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온지 3시간째.
 아직도 화가 안 풀린다.
 화가 안 풀렸으니 중간중간에 욕이 섞일 것이다. 대충 이해하시라...

 나는 79년생이고 2월에 태어났기에 7살이던 85년도에 학교를 들어갔다.
 그리고 내가 국민학교를 졸업한 것은 91년도 2월이다.
 내가 다닌 국민학교는 이른바 '대학교의 부속국민학교'이고
 그 학교에서는 어린이날에 운동회를 하고는 했었다.
 
 요즘에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잘 모르겠지만
 80년대의 5월의 대학가는 매일 데모의 나날이었다.
 
 운동회가 있는 5월 5일이면 부모님들이 학교에 오시고는 했다.
 대학교 형들은 그 전날까지는 데모를 하다가도 그 당일에는 별일 없었다. (당연하지 노는날이잖아)
 안 맡아본 사람은 모른다. 최루탄의 매캐함...
 다음 날이 되어도 빠지지 않는 최루탄의 매캐한 냄새...
 
 그런 냄새에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별 말씀 안 하신다.
 그냥 아버지의 한마디.
 "좀 맵네"

 요즈음은?
 거리농성때문에 길이 조금 막혀도 항의가 빗발친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90년대 말과 2000년대의 사람들이
 사회의식이 너무 없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반응은 현대사회에
 자신의 이익이 걸리지 않은 일에 대한 시민들의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그에 비교하면 80년대 중반과 말에는
 저렇게 툭하고 "좀 맵네"라고 할 정도로 80년대의 의식에는 그런 정도는 충분히 용납이 되었다.

 그런 시대였다.

 겨우 국민학생밖에 안 되던 나인데
 "너 노태우 손자라며?" 하는 친구들의 별 것 아닌 농담에도
 "내 우자는 祐자이고 노태우는 愚자이다" 하고 이야기 하고는 했었다.
 창피했다. 정말로...
 
 주위 친척분이 묻는다
 "너의 장래의 희망은 무엇이니?" 하는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별로 되고 싶은 것은 없는데 경찰하고 군인은 절대로 되고 싶지 않아요"
 도대체...겨우 국민학생이고 10살도 안 된 아이들에게 어떤 꼬라지를 보여줬기에
 이런 공권력에 대한 거부감을 심어준거냐?
 
 그래 내가 기억이 나는건 80년대 중반이후이고
 80년대 초는 어떴을까? 끔찍하다. 끔찍해.

 내가 2학년때 대학생이 된 외삼촌은 시위에서 주도를 하지는 않았지만
 가끔은 경찰서에 들어갔다 나왔다. 물론 지금은 후회를 좀 하신다.
 그런 시대였다.
 대학생이면 어느 정도 나가서 시위는 하던 시대...

 길거리에는 써 있다. 라카로 써 있다.
 '80년의 광주에서 있었던 일을 아십니까? 전두환 정권 타도. 민주주의를 쟁취하자' 등등
 매일 저녁에는 뉴스에서 그날 전대머리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려주고
 단지 머리가 조금 벗겨진게 닮았다는 이유로 연예인들이 TV에 못 나오던 그 시절.

 하지만 요즈음에는
 선거때만 되면 나오는 전라도 지방의 집중된 표 양상을 보면
 다른 지역 사람들은 혀를 끌끌찬다.
 "저러니까 아직 지역주의가 타파되지 않는거지"

 정말?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
 그들은 아직 잊지 못할 뿐이다.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아니 담배가게 아들이 총 맞아 죽었고 슈퍼마켓 김씨 딸이 병신이 되었는데
 잊을 수가 있을까?


 정말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자본주의 풍요로움은
 우리의 아버지 세대와 할아버지 세대들의 허리가 휘어쥠과
 지금은 꼰대가 되어버린 386들의 노력이 바탕이 된 것이다.
 풍요로움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는 충분히 되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보면 나하고 같은 연배 사람들 중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전두환때가 좋았지"

 氏發 그 사람네 아버지는 전두환한테 뭘 얼마나 얻어먹었기에 그런 개젓같은 교육을 해서 그 아들을 고따구로 만들어 놓은 건지. 아니면 그 본인이 그 시대에 올림픽에 얼마나 감명을 먹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지가 그 때 얼마나 나이를 처 먹었기에 그 시절이 좋았다는 소리를 하는지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 물론 나도 그때 좋았어. 야구하고 축구하고 TV에는 메칸더V가 나와서.
 나도 그 때 나이는 어렸지만 난 이런 사람하고는 이야기를 섞지 않는다. 그 사람하고는 절대 깊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농담따먹기로 일관. 그냥 TV에 나오는 연예인 중 누가 가장 좋냐? 로 일관하지.

 그런데 "박정희때가 좋았지" 하는 사람들마저 배제해버리면 우리 나라 국민의 80% 이상을 적으로 돌리는 것 같아서 그 것은 좀 참고 있다. 참아야지...


 이른 바 이야기하는 복지가 잘 된 국가에는
 대통령이 누가 되던지 수상이 누가 되던지 관심이 없다고들 한다.
 누가 되던 자기네들 먹고 사는데는 관련이 없으니.
 나도 정말 이렇게 살고 싶다.
 정치에 관심도 없이 분노하지 않으면서...

 하지만
 한XX당의 그 망할 독재자와 육여사의 따님께서는 무슨 면목으로
 대선에 출마를 해서 대통령을 하겠다는지 잘 이해가 안 되고
 아직도 가끔씩 들리는 전대머리의 헛소리와
 그 당당함에는 아연실색할 뿐이다.

 아마 내가 선거에 참가를 한다면 그건 누군가의 당선을 막기 위해서겠지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별 거 없다.
 '너무 늦게 만들어졌어. 하지만 지금이라도 어디야'
 미국인들은 테러에 당한 9.11에도 잊지말자고
 벌써 몇 번을 영화로 만들어대는데.

 영화는 중간중간
 픽션이 부분과 멜로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부족하지만
 그 날의 이야기들을
 거대자본으로 하루하루 그려내는 재연드라마가 되었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정말로... 정말로...


ps)
 배우 이름만으로 영화를 보게되는 이름이 있다. 시나리오를 잘 보는 배우들이지. 연기도 잘 하지만
 김상경,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이나영)

ps2) 네이버에 표현 수정해서 올렸다가 후회중. 대단한 애들이 많아요
Posted by 빨간까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