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쌍다반사/It's my life'에 해당되는 글 60건

  1. 2016.12.19 없다 2
  2. 2015.12.08 2015년 결산 2
  3. 2015.11.16 인생 바는 이제 없다
  4. 2015.05.11 20150510 4
  5. 2015.05.01 주요우울증? 기분부전장애?
2016. 12. 19. 16:43

그것들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라고 불리던 것들은 차근차근 허물어지고 있었다.

내가 하는 생각, 대화의 내용,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나는 무너지는 나를 보고 있었다. 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막을 수 없었다.


본래의 나. 

그런 것이 존재하는지

만약 존재한다면 변하지 않는 것인지는 오랜 의문 중에 하나일 것이다.

사람은 늘 다른 사람과의 관계, 또는 자아에 대한 이미지 등으로

언제나 변화하는 존재이기도 때문이다.


하지만

내 스스로가 가장 편한 상태의 '내'가 있다면

그것을 '나'의 본래의 상태로 가정할 수 있지 않을까.

당연히 우리에게 가장 오래된 본인의 모습은.

어린 시절의 나.

더군다나 어느 정도의 성장기를 거친 후에는

그 어린 시절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본 후이기에

본래의 나 중에 가장 찾기 쉬운 모습이 아닐까.


유년 시절의. 학령기의 나를 돌아보며

다른 이들의 평가들 중 부정적인 것을 나열해보면

어른스럽다. 어둡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냉정하다. 

타인에 관심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주로 들었다. 


어른스럽다라는 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괜찮은 칭찬이자 기분 나쁜 농담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열 살이나 되었을 꼬마에게 자기들과 비슷하다고 한다니.

이는 무슨 저주인가. 

열 살에 어른스러운 아이는 어른이 되면 어떻게 되는건가요?


반면에 내가 들었었던 칭찬은?

침착하다. 어른스럽다. 성실하다. 

끈질기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등등.


나에 대한 오랜 평가들 중 기억나는것은 저런 것들이었다. 

남들의 저런 유형의 평가는 20대 초반이 되기 전까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나를 내가 견뎌하지 못했다는 것

내가 생각해도 나는 너무 재미가 없었고.

이렇게 살아서 사람들하고 말이나 할 까 싶을 정도로 겁이 많았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저 사람이 내 얘기에 기분 나빠하지 않을지.

혹여나 싸우게 되지 않을지. 나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지 않을지.

 

내가 스스로를 또 지겨워 하고. 답답해 했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 변화하고 싶었다.


나는 늘. 내 스스로에게 이성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괜찮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생각해보면

나는 이성적이 아니고 자아비동조적이었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20대에 알게되었던 것.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고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는 것.

그들의 말에 따르면.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과 말하는 방식이 좀 색달랐다고. 


그렇게 조금씩 자신감을 얻게 되고.

실제로 여기저기서 어떤 말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자리에 올라가면서.

대화를 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그런 일을 또 내가 하고 있었다. 

본인의 이야기를 하기에 술이 필요할 정도로

나의 수치심이 그렇게 또 큰 것이었나?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익살'을 떨기 시작한 것은. 

내가 정이 많은 사람을 연기하기 시작한 것은.

내가 정치적으로 옳은 사람인 것처럼 보여주고 싶어한 것은.

내가 한없이 나태한 나를 숨기고 성실히 보이기 위해 살기 시작한 것은.

내가 들었던 평가들과 다른 나로 생활하기 시작한 것은.


꽤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으로도 나름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연기력은 꽤 괜찮았던 것 같다. 

나도 속았으니까 말이지. 

나는 내가 변한 줄 알았다. 


본래의 나는.

좀 더 자유롭고, 밝고, 겁이 없고, 친구가 많고, 자신감이 넘치는 

새로운 나로 변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올 해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밖에 없게 되었는데.

내가 얼마나 거짓된, 비어있는, 실제의 나와는 다른 나로 살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우습게도 그렇게 될 수록

나는 오히려 만들어 온 나의 모습에 더욱 집착하게 되었다.

많은 시간을 SNS에 소비하며. 보여지는 나에게 새로운 옵션을 부가하며

내가 생각하는 괜찮은 사람으로 더욱 만들려고 했다.


펑! 

하고 그런데 터져버렸습니다.


터지니까

내가 쌓아온 모습들을 견뎌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도대체가. 내가 맛있는 것을 얼마나 분간을 할 수가 있다고. 

도대체가. 내가 구입하는 음악들을 정말로 그렇게 감명 깊게 듣는것인가.  

나는 그것들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아님 그냥 옳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러는 것인가.

도대체가. 내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들이 정말 내가 재미있어서 그러는 것인지?


그리고 또 이런 것들이 나와 얼마나 상관이 있는지.


내가 보여주려고 한 이런저런 것들

나를 설명을 해주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나는 그냥 그렇게 보이고 싶었을 뿐이었다.

사람들이 알고들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면. 

그 괴로움은 더욱 커지는 것이라. 

나는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나 자신을 보면서 나는 그냥 누워서 생활했습니다.

퇴근하면 바로 누워서 열시간씩 자고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했습니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이야기를 최대한 피하고.

퇴근글에 식사를 하고 집에서 바로 술을 두세병 마시고 잠들었습니다. 

잠들기 전까지는 술을 컴퓨터를 했는데. 뭘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렇게 한 달 정도 누워서 있다 보니 

이렇게 더 있다가는 정말 자살하겠다 싶어서.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아서.

이제 내 나이 곧 마흔을 바라보는데.

본래의 나와 가장 가까운 모습들은 무엇인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 중에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것.

그리고 내가 버려야 할 것들.

이런 것들에 대한 생각을 계속 계속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고.


편한 나의 모습을 유지하며 되고 싶은 나를 추구하며 살 수 있을지는

사실 미지수이고.

솔직히 또 뻥! 하고 터질 것 같기도 한데.

그런건 또 그 때 생각해야지. 


솔직한 어른이 되겠습니다. 

아직은 어른스러운 아이밖에 안 되는 것으로.  

Posted by 빨간까마구

작년과 같은 포맷인데 작년과 내용이 너무 유사하다

내년에도 비슷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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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의 가장 잘한 일


살아서 놀고 먹고 일하고 있는거





2. 올해의 가장 잘 못 한 일


연애 못 함





3. 올해의 해외 음반



Father John Misty - I Love You, Honeybear










4. 올해의 한국 음반



라이프 앤 타임










5. 올해의 해외 신인



Alvvays









6. 올해의 한국 신인



파라솔 - 언젠가 그 날이 오면








7. 올해의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8. 올해의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 보다 말았으나 그나마 오래 봤음.

응답하라 1988. -> 보고 있으나 보다 말 듯.




9. 올해의 실망



Deerhunter




10. 올해의 컴백



삐삐밴드


결과물이 어떻든 일단 돌아와 주셔서 감사




11. 올해의 영화 음악



없음.

매드맥스의 사운드 트랙을 아주 어렵게 구한 기억이...




12. 올해의 배우



없음.

베테랑에서 잠깐 나온 박소담이라는 배우가 외모 취향이라 좀 찾아보려 함




13. 올해의 맥주




U2 공연장에서 먹었던 맥주



#u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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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올해의 AV 배우



이토 치나미




15. 올해의 내가 한 음식



샐러드 파스타 






16. 올해의 페스티벌



펑크스프링, 안산밸리록, 펜타포트, 서울재즈




Guitar Man and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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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올해의 여행



해외는

오사카, 베를린, 오키나와

올 해 여행들은 다 좋았다.

내년에는 도쿄에 가려고 함.


국내는 속초 다녀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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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올해의 사건



두산 한국시리즈 우승









19. 올해의 아스날 최고의 경기



FA 컵 결승전.

그리고 직관한 에미레이츠 3:0 경기




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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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올해의 아스날 최악의 경기



첼시와의 경기





21. 올해의 술집



모두들 사랑한다 말합니다.

은 폐업.



사실 모사말은 제가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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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올해의 독주



지바인





23. 올해의 고양이



테오와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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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올해의 만화



Ho! 





25. 올해의 책



계간 스켑틱





26. 올해의 과자



없음




27. 올해의 식사



Galvin La Chap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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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올해의 가장 중요했던 날짜



2015년 10월 22일




29. 올해 배운 스포츠



수영(은 배우는 중..)




30. 올해의 컴필레이션


3 Little Wacks – YOUNG,GIFTED&WACK 3rd Anniversary Compilation





31. 올해의 공연




Paul McCartney


많이 멀지 않다 #PaulMcCart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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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






Rancid



Rancid #punkspring #펑크스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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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찍고 보니 촬영 불가....





32. 올해의 내년계획



없음. 



Posted by 빨간까마구




레딩페스티벌 가기로 최종 결정을 한 2011년 7월.
해외 페스티벌은 처음이기에 검색을 하였고 그렇게 나온 곳이 '페스티벌 제너레이션'
그리고 마침 그 날이 레딩페스티벌을 위한 번개가 있던 날이어서 번개장소로 연락을 해서, 그 날 저녁에 창문가 자리에 앉았었다.
다만 워낙 낯을 가리기에 레딩페스티벌에서도 그분들과 함께 하지는 않고 그냥 다른 친구들과 다녔다. 
페스티벌을 다녀와서는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 곳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졌다.


2012년 1월 시험 1차를 마치고 울적한 기분에 주말에 FF에 갔다.
Her space holiday라는 알 수 없는 사람이 공연을 했다.
그리고 처음 '모두들 사랑한다 말합니다'에서 봤던 지성이형을 보고 그분을 통해, 맹선호씨와 인사를 하고, 술자리에 초대받았다.


자주가는 술집을 정하는데에 보통 세가지를 보는데 음악이 좋을 것, 술이 괜찮을 것, 그리고 서비스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것.
이중 하나라도 100%면 단골이 되고 자주 가고는 했다.
모사말은 이 세가지 모두 100%에, 친구까지 사귀었다.


친구들과 함께 이 작은 공간을 또 쪼개서 누렁이계단, 독대바, 모말사, 메인테이블 등으로 우리는 나누어서 불렀다.
모사말데뷔, 모사말셀렙 등 우리만의 언어를 만들어 갔다.


'모사말사람들'
나이는 몇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고향이 어딘지, 어디 학교를 나왔는지 보통 사람들이 만나면 먼저 확인부터 하는 것들을 아무것도 모른체 그곳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알게된 사람들.
느슨한 관계지만 옆자리에 앉으면 반갑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사람들과
페스티벌을 가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캠핑을 갔고, 여행을 갔고, 한강에 갔고.
아침해가 뜨는 걸 보고. 저녁해가 지는 걸 보고.


두번의 생일파티를 그곳에서 했다.
거기서 만난 친구들의 결혼식을 세번 봤다.
지구종말을 바라는 파티를 했고.
롤링페이퍼도 돌리고.
압상트를 나눠 마시고.
누군가의 만남, 누군가의 헤어짐을 지켜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왔고, 그들도 단골이 되었다.
친동생도 이곳의 단골이 되고, 여기 친구들과 또 친해지고. 
다만 나는 여자친구 생기면 꼭 데리고 오겠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지키지 못 한...


메인테이블에서 했던 생일파티
정치이야기를 했던 에어컨 앞 테이블
레딩페스티벌 준비로 왔을 앉았던 창가자리
이곳에서 계속 놀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화장실 앞자리.
이유도 없이 취해서 자던 구석자리.
그리고 독대바.


아스날의 오랜만의 FA컵 우승을 사람들과 즐기며 We are the champion을 불렀던 날.
나 혼자 기분 좋아 펑크를 잔뜩 틀었던 날 
Disco 2000에 춤을 추던 그 날


주말에 퇴근해서 약속은 딱히 잡지 않았지만 
그곳에 가면 친구들이 있고, 친구들이 없어도 사장님은 있고.
아니면 누군가가 있는 그 곳은 이제 없다.


올 봄 술도 못 마시고 아무 것도 하지 못 하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을 때 토요일에 어렵게 나가서 그래도 사장님에게 얘기를 하고 그랬던 곳은 이제 없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모두들 사랑한다 말합니다.


안녕안녕


Posted by 빨간까마구

 

적당량의 술을 마시고 새벽 네시에 들어왔는데 일곱시에 눈이 떠졌다. 음악을 틀고, 책을 보고, 빨래를 하고, 밥을 먹었다. 2월부터 친구들에게 '다음 달이면 주말엔 늘 일이 있을 것 같아'라고 했지만, 그런 다음 달은 오지 않고 5월이 되었다. 실제 직장에서의 달력을 봐도 5월에 서재페+학회만이 있을 뿐이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계시지만, 그건 요양차원이니까. 2주 연속으로 회식이 잡혀있지만, 그건 일상 아닌가.


일요일이면 늘 숙취에 시달리며 오후에나 일어났지만, 그렇지 않았다. 약속은 없지만, 집에서는 나가야 했다. 집에서 창밖을 보기에도 햇볕은 너무 따스했고, 고양이들도 창가에 앉아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즐겁니?'라고 물어보지 않았으니 알 수는 없지만. 광화문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에서 졸았다. 덥긴 했지만, 후끈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아직 5월인걸. 본래 계획은 광화문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홍대로 가려고 했으나, 교보문고로 가기로 했다. 교보 앞에 빌딩에서는 루이비통의 전시가 있었다. 평생 관심 없고, LV 마크가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그 몇 년전에 일본의 작가와 콜라보 한 정신없는 물방울 무늬들은 괜찮았다. 전시는 그럭저럭 정신이 없었다. 포스터를 연신 접어주는 직원분께 미안했지만, 나도 하나 받았다. 벽에 이런 포스터 하나정도 붙여도 되겠지? 포스터는 셀렙들의 사진이 모자이크식으로 되어 있었는데, 갱스부르가 있는것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교보에 가서 과학잡지를 한권을 샀다. 교보는 여전히 정신이 없었다. 주말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반드시 외출을 해야하는 부모들에게 교보만한 공간이 있을까. 어딘가에 책이나 이런 것으로 아이들을 묶어 놓으면,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으니까. 상대적으로 밀폐(?)된 공간이고. 나도 아버지랑 많이 갔었지. 그리고 이어폰도 필요했기에 샤오미에서 나온 걸 하나 샀다. 좋은건지 감별할 귀는 안되고, 나쁘지 않았다. 그 가격에 나쁘지 않으면 좋은거지.


만화방을 바로 갈까 하다, 아예 읽던 책을 더 읽기로 했다. 닉 혼비의 슬램. 어디로 갈까. 테라스 있는 북카페가 인근에 있을까. 홍대로 갈까 하다가, 북카페라는 곳에서 책을 읽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냥 경복궁에 입장료를 내고 가서 자리를 하나 잡고 앉아 책을 읽었다. 경복궁 안에 있는 음료점에 가서 커피를 시켰다. 원래 커피는 잘 마시지 않지만, 유자차보다는 나았다. 레몬에이드를 마시고 싶었는데. 소설은 매우 재미있었다. 어느 시점까지는. 그 이후는 주인공을 시니컬하게 만들기 위해 무리하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주인공은 열여섯살밖에 안되니까. 열여섯살에 나는 마치 세상의 불핸은 혼자 다 짊어진척 말하고 돌아다녔다고. 그런 나보다는 낫지. 


경회루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닉혼비의 <슬램>을 낄낄거리며 읽는데, 요즘 계속 듣고 있는 검정치마의 <hollywood>의 뮤직비디오와 이미지가 겹쳤다. 시작하는 젊은 연인을 위한 노래. 노래도 그렇고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반짝반짝하는 그때를 부르는 노래. 하지만 가사도 그렇고,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닉혼비의 슬램에서도 그렇고, 반짝반짝함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 오래 가지 않는걸 알고 있으니까 더더욱 시기를 하고, 아름답게 기억이 되는 것 아닌가. 늙어 죽을 때까지 빛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폴맥?


저녁 여섯시, 아침을 아홉시엔가 먹었더니, 슬슬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근래에는 배가 고파서 먹는다기 보다는 때가 되어서 챙겨먹고 있다. 배가 고프다고 안 먹다 보면, 어느새 본인의 짜증지수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기때문이다. 긴자 바이린에서 돈가스를 먹었다. 물론 오사카의 본좌집에는 못미치지만 맛있었다. 당연하지. 정식이 21000이었으니까. 생맥 9000해서, 삼만원.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과 맛은 정비례하진 않지만, 비싼건 대체적으로 맛있다. 맥주를 마시며, 책을 마저 읽었다. 책은 파멸로 가고 있었다. 아니, 이미 중반부터 파멸상태였으나, 그 이야기를 주욱 끌고 갔다. 이거 너무. 현실같잖아..


마지막 남은 선택은 만화방을 갈까, 아니면 체크해 놓은 영화 스틸 앨리스를 볼까하다, 결국 상수동 만화방을 갔다. 그렇게 수십번을 갔는데도 또 넋놓고 걷다가 헤맸다. 여전히 내게 학습이란 없는건가 생각하려다, 말았다. 웃기잖아. 길은 언제든 잃을 수 있고, 찾으면 되지. 뭐 당연히, 3분도 되지 않아 찾았다. 


상수동 만화방은 이전 예정이라 한동안 못 볼 책들을 몰아봤다. 여긴 괜찮은 만화책이 많다고. 다른 곳에서 구석에서 억지로 찾아야할 만화책이 작가별로 모아져 있었다. 예전에 만화를 좋아한다고 했던 소개팅녀를 이곳에 데리고 온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래픽노블을 좋아한다고 했었는데, 나는 그쪽은 잘 몰랐다. 그녀가 거기서 몇 권을 골라줬었다. 괜찮았다. 그녀는 마스다 미리의 광팬이었다. 그녀는 이름만 들어봤다던 최규석의 만화를 골랐다. 그리고 한시간만에 나가자고 했다. 그녀는 손에 물을 뭍혀본 적이 별로 없다는 것과 기독교도라는 것을 빼면 괜찮은 여자였다. 어쨌든.


안타깝게도 상수동 만화방에서 고른 만화들은 재미가 없었다. 잘 못 골랐다. 야한 그림을 잘 그리기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주욱 봤는데, 정말 지나치게 한심할정도로 이야기가 엉망이었다.


집에 오면서, 역시 밴드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이런 생각을 한다. 살면서 가장 무료하지 않게 보냈던 때는 그래도 밴드할때였다. 정말 엉망인 실력에 연습도 잘 안 했지만, 즐거웠다. 그래서 즐거웠나? 일주일마다 한 번은 이런 생각을 하다가 한달 전쯤엔 대학동아리의 페북에 같이 할 사람 연락 달라고 했다. 그 동아리의 나는 1기 졸업생인데, 뭐랄까 같은 기수, 아니 그 동아리를 통털어도 나랑 같이 밴드를 할만한 애는 없긴 했다. 일단 내가 실력이 별로라는건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 페북게 올린 글엔 좋아요만 30번 눌리고 연락 온 사람은 없었다. 집에 와서는 뮬을 검색해봤는데 마땅한 자리가 단 하나도 없었다. 콜플 카피같은거 하고 싶지 않다고. 펑크라고 해서 검색해서 나온 밴드 하나는 연주는 모르겠지만, 중학생? 아니 초등학생이 썼을법만 가사를 지껄이고 있었다. 아니 가사가 그 모냥이면 그냥 뭉개서 말하지..


집에 들어오니, 고양이들이 난리였다. 난 분명 하루치 밥을 주고 나왔는데, 또 달라고 난리다. 아 저 것들.. 이라 생각했지만, 하루 종일 먹는거 말고 별 일이 없는 아이들 아닌가. 밥을 더 줬다. 그리고 슬램을 마저 읽었다. 끝은 뭐 잘 마무리했다. 닉혼비의 책중에 제일 낮은 평가를 받는다고 했던데, 뭐 모르겠다. 내가 다 읽었어야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거 아닌가. 오아시스의 마지막 앨범들은 괜찮았다고 말 할 수 있는건 내가 오아시스의 전 앨범을 다 들었기때문이지.


뭐 그럭저럭 괜찮은 일요일이었다. 다만 올초에 얘기했던 '다음달에 주말부터는 계속 바쁠거야'는 오지 않는 것 같다. 안 바쁘면 좋지만 매주 같은 주말. 전날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일어나서 월요일을 준비를 하는 그런 일요일. 심지어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리버풀-첼시 경기는 이게 내가 작년에 본건지 그 전에 본건지도 모를듯한 몇 번은 본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Posted by 빨간까마구


 대학교때 친구들이 내게 했던 말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는

"나를 제외하고는 경우 네가 우리 과에서 우울증 환자이다"라는 말이었다.

뭐 그 친구야 워낙에 오르락 내리락했던 친구였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학교에서 온갖 잡다한 일을 했고, 밴드를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뭐 그랬지만.

결국 보면 2~3년에 한번은 기분이 끝까지 내려가서 4~5일 아무것도 안하고 방에만 있던 적이 있었으니.

주요 우울증은 아니어도 기분부전장애 정도는 있다고 결론을 내렸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나 우울증인가봐'하는건 실제는 우울한 기분만을 이야기하는것이고

이것이 실제 주요우울증이라고 하려면 진단 기준을 통과하야하는데

정신과 의사가 아닌 내가 기억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분이 생활에 저해를 가지고 오는가?'이다.


주요 우울 삽화를 진단하는 DSM-IV의 기준은 다음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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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동일한 2주일 동안에 나타났고, 예전과 기능 차이를 나타낸다: 적어도 하나의 증상이 '우울한 기분' 또는 '흥미 또는 즐거움의 상실'이다.

① 거의 하루 종일 우울증을 보임: 주관적 설명(예: 슬프거나 공허함)이나 타인에 의한 관찰(예: 눈물을 글썽임)에 의해 거의 매일마다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이 보임
② 주관적 설명 또는 타인에 의한 관찰로 거의 매일마다 하루 대부분의 활동에서 흥미가 현저하게 감소됨이 나타남
③ 식이 조절을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체중 감소 또는 증가가 나타남 (예: 1개월에 체중의 5% 이상 변화) 또는 거의 매일 식욕의 감소 또는 증가가 보임
④ 거의 매일 불면 또는 과수면
⑤ 거의 매일 정신운동 흥분 또는 지체 (단순히 안절부절 못하거나 느려진다는 주관적 느낌뿐 아니라 타인에 의해서도 관찰이 가능함)
⑥ 거의 매일 피로 또는 에너지 상실
⑦ 거의 매일 단순한 자기 비난이나 아픈데 대한 죄책이 아닌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고 부적절한 죄책이 보임 (망상적일 수도 있음)
⑧ 거의 매일 사고와 집중력의 감소, 결정 곤란을 보임 (주관적 설명 또는 타인에 의해 관찰됨)
⑨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님), 구체적 계획이 없는 반복적인 자살 사고 또는 시도나 자살을 자행하려는 구체적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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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이런 지점이다.

1. 체중의 증가가 나타날 수도, 체중의 감소가 나타날 수도...
2. 과수면 또는 수면부족
3. 정신 운동의 흥분 또는 지체.

어느쪽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2주일 이상의 기간이라는 것이다...


주저리 주저리 적은 것은 최근에.. 아니 이 글을 쓰고 있을때도 내가 경도의 우울증 삽화 안에 있기때문인데.

진단기준에 맞춰보면 주요우울증삽화까지는 아닌것이 

기간이 아직 2주일까지는 안되었다는것.


위의 아홉가지를 보면.

하루 종일 우울하고, 흥미가 감소되어 보이며, 체중감소는 한달에 2kg정도 빠지고, 매일 과수면, 정신운동 지체, 매일 에너지 상실, 그리고 무가치함, 집중력의 감소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9가지 중에 8개가 해당함...


다만, 죽음에 대한 생각은 거의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준에는 맞다는 것..



지난 일요일(4월 26일)에 팍 터졌던 것은

잠을 자면 계속 악몽 + 가위가 눌리고.

일어나면 본인에 대한 무가치함에 대한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침대에서 아예 일어나지를 못하고 자다깨다만 반복하였다.

잠이라도 자려고 수면제를 먹었는데 잘 안 와서 6시간정도 후에 하나 더 먹고.

맥주도 두잔 했더니 아예 통제가 되질 않으며 

하루 종일 이런 기분 + 수면기운에 취해 있었다.


다행히 24시간정도 헤매고 괴로워하다 일어나니 나아져서. 좀 정신을 차렸다.

그 사이에 뭔가 SNS...의 여기저기에 난리를 쳐 놓았고..


그게 5일전이고, 그 날 이후로는 어쨌건 좋아져서 지금은 우울한 기분이라던지 그런건 없다.


일단 매일 괴롭혔던 허리디스크의 통증이 많이 조절이 되면서 나아진 것이 크다.

진작 좀 제대로 물리치료도 받고 약도 먹을걸.


아무튼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아무리 짧은 기간이라도 바닥까지 떨어지는 기분은 더이상 느끼고 싶지 않다. 

물론 내가 그러고 싶다고 이런 상황이 다시 안 생기라는 법은 없지만. ㅎㅎ 


Posted by 빨간까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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