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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 <1>

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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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8일

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를 찾은 세번째 날.

이렇게 이유를 적립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6월 1일 그러니까 6월 8일로부터 1주일 전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K씨 다음 주 토요일에 시간 되세요?"

허허... 설마... 그날 나 트래비스 보러가야 하는데

"예? 토요일이요? 왜요?"

"친구 중에 A라고 얘기했었죠? 그 친구가 7월에 결혼한다고 친구들하고 걔네들 남자친구들하고 다 같이 보자고 해서요."

뭐라고? 나 트래비스 보러가야 하는데

"아. 제가 그날 뭐 있었던 것 같은데 스케쥴 확인 좀 할게요."

"예 그럼 연락 주세요."


뭐라고? 결혼하는 여자친구들 모이는데 나보고 가자고 하는건가?


음. 일단 그녀가 나를 친구들 모이는데 '남자친구'로 가자고 하는건 나쁘지 않다.

그녀와 헤어질 이유를 적립하고 있지만 아직은 2가지. 

10개 적립을 못한다면 나는 그녀와 결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면이 한가지라면 나쁜 면은 백은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친구들의 남친까지 나오면 내가 모르는 사람이 몇명인가. 

나는 그 무리의 사람들 중 오직 그녀만 알고 있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하하 호호' 

'그러니까요 말씀 듣는 것처럼 미인이시네요 하하호호'

말씀 많이 들었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녀의 친구들에 대해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더군다나 내가 여지껏 읽었던 '여자와 사귈때 주의해야할 일'에 대한 매뉴얼에는.

여자친구의 친구의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이야기도 적혀 있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날은 트래비스가 공연을 하는 날이다.

트래비스의 한국 공연에서 벌어지는 노래 중간에 종이비행기 날리기 이벤트를 위해 이미 집에 10개는 접어놓았는데.

안되겠다. 핑계를 대야겠다. 


"여보세요!"

"아 예. 스케쥴 확인 하셨어요?"

"예 그날은 저희 가족이 밥을 먹기로 해서요. 할아버지 생신이라."

"예? 할아버지 생신이요? 돌아가셨다고 했잖아요?"


오 마이.... 그걸 기억한다고? 어떻게? 왜? 

아니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아니... 일단 이걸 넘기자.


"아 저희는 돌아가신 조부모들의 생신도 가족들끼리 모여서 기념하거든요."

"역시 화목한 가족이구나. 그때 할아버지 돌아가신 이야기하셨을때 왜 그때 울면서 보고싶다고 하셨잖아요"

"아 맞아요. 제가 그랬죠"

"그럼 안되시는거네요? 못 오겠구나.."

"아뇨. 제가 가족들에게 얘기를 해볼게요."


하하... 이렇게 된 이상 갈 수 밖에 없게 되었구나.

거짓말을 한게 잘못이다. 그녀는 예리한 사람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야기를 하는 그녀에게 죽은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운것이 잘못. 

사실 할아버지를 보고 싶을리가 없지. 

유치원생이었던 내가 TV채널 보고 싶은거 틀었다고 쌍욕한 사람이다.

알콜중독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하는 날 초등학생이던 내게 술 사오라고 때리던 사람이다. 


이렇게 트래비스는 못 보는건가? 종이 비행기는 어떻게 하나? 집에서 날려야 하나? 

인터넷 팬클럽에 종이 비행기 접은거 가져가서 날려주시면 안되나요라고 글 쓰면 미친 놈 취급 당하겠지?


포기하자. 그냥 그녀의 친구들의 자리에 나가보자.

그녀의 친구와 그 남친들이 나를 죽이러 오는 것도 아닐텐데.

설마 그 사람들이 서로 아는 사이겠어? 다같이 모르는 자리 식사하고 끝나겠지.


그리고 6월 8일. 종로. 장소, 시간 모두 에러. 

그녀의 친구들 또래의 모임에 종로라니 이건 뭐 딱 아줌마 아저씨 모임. 막걸리. 피맛골. 

물론 그녀는 누가 봐도 아줌마가 아니다. 나와는 한살 차이지만 누가 봐도 그녀는 20대이다.

그녀의 친구,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가 문제인 것이다.  

소중한 토요일을 개인 시간이 아닌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부터가 맘에 안든다.


그녀는 미안해 하며, 내 친구들은 언제 안 모이냐고 했지만.

내가 한때 친구라고 했던 사람들은 있지만 지금은 아무도 만나지 않은지 3년은 되었다.

그나마 중학교때 만나서 고등학교때까지 만난 사람들이 그나마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는 친구에 가까웠던 것 같다.

이후에 가까웠던 사람들과 결국은 친구가 되지 못했던건 내가 타인을 필요치 않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가 빠져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그 이상한 사고의 회로를 보여줄 수는 없다.

'저 새끼 또라이네'라는 이야기를 더 듣고 싶지는 않았다. 

돌아이 아닌 똘아이 아닌 또라이. 


약속시간 7시에 그녀와 약속장소에서 만났다.

사실 그 전에 만날 수도 있었지만 내가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음을 표현하기 위해 정시에 바로 앞에서 만났다.

"K씨랑 종로에 오는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요? 매번 가로수길에서만 만나서. 좋네요 여기도"


오직 가로수길에서 만나는 이유.

내가 읽는 블로그에는 가로수길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 만나는 것을 비웃고 있었다.

홍대는 애들 노는곳, 상수는 밴드하냐? , 신촌은 거기 학교 나왔어?

건대는 원래 이름이 화양리인건 알지? 압구정은 언제적 압구정이야, 코엑스는 초딩 만나냐?

이렇게 다른 지역을 까고 시작하고 가로수길의 핫플레이스들을 하나둘 소개해 주는 블로그.  

나중에 알고 보니 블로그 주인이 가로수길 카페베네 사장이긴 했는데.

이미 좀 늦었던 것 같다. 다른 지역은 못 가겠어. 못가겠어...


종로라고 이야기를 들었을때부터 예상을 했듯이 만나는 장소는 막걸리집이었다.

그네들의 과감성에 경의를 표한다. 처음 만나는 이들을 위해 막걸리집.

아무리 자기네 결혼하는데 비용을 아껴야겠지만 그런때는 좀 더 써야하지 않나?


"K씨 무슨 생각하세요?"

"아! 아니에요~ 막걸리 좋네요. 여기 유명한 집인가 봐요?"

"저희 친구들이 자주 만나는 곳이에요. 그런데 제가 저희 친구들하고 남친들하고 자주 만났었다고 말씀 드렸었죠?"


???

자주 만났었다고? 에이 설마 


"아 그래요? 몰랐네. 다들 친하신가봐요?"

"아마 B 남자친구만 이번에 3번째일거에요. 다른 친구들은 엄청 가까워요."


오 마이... 

그녀는 나를 오늘 전시하러 나오라고 한건가?

친구들의 남자친구들은 다 전시가 끝났으니 나를 부른건가?

나는 이 자리에 와서 무엇을 해야하지? 술을 마셔? 밥을 많이 먹어? 아님 도망가?


애초에 이런 상황, 여자친구의 친구들과 그 남자친구들과 함께하기, 매뉴얼에서 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구글에 "여자친구 친구 남자친구" 이렇게 검색을 해보았더니 무슨 쓰리섬 하는 이야기나 나오고.


그녀는 나에게 실수를 했다. 

그녀는 내게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을 했어야 했다. 

나는 오늘 분명히 실수를 할 것이다. 

그것은 내가 의도를 한 것이 아니고 분명 그녀의 잘못에 의한 것이다.


"여기 앉으세요. K씨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예 저도 이야기 많이 들었네요. 다음달에 결혼하신다고요?"


다들 서로 처음 보는 사이가 아니어서 그런지 벌써 왁자지껄하다.

하하호호하하호호.

간단하게 사람들에게 내 이름과 나이 등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굉장히 불편했지만. 어차피 실수할 것에 이런 사소한 것을 실수할 수는 없지.

한명 두명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했고 그 자리에선 분명히 이름을 이야기 했지만.

지금은 이미 까먹었다. 어.. 


다음달에 결혼한다는 그녀의 친구는 탤런트 이민영을 닮았다. 그녀와 결혼을 하려한다는 남자는 이찬을 닮았다.

둘은 결혼한지 10일만에 헤어지게 될까? 일단 잘 어울려 보였다. 

나의 그녀와 가장 친하다는 여자분은 혼자 왔다. 그녀는 친구들 사이에서 '꼉'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그렇게 불리게된 이유를 물었으나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냥 귀엽지 않냐고 했는데 외모로는 전혀 귀여운 분이 아니었다. 꼉.. 꼉...

다른커플은 여자분은 AV배우처럼 생겼었다. 걔 이름이 뭐더라. 남자분은 AV에서 동정컨셉으로 나오는 애 같았았다.

잘 어울리는 한쌍인가? 아닌가? 잘 모르겠다... 

마지막 커플은 별다른 인상이 없었다. 백지와 같았던 남녀...


그네들은 서로서로를 XX씨, OO씨라 부르지 않고 서로 이름을 부르고 부어라 마셔라하고 있었다.

아마도 알게된지 꽤 된 것 같았고, 이상하게도 나 포함 남자들은 나이가 전부 비슷했다.

다만 나는 생일이 1월인지라 그네들보다 원래는 한학번 위였을 것이었다.


백지커플의 남자가 갑자기 묻는다. 

"K씨는 학번은 어떻게 되세요?"

"아 예 저는 97학번입니다."

"어 저희랑 똑같네요? 1월생인데 늦게 들어가셨나봐요?"

"예 재수를 해서요."

"재수해서도 의대 가셨으면 훌륭한 거죠."

"재수했을때 의대밖에 안 붙었어요."

"아 그러시구나. 저는 조기입학했었다가 Y대 갔다가 반수했었어요."


반수? Y대?


"Y대 어디 과요?"

"아 예 전기전자공학부요"

"예? 아 저 거기 썼다가 떨어졌는데"

"예 저는 거기 갔다가 별로고 원하던 과도 아니여서 다니지도 않고 휴학했어요"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했다. 아니 일어났다.


"아~ ~~ 그러시구나. 저 잠깐 화장실 갔다 올게요"


그녀가 쫓아왔다. 


"왜 그래요? K씨?

"아니요 좀 어지러워서"


그러니까 나는 고등학교때부터 그 대학을 가고 싶어했고.

그 대학이 있는 신촌에서 고등학교때 놀러 다녔고. 술마셨고.

고3때는 수능이 망해 그 학교를 못 갈 것 같아 원서도 안내고.

결국 재수해서 성적이 되어 밀어넣었지만 

원서접수 예비번호 1개 차이로 떨어졌는데.

다들 될거라고 3월 되기 전까지 기다리라고 했는데...

결국은 되지 않아 돌고 돌아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쟤가 다니지도 않을 학교를 등록을 해서 내가 이렇게 돌아왔나?


자리에 돌아와보니 별 변화는 없었다.

다만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꼉이 좀 취해보였다. 아니 취했다.

옆자리에 있는 친구의 남자친구들에게 그녀는 계속 무엇인가를 물어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남자친구가 아직도 제게 가끔 연락 오거든요. 저랑 다시 만나고 싶은거겠죠? 받아줘야하나?"


남자들은 이럴때 본인 생각과 다른 대답을 해야한다. 반드시


"그럼요. 기다려 보세요. 다시 연락 올거에요. 잘되시기를 빌게요"


사실 저럴때 남자들이 연락하는건. 심심하거나. 심심하거나. 심심한데 잘 사람이 없거나서다.

끝난 관계를 지난 후에 다시 붙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계를 가질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꼉씨가 많이 취해서인지 김찬 커플, Y대 반수 커플, AV 커플, 그리고 우리.

분위기가 좀 바뀌었다. 

그래 집에 가자. 집에 가. 

나는 좀 쉬어야겠어. 정신소모가 심하다.


"우리 1차 끝났으니 이제 저번에 갔던 그 노래방 가요! 2차 가야죠!"

뭐라고? 어떤 미친 새끼야?????

마침 또 그 Y대 반수한 놈이었다.


"예? 노래방이요? 노래방을 왜 가요??? "


내가 물었지만.

그녀는 꼉씨를 안고 가고 있었고, 나머지 커플들은 자기네들끼리 왁자지껄.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


"아니 노래방을 간다고요? 왜요? 저기 취한 거 안보여요?"

"꼉씨는 원래 자주 취해요. 저러고도 노래방 가면 제일 잘 놀아요 ㅎㅎ"


아... 이 무리들은 미친 무리들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회사에서의 회식이 아니면 노래방을 절대 가지 않는다.

집에서 멀쩡하게 원곡 들으면 되는걸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 잔뜩 취해서 냄새나는 그대로 밀폐된 작은 공간에서 냄새를 풍기며 꿱꿱 노래를 해대는건가?

거기에 무슨 노래방만 가면 언제들 그렇게 친했다고 얼싸안고 껴안고 손잡고 어휴...

회식때 가는 노래방만으로도 나는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절망감을 쌓아가고 있는데.

아니... 내가... 왜... 그녀의... 친구들과... 친구의 남자친구들과... 노래방을 가야해??


"다 들었습니다. K씨 중학교때 드럼 쳤다면서요. 노래 잘 하실 것 같아요!"


내가 드럼 쳤지 노래했냐...

그런데 여지껏 내내 가는 집단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교때 신입생때 "저는 드럼을 쳤었습니다." "노래해 노래해!"

레지던트 회식때 "저는 드럼을 쳤었습니다." "노래해 노래해!"

내가 드럼쳤던 밴드는 동네 친구들하고 한 펑크밴드.

3코드에 저속한 가사를 얹은 지금 생각하면 쓰레기 밴드였는데.

"네 엉덩이에 사정하고 싶어 네 가슴골에 사정하고 싶어"

"너네 이모랑 자고 싶어. 너네 고모랑 자고 싶어. 너네 할머니랑 자고 싶어" 

뭐 이런 노래를 부르던 밴드인데 노래방에서 노래하는거랑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아무튼 난 펑크밴드 생활 청산한지 오래이고.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기 위해.

막상 노래방에 가서는 별 탈 없이 잘 놀아드리고 왔는데.


오늘 이 자리는 좀 아닌 것 같다. 


나는 이미 맘이 많이 상해있었고. 그녀는 내게 실수를 했으며.

그녀의 친구는 나를 대학에서 떨어뜨린 인간이고. 


내 등 뒤에 매미처럼 붙어 있는 이 꼉이라는 여자를 떨궈주고 나는 집에 가야겠다


"K씨. 저 안 무겁나요?"


??? 누가 말하는거지? 그녀는 저 앞에서 신나게 떠들고 있는데..


"K씨, 노래방 좋아해요? 저 그냥 집에 가고 싶은데 우리집에 같이 갈래요?"

"예?" 


꼉씨였다. 제일 잘 논다는 그녀가 많이 취했나 보다.


"친구하고 K씨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K씨하고 저희 집에서 술 한잔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가면 아무도 모를거에요"


아놔... 이 여자가 지금 나보고 같이 자자는건가? 자기 친구가 저기 있는데?? 

아무도 모르긴.. 다 알겠다 이 여자야... 


"제가 보기엔 그녀는 저에게 딱이에요. 그리고 전 꼉씨에겐 별로 관심 없고요."


"같이 가기 부담스러우면 저를 먼저 집에 데려다 주시고 노래방 왔다가 다시 오세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저는 노래방 갈겁니다."

"K씨... 혹시 게이에요?"

"예?"

"게이냐고요? 아님 말고. ㅎㅎ 얘들아! K씨가 노뢔봥에서 뫄이킈 아놓는데다!!!"


멀쩡하게 나와 대화하던 꼉씨가 갑자기 다시 취한척을 한다.


뭐지? 난 지금 희롱당한건가??

집에 가야겠다.

하지만 그녀를 위해서 내 할당량은 하고 가야겠다.

나는 꼉씨를 내려주고, 노래방에 들어갔다.

큰 방에서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과 그녀의 친구들의 남자친구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짜라짜라짜짜짜가 나오는 트롯트를 부르고 있었다.

다들 관심이 없을때 나는 내 할일을 했다.


3곡을 연달아 예약했다.

다른 이들이 예약해놓은게 5곡정도 되었고 그뒤에 3곡을 추가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이승환'의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20년 넘게 나는 이 노래들만 노래방에서 불러왔다.

회식이건 친구들과의 자리이건 교수님들과의 자리이건.

그리고 오늘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곳에 왔고. 마찬가지로 이 노래를 부른다.


5곡을 부르는동안 꼉씨는 내 반대편에 있었다.

책상 아래로 그녀가 다리를 뻗어 내 허벅지 안쪽을 긁었으나.

나를 흥분시키기 위한 곳에 닫기에는 그녀의 다리는 너무 짧았다.

다리가 짧아 슬픈 짐승이여..


5곡이 다 끝나고 내가 노래를 시작했다.

'그대에게'를 고등학교때 학교 농구부 응원하며 배운 율동을 곁들였다. 

'세상의 뿌려진 사랑만큼'을 부르며 여자파트를 그녀에게 부탁했다. 다른 이들이 '뽀뽀해'를 외쳤지만 무시.

'어젯밤 이야기'를 부르며 초등학교때부터 동생과 연습한 춤을 추었다. 환호.


그리고 나는 일어났다. 가야할 시간이다.

나는 오늘 할 일은 다 했다. 나는 어차피 3곡만 부른다.


"저는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이 취해서요."

"예 무슨 말씀이세요? 노래도 그렇게 잘하셔놓고 가시는거에요?"

"장난 치시는거죠? 얼마 안남았어요. 같이 가요"


"아니요. 전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게 실수를 한 것은 그녀

내게 실수를 한 것은 그녀의 친구들.

내게 실수를 한 것은 그녀의 친구들의 남자친구들.

  

이렇게 세번째 이유를 찾았다. 

그녀와 헤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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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칠 부분이 너무 많은데 귀찮다. 일단 쓰고 봤음... 





  


 




 





Posted by 빨간까마구

2013년 5월 20일 새벽 1시 50분.

내가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두번째 이유의 날.

그녀와 헤어지기로 맘을 먹은 이후 한달이 흘러가는동안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녀는 4월 18일 을밀대에서의 나의 행동에 서운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녀가 이야기한 후에 생각해보니,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그렇게 얼굴을 붉히며 이야기하다니.

내가 참 몰상식한 행동을 했군. 이라 생각이 들었고.

어찌되었고 그런 행동을 한 것에 대해 그녀에게 사과를 하였다.

"미안해요. 내가 참 예의가 없었네요"

물론 나는 내가 생각한, 그녀와 헤어지기로 했다는, 것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런 이야기를 굳이 꺼낼 필요없이 우리 사이는 너무 좋았고 안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듯이 행동을 하였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생각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내었다.

그런 사람을 만나본 적은 없었다. 나는 늘 설명을 해야했기때문이다.


"오빠 삐졌어요?" "아니 삐졌다니 무슨 소리야" "삐졌잖아요. 아니면 왜 그래요?" "안 삐졌어"

삐졌다는 말은 참 내가 싫어하는 말이었다. 

내가 기분이 안 좋고, 내가 화가 났고, 내가 울고 싶고, 내가 우울하고, 내가 야한 생각을 하고

어찌되었건 내가 말을 하고 있지 않을때 그녀들은 전부 내게 '삐졌냐'고 이야기 했다.

나는 삐진적이 없다. 

나는 화가 났을 뿐이고, 울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삐졌냐는 말을 그녀들이 내뱉는 순간, 나는 삐진 인간이 되고, 삐지게 되었다.


그녀는 나에게 삐졌냐고 한 적이 없었다.

그녀와 있으면 나는 삐질 이유가 없었다.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가 하는 선택이 늘 나의 맘에 든 것은 아니었지만.

일반적으로 그녀의 취향은 참으로 고상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랐다.

커피 한잔값을 아껴 지구 반대쪽에 보내는 ... 이라는 가요의 한 구절에 뭔가 와닿아

세상을 바르게 살기로 했다는 그녀는

어찌보면 나의 평소 생각과는 전혀 반대 방향이었지만.

재잘거리며 자신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그녀를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 즐거움만으로 나는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선택들에도 내게 참 괴로운 순간들은 있었다.

괴로운 시간 중에도 가장 자주 오는 괴로운 시간은 바로 '야구 직관'이었다.

그녀는 LG의 골수팬이었다. 골수팬. 

김용수 선발 시절부터의 팬.

두산의 팬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반감으로 LG를 응원했다는 그녀는 2주일에 한번은 야구장을 갔다.

문제는 내가 LG와는 라이벌이었던 기아의 팬이라는 것.

아니 정확히는 90년대 LG와의 라이벌이었던 해태의 팬이었던... 

그녀와는 달리 나는 아버지가 해태팬이어서 그대로 팬이 된 경우였다.

1년에 한,두번은 아버지와 함께 서울에서 광주까지 응원을 가고는 했다.

아버지는 그날 고향 친구들을 만나서 야구장에서 술을 드시면서 

"너는 고향을 잊어서는 안된다. 네가 태어나긴 서울이지만 고향은 전주야."

아버지가 술을 덜 드시면 광주에서 야구 끝나면 전주까지 올라가서 고향을 둘러보는 것이 1년의 한번의 의식이었는데.

나는 그렇게 쫓아가는 것이 매우 좋았다.

시골 어르신들은 내가 그 집에 가서 책을 읽고 있으면 그렇게 좋아하시며 용돈을 왕창 주고는 하셨다.

"역시 서울애는 달라. K 쟤가 그렇게 공부를 잘한다면서요. 아비는 돈없어 대학을 못갔는데 쟤는 잘되겠지"


그녀가 처음 야구장을 가자고 했을때, 나는 차마 내가 기아팬임을 밝힐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날은 기아와의 경기였기때문이다.

그녀와 만난지 이제 막 1달무렵 되었을때, 그녀는 올해의 LG는 다르다며 흥분해 있었다.

물론 나는 매년 기아도 다르고 LG도 다르지만 성적은 똑같아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시키기 위해 야구는 잘 모른다고 하였다.

그녀는 무려 이대X 선수의 팬이었다.

발은 빠른 그 선수는 발만 빠른 것으로 놀림을 받는 선수였다.

그녀가 부르던 '슈퍼소닉 이대X 안타'라는 응원가는 들을 수록 드는 생각이

차라리 '슈퍼소닉 이대X 도루'라고 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LG의 그 하고 많은 선수 중에 왜 하필 쟤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선수가 뭐가 좋아요?"

"잘생겼잖아요. 몸도 날씬하니 좋고"


나는 저게 야구선수의 몸이냐? 모델의 몸 아니냐?라고 코웃음 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내년 끝나면 FA라는데 제발 우리팀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바램과 달리 많은 LG팬들은 그가 남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요! 남았으면 좋겠네요. FA는 뭐의 약자에요? 제가 아는 FA는 축구협회인데, Football Association."


아차... 나도 모르게 축구 이야기가 나왔다.

난 축구를 좋아한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내게 축구선수들의 그 자유로운 움직임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워낙 어렸을 적부터 축구를 보다보니, 아무래도 K리그는 B급 선수들이 뛰는 리그라 생각이 되었고.

고등학교때 나의 눈을 사로잡은건 리버풀, 그리고 이후에는 앙리 이후에는 아스날이었다.


"아 맞다 K씨 축구 좋아한다고 하셨지. 아서날? 아스날?"

"아스날이요. Arsenal. 아.스.날."


아차... 날카로워졌다. 이럼 안되는데.


"아스날은 영국의 전통의 축구 명가로 우승을 많이 한 팀 중에 하나로

프랑스인 출신 감독인 벵거가 부임한 이래 황금기를 맞아 

리그 우승, FA 우승 및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을 거뒀다.

유럽의 강호들이 벌이는 챔피언스 리그에 매년 진출하고 있지만.

근래에는 성적이 좋지 않아 매년 살얼음판을 걷고 있어요."


그러니까 나는 그녀에게 이 이야기를 7번정도 한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축구가 몇명이서 하는 경기인지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저번에는 축구에서 골키퍼가 야구의 지명타자랑 비슷한 거 아니냐고 물어 나를 한번 큰 혼돈에 빠지게 만든 적이 있었다.

그녀의 질문은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면이 있어서 답할때면 늘 진땀을 빼고는 했다.


"아스날 잘하나 봐요. 4등이면 준플레이오프죠?"


그녀의 질문에 나는 축구리그에서 플레이오프를 하는 나라도 있지만 영국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2부리그에서는 플레이오프를 해서 승격이 되기도 한다. 라고

그녀와 야구장을 갔던 첫날에 설명을 했었다.


괴로웠다.


그녀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말을 좀 하고 있으면.


슈퍼소닉 이대X 안타를 외치고는 했다.

타석에는 이병규가 나와있었는데...


귀여웠다.

그녀의 일방적 사랑이 지금은 그에게 가 있지만 언젠가는 내게 향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그녀와 한달에 1~2회의 야구장 데이트는 이어졌다.

다행히 그녀는 더이상 나를 기아와의 경기에는 데리고 가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한번 더 갔으면 사실 나는 기아팬이라 커밍아웃을 할 뻔 했으니까.



문제는..

그녀가 축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내가 '아스날'이라는 구단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 

그녀는 인터넷으로, 아니 정확히는 네이버로 '아스날'을 검색을 해서

나오는 글들을 읽고 있었다.

정확한 정보는 별로 없는 글들을 그녀는 읽고, 내게 이야기 해 주었다.


"아스날에 젠킨슨이라는 선수가 그렇게 잘한다면서요?"

"아스날 벵거 감독님은 피레스라는 선수를 싫어한다던데요?"


축구 경기를 보지 않고, 정보만을 습득해서 이야기하는 그녀의 질문들은.

나로 하여금 커피숍에서 물을 3~4잔씩 리필해가면서 설명을 해야할 정도로

얼토당토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떻게 그렇게 잘 못 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일까.

나는 내가 보고 있는 영국의 정론 잡지들을 그녀에게 읽으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에서도 슈퍼소닉 이대X 안타만 외치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나의 LG'라는 표현과 달리 '아스날'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긴장이 되었다.

그녀가 아스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아스날에 대해 설명을 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2013년 5월 20일 새벽 1시 50분.

카톡이 왔다.

"축하해요 K씨. 아스날이 뉴캐슬을 이겼던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차피 이길 경기여서"

"아 그래요. 뉴캐슬 약한 팀이구나."

"아니 그건 아니고요."

"아 그럼 뉴캐슬은 강팀이에요?"


아스날이 뉴캐슬을 맞아 시즌 최종전을 하고 있던 그 시간에

나는 집에서 맥주를 혼자 4병째를 마시고 있었다.

괴로웠다. 기쁘지 않았다.

코시엘니가 골을 넣었지만 토튼햄이 골을 넣을 경우 복잡해지는 상황이었다.

토튼햄. 아스날의 런던 라이벌...

왜 나의 팀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 챔스 진출을 확정해야 하는가.

나의 팀이 왜 이렇게 되었나.


"뉴캐슬은 중위권팀이에요. 괴롭네요."

"왜요? 좋은 날 아닌가요? 그 플레이오프.. 아니. 그 챔피언스 리그에 나간다면서요."


그녀에게 나의 이 다행감과 동시에 드는 자괴감을 설명할 수 없었다.

나는 이미 취해 있었다. 아니 취해 있지 않아도 지금 이 시간에 그녀에게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글쎄요. 나가긴 해서 다행인데 다음 시즌에도 희망이 없어서요"

"왜 그러세요. 올해 LG는 다르듯이 아스날도 다를거에요"


그녀에게 전화를 해야 하나? 아니면 이 카톡을 이어가야 하나?

취했다고 할까? 아니면 피곤하다고 할까? 자는척할까?


하는 와중에 그녀가 카톡을 보냈다.


"아 그런데 그 아스날 출신 반페르시가 득점왕을 했던데요? 축하드려요"



아... 

아스날을 버리고 라이벌 중의 라이벌 맨유로 간 

거기서 득점왕을 하고 맨유를 우승으로 이끈 반페르시를 축하한다고??


그녀와 더 만날 수는 없다.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잊고 있었던 감정이 다시 올라와.

나는 그녀와 헤어지려 하는 두 번째 이유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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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실제 저자와는 단 1%도 상관이 없는 순수 창작물입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2013년 4월 18일 11시 20분이었다.

1년도 더 된 일을 몇시인지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그날 나는 그녀와 헤어지기로 맘을 먹었기때문이다.

헤어지기로 마음을 먹은 후 1년이 지나서야 오늘 헤어지기로 한건.

2013년 4월 18일에 벌어졌던 일이 헤어지는 이유라 한다면

정규분포 안에 드는 보통 사람들에겐 이해하기 힘들 일일 수 있기때문이다.

'성격차이야'라는 말로 대충 메꿀 수 있겠지만.

나는 굉장히 정확한 사람이기에 그런건 용납하기 힘들지.

그래서 나는 

2013년 4월 18일 이후로 그녀와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들을 적립하기로 하였고.

그렇게 10개가 모이면 그녀와 헤어지기로 맘을 먹었다.

짜장면집 쿠폰도 20개, 커피샵 도장도 20개가 대세인 시대에

아니 10개 무슨 말이요라 할 수 있겠지만.

글쎄. 5개가 아닌 것만으로도 나는 그녀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럼 다시 2013년 4월 18일로 돌아가보자.

그녀와 만나서 사귀기로한건 2012년 7월 27일 오후 11시이었으니.

사귄지 약 9개월이 되었을 시점이었다.

전날 우리는 이태원의 모처에서(장소를 밝히지는 않겠다. 나는 그 곳을 싫어한다)

기네스 한잔과 라프로익 두잔, 진토닉을 두잔 마시고.

그녀를 데려다 주는 길에 다음날 약속을 잡았었다.

술을 조금 마셔서인지 그녀는 다음날 해장을 하겠다고 하였고.

역시 해장에는 국물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던 우리는.

늘 먹던 고깃국물이 아닌 냉면을 먹기로 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을까..


"K씨, 우리 내일 냉면 먹어요."

"오 좋죠. 냉면. 어디서 먹을까요?"


만난지 9개월이 되었지만, 우리는 아직 냉면을 먹은 적이 없었다.

무엇을 먹을지 나는 늘 그녀의 의견에 따랐기때문에.

냉면은 겨울에 먹는것이라는 상식에 반해 겨울에는 냉면을 한번도 먹을 수 없었다.

그녀는 차가운 음식은 여름, 뜨거운 음식은 겨울이라는 이야기를 매 식사를 할때마다 했었다.

아니 그건 당신의 상식이고, 사실은 아니다라고 고쳐줬어야 했을까?

하지만 나는 이상한 의견을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그녀가 귀여웠을뿐이다.


"냉면하면 칡냉면이죠. 매운 양념 비빔냉면도 괜찮고요"

"비빔냉면이요? 그 단걸 먹자는 말인가요?"

"아! K씨는 냉면은 단 걸 싫어하시는군요. 그럼 어디서 먹을까요?"

"우리 내일 점심쯤 만날거니까, 조금 일찍 만나서 을밀대 문 열기 전에 만나죠. 10시 35분에 대흥역에서 만나요."

"을밀대요? 거기가 어디에요? 무슨 냉면 파는 곳이죠?"

"평양냉면이요. 을밀대 모르시는구나"

"예. 아직 가본 적이 없네요. 내일 한 번 가보죠. 평양냉면이라..."

"맛있어요. 그럼 내일 만나요"


그녀가 먹자고 하는 것에 내가 첫번째로 브레이크를 건 날이었다.

나는 그녀가 먹자고 했던 매운 양념의 칡냉면을 매우 매우 싫어한다.

매운양념의 칡냉면을 돈을 주고 사먹느니 집에서 비빔면을 먹는것이 나을 것이다.

비빔면에 오이를 얹는 것에 나만의 비법이 있는데 그렇게 먹으면 밖에서 사먹는 비빔냉면따위야...

더군다나 그녀는 평양냉면이라... 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걸 보니.

평양냉면을 먹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냉면을 먹자고 한건가?


사실 이때 나는 생각을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생각을 하다보면 뫼비우스의 띠의 시작점에 올라서 무한반복을 하는 버릇이 다시 나왔다.

뫼비우스의 띠에는 시작점이 없나? 모르겠다. 없을리가 없지 않나?


그리고 2013년 4월 18일.

10시 35분에 만나기로 했으니 나는 10시 28분쯤 도착하기로 했다.

'11시가 오픈시간인 것 같은데 왜 그 전에 만나죠?'라고 그녀의 카톡이 왔지만.

나는 무시하기로 했다.

오픈시간 전에 가서 줄을 서지 않고 유유히 좋아하는 테이블에 앉아서.

남들이 밖에서 줄서는 것을 구경하며 마시는 면수의 맛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이런걸 설명해줘봤자 사람들이 '??'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것을 많이 보았기에.


그녀는 10시 38분에 나타났다.

9개월간의 관찰기간을 놓고 보면 그녀는 평균 5분정도를 늦는 것 같다.

10분정도 늦었다면 지금까지 그녀를 만나고 있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정확한 것이 좋다.

조금 늦었다. 이 시간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 못 앉는데...


"K씨 일찍 왔나 보네요. 날 더운데 미안해요"

"아니에요. 이제 막 왔네요"

"그럼 냉면집이 어디죠?"

"예 저를 따라 오세요"


조금 늦기는 했지만. 또 어쨌든 흥분이 됐다.

9개월 동안 그녀가 먹고 싶은 것을 쫓아 다녔고.

그녀가 이끄는 곳에 가서 먹었던 내가.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곳에 그녀를 데리고 간다니...


글쎄 지금도 생각나는 것이지만.

2013년의 4월은 매우 무더웠다. 

103년만의 어찌고 저찌고를 매일 듣고 있었다.

하긴 매년 XX년 만의 OO는 매년 듣고 있는 것이긴 하네.

그런걸 보면 우리가 매년 새로운 해를 사는건 맞는걸까? 

아니 그냥 똑같은 해를 사는데 숫자만 바뀌는거 아니야?


"K씨 무슨 생각하세요?"

"아.. 아니에요. 길이 조금 멀죠?"

"예. 그렇긴 하네요"


대흥역에서 을밀대까지는 내걸음으로는 약 8분정도 걸린다.

하지만 그녀는 발이 느린편이다. 어제 잠깐 계산을 해보니 10분이면 갈 거리인데...

그렇게 계산을 해도 이미 도착을 했어야 할 시간인데...

그녀는 오늘따라 발걸음이 느리네...

이래서는 내 자리에 못 앉는데...........


"아 다왔다. 저기에요!"

"아 그래요? 맛있게 생긴 집이네요"

"왜요?"

"간판에 저 이름 한문으로 써있는거봐요. 오래된 집인 것 같은데?"


그녀는 맛집을 갈때 밖의 외양을 보면서 늘 맛있게 생긴 집이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맛있게 생긴 집이네요. 왜요? 허름하니까요.

맛있게 생긴 집이네요. 왜요? 간판이 새거잖아요. 이쁘고. 간판에까지 정성을 쓸 정도면...

맛있게 생긴 집이네요. 왜요? 큰길가잖아요?

맛있게 생긴 집이에요. 왜요? 이렇게 구석진 곳에 이런 식당이 있으니 얼마나 잘되면 그러겠어요?


기어코 지난 주에는 이런 말까지 했다.

맛있게 생긴 집이에요. 왜요? 밖에 개 봐요. 아이구 이뻐. 남긴 음식 먹고 저렇게 이쁠정도면.


글쎄. 엄청난 비논리이고. 사실 나로써는 절대 이해하고 싶지도, 입밖으로 내뱉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왜요라고 묻고 나면

맛집을 보며 그녀가 반짝이는 눈으로 입맛을 다시며 하는 이 비논리적인 문장은.

그 눈빛과 표정으로 비논리가 절대적 진리로 변하는 힘이 있었다.

귀엽다. 그래서 나는 꼭 물어본다. "왜요?"


느릿느릿 결국 오픈 시간 12분전에 도착을 했다.

가게 아주머니와 눈인사를 나누고 들어간 순간.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다시 나가야 하나하고 생각을 했다.

늘 내가 앉던 자리에 누군가가 앉아있다.

어제 외박을 했는지 머리는 떡이 져서, 신발은 벗고 있고, 핸드폰으로 뭔가 게임을 하고 있다.

이런 제길. 애니팡이잖아...

저 놈이 나가면 내가 저기 앉을까? 

하지만 저 놈이 앉은 자리에는 앉고 싶지 않다. 더럽고 몰상식한 놈. 

내가 늘 앉는 자리는 제일 끝에 있어서 사람들이 냉면을 다 먹고 육수를 마시는 그 표정을 볼 수가 있어서 좋은데..

하아... 어쩌지????


자리에 앉지 못하고 쭈뼛거리던 나를 그녀가 손을 잡고 이끈다.


"저기 자리 있네요. 가서 앉아요."


그녀가 이끄는 손에 어쩔 수 없이 앉은 자리는.

마침 내 자리가 딱 보이는. 저 놈이 닥터마틴을 벗은 맨발이 보이는 딱 그자리였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그녀와 이렇게 헤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는 그 때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2013년 4월 18일 을밀대 오픈 10분전인 10시 50분...


"K씨 무슨 생각 하세요?"

"아니에요~ 별 생각 안했어요"


그녀는 내 생각이 뫼비우스의 띠에 올라가있으면 그걸 또 어떻게 그렇게 알아서 잘라준다.

그게 또 좋진 않지만. 그게 또 나쁘지 않다.


오픈시간이 되자. 아주머니들이 주문을 받는다.


"뭐 드릴까요?"

"예~ K씨는 물냉면 드신다고 했죠? 저는 비빔냉면이요."


?????

을밀대에서 비빔냉면 ????

????????


아주머니는 주문을 받고 이미 가신 후였고.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그녀에게 맛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을밀대의 물냉면이었지 비빔냉면은 아니었기에.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을 어쩌겠나.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이런 일을 가져왔다니...


"물냉면이 맛있지. 비빔냉면은 잘 모르겠네요. 난 을밀대에서 비빔냉면 시킨 사람 처음 봤네요."

"아 그래요? ㅎㅎ 전 평양냉면 물냉면은 먹어본 적이 없어서요."


어찌되었건 주문은 갔고.

아주머니들이 면수와 반찬들 그리고 가위를 가져다 주셨다.

'가위 필요없는데...'라고 생각하며

면수를 쓰읍하면서 마시고 있을때 딱 보이는 애니팡하는 백수놈.

그녀에게 자리를 바꿔달라고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좀 난감했다.


맘을 다그쳐야 할 타이밍이다.

그녀가 선택한 식당이 아닌 내가 선택한 식당.

비록 시간이 늦어 내 자리에는 못 앉고.

그녀에게 맛보게 하고 싶었던 물냉면은 못 먹겠지만.

망칠 수는 없다.


"음식 나왔습니다"


찰칵~~~~


아주머니가 내 물냉면을 내려놓고

어...하기도 전에.

그녀가 내 냉면을 가위로 촥촥 자르고.

자기 면을 촥촥 잘랐다....



이런....

이런.........


"면을 가위로 자르시면 어떻게 해요!"

"예?"

"면에 쇠붙이로 된 가위가 닿으면 면의 맛이 변하는거 모르세요?"

"예? 냉면 먹는데 몇 분이나 걸린다고 맛이 변해요?"

"변한다고요. 변해요. 쇠맛이 난다고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하지만.. 

가위소리가 나자 옆자리의 가족 중에 아버지가 조그맣게 들리는 목소리로 

'냉면은 가위로 잘라먹는거 아냐'라고 딸에게 설명을 해주던 모습

가위소리가 촥촥 날때 애니팡하던 백수놈이 '쯧쯧'하면서 '냉면 먹을 줄 모르네'하며 쳐다보는 그 눈빛을.

아니 저런 떡진 머리한 루저한테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한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


어찌 되었건 먹어야 하지 않을까?

가위로 자른 냉면의 맛도 언젠가 한 번 맛봐야 한다면 오늘같은 날에...


"아주머니! 여기 주문 좀 받아주세요!"

"예? 뭐 녹두전이나 이런거 필요하세요?"

"아니요. 이 냉면 그냥 가져가 주시고요. 한 그릇 새로 가져다 주세요?"

"예? 음식에 문제가 있나요?"

"아니요. 문제 없고요. 저희 그냥 한그릇 더 시킬게요!"


어느새 나는 새 냉면을 시켰고.

그녀가 가위로 잘라준 냉면을 돌려보냈다.

그녀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귀엽지 않다. 그렇다고 지금 "왜요?"라고 물어볼 수는 없다. 

나는 쇠맛이 느껴지는 냉면을 먹고 이미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K씨 왜 그러세요..."

"아뇨. 괜찮습니다. 이제 되었어요. 새 냉면 먹을게요."

"아니 그 쇠맛이 정말로 나나요? 전 잘 모르겠는데"

"글쎄요. 비빔냉면이야 쇠맛이 안나겠죠. 그렇게 단데..."


그녀는 내 말에 더 이상 답을 하지 않았고.

나는 새로 나온 냉면을 내가 먹는 방법으로 맛있게 먹었다.

매우 덥다지만 아직 여름은 아니니까, 여름의 막하는 냉면보다는 나았다.

그래도 겨울의 맛은 아니지만 말이지.



각자의 냉면을 먹고 우리는 나왔다.


"우리 이제 상수쪽으로 옮겨서 커피나 마시죠?"

"K씨, 저는 피곤해서 이만 들어갈게요."

"예? 아직 12시도 안되었는데"

"오늘은 좀 들어가야할 것 같아요"

"엇.. 그럼 들어가세요."


그렇게 우리는 냉면집에서 나와 대흥역까지 갔고.

나는 상수역쪽으로, 그녀는 삼각지쪽으로 반대방향으로 지하철을 타고 갔다.

상수역에서 커피를 마시며 생각 했다.


평균 5분씩 그녀는 늘 늦었고, 그로 인해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 못 앉았다.

그로 인해 내 자리에는 그 애니팡하는 놈이 앉았다.

내가 맛보게 해주려했던 평양냉면 대신 비빔냉면을 시켰다.


다 좋다고 했다. 여기까진 괜찮았지만. 


내 냉면을 허락도 받지 않고 가위로 자른건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두에게 자신만의 음식 먹는 방법이 있듯이.

탕수육 부어먹는 사람도 있고 찍어 먹는 사람도 있으니, 전부 부어버리면 안되는 것을.

그런 것을 남이 먹을 음식에 함부로 하는 사람.


그런 여자와 더이상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헤어져야겠다.

오늘을 D-day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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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냉면 먹다가 앞자리의 남여가 하는 이야기 듣고 삘받아 소설 한 편 작성해봤습니다.

제 이야기 아닙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2012년 2월 19일부터 현재까지 살고 있는 곳은 송파구 풍납동

예전에 학원 건물을 개조를 해서 원룸으로 만든 건물의 가장 작은 방에 살고 있다.

올림픽대교를 건너서 우측에 아산병원을 끼고 좌측으로 보이는 동네인데.

아무래도 병원에 고용되어있는 전국 각지의 젊은 남녀가 있다보니 

일부의 아파트들과 그리고 아파트에 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취촌이 형성이 되어있다.


20살 이후에 이번이 아마 12번째 거처인가 13번째 거처인가 되기때문에.

여러 형태의 주거형태를 경험했지만. 지금 사는 이곳이 특별한 것은.

병원에서 퇴근하는 여러 갈래의 길 중 하나에 있는

100m정도 되는 거리에 5개의 통닭집이 있는 광경이다. 다른 가게들은 별로 없다.

치킨집 5개, 미장원 3개, 국수집 2개, 그리고 노래방 2개 등이 있다. 그리고 옷 수선 집 하나.

프렌차이즈부터 시골통닭 스타일 그리고 닭강정.

심지어 이 골목 다음 골목에는 브런치집을 표방하는 오븐통닭구이집도 있다. 

그골목까지 하면 약 200m 반경에 치킨집이 10개가 됨... 

1인 자취남녀들에게 최후의 순간의 단백질 공급원인 치킨집.

도대체가 이득은 나는지 모르겠는. 배달도 안 하는 치킨집을 보면.

어서 이 자취촌을 탈출해버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치킨집을 제외한 술집은. 고깃집 1개, 횟집 1개


그런데 작년 가을 무렵? 

이 골목 입구의 아파트 상가의 1층에 '바'가 하나 오픈한다고 공사를 하고 있더라.  

아파트 상가, 그것도 1층에, 간판에 '바'라고 적어놓은 술집을 본 건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

출퇴근을 하면서 유심히 지켜봤다.

공사를 몇 일 하더니. 밖에서 보이는 창에는 앱솔루트를 몇 병 깔아놓고.

그 뒤에는 커튼을 쳐 놓아서 안 보이게 해놓았지만.

출입문은 유리문이고 안에가 보이는 스타일.


문제는 이 바에서 

각각 90도 방향으로


1. 3분을 걸어가면. 20층 건물의 옥상의 바

2. 1분을 걸어가면 지하에 아가씨 나오는 듯한 바

3. 노래방에는 매일 승합차가 서있으며 아가씨들이 타고 내리고 있었다. 


도대체가 무슨 생각으로 아파트 상가 1층에 바를 오픈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장사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는 내가 보기에도 이 곳은 바를 오픈할 곳은 아니니까... 

그렇게 궁금해하던 어느 날. 

좀 일찍 퇴근하는 중에 가게 밖에 나와있는 정장을 입은 여성을 봤다.

딱 봐도 그 가게의 사장님을 보이는 그 여성은 대략 40대로 보였으며.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뭔가 고혹적인 매력이 있었다. 

그렇다고 그 곳에 내가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던. 


하지만 그 날 이후로.

이 부적절한 위치에 

이 동네에부적절한 종목의 사업을 하는 

저 사람은 뭘까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망상은 망상을 불러 일으켜, 

대략 막 캐릭터 만들고 하던게 결국은 이야기까지 만들어냄... ㅠㅠ


아래는 그 대략의 이야기이다. 


서울의 여기저기에 크지 않지만 몇 채의 건물을 소유한 아버지의 딸.

고등학교때 조울증 발병.

약을 먹고 가끔 입원을 하며 그럭저럭 지내던 대학 시절에.

도대체 그녀를 왜 맘에 들어했는지 알 수 없는 남자와 결혼.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이혼을 하고 아버지의 집으로 다시 돌아옴.


이 후 우울증에 알콜 중독으로 몇 차례 입원을 하던중.

아버지가 더 이상 입원비를 내지 않을 것이며,

만약 술을 끊지 않으면 유산도 줄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가게 자리를 하나 줄테니, 거기에서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함.

가게 차려서 돈 까먹어도 되니, 집 밖에서 나가서 뭐라도 하라고 함. 

이에 그동안 아는 것은 술밖에 없으니 당연히 '바'를 차리고.

그녀의 결정에 반대했지만 어쩔 수 없어 술을 마시는지에 대한 감시로 바텐더는 아버지가 고용.

그녀가 하는건 가게 오픈하고 닫을때까지 술 한잔 안 마시고.

손님들이 시키는 안주를 하나씩을 더 만들게 시켜서 계속 먹기만 하는... 


이런 막 이야기를 머리에다가 그리다보니.

손님으로 조울증 환자가 하나 더 오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사장이 우울증상태니, 손님은 조증이면 되겠네.

이왕이면 정신병적인 측면이 있는 태어나서 처음인 조증삽화로.

자기가 현재 왜 이러는지도 모르는 젊은 남자아이 

조증환자와 우울증 환자가 만나서 조증환자는 술을 마시고 우울증환자는 계속 음식을 먹고.

정말 쓰잘데기 없는 의미도 통하지 않는 이야기를 매일 나누던 두 사람이. 

결국 사장은 내일 그가 다시 오면 다음날까지 붙잡아 놓고 같이 병원으로 가리라 맘을 먹었지만.

손님은 다시 오질 않음.

결국 그녀는 그날부터 다시 술을 마시게 되고.

아버지에게 마지막이라는 통보를 듣고 병원에 입원.

그리고 병원에는 손님과 같은 이름을 쓰는 환자가 격리실에 입원중이었다.



뭐 이렇게 매일 퇴근하면서 이 앞을 지나면.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붙이고.

그런데 또 보면 어디선가 본듯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도대체 나는 그 바에 가본 적도 없기에. 뭘 파는지도 모름... 당연히 대화를 해 본 적도 없고.

지나가면서 유리문을 통해서 보면 아저씨들이 의자에 앉아있는 엉덩이는 보이기는 하는데... 

그 가게에서 나오거나 들어가는 손님들을 보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뚝 끊기는게 사실이다. 

물론 그런 종류의 '구림'이 내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겠지만...  

잘 모르면서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만들정도라니. 일종의 죄책감이라던지 미안한 마음이라던지. 


오늘도 아마 그 쪽으로 지나갈 듯 싶은데. 오늘부터는 이야기를 다르게 만들어볼까 생각중이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1월


1월 23일 비치하우스

1월 26일 음주측정라이브

               얄개들, 구남, 404, 쾅프로그램, 기린, 포브라더스


 2월


2월 3일 MBV

2월 14일 재팬드로이즈

2월 16일 더티비치스


 3월


3월 15일 자립마켓

              파블로프, 야마가따 트윅스터, 스팀보이즈,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김간지X하헌진

3월 23일 그라임스

3월 29일 꽃땅

              404, 모임별, 속옷밴드, 트램폴린, 아마츄어 증폭기, 헬리비전


 4월


4월 27일 크라프트베르크


 5월


5월 12일 텔레비젼 , 장기하


 6월


6월 7일 레인보우페스티벌

               트래비스     

6월 26일~30일 글라스톤버리 페스티벌 

               따로 포스팅


7월 


7월 13일 SOD fest

7월 26~28일 안산밸리락

               따로 포스팅 예정


8월


8월 2일, 4일 지산 월드락 

               위저, 자미로콰이, 브로컬리 너마저, SOD

8월 3일 펜타포트

               글라스베가스, 스웨이드

8월 14,15일 슈퍼소닉

              펫샵보이즈, 투도어시네마클럽, 조용필, 어쓰 윈드 앤 파이어

8월 17,18일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이기팝, 라이즈 어게인스트, 림프비즈킷, 메탈리카, 뮤즈, 신중현, 김창완


9월


10월


10월 3일 쌈싸페

10월 5일 킬러스

10월 19일 GMF


11월 1일


11월 1일 서영도, 윤석철, 세컨세션

11월 16일 레세일즈, 테이블 피플

11월 28일 프란츠 퍼디난드

Posted by 빨간까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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