉장히 큰 우연이었다.

2011년 7월 나는 로라이즈에 있었다.

정확한 날짜가 생각이 나지 않는 그 날 나는 그녀를 처음 봤다.


그녀의 첫인상은 '미국 하이틴 영화 여주인공의 두번째로 친한 친구'같은 느낌.

여주인공의 첫번째로 친한 친구가 보통 친했다가 틀어지고 하는 사람이라면

두번째 친구는 둘 사이를 오가며 관계를 조정하는 느낌?

사려깊게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쎄. 사려깊게 생겼다는게 어떤거냐? 이쁜거냐? 안이쁜거냐?라고 물으면 딱히 답할 수는 없다.

나중에 그녀와 만나게 되고 친구들에게 소개하기전에 어떻게 생겼냐고 묻는말에

'미국 하이틴 영화 여주인공의 두번째로 친한 친구'처럼 생겼다고 말해주니

'개같은 소리하고 있네'라고 친구들이 그랬는데

실제 보고 나더니 

'야 네 말 그대로네'라고 하더라.


아무튼 나는

하이틴 영화 빠돌이에, 그 중에도 여주인공의 두번째 친구들의 팬이었기에

내가 그녀를 처음 본 순간 . 아 . 드디어 만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을 보는 내내 그녀의 옆에서 얼쩡거리며, 어떻게든 말을 걸어볼 기회를 잡으려했지만 만만치가 않았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 왔었으며, 공연 중간 중간 주위를 둘러보며 아는 사람들을 찾아갔다.

나는 공연장에 혼자였지만, 그래도 기회는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그녀를 쫓아가볼까 생각했지만 그쪽 일행은 꽤 많아 어디서든 뒷풀이를 하지 않을까 짐작했다.


옆에서 흘끔흘끔 보니

그녀는 공연 중간 중간 핸드폰으로 밴드들의 사진을 계속 찍고 있었고 그것을 뭔가 조작을 하는 듯 보였다.

뭐지? 하고 봤더니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었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존재는 알고 있었다.

나는 트위터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매일 거기에서 찌질거리고 있었다.

사진을 올리는 그녀를 보고, 나는 모든건 집에 가는 길에 해결하기로 했다.

아비정전 장국영의 '우리가 함께한 1분' 대사와 함께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나는 쭈글쭈글한 반바지에 슬리퍼, 그리고 떡진 머리를 감추기 위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집에 오는 길에 나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서 '얄개들'으로 검색을 했다.

당연히... 몇 명 안되는 사람들이 나왔고, 어렵지 않게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말하자면 SNS에서 스타였다.

팔로잉은 50명도 안되는데 팔로워는 그 10배가 넘었다.


뭐하는 사람일까? 뭐하는 사람이지? 하고 보려고 해도

인스타그램에는 음식과 밴드들 사진과 셀카 몇개밖에 없었다.

학생인지 직장인인지 나이는 얼마정도 되는지에 대한 단서는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트위터는 더 가관이었던 것이 그 날 밴드 사진 하나 올린거 말고는 전부 텍스트였는데

'죽을까?' '말까?' '죽을까?' ' 말까?'가 주된 내용이었다.


사실 이제 생각하면 그 때 좀 뭐가 이상하다 느끼고 발을 뺐어야 했는데

그 때의 나는 그나마 타인에 흥미를 느끼는 남자아이였으니...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팔로우를 누르고 나는 그녀를 관찰하기로 했다. 


팔로우하고 나서 알고보니 그녀는 트위터에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쓰는 글의 일부를 트위터에 발췌를 하는 상황이었다.

어쩌다 그녀가 링크를 건 블로그에 가보니 그 전문일지도 모르는 글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 '죽고싶다' '죽지말까'만 이 트위터 계정에 올리는 것이었다.

그녀의 글 중에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다'는 매우 일부분이어서

아마도 다른 계정을 가지고 그곳에는 다른 내용만 올리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트위터 계정에 글을 쓰고 이를 취합해 블로그 글로 옮기는지.

아니면 블로그 글 중에 일부를 옮기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알게된 이후 나는 그녀의 블로그에 매일 들어가게 되었다.

그녀의 글은 감정이 배재 되어 있지만 재미있었다.  

그녀의 블로그에 매일 들어가고 그녀의 다른 트위터 계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알게된 것은 '죽고싶다' '죽지말까' 계정 뿐이었다.


트위터와 달리 인스타그램은 한국 여성의 인스타그램 자체였다.

파스타를 먹으면 파스타를 찍어 올렸고.

햄버거를 먹으면 햄버거를.

단풍을 보러가면 단풍을 찍고 있었다.

텍스트로 가득찬 트위터와 달리 인스타그램에서는 좀 더 그녀의 일상을 볼 수 있었다.

공연을 보고, 술을 마시고, 밥을 먹고, 친구를 만나고.

사실 그녀가 보는 공연들이라는게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를 처음 본 로라이즈를 간 것도 그냥 밴드를 보러 갔다기보다는 그 공간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나는 한국의 밴드들은 거의 몰랐다.

아니.. 정확히는 2000년 이후의 나온 음악은 한국이 아니라 전세계 어디 음악도 잘 몰랐다.


나는 레드 제플린과 핑크 플로이드만 들었다.

대학교때 밴드할때는 선배들의 권유(=강압)에 메탈리카도 연주했는데

도저히 어느날은 못 견디겠어서 나보고 기타 못 친다고 욕하는 선배를 때리고 밴드는 그만뒀다.

들려주는 음악의 밴드 이름이 메탈리카에 모터헤드에 메가데스라는 솔직히 좀 구리지 않나?

웃긴건 내가 때린 선배긴 하지만 그를 통해 알게된 레드 제플린은 괜찮았다.

그들의 영상은... 와 저 인간들은 무대에서 섹스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했다.

물론 당시의 나는 동정이었다. 


어찌되었건, 한국의 밴드 음악을 굳이 들을 생각은 없었기에

그 날 이후로 그녀와 공연장에서 마주칠 일은 없었다. 

트위터도 인스타그램도 나는 그녀를 팔로우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나를 팔로우하지 않았다. 


그녀의 인스타에서 여름바다를 보고, 가을단풍을 보고, 겨울눈을 보고

그리고 겨울이 끝나갈까 하던 때에 그녀의 트위터에

"지산에 라디오헤드가 온다고??"라는 글이 올라왔다.

'라디오헤드가 온다니 죽지 말아야겠다'라는 전개를 예상했으나

그 후로 그녀의 트위터는 전혀 다른 글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전부 라디오헤드에 관한.


나는 그녀의 트위터를 보면서

톰요크는 안검하수가 있으며, 나오는 앨범마다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오피셜 뮤직비디오가 아닌 라이브영상들을 보게되었고.

톰요크가 오징어처럼 춤을 추는 영상도 봤다.

오징어 댄스는 라디오헤드 팬들에게 유명하다고 써놓았었다.


웃긴건

그렇게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하나 둘 듣고 나는 지산에 가기로 맘을 먹었다.

내가 그녀에게 더 빠진 것인지, 아니면 라디오헤드에 빠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기로 했다. 


사실 나도 라디오헤드는 알고 있었던게 

선배 때리고 밴드에서 나오기 전에 creep이라는 노래를 연주한 적이 있었기때문이다.

당시에 나는 좇같은 노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은 없다.

병신같이 지 스스로를 creep이라고 하다니 한심한 새끼.

마침 라디오헤드도 그 노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봤다.

호감도 1 상승.


딱히 국내에 돌아다녀본 적이 없어서인지 지산이라는 곳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녀의 트위터에는 전에 지산에서 즐거웠었지 하는 사진들이 올라왔는데 뭔가 신기했다.

내가 더위에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만 있을때 저사람들은 야외에서 저러고 다닌다고?

사실 표를 사기전까지 그 곳에 간다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굉장히 빨리 매진이 되었다는 그 지산 얼리버드 사는 걸 성공했다. 

그녀는 트위터에 자기는 놓쳤다고 올렸지만 가겠다고 했다.

그녀에게 첫 멘션을 보냈다. 

'저도 가는데 가게되면 같이 뵈요'

그녀가 답을 줬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놀면 좋죠~ 으하하!'


나는 그 이후로 라디오헤드를 듣고 또 들었다.

레드 제플린이나 핑크 플로이드만큼은 아니었지만 좋은 밴드인 것 같았다.

뭐가 좋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지만 메가데스보다는 좋았다.

그러고 보니 모터헤드 비웃어 놓고 얘네는 라디오헤드네 싶었지만 좋은 음악에 이름이 뭔 상관이야!

무당벌레새끼들도 있는데..


어느덧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봄벚꽃이 올라왔다. 

저기는 일본인가?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딱히 어디인지 적지 않았기에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여름. 어느덧 7월.

나는 지산에 갔다.

친구들한테 락페스티벌에 갈것이라 얘기를 했더니 그게 뭐하는 곳이냐고 물었다.

나도 잘 몰라 자세히 설명은 할 수 없었다. 

혼자 차를 몰고 갔다. 

어차피 술은 마시지 않을것이니까 돌아오는데 문제는 없겠지.

지산 밸리락 페스티벌은 3일이나 한다는데 대단한 사람들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집으로. 서울로. 


그녀는 지산에 언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산에서의 사진을 계속 올리고 있었다.

친구가 많은 것 같았다. 남자도 많고, 여자도 많고.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뭔가 활발해졌다.

물론 여전히 설명은 없지만.


차를 몰고 도착하니 라디오헤드 공연에는 시간이 꽤나 남아있었다.

딱히 할 일은 없어 돌아다녔는데. 좀 보다가 포기했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은 없었고, 들리는 음악은 시끄러웠다.

정신없어 보이는 아이들이 정신없이 떠들며 난리를 치며 걸어다니고 있었다.

7시도 안 된 시간에 취해서 뻗어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쟤네는 집에 어떻게 가려고 그러지??


도저히 안되겠어서 그냥 라디오헤드때까지 앉아 있기로 했다.

딱히 이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겠다는 생각은 없었기에 뒷자리에서.

멀리서 소리나 듣기로 했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다음에 좋아하게 된 밴드 아닌가.

어차피 두 밴드는 볼 수 없으니, 내가 좋아하는 밴드는 처음 보는 공연.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조금씩 나도 동요가 되기 시작했다.

어쩌지하다가. 그냥 일단 맥주는 한잔 하기로 했다.



라디오 헤드 공연의 시작.

공연때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비록 알게된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그 음악이 화려한 조명과 함께 들리는 그 공간.

넋을 놓고 나는 앞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매우 덥고, 사람들은 짜증을 냈지만, 나는 앞으로 앞으로.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제일 앞까지 가 있었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더는 서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털썩 주저 앉았다.


문득 그녀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덕분에 알게된 밴드 아닌가.


고맙다는 멘션을 보내려 트위터를 봤는데


'ㄹ ㅏ 디휴데 볻 ㅏㄱ 울다 ㅊ ㅣ ㅂㄱ 다 못 찻ㄱ ㅔㅆ다' 라고 올라와있었다.


라디오 헤드 보다가 울다가 친구들 잃어 버린건가?


'다 ㅁ 부ㅔ 푸기 시ㅠ읒데 불이 압다'


담배 피고 싶은데 불이 없구나


그녀에게 멘션을 보냈다


'어디시냐? 불 빌려드리겠다'


'ㅇ ㅕㄱ ㅔ 늦 갸욱가'


?? 예 ? 라고 물었더니


"개울갸'


개울가? 물이 있는가? 하는 생각에 지나가는 스탭에게 물었더니 있다고...


그녀를 찾아 갔다. 멀지 않았다. 


그녀는 낮에 올린 인스타그램의 옷들을 그대로 입고 얼굴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울고 있었다. 

왜지? 싶었지만. 일단 라이터를 주려고 하는데.

정말 꺼이꺼이 울면서 고맙다고 내 손을 잡았다. 악수를 했다.


개울가에 앉아 우리는 라디오헤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술은 모자랐지만, 그녀를 놓고 갈 수는 없었다.

그녀는 라디오헤드를 언제부터 보고 싶었는지 얼마나 좋았는지에 대해

울면서 웃으면서 이야기를 계속 했다.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녀도 내게 고맙다고 했다.


사실 나도 취해있었다.

공연 중간에 옆에 사람들이 내가 오징어춤을 추는걸 보고 좋아하면서 술을 줬었다.

맥주 3잔에 위스키 4잔?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말했다.

그녀는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라이터 갖다줘서 고맙다고 했다. 

사실 그녀는 담배를 한 대도 피지 못 했다.

담배를 손가락에 끼는 족족 떨어뜨렸다. 


그녀는 자기 숙소에 가서 라면이나 먹자고 했지만, 찾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개울가에서 있기로 했다.


나는 1일권만 가지고 있지만, 3일동안 지산에 있기로 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