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쌍다반사/여행'에 해당되는 글 37건

  1. 2014.10.03 20140925~20140926 전주, 서천여행 4
  2. 2014.01.20 20140117~20140119 제주도 2
  3. 2014.01.09 안나푸르나 6-1
  4. 2014.01.09 안나푸르나 5-3
  5. 2014.01.09 안나푸르나 5-2

서울을 떠나야 할 때가 있다.


매일 경기도로 출퇴근 하는 인간이 뭔 소리인가 싶은데.

오전 6시 기상, 준비, 출근, 근무, 오후 6시 퇴근, 집 도착, 식사, 취침.

여기가 경기도인지 서울인지 제주도인지 알 수 없는 그냥 진료실. 

주말도 크게 차이가 없는 것이

집에서 뒹굴뒹굴, 홍대 가서 밥 좀 먹고 만화 좀 보다가 술 마시기.

여기는 홍대일수도, 도봉일수도, 종로일수도 있는 것.


잠시동안 이런 일상을 좀 깰 수 있었다. 일상 + 알파가 생겼었다. 

단순히 일상을 벗어남이 아니라, 여러 의미로 행복했다. 즐거웠다.

어떤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나 자신만을 생각치 않고 다른 사람 생각을 해야한다는 것은 익숙치 않은 일이지만, 즐거웠다.


다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끝을 보았을때. 나는 다시 나의 일상으로 바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일을 하러 출근을 하는 것도, 일이 끝나 퇴근을 하는 것도 괴로웠다. 

원망을 할, 욕을 할 타인도 없었다. 모든 것은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시간동안 관계의 진전은 이루지 못했다. 겉돌고 끝났다.   


서울에, 내 집에, 또는 친구들과 매주 보는 익숙한 장소에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나는 익숙한 장소에 있으면, 폭주를 하고, 잠시 즐겁게 떠들고, 술이 깨면, 매우 우울해 할 것이었다.


전주, 속초, 부산, 제주도를 놓고 고민을 했다. 

제주도를 가서 개새끼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으로 살기 위해 참았다.

속초를 가면, 그 사고가 났던 군의관 생활이 떠오를 것 같았다.

그냥 순수 먹부림을 하기 위해, 전주를 택했다. 

다행히 전주, 서천에는 대학동기들이 살았다. 


순수하게 먹으러 갔다. 

그리고 많이 먹었다. 세끼 + + + + 



날은 꽤 맑았다. 바로 그 전 날에는 비가 왔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바로 출발하려 했으나, 집 꼴이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었다.

더구나 고양이하고 함께 사는 집이고, 이틀동안 혼자 있어야 할 고양이 생각에 좀 치웠다.

치우다 보니 1시간이 걸리.. ㅠㅠ 그래도 오전 8시에 출발했다.

전주까지 가는 길은 꽤 멀었는데.

도봉 출발 -> 동부간선 -> 경부고속 -> 천안 논산 -> 전주 

중간 중간 막히기도 하고, 뻥 뚫리기도 하고.

뻥 뚫린 곳에는 주위 차들만큼 밟아봤는데 대략 180~190 ?

160 밟으면 부들부들대던 전 차와는 달리 이 차는 큰 문제는 없었다.



전주에 도착하면 순대국밥부터 먹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출발했다.

지난번에 전주에 갔을 때 결국은 먹지 못했던 ㅠㅠ

남부시장의 조점례 순대국밥을 먹었다. 

사람은 진짜 많더라... 허허

순대국밥 + 피순대 시켜서 먹었는데. 양이 꽤 많아서 남기고.

피순대임에도 의외로 맛이 꽤 깔끔했다. 깔끔한 맛을 위해 뭘 얼마나 넣었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남부시장에 주차를 했으면 이제 그냥 돌아다니면 된다.

남부시장에서 걸어 나오면 바로 보이는 풍남문.

풍남문을 지나면 풍남광장이 보인다.


이 곳에서 좀 웃긴 행사를 했는데 조선무과 전주대회라는 것을 했다.

아마 내가 도착한 시간은 리허설 시간.

연습을 하고 무대에 잠시 오르고 했었다. 

그러면서 체험음식이라고 막 주먹밥 줄 서서 먹고 그러던데. 좀 웃겼음.



사실 내 시선을 더 끈 것은 위의 광경들이었다.

조선 무과 대회 옆의 세월호 플랭카드와 초고속 인터넷 접수 플랭카드.

조선 무과 대회 행사하는 바로 옆에서는 세월호 관련 시위 천막이 있었다.




그리고 길 건너에 전동성당 건물을 보고.

남부시장에 주차해 놓은 차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전주 내려와서도 사실 뭘 해야겠다는건 저녁에 동기 만나기로 한 것밖에 없었는데.

전동성당 - 한옥마을 하면 되겠구나 하고 결정!


전동성당은 꽤 오래 전에 지어진 듯한 성당이었다. 

로마네스크 양식(검색해서 암)의 1914년에 지어진 성당이라고 하니 100년이 넘은 성당이었다.

안에 들어가보려 했는데 마침 토요일이니 결혼식을 하고 있었다.

멋진 성당을 배경으로 하객들도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뒷뜰로 가보니 무슨 조각이 있기에 오. 저건 뭐야 하고 가보니.

바티칸에서 보았던 거대한 피에타상이 ㄷㄷㄷㄷ

냉담자 생활을 하는 주제에 간만에 미사나 드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일정덕분에...



전동성당 바로 건너편에는 경기전이 있다.

사실 가기전에는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고, 한옥마을 들어가는 길에 발견함...

태조 이성계의 어전(초상화)를 모시는 곳이 바로 이 곳 경기전이었다.

뭐... 기억해보면 전주 이씨 아닌가...


마침 내가 간 주에는 조경묘라고 전주이씨의 시조의 위패를 모시는 곳을 여는 날이었다.

잠깐 보고, 궁중음악 연주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이후는 한옥마을 투어.

한옥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왠지 '태국'의 도시인 '빠이'가 생각이 났는데.

뭐 별다른 이유는 없고 곧게 난 길에 차 없이 사람들이 몰려다니면서 뭘 계속 먹고 있는 걸 보니까..


나도 이 뭔가를 먹고 돌아다니는 무리들에 동참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구경을 하며 다녔다.

아니 저걸 왜 여기와서 먹지 싶은 것들(꽈배기, 감자튀김)도 있었지만.

역시 이런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건 괴식 아닌가.


내가 첫번째로 맛본건 전주비빔밥 고로케.

고로케를 워낙에 좋아하는지라 고로케 가게를 보고 들어갔는데... 이런 괴식이...

뭔가 신선한 나물을 먹는 맛에 먹는 비빔밥을 고로케 안에 넣으니.

역시 맛이 없었다... 그냥 김치 고로케나 먹을걸...


다음은 지팡이 아이스크림. 

이거 여기저기 많다는데 난 처음봤다 ㅠㅠ 

전주임실 치즈 + 초코렛 아이스크림이었는데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왜 저런 지팡이 과자에 넣어야 하나 싶었지만...

다 먹었음. 덕분에 혓바닥 벗겨지고.... ㅠㅠ




먹부림을 하다보니 친구들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주에 살고 있는 친구는 내 대학 동기인 성호.

그리고 성호와 같이 제일 친했던 친구인 기방이가 대전에서 내려와서.

셋이서 같이 1년을 살았고, 각각은 1~2년씩 살았으며, 같이 살지 않을때도 늘 함께 놀았던 친구들이 간만에 모임.

사실 대학때는 우리를 도원결의를 맺은 유비관우장비라고도 불렀다...

유비관우장비인 이유는 그 당시까지 우리만 솔로였기에... 


간만에 셋이서만 모여서. 온갖 B급 단어를 내뱉으며 저속한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앞에 놓인 한정식을 폭풍 흡입하면서. 

정말 대학교때의 그 humble하게 살았던, 살 수 밖에 없었던 가정환경의 우리였는데.

상이 꽉 차게 나오는 음식들을 먹을 정도로는 좋아졌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역시 기방이가 결혼을 했고, 와이프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1/2병 마시는 성호는 운전을 해야하고, 1병정도 마시는 기방이는 대전으로 컴백 예정.

물론 나 혼자 마시지는 않았지만, 술을 마시면서 조금씩 안타까워서.

2차를 가서는 기방이를 취하게 만들어 대전을 못가게 만들어볼까 했지만.

그정도로 제 정신이 아닌 나는 아니기에 기방이는 별 문제 없이 갔다.

물론... 집에 가서 좋은 소리는 못 들었겠지.


좀 웃겼던 것은 성호가 고양이를 한마리 키운다는거...

역시 혼자 사는 남자도 어쩔 수 없이 고양이의 노예가 되는건가... ㅠㅠ



다음날 아침 성호는 출근이었다.

식사를 같이 할 시간은 없었고, 이에 나는 바로 성호네 집에서 나왔다.

그래도 어제 술 좀 마셨으니 아침은 해장. 역시 전주의 해장국은 콩나물 해장국

이곳저곳 검색해보다가. 그냥 왱이집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역시 전주인지라. 김과 계란이 나왔다.

옆자리에 앉으신 분들은 '이거 어떻게 먹는거지?' 하더니 계란을 바로 해장국에 투척하려하기에.

그게 아니고 김을 여기 뿌리고 국물을 넣고 그냥 드세요라고 말해주려 했으나.

뭐 그렇게 먹는것보다 저렇게 먹는게 더 맛있을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였다.

배에 들어가면 다 똑같은데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고 보니 어렸을적에 고기를 싸먹는거나, 김밥을 먹거나 하는게 뭐하는 짓인가라 생각하고 행동했었다.

고기를 상추에 싸먹지 않고. 그냥 고기 따로, 상추 따로...

김밥 엄마가 만들때. 김밥 안 먹고 그냥 햄따로 밥 따로 김따로...

지금 생각하면 꼬맹이 주제에 참 재수없었던 것 같기도.


그리고 이동하여 유명한 백일홍에서 만두와 찐빵을  먹으러 이동했으나 fail.

일요일은 문 안 여는 것 같더라 ㅠㅠ

어쩔 수 없이 이동한 곳은 '동포만두'

집에서 냉동만두나 먹던 요즘인데 꽤 괜찮은 만두를 오랜만에 먹었다.

김치 반 + 고기 반 해달라고 했더니 손님이 아직 없어서 그런지 해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이동한 곳은 이 곳. 예수병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나를 본 사람들은 절반은 나를 전라도 사람으로 본다.

태어나서 100일까지만 전주 살았고, 나는 전라도에서 살아본 적은 한번도 없는데...


다만 부모님이 사신 곳은 전라도. 나의 본적도 전라도 정읍.

물론 아버지는 고등학교때부터 서울생활, 어머니도 서른전에 올라오셨다.

그래도 내가 태어난 곳은 전주의 예수병원. 

태어나서 100일까지 살았던 곳도 전주.


어머니도 돌아가신지도 이제 20년이 넘었고, 외가댁 식구도 전부 수도권에 살지만.

어찌되었건 나는 전라도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것은 변화 없다.


내가 태어난 예수 병원을 가본 것은 처음이었다.

언덕 위에 증축에 증축을 거듭한 듯한 병원에 79년의 그런 흔적은 전혀 없는 듯 싶었지만. 



전주에서 나오면서 다음 경유지를 결정해야 했다.

물론 서울 오기전의 최종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지만.


군산으로 갈 것인가. 익산으로 갈 것인가로 고민을 하다가.

아무래도 군산은 언제 또 갈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익산으로...


물론 익산에서 한 일은 별로 없었다.

'황등비빔밥' 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는 육회 비빔밥을 먹으러 익산시 황등면에 찾아갔다.

육회 비빔밥이 꽤 저렴한 과격에 꽉꽉 나와서 만족도가 매우 높았고, 

국물은 맑은 선지국... 캬...

순대를 만들어 놓은걸 상 위에 놓은 걸 보고 좀 사려다가... 포기. ㅠㅠ


그렇게 서천으로 가려다가 '익산 온천랜드'라는 표지판을 발견하고.

정말 즉흥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차를 몰아 갔다.

온천물이 나오는 곳이었지만... 시설은 그냥 동네 목욕탕같은..

수영복을 입고 할 수 있는 야외탕이 있다지만 거기 나갈 온도는 안되었다. ㅎㅎ



그렇게 마지막 목적지인 서천으로...

서천에는 몇 년에 한 번씩은 가는데. 그 곳에는 대학동기인 종영이형이 있기때문.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좀 실수를 한 것이.

간다고 말만 하고 몇시쯤 도착하는지 말을 안 했.... ㅠㅠ


서천에는 이 맘때쯤에는 꽃게 전어 축제라는 것을 한다.

이번에 한 번 처음으로 가볼까 하는 마음에 일정에 집어 넣었다.

그런데 나는 이 전어, 꽃게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고. 사실 먹으러 가는건 대하.

전어는 뭐...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


축제를 하는 홍원항에 갔더니.

이미 일요일도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썰렁했다.

축제의 메인 스테이지에는 타지에서 오신듯한 등산복 입은 아주머니들이 밴드에 맞춰 노래를 하고 있었다.

술이 많이 취해서인지 박자, 음정 모두 별로였다.

그 앞에서는 삐에로 분장을 한 아주머니가 도와주시고 있었다.

옆에서는 전어를 파는 작은 가게들..

바람도 좀 차게 불고 있으니, 적당히 쓸쓸한 광경으로는 딱이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이것들을 먹었다.

전어구이, 전어무침, 대하구이.

전어회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나는 전어회는 맛이 없더라...


이렇게 먹으며, 시간을 보니 저녁 8시.

이때쯤 출발하면 서해안 고속도로 막히지 않겠지 생각하고 출발을 했다.

안 막히더라. 

주위 차들만큼 속도를 내니 1시간동안 130km 주파... 물론 규정속도 위반. ㅠㅠ

하지만 이후 길이 막혀서 결국 120km를 2시간동안 운전...


집에 돌아와 보니. 고양이는 나를 반기며.

혹시나 하고 보니 3일치를 놓은 식량을 이미 다 먹은 후였다.


고양이도 과식, 나도 과식. 


2일동안 600km정도 운전을 하며,

아이폰의 음악 2000곡을 랜덤 재생을 하고 돌아다녔다.

서울을 떠나, 잠시 친구들과 있었지만 주로 혼자, 맛있는 것들을 먹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돌아와서도. 그닥 맘이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다만, 2주후, 토요일에 출근 안해도 되는 주말에 또 다시 어디로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두산정에서



지난 주말에는 제주로 여행을 다녀왔다.

11월부터 12월에 동남아로 여행을 가겠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결국 본인의 의지박약과.

휴가를 빼기 쉽지 않았던 환경.

그리고 동반자 항공권에 관심을 넘은 행동을 보여준 이가 없었기에.

결국 12월은 술을 먹으며 지냈고. 결국 해가 지났다.


본래는 따뜻한 곳 아무 곳이나 괜찮았기에 부산으로 가려했으나.

그래도 부산보다는 제주라고 추천해주는 이가 많았으며.

게스트 하우스의 천국이라는 제주.

얼마전에 내일로 여행자가 제일 많다는 여수와 순천에서

괜찮은 여자분을 만났다는(그냥 만나기만 함) 동생의 말은.

결국 나를 제주로 이끌었다.


제주는 그래도 우리 나라 여행으로는 제일 많이 갔었다.

친어머니와의 마지막 가족여행이 제주도였고.

대학교친구들과의 졸업여행이 제주도.

그리고 작년과 재작년은 학회차 갔다가 하루정도 돌아본 것.

백록담도 오르고 했었기에. 어디를 가야하나 했지만.

막상 검색하고 읽어보니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서 문제..


하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없었지. 왜냐면 나는 게으르니까...

휴가 2일전에 비행기표를 구매해서 비쌌지만.

그 차이가 서울에서 주말동안 쓰는 돈 정도였기에 진행.

게스트 하우스는 첫 날은 애쉬버튼의 사랑꾼님과.

그리고 렌터카는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여 최저가로. 미니쿠퍼 컨버터블을..


휴가 가기 전 날

3일이지만 그래도 내일 논다고 펍에 가서 술을 마시다 보니 4시 귀가.

비행기 시간은 11시 30분이기에 맘 편히 자고 일어나 보니 10시.

앗! 빨리 준비하자 하고 하면서 핸드폰의 일정을 보니 비행기는 아홉시 반 비행기...

엥?? 뭔소리야, 열한시 반이잖아! 했는데.

알고보니 짧은 시간동안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헷갈려서

제주에서 렌터카 예약이 열한시 반인데 이걸로 시간을 잘 못...


순간. 

'아 무슨 제주야. 그냥 집에서 더 잠이나 잘까?' 

잠시 생각했으나 그래도 공항이 가까워서 일단 가보기로 했다.


"저기요 제가 아홉시 반 비행기였는데 시간을 깜빡해서 늦었는데 혹시 다음 비행기로 바꿀 수 있나요?"


(직원이 황당해 하며) "손님이 타실 예정이던 비행기는 김포공항의 안개 및 미세먼지 관계로 오후 한시 반에 출발 예정입니다"



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포에서 연착되어 북경에서 트랜스퍼를 못 해 거기서 자고 이탈리아에 하루 늦었던 등등의

예전의 여행의 흑역사들이 떠오르며 이렇게 한 번 보상 받나.

나의 인생에서 중간 중간의 불운의 화살표는 있지만 역시 전체의 벡터의 방향은 행운이지라고 생각하며.

정오 해장을 하러 

개화산 원조 나주 곰탕.


하지만 한시반에 출발하기로 한 비행기는 더욱 연착이 되어 두시가 되어 출발을 했다.

좀 흥미로웠던 것은 뒤의 내 나이 또래 또는 약간 더 드신 여자분들이었는데.

정말 독설이 대단했다.

'김포공항은 네시간 연착인데 이 저가항공들은 여섯 시간이라니까'

'에휴 돈 없는 우리가 참아야지 뭐 어쩌겠냐'

'너는 언제 왔니? 나는 여섯시간째야. 이럴 줄 알면 반가만 낼걸 흥흥'


등등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내가 잘 못 한 건 없지만 죄책감이.



아무튼 비행기는 그래도 3시에 제주에 도착을 하고. 렌터카를 찾아서 일단 주행하다 보니.

저녁 시간을 훌쩍 넘어 일단 첫날 묵을 서귀포시에 위치한 '슬리퍼 게스트 하우스'로 향했다.

저녁이면 돈을 모아 가볍게 파티를 한다기에 식사는 안 하고 갔더니 

족발, 치킨, 회 등등으로 포식을 헐...

뚜껑을 열어보았다

파티에 참가 인원은 총 6명으로 성비는 남자 다섯, 여자 하나.

여자분은 내일 남자친구가 오기로 했다고 하여 사심을 완전히 버리고 열심히 남자애들과 대화를 했다.

이번에 수능 보고 고 3인 친구들은 대학을 이렇게 가는게 맞는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말만 듣는 것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것이.

내가 그냥 까먹고 있었던 나의 과거 흑역사들을 다시 소환한...

그때는 왜 그렇게 술로 누구를 이기고 싶어했는지. 하하.

친구들보다 야한 비디오 몇 개 더 보고 그런게 뭐가 중요했는지. 하하

그 친구들에게 그런거 다 부질없다고 이야기하려 했으나 스탑.

그들에겐 그런 세상이 소중한거고 나는 그 곳을 떠나왔다고 그렇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했다.



이중섭 거리의 서귀포 극장

이렇게 첫째날은 정말 여행지는 단 한군데도 가지 않았다.

아무리 연착이어도 좀 그렇다고 생각하며 여행지 코스를 짜보았는데. 

내가 봐도 불가능해서 그냥 이번 여행은 맘편히 돌아당기기로 했다.

포기가 너무 빠른 감이 있긴했지만...


게스트 하우스가 있는 곳은 아예 서귀포시의 올레 시장 한 가운데였다.

여기는 나름 이중섭 거리가 걸어서 3분정도 밖에 안되는 곳이었다.

이중섭 거리로 향해서 이중섭 미술관 및 생가로 향했다.

생가라 하지만 사실 이중섭이 제주에 산 것은 1년여밖에 되지 않...

미술관에도 작품이 많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중섭 화가의 부인인 일본인인 이남덕씨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는.

절절함, 그리움, 약간의 아쉬움, 그리고 걱정으로 편지를 보는 내게도 그 감정이 묻어나왔다.  

남편이 편지를 안 받아 걱정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낸 편지


잠시 그림을 보았으니 다음은 역시 먹부림.

서귀포시의 서쪽에 있는 산방산과 산방온천 그리고 인근의 산방식당을 타겟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산방식당이 문을 닫았다... 1월 15일부터 1주일정도를 닫는다고.

밀면과 수육을 타겟으로 움직였는데. 망... ㅠㅠ

그래서 일단 다시 산방산을 향하며 식사를 중간에 하기로 수정.

다행히 중간에 밀면집이 있어 똑같이 먹었는데. 역시 제주라 그런지 수육의 퀄리티가 굳!


수육을 찍어야지 왜 밀면을 찍냐

예전 기억에 용머리 해안을 보고 

'저기가 산방산이고 저기에 절이 하나 있어요' 하고 지나간 기억이 있어.

이번엔 산방산을 약간 오르기로.

산방산을 오르면 서귀포시의 서남쪽이 꽤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

역시 잘 안 보였다. 흥미로웠던 것은 산방덕이 이야기

산방산은 용암

(인용)


옛날 산방산에 산방덕이라는 여신이 살았다. 

산방덕이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소원이었다. 

인간세상으로 나온 산방덕이는 고성목이라는 청년을 만나 부부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대정 고을 사또가 산방덕이를 보고 그만 그 미모에 반하고 말았다. 

사또는 없는 죄를 씌워 고성목을 잡아다 옥에 가두고는 아내를 자신에게 바치라고 다그쳤다. 

그러나 고성목은 끝내 그럴 수 없다고 버텼다. 일이 어렵게 되자 사또는 산방덕이마저 잡아오게 하였다.

  

그때 마침 산방덕이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돌아오지 않자 

자신이 인간 세상에 나온 탓에 죄 없는 남편이 고초를 겪게 된 것이라 생각하고는 산방산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말을 탄 포졸들이 산방덕이를 뒤쫓았다. 

포졸들이 들이닥치자 산방덕이는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돌이 되고 말았다. 

돌이 된 산방덕이는 사람이 되었던 것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다. 

산방산 동굴에서 떨어지는 물이 바로 산방덕이의 눈물이라고 한다.

산방덕이는 돌이 되어 바다를 보았을까 싶다


여기 산 중턱에 가면 산방굴사가 있는데 거기에 물이 떨어지는것을 받아 마시게 해 놓음.

사랑을 이루지 못한 산방덕이의 눈물이라는데.

뭐에 좋다는지는 모르겟지만 일단 원샷했다.


탄산온천. 물을 먹어볼 용기는 없었음

이번에 제주 가서 처음 안 것은 제주에도 온천이 있다는 것인데.

탄산온천인 산방산탄산온천이 바로 그 곳이다.

이 여행으로 유명한 제주에 탄산온천이라니 아주 유명할만도 한데 그동안 몰랐... ㅠㅠ


다른 온천들과 달리 특이한 것은 

지하에서 올라온 탄산수를 너무 가열을 할 경우 탄산이 날라가니.

탄산수는 그냥 31도정도로 그대로 두더라는... 

처음 들어갈때는 약간 차네~ 정도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은 정도.


원체 온천이나 이런 곳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오랜만에 갔더니.

물에 들어갈때 아주 작게나마 '어허~'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뭔가 좀 슬펐음.

그런데 또 그 물 담근 상태로 한 10분을 잠들어 버렸음....



온천도 봤으니 이제 다시 자연으로!

언덕이 넓게 있는 성 이시돌 목장으로 갔다. 

이제 와서 보면 완전 루트를 잘 못 짠거지만 ...

성 이시돌 목장에는 당연히 소들은 나와 있지 않았다. 

춥잖아.

성 이시돌 목장

성 이시돌 목장이니 역시 천주교에서 하는 곳이어서

나름 세례받은 사람으로서 좀 돌아보려다가.

무슨 사제 서품 받고 막 이런 분위기라 다시 냉담하는 마음으로 움직임.



이 다음에 간 곳은 김영갑 갤러리.

게스트하우스 매니저가 추천한 곳이었다.

더군다가 갤러리라니 숨겨왔던 나의 허영심도 살짝 자극이 되고.

문제는 애초에 성 이시돌을 갔으면 안됬는데 간것인지라.

갤러리에 갔더니 문 닫았음. 하하....


이후에 나는 패닉에 빠지게 된다.

해는 저물어 오고.

원래 묵으려 했던 A 게스트하우스는 연락해보니 리모델링.

B 게스트 하우스는 만실

C 게스트 하우스는 현재 위치에서 2시간 거리

D 게스트 하우스는 전화 안 받음.

그래서 가장 가까운 곳에 검색이 된 곳은 짝 게하...

그 프로그램을 본 적은 없지만 늘 이야기는 많이 들었기에.

한 번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 위한 취재 목적으로 가볼까 했으나

바베큐 파티때 '1호' , '2호' 이런 이름표 붙이고 논다고 하기에 안 갔음.

물론 부정적인 후기도 한 몫했고. ㅎㅎ


옥돔정식을 먹으니 정신이 들었다

결국 일단 저녁을 먹으며 생각하기로 했고.

다시 움직여서 찾아간 곳은 4시까지만 영업을 하는 집... 하하...

그나마 인근에 돌아다니다가 

'전복해물뚝배기'를 보고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옥돔구이'를 시켰지...



한마리를 우걱우걱 먹으면서 보니.

주위의 다른 모든 일행들은 흑돼지를 먹고 있었다...


...


밥 먹으며 결정을 내렸지.

전날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로 다시 가기로.

전날 뭔가 실망스런 나를 매니저가 위로하며

내일은 여자분들은 3분정도 오실거에요. 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저녁을 먹은 표선에서 35km을 이동해서 와보니. 조용하더라 ㅎㅎ

예약들을 취소하셨다고..

내가 뭘 잘 못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ㅎㅎ


뭐 술 마시고 노는게 목적이지 생각하며 

앞의 시장에서 갈치회, 고등어회에다가 소라를 샀다.

거기에 한 분이 멍게를 쏴서.

본격 소주 안주를 사놓고 우리는 막걸리를 마셨다.

물론 한라산도 마셨지.


이날은 나 말고는 게스트가 한 명이었는데.

일본에서 워킹 홀리데이 하다가 정리하고 온 친구였는데.

정리하고 온 이유에는 거기서 만났던 여자도 한 이유가 있다고.

그렇게 붙어다녔지만 자신에게 맘을 열지 않던 그녀가

과연 떨어지게 되면 어떻게 될지 관계에 대한 모험을 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그 모험을 왜 제주 도보 일주로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ㅎㅎ


우리는 2차를 가고. 3차를 가고.

맥주를 마시고 소주를 마시고...

갈치회 & 고등어회 ㄷㄷㄷ



결국. 나의 마지막날 계획도 무너졌...

아니 사실 애초에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오름으로 갔다가

다시 김영갑 갤러리에 가고. 밥을 먹은 후에

돌문화 공원을 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

김영갑 갤러리 정원. 추워 보인다. 봄엔 꽃이 핀다고.

일어나서. 김영갑 갤러리에 갔다.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 정원은 겨울이라 꽃이 피어있지 않았지만.

갤러리에서 느껴지는 김영갑씨에 대한 애정.

그리고 사진에서 느껴지는 제주에 대한 김영갑씨의 애정.

더불어 원체 그 건물이 학교였기에 느껴지는 익숙함까지.

무인찻집은 멋이 장난이 아님

무인찻집의 낡은 전축에서 나오는 KBS FM도 멋졌다.

다만 사진 하나가 좀 그랬지만 ㅎㅎㅎㅎㅎ



다음은 역시 식사.

제주 왔으니 오분자기 함 먹어야지 싶지만.

오분자기가 아닌 전복을 파는거 들었다.

전복뚝배기냐 전복돌솥밥이냐로 고민하다가.

역시 전복뚝배기는 서울에서도 흔치않고 보기에 돌솥밥으로. ㅎㅎ

전복돌솥밥에는 생선이 반마리 뙇


오름을 가는 길에는 뭔가 안타까움이 들기 시작했다.

걸어가야 할 길을 차로 오르고.

애초에 올라가기로 했던 곳이 아닌 곳을 가고.

도망치듯이 공항으로 향해야 했다.

겨울 바다로 가자~


공항으로 향하면서. 발동된 허세는. 운전하다가 갑자기 바다로 가고.

결국 7도의 온도에 바람이 쌩쌩부는 해안도로에서 차의 뚜껑을 열기로..

마침 랜덤재생한 노래는 전람회의 '취중진담'에 이은 '기억의 습작' 

진짜 선글라스만 있었으면 담배도 한 대 물고 노래 불렀을텐데... 


앞의 2일간. 술 마신 애들이 10대 남자애들 그리고 도망온 30대이긴 하지만.

취하고 다시 못 볼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나에게 편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새삼 나는 술 뒤에서도 얼마나 숨는 사람인가가 다시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렌터카 반납시간은 지나있었고. 비행기 출발시간은 40분 남은.

뭔가 끝맺음을 제대로 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바로 서울로 왔다. 


새 직장은 그래도 2주에 한 번은 토,일 2일 쉬니까.

언제든지 안 좋다 싶으면 다시 와야겠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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