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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곡 논스탑!!!!


미친듯이 듣게 된 언니네 이발관 2집.

1집의 그 날이 바짝 서있는 감성에서 이미 나는 벗어나 있었지만.
자괴감에 빠져드는 건 더욱 심해지고.
자기비하, 알 수 없는 상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가까워져 있었다.



처음 날개를 접을 때 그 잊을 수 없는 기억
패배를 안거야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했지
절망엔 언젠가 끝이 있다고
지금도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어
아무도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어                  - 언니네 이발관 2집 <청승고백>


언제 뒤쳐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싱거웠던 인간관계
집의 안 좋았던 경제 사정, 더 안 좋았던 성적.
믿었던 이의 배반, 그리고 갈 곳도 없고 갈 돈도 없던 무더운 여름

그리고 연애를 하고 싶다. 아니 해야겠다는 마음도
모든 것이 나에게는 짐이 되고 힘이 들던 그 가벼웠던 시절.





언제부터인가 매일같이 휴일이지만
휴일의 밤이면 왠지 모를 흥분이 되네
사람들 모두 저마다 바쁘다지만
나같이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많아
그들은 날 보고 바쁘다고 하겠지
너에게 달려가는 나를 쳐다보며
인생은 너무 긴 하루
하루를 보내는 우리의 짧은 이야기
사랑은 너무 긴 노래
노래를 부를 땐 쉬었다 가야만 해요              - 언니네 이발관 <어떤 날>


인생이란 거. 어차피 같은 패턴, 같은 습관의 연속이기에
그다지 흥분이 될 이유도, 변화가 있을 이유도 없기에
더더욱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고 느낌표를 주는 건

바로 따분한 평일이 연속이 되기에 그런 것.
그런 평일의 기분에 무언가 흥분을 하게 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휴일, 토요일

그럴 때 잠깐 맘을 쉬어갈 수 있었던 뭔가에 달떴던 그 때.
그렇게 발견(?)한 한 사람.





만일에 만일에 내가 너에게 고백한다면
들어줄 사람이 없을 거라는 걸 알아요
만일에 만일에 내가 너에게 고백한다면
너무도 가슴이 아플 거라는 걸 알아요
이제는 그 어떤 말로도 이제는 그 누구라도
맨 처음 우리의 날을 기억할 순 없겠죠        - 언니네 이발관 2집 <순수함이라곤 없는 정(情)>

그렇게 나를 외면하는 건 너답지 않은 걸
그렇게도 너의 모습에 취해
너의 모습에 취해버린 나를 알 수가 없어     - 언니네 이발관 2집 <실락원>


그렇기에 더더욱 집착을 하였던 나의 연애감정.
무조건 실패하리라. 관계가 변하리라. 이미 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처음 사람을 본 순간을 기억한다면 그건 그 때의 감정을 기억한다는 것.

그 20대 초반의 무렵, 21살때에도 그렇지만

나에게 여전히 두려운 인간관계의 변화.
한 사람과 나와의 관계가 A->B->C 로 변화하는 것 바뀌는 것.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그 무엇...





지금부터 우리는
유리 너를 볼 수가 없을 거라는 믿음으로
지금부터 너에게
이제 다시 볼 수가 없을 거라는 말을 했지
그렇지만 알 수가 없는 건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었던 유리 너였어
아무래도 그저 사랑일뿐야
그보다 더 쓸쓸한 여행이 어디 있을까             - 언니네 이발관 2집 <유리>


내가 원한 관계의 변화. 나의 욕망이 반영이 되지 않고
그 사람은 A->B->C의 관계가 아닌 내 친구의 여자친구가 되었고
아마 나는 그사람에게 1년이 지나서야 직접적으로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아니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냥 그런 것 같다. 그랬을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사람을 보는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




나를 봐 이렇게 어제로 돌아가고만 싶어
나를 봐 이렇게 나에겐 알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
그리운 마음이 있어 너를 볼 때면
허전한 마음이 있어 그 곳에 서면
미래를 보네 볼 수가 없는
보고 싶지만 할 수가 없는 것을                              -언니네 이발관 2집 <어제 만난 슈팅스타>


난 사랑을 믿을 수가 없지
왜 시간을 이기지 못하는가 물었어
물었어 물었어 물었어                                         -언니네 이발관 2집 <꿈의 팝송>


그렇게 무언가를 잃은 듯한. 하지만 낮에는 웃고 지내는 그런 때
내가 돌아가고 싶었던 때는 아마 고등학교때...

20대에는 무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그 고등학교 2학년때.

하지만 막상 쉽게 되어버린 20대에는
또 한 걸음 달아나서 좀 더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했던 그 때

내 친구는 "그냥 35이 되어서 애가 한 명 정도 있고 부인도 있고 했으면 좋겠다"

어제를 그리워 하고, 근 10년 뒤의 미래를 보고 싶어하고.
지독히도 그 당시의 현재가 싫었던 것은 무엇때문일까???




이제는 잊어야지 오늘도 어제처럼
석양엔 삼단같은 노을이
이제는 떠나야지 모든 걸 여기 두고
너희의 함성들을 바라네
어디쯤에 푸른 날이 있을까
푸른 날은 어디에 (그 날은) 어디쯤에               - 언니네 이발관 <무명택시>

그렇게 매일 매일. 하루 하루를 잊고 싶다 잊고 싶다.
오늘도 넘겨야지 오늘도 넘겨야지.
내일은 떠나야지 내일은 떠나야지.

노래를 부른 들... 푸른 날은 오나?




넌 나를 아는 사람처럼 어쩐지 웃고 있었지
나의 다가올 시간들은 한 사람만을 위한 노래
그 후로 많은 날들을 함께 했지
그대 나의 친구라고 말하네
인생의 별이 너에게 있다며
이제 우리 친구라고 말하네
외로운 동안 둘이 함께 있어요

넌 내일을 아는 사람처럼 어쩐지 쓸쓸해 보여
나의 지나온 시간들은 한 사람만을 위한 시
그렇게 많은 날들이 흘러갔지
이제 내게 너를 잊으라 하네
이별의 향기 피할 수 없다며
나의 마음 아니라고 말하네  
인생의 별이 우리에게 있기에                            - 언니네 이발관 <인생의 별>


매일 집에 처박혀서 언니네 이발관 2집 테이프만 듣던 날.
아니 정확하게는 <인생의 별>만 듣던 날.

테이프가 늘어질 무렵 얻은 건.
나의 <인생의 별>은 나에게 있는 것.
우리에게 있는 것.

내가 얻은 진실이란 어이없게도 가사에 써 있는 것.
하지만 어이없게 뭔가가 변하기 시작할 무렵.

무언가는 계속 떠나가고 아니 또 다시 오고 하지만
다 내가 그 자리에 있기 때문.

비록 나의 인생의 별이 밝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무언가 해봐야 겠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아니 해야만 한다고. 나가야겠다고 맘을 먹을 무렵.


앨범 하나를 제대로 들었을 무렵까지
언니네 이발관은 기나긴 휴식기.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거의 해체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들에게는 제일 안 좋은 시기에 내가 그 노래에 힘을 받다니...
그렇게 언니네 이발관은 나에게 <인생의 별>이 되어준 것

그렇게 지나간 ... 4년...

ps)다듬지 못 한 글은 언제나 좀 창피하네요 ㅠㅠ


지난이야기 다시 읽기:
2008/01/03 - [일쌍다반사/It's my life] - 언니네 이발관, 그리고 나의 20대 (1)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